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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교육 미래찾기⑭ 교사들의 침묵을 깨기 위한 드라마 같은 제언

교육, 도서 정보/교육혁신 자치의 길

by 소나무맨 2013. 7. 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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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교육연구소-인천in 공동기획]인천교육 미래찾기⑭ 교사들의 침묵을 깨기 위한 드라마 같은 제언 인천교육

2013/06/19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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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진은 자그니 블로그에서 가져왔습니다. 고맙습니다.

 

교사들의 침묵을 깨기 위한 드라마 같은 제언
 
김진숙 (인천교육연구소, 석정여고)
 

최근 ‘학교 2013’이라는 드라마를 보았다, 자극적인 다른 드라마에 묻혀 큰 인기를 얻지는 못했지만 나름 마니아층을 형성하면서 잔잔하게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다. 미처 그 드라마를 보지 못했던 나는 다른 사람들의 평을 듣고 최근에 그 드라마를 내려 받아서 보게 되었다. 그리고 나에게 그 드라마를 추천했던 다른 사람들처럼 나 역시 주책맞게 눈물을 줄줄 흘리며 보았다. 아마도 아이들 때문에 마음 아파해 본 적이 있는 교사라면 누구나 그랬을 것이다.

 

‘학교 2013’이라는 드라마는 학교폭력, 왕따, 성적 제일주의, 자살, 문제아 등 학교에서 직면하고 있는 많은 문제를 다루며 다양한 캐릭터의 학생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런 학생들의 곁에서 아파하고 있는 전혀 다른 성향의 두 교사를 인상적으로 그리고 있다. 이 드라마는 그동안 방영됐던 학교 시리즈 드라마 중 가장 학교의 사실적인 모습에 근접해 있다고 평가되지만, 현실과 동떨어지는 내용도 많이 드러난다.

 

이 드라마는 교장, 교감, 그리고 문제반의 복수 담임을 맡고 있는 두 담임교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런데 드라마에서 보면 ‘기간제 교사’인 두 담임교사는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하기 위해 걸핏하면 교장실에 들어가고, 교장의 의견에 맞서거나 심지어 교장의 지시를 어기기도 한다. 용기 있는 두 교사에게 감동을 하면서도, 실제 학교 현장의 모습과 비교해 보면 사실성이 떨어진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학교에 이렇게 용기 있는 기간제 교사가 존재할까? 교육 경력이 20년이 넘은 필자는 아직도 그런 기간제 교사를 본 적이 없다. 그것은 기간제 교사에게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학교와 기간제 교사의 관계가 정확히 ‘갑을 관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당한 일을 당해도 웬만하면 참고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한 채 관리자들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정교사들은 어떨까?

 

부당한 일이나 비민주적, 비합리적인 것을 잘 못 참는 ‘김 교사’는 늘 학교생활이 고달프다. 교육청의 지시 사항, 학교의 입장, 교장의 뜻 등을 내세우거나, 때로는 이유조차 밝히지 않으면서 행해지는 학교의 비민주적인 운영에 대해 김 교사는 침묵하지 못하고 자신의 의견을 밝히곤 했다. 그로 인해 김 교사는 윗사람에게 대든다며, 버릇없다는 비난을 들어야했다. 직원회의 시간에 일어나서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가 회의 시간이 길어진다며 싫어하는 동료 교사들의 따가운 눈총도 받아야했다. 교사의 회비로 운영되는 친목단체가 교장선생님의 뜻에 따라 돌아가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며, 교사들의 의견을 조사해서 반영해 줄 것을 건의했다가 학교의 인화(人和)를 깨뜨리는 교사로 지탄을 받아야 했다. 또 학교의 비민주적인 운영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기 위해 정보공개요청을 했다가 다양한 형태의 불이익, 근거 없는 모함과 인신공격, 심지어 따돌림까지 겪어야 했다. 뿐만 아니라 그 해의 근무평가에서 객관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매우 낮은 점수를 받아야 했다. 교장의 권력에 기생하거나 아부하여 이익을 얻으려는 세력들이 교장을 둘러싸고 학교를 쥐락펴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침묵하지 않는 김 교사가 겪어야만 했던 불이익과 고통은 너무도 많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그것은 학교의 권력구조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학교의 모든 권력은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 있다. 학교의 운영권, 인사권, 교사의 평가권, 포상 등 대부분의 학교 운영에 대한 실질적인 권한은 모두 교장선생님에게 있다. 그러다보니 교장선생님의 의견에 반대하거나 맞서는 것은 교사에게는 매우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로 인해 받아야 될지도 모르는 모든 불이익과 고통을 각오해야만 하는 것이다. 또한 학교는 관리자(교장, 교감)와 부장교사들이 중심이 되어 운영되고 있는데, 학교 업무에 대해 의견을 피력할 때에는 부장교사들과도 맞설 각오를 해야 하며, 그들의 비난, 외면까지도 각오해야 한다. 부장교사들의 상당수는 교장의 뜻을 받드는 것을 중요시할 뿐, 일반 교사들과 관리자와의 소통의 다리가 되지 못하고 있다.

 

침묵하지 않는 교사로 사는 것은 너무나 힘들다. 지금과 같은 학교의 구조나 권력 체계에서는 개인의 비범한 면모와 희생이 있어야하며, 모든 괴롭힘과 고통을 넘어설 수 있는 신념과 용기, 의지력이 있어야 한다. 이런 사람은 흔하지 않으므로, 학교에서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교사는 결국 아주 소수에 불과하게 된다. 그렇다면 대안은 없는 것일까?

 

첫째, 교사와 관리자, 교사 상호 간에 소통이 부족한 것이 현재 학교 현실이다. 그래서 소통의 문화를 좀 더 확산시켜 나가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의견을 말하길 힘들어하는 많은 교사들을 위해 정기적으로 각 부서와 관리자와의 소통의 시간을 갖는 방식이다.

 

둘째, 교장에게만 집중되어 있는 권력을 축소시키고 이를 분산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교직원회의나 학교운영위원희의 심의·의결 사항을 늘리는 것, 인사자문위원회를 자문기구가 아닌 의결기구로 바꾸어 교장이 독점하고 있는 인사권을 분산시키는 것 등 다양한 방법이 있을 것이다.

 

셋째, 관리자들은 교사들의 근무평가를 통해 근무평점을 매긴다. 이것은 교사의 승진, 인사, 포상 등 중요한 부분에 영향을 미치므로, 교사가 관리자에게 비굴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근무평점은 교사가 관리자에게 알려달라고 요청하지 않는 한 공개되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관리자들이 자신의 권력을 남용하지 않도록 주관적으로 근무평점을 매길 수 없게 객관화된 지표가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주어져야 한다. 또한 근무평점은 학년말에 본인에게 무조건 공개하도록 하며, 이에 대해 이의 신청이 있을 시 관리자는 교사에게 적극적으로 설명하여야 한다. 현재 학교에서 시행되고 있는 성과급처럼 말이다.

 

넷째, 현재 교사들이 학생들에게도 평가를 받듯이 관리자도 교사들에게 평가를 받도록 하는 방법이다. 관리자로서의 능력과 태도, 운영방식 등에 대해 평가받는다면 좀 더 민주적인 방식으로 학교를 운영하게 될 것이며, 교사들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려 할 것이다.

학교의 권력 구조를 바꾸고, 소통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교사의 닫힌 입과 마음을 여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학교, 건전한 비판이 살아있는 학교, 다양한 의견을 나누며 소통하는 학교가 갈수록 힘들어지는 교육에 희망의 불빛 하나를 비출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지금의 교육현실 속에서 이 제언들은 현실감 떨어지는 드라마일지도 모르겠다.

 

* 이 글은 인터넷언론 인천in (2013.6.19)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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