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변상욱 대기자]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 < 김현정의 뉴스쇼 >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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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프로스 금융 사태'로 한 주가 떠들썩했다. 키프로스(Cyprus) 예금의 절반은 외국인 자금이고 대부분
러시아의 불법자금이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 유럽연합을 주도하는 독일은 구제금융을 받으려면 러시아 불법자금에서 세금을 떼어 자구노력을 보이라고 요구한다. 이게 싫다면 유럽연합 국민들의 세금으로 러시아 불법자금을 보호하는 꼴이 된다는 것.
키프로스는 예금자들 돈을 갈취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이를 거부하고 러시아에 도와달라고 손을 내밀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유럽연합에서 멀어져 러시아 도움을 받는다 해도 그 상태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키프로스로는 위험한 선택이다.
◇ 바람타는 비운의 섬, 키프로스키프로스의 역사는 여러모로 공부해 둘만하다. 키프로스 인구의 80% 가까이가 그리스인, 18% 정도가 터키인. 당연히 인종에 따라 종교도 그리스정교회와 이슬람교로 나뉜다. 언어는
그리스어, 영어,
터키어를 쓴다. 왜냐하면 근대에 들어 그리스, 터키, 영국이 키프러스를 지배했으니 그렇다.
키프로스는 침략전쟁의 요충지라는 지정학적 위치에 놓여 있어 내로라하는 강대국들은 죄다 거쳐 갔다. 먼 옛날부터 그리스,
이집트, 앗시리아, 페르시아,
알렉산더제국, 로마, 사라센, 십자군, 베니스공화국, 터키, 영국 순이다.
초창기에는 그리스인들이 밀고 들어와 해상무역의 거점으로 삼았다. 이어 로마제국이 지배했다. 십자군 원정 때는 프랑스 인들이 거머쥐었고, 동로마 제국이 형성되자 그리스 정교회가 뿌리를 내렸다. 이어 베니스공화국이 오스만트르크 족에 대항해 지중해 방어기지로 삼았고, 결국에는 오스만투르크족에게 정복당했다.
이때 키프로스 북부지역에 터키인들이 대규모로 거주하게 되었다. 그러다 19세기 중반 터키인들은 섬을 영국에 팔아치운다. 그 사연인즉 18세기 말 터키와 러시아가
크림전쟁을 벌일 때 영국은 터키편을 들어 줄 테니 키프로스에 군사기지 두는 걸 승인하라고 제안한다. 그리고는 전쟁이 끝나도 나가지 않고 키프로스를 전진기지로 삼아
북아프리카를 먹어 들어갔다.
이 때 북아프리카는 터키가 지배하던 곳이다. 그래서 터키는 영국을 멀리하며 독일과 가까워졌고 1차 세계대전 때 독일 편을 들었다. 전쟁에서 독일이 패하고 영국은 승전국으로서 키프로스를 완전히 집어삼켰다.
키프로스를 되찾아 올 길이 막막하자 터키는 아예 키프로스를 영국 왕실에 팔아치운다. 1925년 키프로스는 영국령이면서도 영국왕가의 소유가 되었다. 나라를 망치고 팔아먹은 터키에 대한 분노로 키프로스의 그리스계 국민들은 그리스정교회를 주축으로 영국에 맞서 독립투쟁을 벌이고 2차 대전 이후 식민지 독립이라는 대세에 발맞춰 독립을 이룬다.
그리스로 속하려는 그리스계 주민들과 터키로 속하고 싶은 터키계 주민들이 대치하면서 처음엔 터키계 임시정부가 들어섰고 군사쿠데타로 그리스계 정부로 바뀌었다. 양측은 결국 충돌하고 터키계가 터키군을 키프로스로 끌어들이면서 처절한 전쟁을 겪었다.
종족과 종교마저 다른 탓에 약탈과 강간이 자행된 처참한 전쟁이었다. UN군이 파견되어 진정을 시켰지만 키프로스는 남북으로 쪼개진 분단국이 되어 영토의 1/3 정도인 북키프로스에는 아직도 티키군 3만 여명 정도가 주둔하며 자기네 영토의 일부라고 주장하고 있다. 남키프로스는 그리스계로 구성됐으나 확실한 독립국가이다. 인구로는 남쪽이 80만, 북쪽이 20만 정도가 된다.
◇ 사이프러스? 아니죠, 키프로스!미국과 서방유럽은 초기에는 그리스 사회주의 정권을 견제하느라 터키 편을 들었다. 그래야 터키와 붙어있는 소련을 견제하기 유리했다. 그러다 그리스에 사회주의 정권 대신 우파
군사정권이 들어서자 미국.유럽은 그리스로 기울었다. 그러나 미국 입장에서는 터키를 무시할 수도 없다. 터키에 군사기지를 두고 러시아를 견제해야 하고 키프로스도 탐나기 때문이다. 이란, 시리아, 이스라엘이 한 눈에 들어오는 키프로스는 최적의 군사요충지이다.
현재 남키프로스는 통일을 원하지만 북키프로스 정부는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 터키는 식민지로 만들려고 열심히 작업 중이다. 언어도 터키어를 쓰고 계속해 터키인들이 이주하고 있고 레바논 난민들까지 유입중이어서 북쪽의 경제도 치안상태도 매우 좋지 않다. 국제법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아 범죄자들도 많이 모여든다고 한다.
우리하고의 관계는
한국가스공사가 해상 광구 탐사 계약을 맺고 탐사작업을 벌이고 있는 정도. 북쪽을 여행한 뒤 남쪽으로 입국하는 경우 우리가 북한 거쳐 들어오는 사람을 대하듯 국가보안법 같은 걸 적용해 철저히 검문하니 주의가 필요하다.
키프로스라고 부르기도 하고 사이프러스라고도 부르는데 사이프러스는 미국식 발음, 키프로스는 그리스식 발음으로 키프로스 사람들은 키프로스로 불러주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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