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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총의 나라 베네수엘라…그러나 은총만으로 잘 사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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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총의 나라 베네수엘라…그러나 은총만으로 잘 사는 건 아니다

[변상욱의 기자수첩] 노컷뉴스 | 입력 2013.04.16 14:15

 

[CBS 변상욱 대기자]

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 < 김현정의 뉴스쇼 >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가 니콜라스 마두로 후보의 승리를 공식 발표했다. 마두로의 득표율은 50.7%, 야권후보 엔리케 카프릴레스는 49.1%. 그러나 카프릴레스 후보와 야권은 재검표를 요구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대통령 선거를 두고 세계 각국이 벌이는 신경전을 주목해 보자.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재검표를 지지한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야권의 재검표 요구는 국민이 모두 결과에 승복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중요하고 신중하며 필요한 조처로 보인다" .... 그 말이 그 말이다.

중국, 러시아, 쿠바는 즉각 마두로 후보의 승리를 축하한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남미국가연합(남미대륙 12개국으로 이루어진 국제기구 - 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 에콰도르, 파라과이, 페루, 우루과이, 멕시코, 콜롬비아, 볼리비아, 베네수엘라 등이 참여하고 있다)은 선거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런가 하면 미주기구(아메리카 대륙 28개 국가의 협력조직, 본부는 워싱턴) 사무총장은 베네수엘라 야권의 재검표 요구를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결국 미국 편은 재검표 지지, 미국하고 멀면 대선 결과 승복을 주장한다.

◈ 잿밥은 베네수엘라의 석유

미국 코앞에서 미국을 완전 무시하고 욕설을 퍼붓는 베네수엘라 좌파 정권. 미국이 이를 손대지 못하는 건 미국이 부러워할 만큼의 석유가 있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2번째 규모의 매장량을 자랑한다. (사우디아라비아 2천6백억 배럴, 그 다음이 베네수엘라 2천1백억 배럴 ... 캐나다, 이란, 이라크,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연합이 1천억 배럴 순).

주목할 것은 2005년부터 실시한 '페트로카리베' 프로그램. '페트로 카리베' 프로그램은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가 중미·카리브 내 10여개 국가에 시가보다 훨씬 싸게 원유를 공급하는 사업이다. 좌파정권 국가들이 대부분이지만 것으로 친미 성향인 도미니카 공화국도 이 석유를 공급받는다.

쿠바, 에콰도르, 니카라과, 볼리비아 등이 최대 수혜국이고, 이 석유가 라틴 아메리카의 경제를 유지해 가는 한 축이 되고 있다. 쿠바가 미국 턱 밑에서 큰소리치며 버티는 것도 베네수엘라의 석유 덕이다. 대통령에 당선된 마두로는 차베스의 후계이니 '페트로 카리베' 프로그램을 유지하겠다고 했고, 야권 후보인 카프릴레스는 '단 한 방울도 공짜로 줄 수 없다'고 밝혀왔다.

베네수엘라 석유는 베네수엘라 수출의 90%, 정부 재정의 60%, 국민총생산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석유는 많아도 원유정제기술이 떨어져 고부가가치를 얻지 못하며 경제상황은 나쁘다. 빈부격차가 심해 미국 시장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사정도 있다.

생산량의 40%를 미국에 수출할 정도로 대미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결국 석유를 무기로 미국, 그리고 중남미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는 최대 투자국 중국을 저울질하며 줄타기를 해나갈 처지이다.

◈ 21세기 사회주의는 버틸 수 있을까?

차베스 경제정책은 '21세기 사회주의'라고 불린다. 차베스는 쿠데타 집권 후 외국기업, 기업가들을 누르고, 철저히 서민 편에 선 특이하다면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다. 빈부격차가 극심한 베네수엘라는 생활고에 시달리는 서민이 인구의 90%를 넘는다.

그래서 14년 간 장기집권이 가능했던 것. 특히 미국이 주도했던 미주자유무역지대(FTAA) 창설을 거부하고 반미.자주를 외치며 볼리바르동맹(ALBA)을 주도했으니 미국으로서는 눈에 가시 같은 나라이다. 차베스의 경제정책 골자는 다음과 같다.

1) 저소득층을 위한 평생교육, 식료품 지원 등 복지정책을 확대해 소득을 재분배하는 정책.

2) 산업과 경영을 사회주의식으로 변혁. 이것은 브라질 룰라 정권도 비슷하지만 차베스는 기간산업을 과감히 국유화하면서 노동자 자주관리 공동경영 시스템으로 전환한 것이 다르다.

양극화 격차 줄이기와 서민복지는 야당세력도 어느 정도 합의하는 정책이다. 그러나 산업 국유화는 과격했고, 노동자 자주관리의 공동경영은 부작용이 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새로 출범할 마두로 정부는 차베스 정책을 이어가겠지만 대내외 여건상 약간의 수정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유화. 공동경영은 완화시키는 쪽으로 손질할 것이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반미주의도 조금씩 완화될 전망이다.

세계 최고라 할 자연풍광에 석유까지 쏟아지는 은총의 나라 베네수엘라. 그러나 부패와 비리, 독재의 그늘로 외국 관광객들은 피해 가는 나라이다.

마약범죄단과 조직 폭력이 횡행하는데다 공권력도 부실하고 부패했다는 혹평이 따른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새로이 거듭나기에는 계층갈등과 이념대립, 도덕적 해이가 너무 커 힘겨워 보인다.
snipe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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