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지속가능발전에 주목하자---오 수 길 / 고려사이버대학교 교수

2013. 6. 25. 16:32시민, 그리고 마을/지방 시대, 지방 자치, 주민자치

지방 지속가능발전에 주목하자

오 수 길 / 고려사이버대학교 교수


이명박 정부 당시 한 토론회에 나온 한 정부 당국자가 자신이 ‘녹색성장’을 기안한 사람이라며 지속가능발전을 지우고 녹색성장을 내세우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하면서, 경제, 사회, 환경이라는 세 축을 세웠더니 사회 갈등이 심화되기에 사회라는 축을 지우고 경제와 환경을 두 축으로 하는 녹색성장을 강조하게 되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주지하다시피 1987년 세계환경개발위원회(WCED)의 보고서 「우리 공동의 미래(Our Common Future)」가 ‘지속가능발전’을 정의하면서 내세운 두 가지 핵심 개념은 사회적 지속가능성이 가장 중요한 축임을 밝히고 있다. 첫째, (특히 세계 빈민들의) 필수적인 필요(needs) 개념이다. 빈곤은 사회적·문화적으로 결정되며, 빈곤 근절을 위한 합당한 소비 패턴을 갖춰나가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둘째, 현재와 미래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환경용량에 대한 한계의 개념이다. 기술과 사회조직의 현 상태가 한계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뿐만 아니라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중요한 해결책으로는 빈곤과 착취의 제거, 지구 자원의 공평한 배분, 현 패턴의 군비 지출 종식, 새로운 방식의 적정한 인구 통제, 생활양식의 변화, 적절한 기술, 민주화를 포함한 제도 변화, 효과적인 시민 참여 등을 제시하였다. 즉 ‘근본적인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가난이 만연해 있는 나라들을 위한 새로운 경제성장의 시대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이 이러한 성장을 지속하는 데 필요한 자원의 공평한 배분이 보장되어야 한다.’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지속가능발전은 지구 차원의 주요한 정치적·사회적 변화를 제기한 것이다.

이러한 문제제기가 국제사회의 각성과 노력으로 나타난 것이 1992년 리우 회의이고, 2002년 요하네스버그 회의일 테지만, 한 편에서는 ‘의제21(Agenda)’, ‘지방의제21(Local Agenda 21)’, ‘지방행동21(Local Action 21)’과 같은 성과와 문제제기가 이어졌음에도 국제사회의 행동은 너무나 더디다는 비판이 많았다. 이에 따라 2012년 리우+20 회의를 앞두고는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국제회의의 개최에 대한 회의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ICLEI(Local Governments for Sustainability)를 중심으로 하여 두 가지 주제, 즉 첫째, 지속가능발전과 빈곤 근절이라는 맥락의 녹색 경제(a green economy in the context of sustainable development and poverty eradication), 둘째,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제도적 틀(the institutional framework for sustainable development)이 제기되며, 리우+20 회의가 성사되었다.

Rio+20 준비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Rio+20 개최를 위한 준비과정으로 각종 회의가 세계 도처에서 개최되었다는 것이다. 준비위원회 회의, 회원국회의, 지역별 회의, 이사회의, 주요그룹회의(이해당사자 그룹회의), 유엔과 국제기관간회의, 부문간회의, 비공식 자문회의 등 다양한 회의를 통해 Rio+20 주제와 관련하여 회원국, 9개 주요 그룹, 각종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지역과 그룹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최종 어떤 결과물을 도출할 것인지 의견을 모으고 있다. 특히 UN은 이 과정 전체를 준비위원회 회의를 통해 정리했다.

지속가능발전을 실제로 달성할 수 있는 개념적 틀로서의 녹색 경제와 실천적 틀로서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자 하는 노력을 통해 한국이 지난 이명박 정부 기간 동안 국제적 이슈에서 얼마나 멀어져 왔는지를 알 수 있다. 심지어 국제사회에서 선진국으로서의 책임을 방기해왔던 미국에서조차도 부시 행정부 기간 동안 미국 도시들이 ICLEI에 가입하면서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정치적 선언과 실천을 해왔던 데 비춰보면, 한국의 상황은 대단히 우려스러운 것이었다. 실제로 리우+20 회의를 준비하며 UN의 초안 제출 결정에 따라 회원국, 유엔기구, 지역별 위원회, 시민사회 등이 제출한 문건은 총 6,000페이지에 달했다. 준비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공동의장(Mr. John Ashe와 Mr. Kim Sook)은 19쪽에 이르는 문건으로 초안을 요약 정리하여 발표하였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것은 Rio+20을 위한 이해당사자포럼이 초안 제출문(Zero Draft Submissions)을 분석했다는 것이다(Stakeholder Forum for a Sustainable Future, 2012). 두 번째 Rio+20 준비위원회 모임에서 모든 회원 국가, 관련 UN 체제 조직, 그리고 관련 이해당사자들을 초청하여 2011년 11월 1일까지 서면으로 사무국에 의견을 제출하도록 했는데, 논평과 심도 있는 지침을 위해 회원국과 여타의 이해당사자들에게 UN 사무국에 의해 제시될 편집 문서에 포함시키기 위해서이다. 이 편집 문서는 결과 문서의 초안(Zero Draft)을 준비하기 위한 기초가 되었다. 2012년 1월에 회원국과 여타의 이해당사자들에게 고려를 위해 제시되었다.

분석은 이해당사자들이 리우+20 이니셔티브와 개념을 더욱 심도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 데이터베이스인데, Rio+20에 관련된 이니셔티브와 개념 97개 핵심 용어가 어떤 조직에서 각 조직의 제출물에서 각 용어에 대한 관심을 표시했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초안 자체에서 각 용어의 등장 횟수를 열거하기 위한 cross-reference를 포함하고 있다. 둘째, 색인이다. 97개 용어 각각에 대한 간략한 정의가 담겨 있다. 셋째, Wordle이다. 이는 상대적인 관심 수준을 보여주는 97개 용어를 시각적으로 나타낸 워드 클라우드(word cloud)이다.

리우+20 회의를 마치고, 실질적인 이행수단과 새로운 정치적 합의에 대한 결정을 후속과정으로 미뤘다거나 선진국의 생태부채 또는 사회적·환경적 정의를 언급하지 않았다거나 하는 비판이 있었다. 그럼에도 새천년개발목표(MDG: Millenium Development Goals)를 대체할 새로운 지속가능발전목표(SDG: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수립에 나설 것을 결의하였고, 유엔환경계획(UNEP)의 강화를 합의하였고, 시민사회의 역할 확장을 강조하였고, 국내총생산(GDP) 개념에 대한 대안적인 지표 개발 착수에 합의하였으며, ‘지속가능한 소비 및 생산을 위한 10년 계획’을 공식적으로 채택했다는 등의 성과를 거두기도 하였다.

이외에도 리우+20 회의의 결의와 성과를 이어갈 UN 차원의 노력이 계속될 플랫폼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성과로 들 수 있다. 리우+20 회의 준비 단계에서부터 리우+20 회의 진행 단계, 그리고 후속 단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서가 올라와 있고, 다양한 주제에 대한 논의와 안내가 담겨져 있는 웹사이트를 ‘UN Sustinable Development Knowledge Platform’이라는 이름으로 개설하여 운영 중이다(http://sustainabledevelopment.un.org). 또한 Post-2015 개발기획팀, 사무총장실, UN Non-Governmental Liaison Service(UN-NGLS)이 파트너십을 형성하여 MDG 후속체계를 기획하고 있기도 하다(www.worldwewant2015.org).

하지만 가장 큰 성과 중의 하나는 세계 지방정부들이 지속가능발전 추진과정의 전면에 나설 것을 선언했다는 것이다. 리우+20 회의를 일주일 앞두고 브라질 벨루오리존치에서 개최된 ICLEI 세계총회에는 우리나라에서도 17개 지방자치단체의 단체장들이 참석하였지만, 일주일 간의 열띤 논의과정을 거쳐 아래와 같이 ‘리우+20 회의에 던지는 메시지’를 채택하였다는 것이 큰 의의를 가진다. 무엇보다도 국제사회에서 ‘정부 이해당사자’로서 지방정부가 지속가능발전 추진자로 나서겠다는 것을 선언한 것이다.

이러한 선언에서의 메시지는 리우+20 회의가 폐막될 때 나왔던 ICLEI의 평가에도 그대로 드러나 있다. 더 이상 중앙정부에 얽매이지 않고, 지역과 지구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해 지방정부가 직접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던 것이다.

한국은 이미 중앙정부 차원의 지속가능발전 전략 및 이행계획을 수립함으로써 중앙부처들의 칸막이 행정(silo effect)을 넘어설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지속가능발전의 이행 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또한 인천광역시 부평구가 중앙정부의 법과 제도적 지원체계 없이도 지속가능발전 행정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지속가능발전이 중요한 행정혁신으로서의 가치를 갖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기성 또는 신진 시민사회의 이니셔티브에 의해 전국 상당수의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의제21 추진기구(2012년 현재 88.5%)와 지방의제21 사무국(2012년 현재 상설 44.0%, 비상설 11.1%)이 설치되어 크고 작은 지속가능발전 실천 활동을 전개해오고 있다.

그런데 2007년의 지속가능발전기본법이 지속가능발전 체제의 영속성을 위해 ‘기본법’을 설정하였고 최소한 광역단위 지방자치단체의 지속가능발전 체제를 보장했음에도 정권이 바뀌고 나서 무기력하게 약화되었던 데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지방에 이미 많은 지속가능발전 추진기구나 단체, 세력들이 존재했음에도 이들과 유기적으로 결합하지 못했기에 약화될 수밖에 없었던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보수와 진보라는 낡은 틀의 구분을 넘어 지속가능발전이라는 새로운 통합적인 가치를 이해하고 있었기에 이런 토대를 지원하고 강화하는 데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지속가능발전기본법의 발효를 전후로 여러 광역지방자치단체에서 지방지속가능발전 체제를 준비하였다가 무산되었지만 인천광역시 부평구의 경우처럼 자발적으로 지방지속가능발전 체제를 구축해온 지방자치단체는 안정적인 법적, 제도적 틀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편 지방의제21을 비롯하여 지방지속가능발전을 지원하고 이끌었던 영국 중앙정부가 일관성을 갖고 지방정부의 전략적 지향점과 모순을 일으키지 않았기에 지속가능발전 체제를 지속시킬 수 있었고, 연방정부와 주정부 간의 갈등 속에서도 중앙정부의 전략적인 방향제시와 지원이 지방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참여에 우선순위를 부여했던 독일이 지방의제21 추진을 비롯하여 지방지속가능발전을 성공리에 이끌 수 있었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오수길 외, 2011). 프랑스와 함께 여전히 ‘지방의제21’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덴마크의 경우도 ‘덴마크92그룹(Danish 92 Group)이라는 시민사회의 핵심적인 행위자들에게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는 점도 참고할 만하다(오수길 외, 2012).

전 세계 지속가능발전을 위해 헌신해 온 인사들의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언급을 살펴보자.

ICLEI가 발간한 「세계 지방의제21 20년사」 서문에서 콘라드 오토 짐머만 ICLEI 전 사무총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1992-2012년의 20년은 세계적 성공 스토리로 기록된다. 1992년 리우 지구정상회담에서 ‘지방의제21’에 대한 요청으로 시작되고, 10년 후 2002년 요하네스버그 정상회의에서 ‘지방의제21’ 10년을 맞아 새롭게 활기를 불어넣음으로써 공동 목적을 위한 사상 최대의 전 세계 도시 및 지방정부의 운동으로 이어졌다. …… 약 1만여 지방정부가 참여적 지방 지속가능발전 과정인 지방의제21에 지역사회와 지역의 이해관계자들을 끌어들였다. …… 지방 지속가능성 20년의 작업은 지방과 세계의 환경 상황을 개선하는 약 수 만 개의 지방 이니셔티브와 도시 계획을 마련했을 뿐 아니라 가장 중요한 성과로 많은 도시, 마을, 국가에서 참여적 거버넌스 문화를 도입하고 정착시켰다. 비전을 규정하고 목표를 설정하고 절차를 검토할 때, 대중과 이해관계자들의 협의와 참여를 통합시키는 것이 기획 및 의사결정 과정의 관례가 되었고 이는 장기적인 측면에서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ICLEI의 「세계 지방의제21 20년사」를 지원했던 ‘인류 진보를 위한 샤를 레오폴 마이어 재단의 피에르 칼람 회장과 줄리앙 보스너 도시프로그램 책임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오늘날 거의 모든 사람이 ‘지속가능발전’을 수행하라고 주장하는데, 때로는 어떤 구체적인 실천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반면 지역적인 접근방법은 지속가능발전이 진정한 변화의 수단으로 만드는 기회를 제공한다. …… 지역은 물리적 공간 이상의 개념이다. 지역은 관계 체계인 공동체이다. 지역은 경제, 사회통합, 그리고 사회와 환경 전체의 관계를 관리하기 위해 가장 최적의 수준을 의미한다. …… 지역은 이해관계자, 각 부문과 각자의 노하우 간의 공동 노력 관계에 바탕을 둔 거버넌스 양식을 전제로 하며, 공동선을 향해 함께 일하기 위한 조건을 만든다. 이는 실제적인 문화적, 제도적 혁명을 대표하며, 새로운 사회계약인 공동책임의 새로운 윤리를 의미한다. 달리 말하면,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지역적 접근방법은 모든 수준의 사회에서 공동책임의 원칙에 바탕을 둔 거버넌스의 필요에 부응한다.”

후안 클로스 유엔인간정주프로그램 사무차장 역시 「세계 지방의제21 20년사」 서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지구정상회담에서 시작된 지방의제21은 이전에는 자신들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 여겨진 지구적 문제를 다루고자 했던 도시와 지방정부에게 하나의 분수령이었다. 마찬가지로 중요하게, 지방의제21 패러다임은 도시의 의사결정에서 참여과정을 우선시했다. 이후 도시는 세계 지속가능성 노력의 중심이었다. …… 지방의제21은 다양한 산출물만큼이나 다양한 과정에 대한 것이었고, 지방정부에 유용한 접근방법을 제공해 왔다. 하지만 도시가 채택하고 있는 접근방법의 범위가 확장되어 왔다는 것은 분명하다. …… 20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많은 도시들이 지방의제21의 광범위한 목표에 전념하고 있다. 도시 규모, 제도적 환경, 발전의 맥락에 따른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이들 도시 대부분은 모든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확대해 왔고, 지속가능성의 전체론적인 관점을 유지하고 있다. …… 하지만 어떤 도시들은 이름이나 접근방법에서 지방의제21에 변화를 주고 있다.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은 지방 지속가능성 행동으로 진입하는 지점이 되었다.”

지속가능발전기본법을 새롭게 추진하면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기본법’이 지방의 지속가능발전 체제를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이를 위해 지방지속가능발전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지방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설치하고 광범위한 거버넌스가 실현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방지속가능발전 체제를 내용적으로 구축해왔거나 구축해갈 수 있는 지방의제21 또는 지방지속가능발전운동이 지속가능발전 거버넌스의 핵심적인 토대가 될 수 있도록 “기초 또는 광역지방자치단체의 지방의제21을 비롯한 지방지속가능발전 추진 활동을 지원한다.”라는 적극적인 조치를 명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