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세계의 주요 경제 전문지들은 공유경제의 놀라운 성장을 일제히 커버 스토리로 다뤘다. 공유경제란 개인이 소유한 자원을 타인에게 빌려주거나 서로 나눠 사용함으로써 자원의 효율성을 최대한으로 높이는 경제 활동 방식을 뜻한다. 2008년 금융 위기로 경제적 타격을 입은 미국과 유럽의 소비자들이 소비 비용을 줄이는 생활 방식으로 시작했는데 이후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스마트폰 등 IT 인프라를 통해 그 규모와 범위, 빈도가 크게 증가했다.
거래를 중재하는 플랫폼 형태의 공유경제 기업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2009년 이후 4년간 미국에서만 최소 100개 업체가 생겼다"고 추산한다. 공유하는 자원의 종류도 다양하다. 가재도구나 공구, 옷, 자동차와 자전거 등 교통수단 등 유형의 자원을 넘어 지식과 기술, 경험과 시간 등 무형 자원까지 활발히 나눠 쓴다. 내 집 창고에 물건을 저장하고 싶은 사람을 찾거나, 남는 땅을 경작하고 싶은 사람에게 빌려주는 것도 가능해졌다.
공유경제 기업인 에어비앤비와 집카의 성공은 산업계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2008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한 에어비앤비는 개인이 남는 방을 여행자들에게 빌려주는 민박 개념의 빈 방 공유 서비스다. 지난해 팔린 숙박 일수만 1,200만~1,500만박으로 전년 대비 6, 7배 증가했다.
집카는 2000년
보스턴의 유치원 학부모들이 환경 보호와 비용 절감을 위해 만든 자동차 공유 서비스. 12대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미국, 유럽 등에서 약 1만대가 운용되며 지난해 매출도 2억7,900만달러(약 3,2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세계 2위 렌터카 업체 에이비스는 그런 집카를 올해 초 5억달러(약 5,700억원)에 인수했다. 이를 두고 공유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그만큼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소비를 줄이고 자원 효율성을 높이는 이점을 지닌 공유경제는 과잉생산에 기반한 자본주의 폐해의 해결책으로도 주목 받고 있다. 개인들 간 거래(P2P)가 경제 행위자들 간 사회적 관계를 회복시켜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기대도 높다.
이런 흐름에 부응하는 움직임은 한국에서도 활발하다. 서울시는 지난해 9월 공유도시를 선언한 후 공유촉진조례를 제정하고 4월 공유단체·기업 27곳을 지정해 사업비를 지원하는 등 공유경제 확산 움직임을 격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울이 "인구밀도가 높고 IT 기술이 발달해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품앗이 등 전통 공동체 문화가 공유경제의 뿌리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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