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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광주와 문재인·박원순·안철수

이런저런 이야기/다양한 세상이야기

by 소나무맨 2013. 5. 30.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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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월광주와 문재인·박원순·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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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광주가 다시금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광주항쟁 33주년을 맞은 올해 박근혜대통령의 5·18국립묘지 방문과 ‘임을 위한 행진곡’ 거부 논란, 그리고 일베 등 우익들의 호남 비하 발언이 주목을 끌었다. 1997년 오월광주가 제도화된 이후 안팎의 역동성을 잃어버린 지 15년만이다.    

호남에서 스스로 잊혀져가는 오월광주가 새삼 전국적인 주목을 받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어 보인다. 여야를 불문하고 이른바 정치권은 새로운 ‘정치적 지렛대’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국내외 정치적 상황은 특정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오월 광주는 한국정치의 좌우를 가르는 분수령임에 틀림없다. 진보 정치권은 오월광주를 계승하는 한편, 극복과정을 통해 새 정권을 창출해야 한다. 보수 정치권은 오월광주에 대한 죄책감을 극복하는 동시에 국민통합의 길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올해 오월광주 행사에는 많은 여야 정치인들이 광주를 찾았으며, 이들은 자신과 광주간의 물리적, 심리적 거리를 좁히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필자는 올해의 경우, 매년 반복되는 오월광주 의례와 약간 다르다고 느낀다. 궁극적으로 어떤 이유로든 오월광주는 민주주의를 열어낸 역사적 피의 현장이다.   

이런 와중에 차기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정치인들에 대한 비교 평가서가 눈에 들어온다. 5월 22일자 한겨레신문에 게재된 성한용 칼럼의 ‘문재인, 안철수, 박원순의 앞길’과 5월 25일자 시사저널의 ‘문재인·박원순·안철수 최종목표에서 만날 것'이라는 제목의 문성근 前민주당 최고위원의 인터뷰 내용이다.  

성한용은 칼럼에서는 대통령 후보로서 이들 정치인의 장, 단점 등 정치력을 분석하고 있다. 문성근은 민주당내 지도부 계파 청산 등 통합정치를 피력하고 있다. 두 칼럼의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향후 야당 정치는 이들 세 정치인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는 정치적 맥락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것은 제도권 중심의 특정 정치집단과 정치인에 대한 입장일 뿐이다. 특정 지역에 기반한 정치가 시대적 유물로 전락했지만, 현실 정치는 지역을 배경으로 할 수 밖에 없다. 과거 영호남이 한국 정치의 중심이었다면, 이제 서울과 경기가 한국 정치의 중심이 되었다. 지난 30여 년간 영호남이 특정 정치인과 민주화 등 정치적 스펙트럼을 가졌다면, 2003년 이후 수도권 정치는 주택과 주식 그리고 교육이 주요 정치적 쟁점이다.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1997년 김대중 대통령 당선이후 광주를 비롯한 호남인들의 정치적 태도가 크게 변했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김대중 등 유력 정치인의 대통령 당선에 총력전을 펼쳤으나 이후 대선에서는 전략적 선택 등 수동적 태도를 견지했다. 그것은 밖의 시선에서 비롯되는 정치적 부담을 떨쳐내고자 하는 노력과 더 이상 한국 정치의 중심에 설 수 없는 인구학적 현실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20대의 혈기는 50대의 노련함으로 대체되었다.  

그러나 33살의 오월광주는 여전히 역사적 사명감을 갖고 있다. 50대의 노련함으로 새로운 한국정치의 불씨를 키워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호남인물 만들기 프로젝트 등 매우 오만하고, 피폐한 주장을 반복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오월광주는 여야 정치인들을 자주 불러들이고, 떼밀면서 새로운 정치적 가치를 함께 창출해야 한다. 나아가 오월광주는 밖으로 나가야 한다. 이미 동남아 등지에서 오월광주는 정치적 모델이 되고 있다.   

거기에 오월광주의 생명력이 큰 역할을 하리라고 본다. 오월광주는 대아적 태도의 원형이다. 어린 아이는 먹을 것 등 자신의 직접적 이해관계에 집착하는 소아(小我)적 태도를 보이지만, 성인이 되어 성숙해질수록 타인과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대아(大我)적 자세로 변화한다. 주택과 주식, 그리고 명문학교에 매몰된 수도권 정치에서는 결코 기댈 수 없는 영역이다.   

그런 맥락에서 호남은 오월광주의 넓은 가슴으로 문재인·박원순·안철수 등 유력 대선 후보군을 품어야 한다. 그것이 지금의 흐름이고, 향후 나아가야할 과제이다. 여야 정치인들이 무의식적으로 인정하는 대목이다. 오월광주에서 솟구치는 다양한 사유의 진동은 특정 정치인에 대한 지지를 넘어 한국 정치를 한 차원 발전시키는 과정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정치적 가치를 창출하는 ‘파토스’이다. 로고스에 사로잡힌 수도권 정치인들에게 오월광주의 파토스는 영원한 미스터리로 남을 것이다. 

사진출처-광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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