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로에 접어들자, 양 옆으로 수많은 목본, 초본들이 늘어서 있다. 신갈나무, 당단풍나무, 박달나무, 마가목 등의 여린 새 잎이 햇빛을 받아 반짝반짝 윤이 났고 군데군데 진달래까지 주변을 수놓고 있어 더욱 아름답다. 싱그러운 신록의 계절임을 실감케 한다. 이뿐이랴? 나무 아래로는 수많은 야생화들이 특유의 소박한 자태로 우리 일행을 반겨준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나도옥잠화, 졸방제비꽃, 피나물, 연령초, 얼레지, 홀아비바람꽃, 피나물…. 꽃을 피운 것만 해도 족히 20종이 넘는다. 토질과 기후가 좋은지 다른 곳에서 보던 들꽃보다 더 크고 색이 진하다. 수천만평이 넘는 초대형 산상화원(山上花園)이다. 계곡을 따라 하산하는 길 역시 동의나물, 는쟁이냉이 등 습기를 좋아하는 식물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다양한 생명들을 보듬어안고 있는 참으로 건강한 숲이다.
국립수목원 오승환 박사(임업연구관)는 "방태산은 우리 식생(植生) 고유의 생명들이 넘쳐나고 있는 곳"이라며 "보존가치가 매우 크다"고 평가했다.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이 대폭 확대 지정되는 방태산. /신현종 기자
강원도 인제군 기린·상남면 일대 방태산의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이 대폭 늘어난다. 산림청은 지난 4월 말 현재 850ha에서 8582ha로 확대지정을 공고했다. 이어 오는 6월 초 지정고시 등 절차를 마무리지을 계획이다. 희귀 동식물이 많아 체계적 보호 관리방안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방태산은 해발 1300m가 넘는 고산준봉을 여럿 거느리고 있으며 아침가리골, 적가리골, 약수골 등의 깊은 계곡들은 사계절 마르지 않는 풍부한 수량을 자랑한다. 산 북쪽의 방태천, 남쪽의 내린천 등 빼어난 주변 경관도 유명하다.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은 보전과 이용이라는 이율배반적인 두가지 목표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제도입니다. 실제로 환경론자와 탐방객 및 인근 주민 모두를 만족시키고 있죠."
일반적으로 보전을 위해 특정 지역으로 지정하면 통제가 따르기 마련. 그러나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은 주민이나 이용객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활용 측면을 적극 고려하는 것이 특징이다. 산림청은 내년부터 3년 동안 방태산 북쪽 기린면 방동리 100ha에 50억원을 들여 '치유의 숲'을 조성할 계획이다. 산림청은 이 사업을 통해 산림을 보전하고, 국민건강 증진을 꾀하면서, 주민 소득증대에 기여한다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치유센터, 생태탐방로, 풍욕시설, 쉼터, 숲속교실, 치유정원 등을 조성하고 이후 다양한 치유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숙박시설은 따로 짓지 않고 인근 마을의 주택이나 펜션을 활용토록 할 계획이다.
최병암 산림환경보호과장은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지정을 통해 환경 보전 및 생태계 회복, 지속가능한 이용, 주민의 협력 등 세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다 잡을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