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환경단체의 젊은 간사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했다. '민주화 이후' 시대에서의 시민사회운동 내부에서의 '차이의 연대'에 대해서 주로
이야기를 했다.
돌이켜 보면 내 스스로도 80년대에는 '통일성의 연대'를 많이 연상했다.
'정치사상적 통일성'이라는 이름으로 어떤 의미에서는 '철의 규율에 기초한 통일성' 같은 것을 연상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다양한
저항주체들 간의 차이를 전제로 하고 그러면서도 새로운 공통성에 기초한--지배블록에 대항하는--연대의 필요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런 점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사실 돌이겨 보면, 반독재 민주화운동도 우리가 획일적인 통일성의 운동처럼 생각하지만, 다양한 '배제된 자들의 연대'였다. 단지 이전에는 그
차이들이 궁극적으로 극복되어야 할 '불철저한' 것으로 상정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새로운 차이의 존중을,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는 새로운 공통성의 연대를 생각해야 한다. 이런 논의들이 최근에는 '적녹보
동맹'이라는 식으로 표현된다. 노동운동-환경운동-여성운동, 사회주의-생태주의-여성주의의 차이의 동맹을 새롭게 표현하는 것이다.
나는 이를 '민주주의 좌파들의 연대'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87년에도 독재적 지배블록에 대응하는 '반독재 민주주의 블록'이 있었다.
민주주의 블록 내에는 민주주의 우파와 좌파가 있었다. 민주주의 좌파에는 NL, PD, 레닌주의...등으로 표현되는 그룹들이 있었다.
신자유주의지구화를 배경으로 하는 '포스트민주화' 시대가 된 지금, 민주주의블록 내에도 역서 민주주의 우파와 민주주의 좌파가 존재한다. 단지
이전과 달리, 환경운동의 성장에 따라 환경생태주의세력도 존재하고, 급진여성주의세력도 존재하고 자율주의자, 사민주의자 등등도 존재한다.
민주주의 좌파의 내적 구성이 다양해진 셈이다. 이제 이 민주주의 좌파'들' 간의 새로운 연대가 필요하다. 오늘날 '자본의 지배영역이
확장되면서' 그에 대응하는 다양한 사회적 저항주체들이 출현하고 있다. 이는 '분절화'와 '분열'이 아니라, '저항의 풍부화'의 과정이 된다.
우리는 바로 이러한 새로운 풍부한 저항주체들의 차이의 연대를 고민해야 한다고 특강했다.
특강이 끝나고, 환경단체 간사들이 느끼는 최근 상황과 각 단체의 상황을 공유하는 자리가 있었다. 나도 요즘 환경단체의 고민을 들으려고 계속
앉아--이번에는 청중으로--있었다. 환경운동이 그동안 환경정책을 중심으로 하는 운동으로 전개되었다고 하면, 지금은 다양한 생활운동으로 확산되고
있고 상당한 성과를 거두는 경우도 있다. 자본의 전지구적인 신자유주의적 물결이 파괴적으로 대중들에게 밀려오는 현실에 어떻게 응전할 것인가.
새롭게 시도되는 지역사업, 주민환경사업 등의 정체성을 어떻게 설정할 것이며, 향후 환경운동의 의제들을 어떻게 재구성해내야 할 것인가하는 등의
많은 고민들이 있었다. 나는 젊은 간사들의 고민과 함께 그들의 진지한 헌신의 자세를 다시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