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협동조합 교육과 홍보 일을 해 온 저자는 협동조합의 불씨를 지핀 1844년 영국의 로치데일조합과 세계 협동조합운동의 선구자로 일컫는 독일의 라이파이젠, 일본 에도시대 말기 상호부조의 이념으로 어려운 농촌을 살리고자 했던 니노미야 손토쿠와 오하라 유가쿠 등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협동조합의 역사를 짚어 나간다. 일본의 크고 작은 협동조합들이 ‘서로 돕는 호혜’의 이상을 어떻게 실천해 왔는지, 어떤 어려움을 겪으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지 지은이가 직접 가보고 협동조합 사람들을 인터뷰한 이야기들을 담았다. 협동의 이념을 다양한 분야의 협동조합으로 펼치고, 환경운동을 비롯한 사회운동으로 담아내는 협동조합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발간사 _정병호
추천의 글 _홍순명
한국의 독자들에게
들어가며 _협동조합의 ‘무지개’
1장 빈곤과 악습에서 해방
로치데일조합-협동조합을 세계로 전파하다
라이파이젠-가난한 농민을 위한 농업협동조합을
발간사 _정병호
추천의 글 _홍순명
한국의 독자들에게
들어가며 _협동조합의 ‘무지개’
1장 빈곤과 악습에서 해방
로치데일조합-협동조합을 세계로 전파하다
라이파이젠-가난한 농민을 위한 농업협동조합을 만들다
오하라 유가쿠-너무 일렀던 텐보 시대의 농업협동조합
니노미야 손토쿠-일본의 협동조합 사상과 조직의 원점
아구이 쇼시치-민중 편에서 ‘보덕’ 조직을 만들다
로버트 오웬-실업가에서 공상적 사회주의자로
샤를 푸리에-이상사회를 꿈꾼 선구자
2장 공존동영의 깃발 아래
죠슈미나미산샤-농민이 만든 최초의 생산판매협동조합
‘공존동영’-산업조합의 중심표어
‘반(反)·반산업조합운동’-조합의 원점을 확인하고 조직을 강화
나카노종합병원-가가와 도요히코가 밝힌 의료협동조합의 불꽃
3장 비바람을 이겨내고
메이지시대의 소비조합운동-이상을 좇아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다이쇼 데모크라시 1기-신흥 시민과 노동조합계 소비조합
소비조합의 암흑시대-강화되는 전쟁과 탄압 속에서
유키지루시유업-‘건토건민’으로 홋카이도 낙농을 만들어가다
4장 협동의 이념을 관철하다
와카츠키 토시카즈와 사쿠종합병원-의료를 지역주민과 함께
여성운동가 마루오카 히데코-상대방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짐차의 노래] 야마시로 토모에-여성의 자립과 평화를 이야기하다
전쟁 뒤 생협의 재건-평화와 문화생활을 찾아서
5장 서로 돕는 사회 만들기
유기농업, 건강농업으로 이상향을 만들다-키스키의 사토 타다키치
코프고베 지진 지원 활동과 부흥-‘재해지에 생협 있다!’
다중채무자 구제를 위한 고리 만들기-전 시즈오카현 노동금고의 카츠마타 나가미
한국의 농협-‘신토불이’와 ‘농촌사랑운동’
6장 환경운동에 앞장서다
홋카이도수협의 어머니들-산에서 ‘물고기를 기르는 나무심기운동’
시가현환경생협-유채꽃으로 먹을거리와 에너지운동을
이루마노농협-에도시대부터 있었던 ‘산토메 신전’을 다음 세대에게
후쿠오카시농협-‘농업과 환경’으로 지역과 밀착
하다노시산림조합-마을산 보전으로 지구온난화 방지
팔시스템생협-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사회 만들기
원자력발전소에 흔들리는 이와이시마-자연이 키운 먹을거리를 전국으로
나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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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 자연자원과 도시의 기술과 아이디어가 만났다!
『아이디어 하나가 지역경제를 살린다』는 일본에서 지속가능한 사회 만들기 실현을 지향하는 환경솔루션 기업, 아미타 홀딩스의 컨설팅부문으로 설립된 아미타지속가능경제연구소가 일본 전역 50개 이상의 지역재생사업의 노하우를 정리하고 체계화한 것이다. 미래의 새로운 사업 가능성을 제시하는 이 책은, 지방과 도시를 연결해 새로운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방법과 실마리를 단계별로 소개한다.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실천한다’는 이름으로 지방과 도시에 있는 것과 없는 것, 지방과 도시가 안고 있는 과제를 연결해 새로운 커뮤니티 비즈니스 계획을 구상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준다.
목차
책을펴내며 | 아이디어의 씨앗이 비즈니스로 연결된다
1단계 비즈니스를 생각하기 전에 알아두자: 지방과 도시의 현실
환경의식의 고양이 지방에 대한 동경을 낳다 |물질적 풍요로움에서 마음의 풍요로움으로 | 지금이야말로 ‘커뮤니티비즈니스’를 시작할 때다 | 농업은 멋지다 | 지방을 대하는 3단계의식수준 | 섣부른 참여는 실패로 이어진다 | ‘커뮤니티 비즈니스=농업’이라는오해 | 중간지역과 도시근교는 위기의식이 약하다 | 한계마을에도 비즈니스 기회는 있다 | 지방이 활기를 띠면 도시에도 활기가 넘친다 |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을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1단계 정리
2단계 지방에서 시행할 비즈니스를 생각한다: 지금 가지고 있는 기술과 지식이 유용하게 쓰인다
지방은 미개척 자원의 보고 | 지역의 과제와 요구를 발견한다 | ‘외지인의 관점’에서 샘솟는 커뮤니티 비즈니스 | 성공의 열쇠는 ‘지역에 공헌하는 비즈니스’ | 1차 산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 농림어업의 테두리를 넘어서는 커뮤니티 비즈니스 | 지역활성화가 진전되지 않는 세 가지 이유 | 도시에서 쌓은 기술이 지역에서 쓰인다
-2단계 정리
3단계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실천한다: 지방과 도시의 결합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한다
지식과 기술이 지역과 만나 새로운 비즈니스로 이어진다 | 커뮤니티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방정식 | 아이디어를 내는 5단계 | 기존의 지식, 기 술, 능력을 살린 사업계획 | 아이디어를 실제 비즈니스로 만들기까지
01 | (지방)지방의 쇠퇴x(도시)사회공헌 지향
커뮤니티 비즈니스로 지역을 활기차게 한다
● 생생작물 재배게임-SNS를 활용하여 지방의 채소를 키운다
● 지역상점가활성화기금-협력자를 모아 동기를 유발한다
● 향토 캐릭터·지역 캐릭터-지역을 상징하는 캐릭터로 지역브랜드를 확립한다
02| (지방)아동감소×(도시)보육원 부족
아이가 없는 지방마을, 보육원이 부족한 도시
● 여름(겨울) 모험학교-자연과 함께하는 공동생활로 생활력과 지혜를 익힌다
● 마을숲 보육원-자연을 무대로 삼아 대기아동 문제를 해결한다
● 시골 진학학원-수험정보가 부족한 지방에 교육 인프라를 정비한다
03| (지방)방치된 시설x(도시)일상탈출 욕구
폐시설 재생에 고민인 지방, 치유의 공간을 찾는 도시
● 폐선·폐광관광-호텔, 카페, 아틀리에로 용도를 확장한다
● 시골 만화카페-지방의 개성을 담아 공간을 연출한다
● 오래된 민가 재생주택-리모델링으로 거듭나는 주거공간
04| (지방)폐기물x(도시)명품 소비
지역자원을 도시의 브랜드 지향과 연결한다
● 야생동물 브랜드-야생동물 가죽으로 만드는 독자적인 가죽제품
● 간벌재 활용제품-비용 대비 효과가 높은 제품으로 승부한다
● 에코패션 브랜드-할머니의 손바느질로 패션을 개척한다
05| (지방)로컬푸드x(도시)안전한 먹을거리
도시의 요구에 맞춰 지역 브랜드로 재탄생하는 지역의 먹을거리
● 지방판 패스트푸드-지역의 식재료와 향토요리로 만드는 패스트푸드
● 아웃렛 채소·생선-인터넷으로 판매하는 흠 있는 채소와 생선
● 줄 서는 직매소-최고의 서비스로 승부한다
06| (지방)광대한 토지와 자연x(도시)관광산업
관광자원이 부족한 지방에 도시의 이벤트를 끌어들인다
● 다랑이논 민박-전원의 풍경을 무대로 자연과 하나가 되는 숙박시설
● 전원 롤플레잉게임-농산어촌을 무대로 벌이는 생생한 체험게임
● 논밭 라이브-지방의 소리를 살려 라이브 무대를 연출한다
● 에코웨딩-자연 속에서 시작하는 제2의 인생
07| (지방)배우자를 구하는 남자×(도시)결혼을 준비하는 여자
농산어촌 매력남, 도시 여성을만나다
● 농산어촌 결혼정보회사-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지방과 도시의 구혼활동 이야기
● 1차 산업 체험 맞선-공동작업으로 인연 만들기
● 제자수련 구혼활동-전통기술을 배우면서 배우자 찾기
지방과 도시를 결합하는 비즈니스▶아이디어 갈고 닦기
아이디어 사례
실례로 배우는 커뮤니티 비즈니스▶교토부 교탄고시
4단계 아이디어를 현실화한다: 커뮤니티 비즈니스 실현을 위한 5가지 요점
요점1 지역의 정보를 모은다 |요점2 지방의 흐름을 안다 |요점3 지방과 도시가 윈윈할 수 있는 틀을짠다 |요점4 커뮤니티 비즈니스의 비전을 명확히 한다 |요점5 지방과 도시를 연결하는 협력자를 찾는다
-4단계 정리
5단계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돕는다: 지역과 사람을 연결하는 조직의 존재
농산어촌 진흥, 지역활성화에 힘 쏟는 행정기관 |행정기관이 나서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지역과 사람의 가교역할을 하는 ‘코디네이터’ | 좋은 코디네이터의 세 가지 조건 |코디네이터는 지역활성화의 촉매 | 코디네이터는 어떻게 지원해주나 | 도시의 인재와 지역을 연결하는 ‘전원에서 일하는 부대’
-사례1 시마네현 가와모토정―인터넷 고서점의 작업 효율성을 높이다
-사례2 돗토리현 지즈정―전통 임업지 부활을 위한 새로운 도전
-사례3 와카야마현 아리타군―밀감 유통판매시스템을 홍보하다
-사례4 오카야마현 니시아와쿠라촌―100년 산림구상으로 마을의 산림을 재생한다
-사례5 총무성의 ‘지역진흥 협력대’―오래 머물며 지역활성화에 노력한다
가까운 미래에 태어날 차세대 코디네이터
‘일본 마을 힘 향상 프로젝트’의 탄생
마치면서 | 여러분도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시작하세요
종이책
(직원과 CEO가 함께 행복하고 함께 성공하는)
14,가슴뛰는 회사
- 책소개
-
직원과 회사와 지역이 신바람나게 어우러지는 작은 건축 회사 '사우스 마운틴'
이 책은 미국 북동부의 작은 섬 마서즈 비니어드에 있는 '사우스 마운틴'이란 작은 건축 회사의 전기이다. 일반 회사처럼 손익분기점을 숫자로만 평가하지 않는다. 이윤은 물론이고 직원들의 마음은 기쁜지, 고객과 거래처의 기대는 맞춰지고 있는지, 일은 건강하고 공정하게 진행되는지 등을 손익분기점 계산의 주요 기준으로 삼는다.
이윤과 가치를 동시에 지키는 회사, CEO와 직원이 함께 성공하고 함께 행복해진 회사이다. 직원을 뽑을 때는 5년 뒤 오너가 될 만한 사람을 뽑는다. 고객과의 계약서는 3쪽이면 충분하고, 새 집을 지으면 '건물 사용서'를 준다. 특히 자신들의 일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는지도 중요시 여긴다.
성장의 질과 깊이를 함께 고민하는 회사로, 버려진 나무와 비틀리고 옹이진 나무도 멋진 자재로 쓸 줄 알고, 기증받은 집으로 누구나 살고 싶은 서민 주택을 짓는, 지역의 미래에 대해 지역사람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는 회사이다. 본문은 이들의 감동적인 성장 스토리를 자세히 설명한다.
☞ 이 책의 독서 포인트!
다른 기업들과 사뭇 다른 신념을 갖고 있는 한 회사의 지극히 사소한 일상사에서부터 사회적 책임과 가치관까지 광범위하게 소개한다. 정직한 일과 협동이 어떤 것이며 삶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그리고 한 회사와 생사를 같이 하는 사람들 사이에 생기는 자발적인 책임 의식이 어떤 것인지 보여준다.
▶ 2006년에 출간되었던 『사우스 마운틴 이야기』를 제목을 달리하여 펴낸 것이다.
목차
건축 속성반│첫 번째 정식 직업│우연히 시작한 사업
희망의 목소리│모리스 에이브램스 주식회사
공동체로서의 회사│여덞 가지 기본 원칙
2. 민주적인 직장 만들기
씨앗 안에 들어 있는 열매│민주적인 직장│선례를 따르다
구조 개편│소유권이란 무엇인가│이윤 분배
종업원 주식 소유제에 대한 의문점│험난한 길│평가는 아직 이르다
3. 성장이라는 불문율에 도전하기
왜 반드시 성장인가│사우스 마운티 사와 성장│기회를 만들기
150이 법칙│프랜차이즈를 다시 본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빵집, 그레이트 하비스트│소규모
4. 다양한 가치를 실현하기
와인의 맛을 설명하다│왜 이 일을 하는가
경쟁을 지양하고 협력을 지향하다│악수하는 기업
차 마시는 시간│동료애
5. 마서즈 비니어드 섬에 전념하기
어떤 공동체인가│비니어드 섬 공동체의 의미│지역 참여
세계화를 넘어 지역화로│보충성 원리와 연방주의
말타와 매드 리버│데리 식당
6. 장인 정신을 지키기
무엇인가를 만든다는 것│총책임자 접근법│빌바오
장인 정신의 본질│설계/시공 과정│우리의 건축 전략
소박한 목표
7. 지역 주민을 보호하기
공동체를 보존하기│서민 주택의 모델, 세피에사│보조금
직원들의 집│개발│섬 공동 주거 마을│인식과 결과
사우스 마운틴 사와 섬 공동 주거 마을│제니 사업│이웃
8. 지역 기업가 정신을 실천하기
많은 역할을 맡기│그리노 하우스│주택 수요 조사
집 옮기기│노는 집 활용하기
9. 성당을 짓는 사람처럼 생각하기
미래 스케치│덤프티크│후대에 물려줄 유산으로서의 기업
안식년│유산 사업 회의│장기적인 관점│몬드라곤의 성공
10. 함께 만드는 회사
사우스 마운틴 사 프랜차이징│언제나 새로운 일
부록 1 사우스 마운틴 사의 종업원 주식 소유제 상세 설명
부록 2 의사 조정 및 합의 의사 결정
헌사
주
옮긴이의 말
15, 아나키즘, 대안의 상상력>, 콜린 워드
'추구하는 이상은 정말 좋은 것 같은데, 현실적으로는 실현 불가능한 것 같다'
<아나키즘, 대안의 상상력>은 바로 이런 부정적 평가에 대해 '그렇지 않다'는 전제에서 시작을 한다. 즉, 아나키즘에 부정적인 혹은 잘못된 이해를 가진 사람들이 보기에 '절대 부숴지지 않을 것 같은 철옹성' 혹은 '현대 사회의 사람들이 본성에 가깝게 적응을 한 제도'들에 대해서 '그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국가의 행정 시스템, 주택 공급 시스템, 공교육 시스템, 의료 시스템, 복지 시스템과 같은 현대인들이 국가에 의해서만 가능하다고 굳게 믿는 여러가지 시스템에 대한 비판과 함께 세계 곳곳의 아나키스트들이 시도했던 대안과 혹은 아나키즘과 관련이 없지만 결국엔 아나키한 성공을 이룬 많은 사람들의 사례가 이 책에는 실려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 책들에 열거된 수 많은 사례들을 보고 있자면, 확실히 국가라는 것이 절대적 요소가 아니라는 점을 새삼 확인할 수 있고, 또한 '아나키즘, 정말로 그것이 가능한가?'라는 비난 섞인 의문에 강한 확신과 함께 '예스'라고 말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렇다고 해도 <아나키즘, 대안의 상상력>이 아나키즘 현실화를 위한 완벽한 답은 못된다. 무엇보다 치명적인 문제는 저자가 열거하고 있는 아나키한 실천들이 너무나 오래된 과거라는 것이다. 실제 책이 쓰여진 시기와 비슷한 70~80년대의 사례들, 그것도 유럽을 중심으로 가능했던 이야기를 쭉 잃다보면, (무엇보다) 한국에서 과연 이것이 가능할까, 라는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리고 저자가 서문에서 밝힌 '아나키즘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인들도 쉽게 아나키한 삶을 이해할 수 있게...'라는 소망과는 달리 (유럽에서 쓰여진 이런 내용의 서문을 볼 때 마다 항상 의아해진다. 도대체 유럽 일반인들의 지적 수준은 얼마나 높은 것인가! 하고 말이다.) <아나키즘, 대안의 상상력>은 유럽의 현대 역사나 아나키즘 이론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야 이해가 훨씬 수월하다. 확실히 여러가지 사례들 자체만 이해하자면 그런 배경 지식이 필요 없지만, 그 사례를 둘러싼 맥락과 핵심을 이해하려면 전술한 기본 바탕이 꼭 필요해 보였다.
결국 <아나키즘, 대안의 상상력>은 한국에서 잘못 읽힐 경우 '유럽에만 해당되는 이야기', '이미 지나간 실천들' , '아나키즘 자체도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라는 오해를 만들어 낼 수 있을 듯 싶다. 더군다나 아나키즘만큼 수 많은 편견을 떠안는 사상도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암울한 기분 마저 밀려 온다.
따라서 아나키즘에 친근한 호의를 가졌거나, 약간이라도 사전 지식이 있는 사람들 혹은 최소한 아나키즘을 '무정부주의'와 '무질서'로만 이해하는 편견을 버릴 수 있는 사람이라면, <아나키즘, 대안의 상상력>을 통해 '아나키한 실천의 현실성'에 대한 희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콜린 워드 지음 | 김정아 옮김 출판사 돌베개
※사회적경제 학습도서를 추천합니다.
- 사회적경제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활성화되면서
사회적경제를 학습하고자 하는 현장 활동가들의 요구가
있어서 관련된 도서를 추천합니다. 학습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1. 사디리걷어차기, 장하준, 부키
2. 우애의 경제학, 가가돠 도요히코, 그물코
3. 살림살이 경제학을 위하여, 홍기빈, 지식의 날개
4. 전세계적 가본주의인가 지역적 계획경제인가, 칼폴라니, 홍기빈 역, 책세상
5. 자본주의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로버트하일브로너, 미지북스
6. 공동체경제를 위하여, 이가옥, 녹색평론사
7. 살림의 경제학, 강수돌, 인물과사상사
8. 이제는 사회적경제다, 정관영, 공동체
9. 사회적기업 창업교과서, 야마모토 시게루, 생각비행
10. 사회적기업이란 무엇인가, 김정원, 아르케
11. 협동조합 참 좋다, 김현대, 푸른지식
12. 꺼지지 않는 협동조합의 불꽃, 와카츠키 타게유키, 그물코
13. 아이디어 하나가 지역경제를 살린, 아미타지속가능경제연구소, 생각비행
14. 아나키즘 그 대안의 상상력, 콜린워드, 돌베개
15. 가슴뛰는 회사, 존 에이브램스, 샨티
1, 사다리 걷어차기
이 책을 통하여 저자는 후진국에 대한 위선적인 선진국의 실태를 예리하게 꼬집고 있으며, 동시에 상식적 통념으로 받아들여지던 수많은 경제학적 관념들-세계화와 신자유주의가 실제로 경제 성장을 이루어 낼 수 있는지, 재산권 보호가 경제 발전에 있어서 과연 대전제에 해당하는지, 적극적 산업 진흥책이 경제 발전에 진정 마이너스 요인인가 등의 문제들에 예리하게 매스를 들이대는 문제 의식을 불러일으킨다. 저자는 선진국들이 오늘날의 부를 쌓을 수 있었던 과정과 그 위선적 실태를 밝히며 세계화, 신자유주의에 대한 맹목적 찬사가 얼마나 위험한 발상인지를 드러내고 새로운 세계 경제 질서 모색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2003년 뮈르달 상 수상작.
저자소개
저자 장하준
목차
한국어판 서문 8
영어판 서문 15
| 서장 | 선진국들은 실제로 어떻게 부유하게 되었는가? 19
1. 사라진 경제 발전의 역사 22
2. 이 책의 구성과 내용에 관하여 31
3. 이 책의 독자들께 드리는 경고 35
제1부 경제 정책과 경제 발전 - 역사적 관점에서의 ITT 정책 37
| 01 | 개발도상국 시절 선진국들의 따라잡기 전략 47
1. 영국의 선진국 따라잡기 전략 48
2. 미국의 선진국 따라잡기 전략 56
3. 독일의 선진국 따라잡기 전략 69
4. 프랑스의 선진국 따라잡기 전략 74
5. 스웨덴의 선진국 따라잡기 전략 79
6. 그 밖의 소규모 유럽 국가들의 선진국 따라잡기 전략 84
벨기에의 선진국 따라잡기 전략 84·네덜란드의 선진국 따라잡기 전략 85·스위스의 선진국 따라잡기 전략 89
7. 일본과 동아시아NICs의 선진국 따라잡기 전략 91
| 02 | 선진국의 앞서가기 전략과 신흥 산업국가들의 대응 101
1. 식민지 국가들에 대한 앞서가기 전략 101
2. 반半독립 국가들에 대한 앞서가기 전략 104
3. 경쟁 국가들에 대한 앞서가기 전략 106
| 03 | 경제 개발 정책에 대한 몇 가지 통념과 실제 115
1. 초창기 경제 개발 정책에 대한 역사적 통념과 사실들 116
따라잡기에는 유치산업 보호와 적극적 ITT 정책이 사용되었다 116·영국은 자유 무역과 자유방임 경제 국가였는가? 118·'근대 보호주의의 아버지'이자 철옹성, 미국 119·통제 경제 체제의 대표 주자, 프랑스에 관한 진실 120·독일은 과연 유치산업 보호의 발상지였나? 121·스웨덴은 개방형 경제의 대표 주자로 꼽힐 수 있는가? 122·외부 제약으로 제한 당한 근대 일본 정부의 적극주의 123·도둑에서 파수꾼으로 - 경제 발전에 따른 정책의 변화 124
2. 관세만으로는 안 된다 - 유치산업 보호의 다양한 모델 125
3. 현 개발도상국의 경제 정책은 과연 바람직하지 못한가? 127
제2부 제도와 경제 발전 - 역사적 관점에서의 바람직한 관리 체제 133
| 01 | 선진국에 있어서의 제도 발전의 역사 139
1. 민주주의 발전의 역사 139
2. 관료 제도와 사법권의 역사 148
관료 제도의 역사 148·사법권의 역사 153
3. 재산권 보호 제도의 역사 155
재산권과 경제 발전에 대한 몇 가지 오해들 156·지적 재산권 제도의 역사 158
4. 기업 지배구조 제도의 역사 162
유한 책임 제도의 역사 162·파산법의 역사 165·회계, 재무 보고, 공시 제도의 역사 168·경쟁법의 역사 171
5. 금융 제도의 역사 174
은행과 은행 규제의 역사 174·중앙은행의 역사 177·증권 규제의 역사 181·공공 재정 제도의 역사 185
6. 사회복지 제도와 노동 제도의 역사 189
사회복지 제도의 역사 189·아동 근로 제도의 역사 192·성인 근로 제도의 역사 199
| 02 | 개발도상국들의 제도 발전의 역사 205
1. 선진국의 제도 발전 과정 개요 206
초창기 산업화 시기의 제도 발전의 역사 206·산업화가 본격화된 시기의 제도 발전의 역사 208·1913년 이후의 제도 발전의 역사 210
2. 제도 발전, 그 멀고도 험한 여정 213
3. 현 개발도상국의 제도는 과연 바람직하지 못한가? 218
제3부 선진국의 경제 발전사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225
| 01 | 경제 발전을 위한 정책의 재인식 229
| 02 | 경제 발전을 위한 제도의 재인식 237
| 03 | 제기 가능한 반론들에 대하여 247
| 04 |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과연 무엇을 해야 하는가? 255
2, 이야기_우애의 경제학
新 새마을 운동? 가보지 않은 길이 있다!
[장석준의 '적록 서재'] 가가와 도요히코의 <우애의 경제학>
협동조합 기본법이 통과되고 나서 협동조합이 뜨거운 화제다. 한편에서는 마치 새마을 운동을 연상시키는, 몇 년 뒤까지 협동조합 몇 천 개를 만들겠다는 계획들이 무성한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그거 보라며 협동조합은 역시 대안이 아니라는 때 이른 최종 진단이 작성된다.
대한민국은 확실히 가상 현대성(virtual modernity)으로 넘쳐나는 나라다. 다른 나라 현대사의 여러 기획들을 실제 이 땅에 뿌리내리지는 못하면서 머릿속으로는 열 번도 더 세웠다 허물었다 반복하고 말만 무성하다. 제대로 돌아가는 협동조합을 겪어본 기억도 별로 없는데, 다들 협동조합 논의는 벌써 지루하고 피곤하다는 분위기다.
그새 협동조합에 대한 책들도 제법 나왔다. 볼만한 개론서 하나 변변치 않았던 상황은 이제 옛말이 되었다. 그런 중에 나는 이미 나온 지 몇 년 된, 하지만 그에 값하는 주목을 받지는 못한 책 한 권을 손에 들었다. 협동조합으로 기독교 정신을 실천하고 사회주의를 실현하자는 책, 가가와 도요히코의 <우애의 경제학>(홍순명 옮김, 그물코 펴냄, 2009)이다.
가가와 도요히코 ― 잘 알려진 이름은 아니다. 하지만 80년대에 사춘기를 보낸 독자라면 혹 어렴풋이 기억이 날지도 모르겠다. 이 무렵 책깨나 읽는다는 청소년들에게는 깨어 있는 청춘의 징표나 되는 양 꼭 읽어야 하는 소설이 몇 권 있었다. 외국 작품으로 그 대표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었다면, 우리 소설로는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을 꼽을 수 있었다. 바로 이 <사람의 아들>에 가가와 도요히코라는 이름이 나온다.
주인공 민요섭이 기독교 신앙과 사회 불의 사이에 고민하다가 빠져들게 된 사상가로 가가와 도요히코가 언급된다. 그의 회고록 <사선을 넘어서>도 이야기된다. 나 역시 10대 때 이 소설을 열병 앓듯이 읽고 나서는, 이문열이라는 작가를 미련 없이 잊은 것처럼 이 이름 역시 잊어버렸다. 하지만 그 이름은 우리말로 번역된 저서를 통해 '협동조합 국가'라는 낯선 비전을 들고 내 앞에 다시 나타났다.
김교신과 이재유를 합쳐놓은 것 같은 인물, 가가와 도요히코
<우애의 경제학> 국역본에는 김재일 목사가 쓴 '가가와 도요히코에 대하여'라는 친절한 해설이 붙어 있다. 이 해설을 보면, 회고록 <사선을 넘어서>뿐만 아니라 가가와 도요히코의 생애와 사상을 소개하는 <시대를 초월한 사상가 : 가가와 도요히코>라는 책도 우리말로 나와 있다고 한다. 한데 왠지 서점에서는 이런 책들을 찾아볼 수 없다.
다만 2차 대전 이전 일본 좌파 정당 운동사를 다룬 조지 O. 타튼의 <일본의 사회민주주의 운동>(정광하 외 옮김, 한울 펴냄)에는 그가 주요 인물 중 하나로 등장한다. 가가와 도요히코라는 인물을 알려면, 일단은 <우애의 경제학>의 해설과 타튼의 이 책을 참고하는 수밖에 없겠다.
가가와 도요히코(賀川豊彦)는 1888년 일본 고베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 선교사를 통해 기독교에 입문해 대학도 메이지학원 신학예과에 들어갔다. 한국과 달리 기독교가 그렇게 열렬한 환영을 받지 못한 일본 사회에서 가가와는 이것만으로도 일단 뭔가 주류 다수와는 다른 길을 선택한 셈이었다.
하지만 이것으로 다가 아니었다. 평범한 목사가 될 수도 있었던 그는 20대 초반 한창 나이에 심각한 폐질환으로 투병 생활을 해야 했다. 이 체험을 통해 그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질병과 죽음의 위협으로 고통 받는 고베의 가난한 이들을 다시 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기독교 신앙이 이러한 민중의 고된 삶을 바꾸려는 노력과 동떨어져서 존립할 수 없다는 자각에 이르렀다.
미국 유학 중에 마주친 치열한 노동조합 투쟁은 민중의 삶의 개선이 어떻게 가능할지에 대해 실마리를 던져주었다. 일본에 돌아오자마자 가가와는 전도 사업이 아니라 사회 운동에 뛰어들었다. 노동자 자주관리 공장을 실험하고, 공제조합을 만들고, 노동조합의 파업 투쟁을 이끌었다. 감옥도 밥 먹듯 드나들었다. 일본 간사이 지역의 초기 노동 운동사는 그의 이름을 빼놓고는 정리할 수 없을 정도다.
마침 다이쇼 데모크라시 시대가 열리고 있었다. 러시아 10월 혁명 등의 영향으로 일본에도 민주주의, 사회주의, 아나키즘의 격랑이 일었다. 한데 이런 상황이 이미 1910년대 후반부터 노동 운동을 일궈오던 가가와 도요히코에게는 심각한 도전으로 다가왔다. 기독교 신앙에 뿌리내리고 전개되던 그의 실천은 무신론적 좌파 조류와 충돌을 빚었다. 그 때문에 그는 노동 운동 판을 떠나 농민 운동과 소비 협동조합 운동을 새로 개척하기 시작했다.
또 하나 그가 앞장선 것은 보통선거권 쟁취 운동이었다. 당시 일본에서는 아직 노동자와 여성에게 참정권이 없었다. 가가와는 노동 운동, 농민 운동 세력이 보통선거권 쟁취에 앞장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합법 좌파 정당을 창당하고 육성하는 데도 적극 뛰어들었다.
이런 그의 활동은 일본을 넘어 미국, 유럽에 널리 알려졌다. 비록 독일 등에 이미 기독교 사회주의 흐름이 존재하기는 했지만, 기독교 세계와 좌파 진영 사이의 골은 여전히 깊었다. 아직 세상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나 해방신학 등장 이전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가가와 도요히코의 성취는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우애의 경제학>도 그가 1936년에 미국 로체스터신학교의 초청으로 방미해서 강연한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
그러나 일본 사회의 대접은 달랐다. 고향에서 예언자는 탄압의 대상이었다. 특히 가가와가 전국반전동맹을 결성해 반전, 반군국주의 투쟁의 전면에 나서자 더욱 그러했다. 그의 이름은 매국노의 대명사로 입에 오르내렸고, 다시 구치소 신세를 져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패전 이후에도 가가와 도요히코의 왕성한 사회 운동은 1960년 사망할 때까지 결코 끝날 줄 몰랐다. 공산당 이외의 좌파 세력을 총결집하는 데 앞장서서 사회당 창당에 한 몫 하는가 하면, 일본에서 반핵 평화 운동이 시작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상이 가가와 도요히코의 생애에 대한 간략한 소개다. 한 마디로 기독교 신앙에 바탕을 두고 일본 현대사의 주류에 맞서 투쟁한 한 평생이라 할 수 있다. 비슷한 시기 우리의 위대한 인물들에 견주어 말한다면, 김교신과 이재유를 합쳐놓은 것과 같은 인물이었다고나 할까.
기독교 사회주의 그리고 협동조합 사회주의
<우애의 경제학>은 짧은 책이다. 문고본 크기에 200쪽이 안 된다. 하지만 대담한 책이다. 이 책에서 가가와 도요히코는 강연 당시인 1930년대 중반에 자본주의 대공황의 대안으로 주목하던 새로운 실험들, 즉 소련의 국가 사회주의, 이탈리아의 파시즘 그리고 미국의 뉴딜을 모두 비판한다. 그 대신 협동조합 국가를 대안으로 내세운다. 단순히 일국 차원이 아니라 전 세계 평화의 대안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 책 앞부분 절반은 읽어 내려가기 쉽지 않다. 좌파 성향이 강한 독자일수록 더 그럴 것이다. 전반부의 절 제목 몇 개만 소개해도 그 이유는 쉽게 짐작 가능하다. "십자가와 경제적 가치", "바울의 경제 가치 관념", "유물론적 경제관의 무력함", "종교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의 결합" 등등.
그렇다. 가가와 도요히코는 '기독교' 사회주의자다. 그의 기독교 사회주의는 기독교 전통과 마르크스주의의 요소들을 얼기설기 조합하는 식이 아니다. 철저히 기독교의 가치에서 출발해 새로운 사회의 방향을 찾으려 한다. 그래서 <우애의 경제학> 전반부는 예수와 바울의 메시지가 경제 활동에 시사하는 바를 읽어내려는 시도들 그리고 무신론적 좌파 조류에 대한 비판으로 채워져 있다. 황당한 내용이라 생각하면서 첫 몇 장에서 읽기를 그만둘 이들이 분명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름대로 곱씹어볼 대목들이 없지 않다. 가령 "인간의 정신적인 각성"(55쪽)에 대한 강조를 보자. 가가와는 당대의 유물사관에 맞서 시종일관 인간의 의식적 측면이 중요함을 역설한다. 이제까지 사회 발전 과정에서도 그랬고 앞으로 새로운 사회가 등장하면서도 그럴 거라고 주장한다.
이 대목에서는 이 당시 좌파가 지나치게 기계적이고 속류적인 유물론에 빠져 있었다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 이후 마르크스주의 전통 안에서도 죄르지 루카치나 안토니오 그람시,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사상이 주목받게 되는 것이 다 이러한 오류에 대한 반성 때문 아닌가. 사실 가가와 도요히코의 문장들 중 어떤 것은 따로 뚝 떼서 체 게바라("새로운 인간의 탄생"을 역설한 그 사람)가 한 말이라 해도 통할 수 있다.
제목에도 나와 있는 "우애" 혹은 "형제애"의 일관된 주장도 그렇다. 가가와 도요히코는 마르크스주의가 계급투쟁을 강조하는 데 맞서 새로운 사회의 중심 원리는 형제애여야 한다고 누누이 강조한다. 그러면서 이러한 형제애는 기독교 전통에서 가장 분명하고 풍요롭게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식으로 계급투쟁과 형제애를 대립시키고 후자를 일방적으로 강조하는 게 어떤 이들에는 불편하게 다가올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이 시기의 마르크스주의가 막상 새로운 사회의 윤리적 기반이어야 할 연대 의식의 발전에 대해서는 지극히 둔감했다는 것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 <우애의 경제학>이 쓰인 시기는 계급투쟁의 복무가 스탈린주의에 대한 철저한 복종으로 이해되던 시절, 강제 집단화와 대숙청의 세월이었다.
이렇게 나름의 역사적이고 비판적인 독해를 통해 <우애의 경제학> 전반부를 헤치고 나아가다 보면, 우리는 이번에는 또 다른 종류의 당혹스러움과 맞닥뜨리게 된다. 가가와 도요히코의 대안사회 구상을 본격 전개하는 후반부는 국가 사회주의의 유토피아 혹은 디스토피아에 익숙한 우리들에게는 너무도 낯선 종류의 유토피아를 제시한다. 대담한 어조로 이 책은 협동조합 사회주의의 유토피아를 꺼내놓는다.
가가와 도요히코는 이를 '협동조합 국가'라 표현한다. 그의 간명한 도식을 그대로 옮겨본다.
"생활의 모든 면에 형제애의 원리를 작용시키려면 협동조합 국가를 세워야 한다. 이것은 전국 연맹에 포섭되는 경제 관련 각종 협동조합을 토대로 구축하고 산업 의회와 사회 의회라 불리는 두 의회와 하나의 내각으로 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140쪽)
"협동조합 연맹이 목표로 하는 것은 한 나라의 산업을 착취 체제로부터 해방시켜 계획적인 경제로 이끌어가는 것이다. 그 조정기관은 다음과 같이 될 것이다. 첫째, 건강보험의 여러 조직. 둘째, 생산자 협동조합. 셋째, 판매 및 운송 협동조합. 넷째, 신용조합의 체계적 조직. 다섯째, 공제 협동조합에 속하는 여러 조직(교육, 직업, 사회복지). 여섯째, 공익 협동조합. 일곱째, 소비 협동조합. 이들 일곱 협동조합이 연맹으로 조정된다면, 산업의 여러 문제 그리고 한 나라의 국내 산업 문제 전부를 검토할 것이다." (141쪽)
여기에서 퍼뜩 떠오르는 것은 G. D. H. 콜 등의 길드 사회주의 구상과의 유사성이다. 길드 사회주의자들도 자본이나 국가가 아닌 자발적 결사체가 산업과 경제 전반을 결정해야 한다고 보았다. 또한 길드 사회주의자들 역시 좁은 의미의 정치 문제를 다루는 기존 의회에 더해 길드 대표들로 구성되어 산업 영역을 운영하는 길드 의회(가가와 식으로 말하면, 산업 의회)가 따로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다만 길드 사회주의자들은 중세의 동업조합인 '길드'의 명칭을 그대로 이어받아 생산 협동조합을 '길드'라 부르며 강조한 점이 다르다. 가가와 도요히코 역시 협동조합의 뿌리가 중세 길드에 있다고 지적한다(94쪽). 그러나 그의 경우는 '협동조합'이라는 현대적 표현을 더 선호하며, 생산 협동조합, 소비 협동조합, 신용 협동조합을 가리지 않고 다 '협동조합'으로 통칭한다.
어쨌든 가가와 도요히코의 협동조합 사회주의는 동아시아판 길드 사회주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애의 경제학>은 길드 사회주의의 결정적 저작인 G. D. H. 콜의 <Guild Socialism Restated>(1920)에 대한 동방의 화답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가가와 자신이, 일정한 비판적 시각을 전제하면서도, 이러한 영향 관계를 인정하고 있다.
"길드 국가의 이념은 완전히 잊혀졌다. 그러나 영국 소비 협동조합의 발전을 통하여 딜러, 홉슨, 콜이라는 사람들이 그것을 재발견하였다. 1913년 무렵이었다. 그러나 제1차 세계대전 뒤 길드 사회주의 운동은 영국의 사회 운동으로부터 무시되었다. 그 이유는 영국의 길드 운동이 일반적인 길드 운동보다 생산자 길드를 지나치게 강조한 데 있다.
러스킨이 그랬듯이, 유감스러운 실패가 있었다. 만일 그들이 처음부터 보험, 신용, 의료, 기타 협동조합 분야에서 활동하였다면, 길드 국가 운동은 강력한 것이 되었을 것이다. 그것은 화폐 유통의 사회화부터 시작하여, 생명보험으로 그리고 의료, 공익사업, 소비, 판매와 생산으로 확대되었을 것이다." (138쪽)
국가 사회주의 대 협동조합 사회주의?
가가와 도요히코의 협동조합 국가에서는 현실 사회주의에서 국가기구가 수행하는 게 당연시되던 기능들이 모조리 협동조합의 몫이 된다. 국영 기업이 아니라 생산자 협동조합이 주된 생산 단위가 되고, 통상 은행이 하는 일은 신용 협동조합이 처리한다. 복지기관의 역할은 보험 협동조합과 공제 협동조합이 맡는다.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영역은 여기에서는 공익 협동조합이 담당한다. 또한 모든 시민은 소비 협동조합을 통해 필요 물품을 확보한다.
소련식 경제 체제가 아닌 복지 자본주의에서도 이런 기능들 중 상당수는 국가가 맡는 게 상식이다. <우애의 경제학>이 출판될 무렵 스웨덴에서 막 싹을 틔우기 시작하던 복지 국가는 공공부문이 복지 서비스를 맡는 방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서구 노동 운동은 가가와가 바랐던 것과는 다른 발전 방향을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가가와 도요히코의 입장은 달랐다. 실업보험을 예로 들어보자. 그는 대규모 국민고용보험제도보다는 벨기에의 겐트시스템 같은 방식이 더 낫다고 보았다. 겐트시스템은 노동조합이 실업보험을 관리하는 체제다. 노동조합이 보험 협동조합의 역할을 겸하는 것이다. 가가와는 이런 시스템이 국가 관료 기구에 의존하는 방식에 비해 노동자들의 연대 의식을 보다 강화하리라 기대했다.
1930년대만 해도 자본주의 세계에서 좌파 정당이 이룬 가장 드높은 성취는 (스웨덴이 아니라) 오스트리아의 비엔나였다. 비엔나에서는 1차 대전 종전 이후부터 사회민주노동당이 시 정부를 오래 장악하면서 혁신적인 사회 정책을 펼쳤다. 그래서 '붉은 비엔나'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그런데 <우애의 경제학>은 이 성과에 대해서도 냉정한 평가를 내린다. 시 정부를 중심으로 한 실험에서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시 자체를 공익 협동조합으로 조직화하고, 시 청사 가운데 그런 부서를 설치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도시 형태건, 전국형이건 사회주의 악폐의 하나가, 산업조직의 관리가 관료주의화 되는 데 있는 것은 확실하다. 이것은 사람들에게 국유제도에 대한 관심을 잃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자본주의 악폐나 시의 부정 사건을 제거하기보다 더 큰 문제다. 도시가 하나의 길드조직으로 전환하면서 각종 산업 협동조합과 연대를 하면, 사람들이 영위하는 경제의 모든 분야를 망라하게 될 것이다." (134쪽)
혁명 러시아 역시 가가와 도요히코에게는 협동조합 국가의 필요성을 웅변해주는 사례로 보였다. 그가 주목한 것은 만년의 V. I. 레닌이 "신 경제 정책 하에서 우리가 실제로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은 러시아 주민을 충분히 대규모로 협동조합 결사체로 조직하는 것"(V. I. 레닌, '협동조합에 관하여', <농업협동화론 : 레닌과 부하린의 논의를 중심으로>(윤수종 옮김, 새길 펴냄) 183쪽)이라고 촉구했다는 사실이었다. 레닌은 "생산 수단이 사회적으로 소유되어 있고 프롤레타리아트가 부르주아지에 대해서 계급적 승리를 거둔 상태에서는 문명화된 협동조합원들의 체계가 곧 사회주의 체계"(같은 책, 187~188쪽)라고까지 단언했다.
레닌은 전에는 협동조합 운동에 대해 그렇게 우호적이지 않았다(김창진, <사회주의와 협동조합 운동 : 혁명 전후 러시아의 국가와 협동조합 1905~1930>(한울 펴냄)). 그랬던 그가 죽음을 앞두고 입장을 선회한 것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가가와는 이것을 생산의 사회화에 대응하는 소비 협동조합의 필요성으로 이해했다.
"레닌과 트로츠키는 파리 코뮨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러시아 코뮨을 출발시킬 때 그것을 모델로 하였다. 그들은 노동당을 손 안에 넣었을 때 러시아 어디서나 실현 가능한 제도를 장악하였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도 실패해버렸다.
소비 시스템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생산 시스템이 있더라도 시장의 부족으로 실패할 것이 확실하다. 노동으로 생산한 상품을 소비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목적의식적인 견실한 조직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노동은 암초에 부딪혀 버린다." (108쪽)
"러시아의 정세는 생산 재건을 기본으로 하는 그런 혁명이 정치적으로 성공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큰 실패로 끝날 우려가 있음을 명백히 보여준다. 실제로 실행할 수 있는 체제는 생산을 위한 조직만이 아니라, 소비를 위한 조직도 있어야 한다." (135쪽)
그러나 레닌 사후 소련은 자발적인 방식이 아니라 강제로 시민들을, 특히 농민들을 협동조합에 가입시켰다. 레닌이 열망했던 "문화 혁명" 방식을 통한 협동조합 조직화는 '가보지 않은 길'로 남았다. 이렇게 해서 등장한 체제를 <우애의 경제학>은 "강제 협동조합 국가"(100쪽)라 비판한다.
만약 레닌이 말한 것처럼 러시아에서는 "정치 및 사회 혁명이 문화 혁명에 선행"(<농업협동화론> 192쪽)하는 데 반해 발전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그 반대라면, 러시아 혁명의 경로 이탈은 '정치 및 사회 혁명에 선행하는 문화 혁명'의 중대한 과제들 중 하나가 무엇인지 중요한 힌트를 던져주는 셈이다. 그것은 (노동조합뿐만 아니라) 협동조합을 통한 노동 대중의 조직화와 훈련이다.
가보지 않은 길
그렇다고 <우애의 경제학>을 새로운 정전(正典)인 양 추켜세우려는 것은 아니다. 그러기에는 이 책 역시 지나치게 유토피아적이다. 새로운 사회를 이룰 여러 요소들 중 하나를 외곬으로 강조하는 경향이 강하고, 그래서 쉽게 자기도취적인 몽상에 빠져들곤 한다. 다른 20세기 사회주의 사상들과 마찬가지로 가가와 도요히코의 협동조합 사회주의도 그대로 우리 시대의 대안이 되기는 힘들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한 가지만은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협동조합이 단지 제2의 새마을 운동의 부속품이거나 변혁 운동에 있어도 그만이고 없어도 좋을 무엇은 아니라는 것이다. 협동조합 운동은 사회주의 역사의 맨 처음(예를 들면, 로버트 오언)에 그랬던 것처럼 지금도 자본주의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결코 빠뜨려서는 안 될 출발점들 중 하나다.
이런 원칙을 확인하고 나면, 카를 마르크스가 바라본 대안의 방향도 달리 보이게 된다. 그는 '국제 노동자협회 발기문'(1864년)에서 "국민적 규모에서의 발전과 국민적 수단에 의한 추진"을 전제로 "협동조합 제도"를 근로 대중 해방의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카를 마르크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저작선집> 제3권(최인호 외 옮김, 박종철출판사 펴냄) 11쪽).
제1인터내셔널 내부의 오언주의자들을 다독이기 위한 양보에 불과했다는 해석도 있지만, 이것이 대안사회에 대해 남긴 마르크스의 얼마 안 되는 언급들 중 가장 확신에 찬 문장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엥겔스와는 달리 마르크스는 국영 기업에 대해 이런 확신을 내비친 적은 없다. 어쨌든 그에게 협동조합 기업은 자본주의적 생산 형태 내에서의 "그 낡은 형태에 대한 최초의 타파"(<자본 3-1>(강신준 옮김, 길 펴냄))였다.
이렇게 보면, 역설적이게도, 20세기에 등장한 자칭 '사회주의' 체제들보다는 오히려 반(反)마르크스주의자 가가와 도요히코의 협동조합 국가 구상 쪽이 마르크스의 본래 염원에 더 가까운 것처럼도 보인다. 비록 <우애의 경제학>이 제시하는 대안 사회상도 상당한 수정을 겪어야 하기는 하겠지만, 새로운 사회에서는 국가의 조직 원리보다는 협동조합의 그것이 지배해야 한다는 핵심 메시지만큼은 진지하게 재발굴해야만 한다.
돌이켜 보면, 가가와 도요히코가 비판했던 1930년대의 다른 대안들(뉴딜 자본주의, 소련 사회주의 그리고 파시즘)은 모두 기회를 부여잡았다. 그리고 모두 다 악몽 혹은 지탱될 수 없는 미망임을 입증했다.
<우애의 경제학>은 80여 년의 세월을 건너뛰어 지금 우리에게 지난 번 대위기 때 선택받지 못한 대안이 하나 남아 있다고 속삭인다. '가보지 않은' 그 길의 이름은 '협동조합 국가'다.
/장석준 진보신당 부대표
3, 살림살이 경제학을 위하여
책소개
돈벌이 경제학에서 살림/살이 경제학으로!
『살림 살이 경제학을 위하여』는 <거대한 전환>을 우리말로 옮겨 칼 폴라니 사상에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으며, 최근 <비그포르스 복지국가와 잠정적 유토피아>를 통해 복지국가의 정치경제학이라는 논의의 장을 연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이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춰 새로운 경제학의 비전을 제시한 책이다. 저자는 ‘살림/살이 경제학’의 흐름을 되짚으며 ‘살림/살이 경제학’의 개념과 주류 경제학과의 차이 그리고 지향을 탐색한다. 이 흐름에는 철학자로서의 면모에만 주목해온 아리스토텔레스와 비주류 경제 사상가의 대표격인 소스타인 베블런, 칼 폴라니 등이 주요인물로 등장한다.
저자소개
저자 홍기빈
목차
들어가며
1장 돈벌이 경제 vs. 살림/살이 경제
생계 경제: ‘돈 사러 간다’
살림/살이 경제와 돈벌이 경제
상품화: 살림/살이 경제와 돈벌이 경제의 중첩
합리성과 돈벌이 경제학
2장 살림/살이 경제학에서 돈벌이 경제학으로
경제 사상사 연구 유감
고대 그리스의 ‘경제학’
시장경제의 발흥과 계산적 합리성
근대 국가의 전쟁과 중상주의 경제 사상
중농주의자들과 애덤 스미스의 ‘자연적’ 체계
리카도와 가치론
신고전학파와 그 이후: 돈벌이 경제학의 확립과 살림/살이 세계의 폐색
3장 살림/살이 경제학의 흐름과 재생
19세기 사회주의 경제 사상의 도전과 좌절
초기 사회주의자들
칼 마르크스
살림/살이 경제 사상과 노동 가치론
소스타인 베블런: 산업과 영리 활동의 구별
칼 폴라니: 실체적 경제와 사회의 발견
살림/살이 경제의 발견
4장 살림/살이와 돈벌이의 관계를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
‘좋은 삶’
목적-수단의 전도와 균형
‘자산’이 되어 버린 인간
삶 자체의 발전
인간 능력으로서의 부(富)
‘욕망의 포트폴리오’
4, 전 세계적 자본주의인가 지역적 계획경제인가
오마이뉴스 | 홍성일 | 입력 2002.09.01 08:349.11 테러는 역사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 경제로 수렴하는 데 있어 반동적 사건일 뿐이라는 말도 덧붙인다. 그러나 그가 말한 대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역사의 강력한 추동력일까. 개인의 자유가 확대되어온 것이 역사의 추동력이라는 것엔 쉬이 동의를 보내나 시장 경제의 확대가 역사의 동인이라는 것은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다.
얼마전 세계은행이 보고한 "2003년 세계 개발보고서"에 따르면 세계화가 가속된 90년대 이후 국가내뿐만 아니라 국가간에도 빈부 격차가 극심하게 벌어지고 있으며 2050년에 이르면 지구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한 경제 발전을 이루기 어렵다고 한다. 지금 우리 눈앞에 보여지는 신자유주의와 시장 만능주의가 불안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것이 야기하는 부작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칼 폴라니는 이러한 시장 중심주의적 사고에 반기를 든 경제학자이다. 그는 다양한 학제간 연구를 통하여 시장경제가 극히 최근에 이루어진 탈 역사적 사건임을 보여주며 대안적 사회에 대한 단초를 제공한다. 최근 책세상 출판사에서 출판된 "전 세계적 자본주의인가 지역적 계획경제인가 외(칼 폴라니 지음, 홍기빈 옮김)"는 이러한 칼 폴라니의 사상을 접할 수 있게 해주는 좋은 입문서이다.
@IMG1@<전 세계적 자본주의인가...>는 칼 폴라니가 썼던 다섯 편의 글과 그에 대한 약전, 그리고 옮긴이 홍기빈 씨의 칼 폴라니 사상 해제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제 1장 <낡은 것이 된 우리의 시장적 사고방식>은 폴라니의 사상이 집약되어 있다. 그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시장이라는 신화를 공략한다. 역사적으로 그리고 인류학적으로 경제는 사회에 "묻어 들어가"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산업사회 이후 경제는 사회의 전 영역을 관통하는 것으로 "튀어나왔다". 이것이 야기한 부작용은 인간의 소외였다. 모든 것을 물질적 동기로 환원시킨 시장경제는 이로 인하여 노동, 토지, 화폐를 공급받지만 끊임없이 여기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저항을 받는 위기로 치닫는다.
폴라니는 경제적 인간 homo economicus은 허구라고 말한다. 그는 주장한다. 인간은 총체적 존재이다. 여러 동기들이 통일되어 있는 상태를 복구하여 생산자로서의 일상 활동에서 인간들에게 활력과 열의를 불어넣어야 한다. 이를 위해 경제 체제를 사회 안으로 흡수해야 한다. 이 글을 통해 우리는 폴라니가 추구하는 사회가 어떤 사회인지를 짐작 할 수 있다.
<제 6장 칼 폴라니 약전>은 제국주의, 러시아 혁명, 두 번의 세계 대전, 파시즘, 식민지 해방, 냉전을 목도한 폴라니의 사상적 흐름 변화와 그가 얻었던 영감을 추적할 수 있다. 존재가 의식을 규정하듯 이를 통해 그의 사상을 잉태시킨 역사적 순간을 살펴볼 수 있다.
<제 7장 해제-칼 폴라니의 시장 자본주의 비판>은 놓치기 힘든 부록이다. 비록 폴라니의 글은 아니지만 옮긴이는 폴라니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의 이해를 위해 그의 사상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 캐나다에서 박사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옮긴이는 칼 폴라니를 집중적으로 연구한 사람답게 일목요연하게 폴라니의 사상을 정리해주며 그가 미친 영향을 평가하고 있다.
비록 옮긴이의 시각과 가치판단이 개입되었다는 약점은 있지만 이 글은 <전 세계적 자본주의인가..>의 대미를 장식하며 차후 더욱 심도 깊은 폴라니의 글을 읽고 싶다는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대세로 받아들여지는 오늘, 폴라니의 <전 세계적 자본주의인가>는 과연 시장경제가 만능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일례로 최근의 집 값 폭등은 시장경제의 논리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과제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시장 경제의 자기 조절기능에 의심을 품고 "사회의 자기 보호"를 위해 시장을 간섭하려 하지만 겉으로는 시장 경제를 대세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이는 "시장"이라는 신화가 그만큼 강대하기 때문이다. "진리는 만유인력의 법칙이 아니라 만유인력에도 불구하고 새가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것"이라는 폴라니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당연한 것에 대한 의심을 통해 우리는 대안적 방법을 발견할 수 있다. 어느덧 성큼 다가온 가을, 진지한 사회과학 책 한 권을 추천해 본다.
5,자본주의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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