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의 기록에서 폄하되어왔던 모반사건들을 테마로 접근한 역사서. 우리 정치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17명의 모반자들을 선정하여 그들의 꿈과 야망, 좌절된 족적을 한국역사연구회의 젊은 연구자들이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은 특성상 어떤 드라마보다 극적이고, 인간의 욕망과 애증이 반전을 거듭하며 교차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점에서 대중역사서로서 충분한 재미를 갖추고, 민중들의 힘을 밑거름삼아 혁명을 일으킨 사람들, 승자의 역사에 가려져 그 사실이 왜곡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어떤 역사소설보다도 재미있게 그려져 있다.
1. 고대
여자가 왕이 되니 나라가 어지럽다. 비담
아버지가 못 이룬 꿈 내가 이룬다. 김헌창
토사구팽 당하긴 싫어. 백가
2. 고려
반역의 그늘에 숨겨진 진실. 왕규
십팔자가 왕이 된다. 이자겸
서경으로 가자,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묘청
사병에서 장군으로, 다시 재상까지. 정중부
반란과 대몽항쟁의 갈림길에서. 삼별초
준비된 사역. 홍륜
3. 조선
태조를 대신해 태종에게 화살을 겨냥하다. 조사의
오랑캐 세계의 황제를 꿈꾸다. 이징옥
세조의 정책에 정면으로 도전하다. 이시애
천하에 어찌 일정한 주인이 있는가. 정여립
홍길동을 꿈꾼 이단아. 허균
우리 부자를 역적으로 몰다니. 이괄
탕평정치 제대로 하시오. 이인좌
세도권력과 지역 차별의 벽을 넘어. 홍경래
실패한 정치적 사건, 즉 모반을 꿈꾸고 일으킨 자들을 새롭게 바라보고자 하는 것은 지금까지의 가치 평가를 무조건 뒤집기 위해서가 아니다. 좀더 실체에 가까운 역사상을 재구성하고 또 역사속에서 올바른 교훈을 얻기 위해서는 승자의 입장에서만이 아니라 패자의 입장에서도 역사를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p.6
선덕여왕의 즉위는 그 자체가 커다란 역사적 사건이었다. 여성의 정치적 진출 기회가 원천적으로 봉쇄된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자가 왕이 된다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우리 역사상 유독 신라시대에만 제27대 선덕여왕, 제28대 진덕여왕, 제51대 진성여왕 등 모두 세 명의 여왕이 존재하였다. 고구려와 백제는 물론이고, 고려시대 이후에도 여왕은 존재하지 않았다.
왜 신라에서는 여자가 왕이 될 수 있었을까? 여왕이 통치함으로써 생기는 문제점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었을까? 이 같은 의문을 해결해야 비로소 비담의 난이 지니는 역사적 특성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삼국유사』에는 '성골 신분의 남자가 없기 때문' 에 비록 여자이기는 하지만 성골 신분인 선덕여왕이 즉위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렇다면 '성골'이 도대체 어떠한 신분이기에 수많은 남성 왕족들을 제치고 여자가 왕위에 오를 수 있을까?
사실 '성골'이라는 제도가 신라 초기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성골은 선덕여왕 이전의 어느 시기에 왕실의 특정 가문에서 자신들을 다른 진골들과 구분짓기 위해 만들어낸 선민의식의 소산이었다. 즉 본래 왕족들은 모두 진골...선덕여왕의 즉위는 그 자체가 커다란 역사적 사건이었다. 여성의 정치적 진출 기회가 원천적으로 봉쇄된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자가 왕이 된다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우리 역사상 유독 신라시대에만 제27대 선덕여왕, 제28대 진덕여왕, 제51대 진성여왕 등 모두 세 명의 여왕이 존재하였다. 고구려와 백제는 물론이고, 고려시대 이후에도 여왕은 존재하지 않았다.
왜 신라에서는 여자가 왕이 될 수 있었을까? 여왕이 통치함으로써 생기는 문제점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었을까? 이 같은 의문을 해결해야 비로소 비담의 난이 지니는 역사적 특성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삼국유사』에는 '성골 신분의 남자가 없기 때문' 에 비록 여자이기는 하지만 성골 신분인 선덕여왕이 즉위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렇다면 '성골'이 도대체 어떠한 신분이기에 수많은 남성 왕족들을 제치고 여자가 왕위에 오를 수 있을까?
사실 '성골'이라는 제도가 신라 초기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성골은 선덕여왕 이전의 어느 시기에 왕실의 특정 가문에서 자신들을 다른 진골들과 구분짓기 위해 만들어낸 선민의식의 소산이었다. 즉 본래 왕족들은 모두 진골이었는데, 특정한 진골이 자신들을 성골 신분으로 표방하고 이를 왕위계층의 조건으로 설정하였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선덕여왕의 아버지인 제26대 진평왕의 행보가 주목을 끈다. --- p.14~15
묘청, 그는 바로 이러한 시점에서 중요한 화두만을 던져놓은채 역사의 뒤안길에 남게되었으나, 우리에게 시대가 갖고 있는 모순과 그 개혁을 위해서는 많은 세력의 동조와 시의에 대한 통찰, 치밀한 계획 그리고 과감한 실천력등이 동반되어져야 함을 알게 해 주었다. 따라서 묘펑을 더이상 반역자로서 보기보다는 실패한 개혁자로서 보게 되는 것이다.--- pp.111-112
--- 류혜숙 ruru100@yes24.com
쿠데타는 성공하는 순간 권력이 되지만 실패할 경우 역모가 된다. 혁명은 아주 근소한 차이에서 벌어져 판이하게 다른 두 개의 길 중 하나를 따르게 된다. 역사적 평가는 쿠데타의 정당성 유무와 관계없이 성공 여부로 결정된다는 전제 하에 『모반의 역사 : 역사는 그들을 역모자라 불렀다』는 우리의 역사 속에서 실패했던 혁명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역사 속에서 모반자가 되어 버린 17인의 꿈과 행적을 당시의 사회적 배경과 맞물러 살펴보는 가운데, 그들이 왜 모반을 꿈꾸었으며, 어떠한 사상적 잣대를 지니고 있었는지, 그들의 행동이 역사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등 지배자의 시각에서 왜곡되어 미처 돌아보기 힘들었던 내용을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신라 선덕여왕 시대 비담에서 시작하여 세도 권력의 횡포에 시달리던 조선 시대 말 홍경래의 난에 이르기까지 역사 속에서 권력을 잡으려고 했던 사람들은 많았다. 부패한 세상을 뒤엎고 새 시대를 만들겠다는 이상적인 열망을 지닌 사람들부터 온전히 개인적 야망을 위해 권력욕을 내보인 사람들까지 모반의 이유는 다양하지만 실패한 정치적 사건이 주는 교훈과 의미도 제각각 다르다.
서경천도를 외친 묘청, 무인정권의 서막을 마련한 정중부, 자신이 참여하여 세운 정권이 도리어 자신을 죄어 오자 반란을 일으킨 이괄, 서얼차별 등 현실 개혁 속에서 새 시대를 외쳤던 허균 등 익히 잘 알려진 사건도 있지만 여자가 왕이 되어 나라가 어지럽다는 명분으로 군대를 일으킨 신라의 비담, 여진족의 황제가 되려 했던 이징옥, 불분명한 명분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시애 등 더 많은 모반의 역사가 존재한다. 모반의 역사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욕망의 얽힘을 읽는 것은 역사를 이해하는 방법인 동시에 삶을 이해하는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
모반은 정치적으로도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지만 언제나 승자의 입장에서 기록되어 전해졌기 때문에 좀더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하여 살펴보아야 한다. 물론 시대가 바뀜에 따라 인물에 대한 평가도 달라지지만 특히 부패한 정권에 대항하여 새로운 시대를 꿈꾸었던 실패한 혁명가에겐 일정 의미의 역사적 평가를 내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역사연구회 소속 학자들이 각각 분야별로 나누어 집필한『모반의 역사 : 역사는 그들을 역모자라 불렀다』는 대중 교양서답게 재미있게 잘 읽힌다. 모반의 과정과 동기, 근저에 깔린 배경을 오목조목 상세하게 설명해 주는데, 17명의 학자가 각각 개성 있는 글쓰기를 하고 있다. 십팔자가 왕이 된다는 비기(泌記)를 믿고 쿠데타를 일으킨 이자겸의 난을 설명하면서 필자는 과거의 인물 이자겸과 인종이 직접 등장하여 자신의 변론을 펼치는 구성을 취한다.
모반자로 알려진 역사적 인물들을 재평가하려고 『모반의 역사 : 역사는 그들을 역모자라 불렀다』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모반을 촉발시킨 인물들의 개인적, 사회적 동기이다. 모반의 동기를 좇는 과정에서 당시 역사의 전개 과정을 설명해 나감으로써 역사 인식의 안목과 시야를 넓힌다.
모반의 역사를 당시의 사회 문화적 배경 속에서 꼼꼼히 다루어 냄으로써 역사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는 것, 대중과 함께 하는 역사학 연구라는 한국역사연구회의 목적답게 우선 이 책은 누가 읽어도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씌어 있다.
반역의 그늘에 가려진 진실, 그 실체를 찾아 떠나는 역사 여행!
모반자들 중에는 정권 탈취를 목적으로 정변을 일으킨 자들도 있었고, 불만과 차별의 울분으로 봉기한 자들도 있었으며, 나라를 세워 반역을 꾀한 모반자들도 있었다.
이 가운데 무엇보다도 부패한 정권에 온몸으로 저항한, 즉 혁명을 꿈꾼 개혁자들은 주목할 만하다. '대동사회'를 꿈꾸며 체제 변혁을 이루려 했던 정여립, 현실에 안주하며 출세가도를 달릴 수 있었으나 서얼차별과 가렴주구 등 모순된 현실개혁을 위해 고난의 가시밭길을 주저없이 택했던 허균, 세도권력과 지역차별에 신음하는 농민들을 위해 열정을 불태운 저항 지식인 홍경래, 비록 그들이 꿈꾼 이상은 '미완의 혁명'으로는 끝나고 그들은 역모자로 몰려 죽임을 면치 못했지만 시대를 앞서간 그들의 사상과 기개는 과거의 역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의 역사, 미래의 역사를 움직이는 힘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의 역사를 우리 역사를 다시 세울 새로운 역사라 해도 좋을 것이다.
물론 이 책에는 오로지 권력에 대한 야망이 동기가 되어 모반을 일으킨 경우도 많이 실려 있다. 선덕여왕 당시 여왕의 즉위을 문제삼아 반역을 꾀한 비담, '십팔자가 왕이 된다'고 믿은 이자겸, 무인정권의 서막을 연 정중부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모든 권력이란 백성들에게서 나온다는 것, 위정자들은 국가의 근본인 백성들을 위한 정치를 펼칠 때 권력의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을 잊었다는 점에서 역사의 심판을 피할 수 없었고 그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져갔다. 그러나 우리는 이들 사건에서 모반이 일어날 정도로 첨예화된 시대의 모순과 불안을 읽을 수 있으며, 바로 이 점에서 이들 모반사건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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