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을통한호주지역공동체의 윈윈전략을 살핀다(공부하기)

2012. 12. 7. 15:03경제/대안사회경제, 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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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 사회혁신센터는 대륙별 사회혁신의 현장을 직접 방문해 세계 사회혁신 동향과 더불어 구체적인 방법들과 사례들을 살펴보고 공부하는 사회혁신로드(SI ROAD,Social Innovatoin Road)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래 글은 2012년 10월 19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된 사회혁신로드 오세아니아 프로그램 일환으로 벤디고 커뮤니티은행을 방문한 내용에 근거해 정리한 글입니다.

 


벤디고 커뮤니티 은행 (Bendigo Community Bank)


사회적협동조합과 사회적 금융

2012년 12월 1일부터 드디어 사회적협동조합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게 되었다. 5명만 모이면 협동과 연대를 기초로 경제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단 한 가지 금융업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처럼 협동조합을 형식을 빌어 고리대금이나 대부업이 생겨날 소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회적 기업을 포함해 사회적 미션을 가진 단체가 잘 자라기 위해서는 이러한 가치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 내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고리대금이나 대부업 상황을 보면 이번 결정에 대해 동감할 수는 있지만, 한편 협동조합의 설립과 성장에 장애물이 되지 않을지 걱정이 된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사회적 금융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러 사회적 금융 중 지속가능한 은행, 윤리적 은행이라고 불리는 트리오도스 은행이나 채리티 은행이 있다. 이러한 은행은 가장 수익이 높은 곳에 돈을 투자해서 이윤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착한 기업 혹은 지속가능한 활동에 투자하는 은행이다. 트리오도스 뱅크외에도 유럽에는 채리티(charity bank)등 다양한 지속가능한 은행들이 있어서 자신의 돈이 선한 곳에 사용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

커뮤니티의 지속가능성을 지원하면서, 협동조합이라는 형태가 사악하게 이용되지 않는 은행이나 금융업은 불가능한 것일까? 이번 사회혁신로드에서 방문한 호주의 벤디고 커뮤니티 은행은 기존 은행과 커뮤니티가 함께 협력해 설립한 커뮤니티 은행이다.

 

 

 

 

 

호주 벤디고 은행

 

호주 벤디고 은행의 시작

정보기술이 발달하고, 인건비가 올라갈수록 자동화속도가 높아진다. 1998년부터 2000년까지 호주전역에서 2050개의 주요 은행의 지점들이 자취를 감췄다. 그리고 이는 도시 외곽이나 농촌지역에서 일어났다. 은행업무시설이 사라지면서 호주의 작은 마을들은 큰 위기에 빠졌다. 단순히 1시간 넘게 차를 몰고 나가 은행 업무를 봐야하는 불편함만이 아니라, 다른 마을이나 시내에 나간 김에 장도 보고, 병원도 가는 등 경제 활동을 더 이상 마을에서 하지 않게 되었다. 이렇게 시작된 마을 경제의 쇠퇴를 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몇몇 마을 공동체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찾아 나섰다. 빅토리아 주의 로파윱(Rupanyup)와 Minyip(민입) 지역 공동체는 은행 서비스를 지역공동체에 회복시키려고 벤디고 은행을 찾아갔다.

벤디고 은행은 농촌과 작은 규모의 도시를 중심으로 은행업을 하고 있던 중견 은행이었다. 자신들이 영업을 하는 곳이 경제적으로 쇠퇴한다면 그것 또한 자신들에게 이로울 것이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벤디고 은행은 여기서 새로운 사업 확장의 기회를 보기도 했다.

서로의 필요가 요구가 적절히 맞아 공동체는 벤디고 은행과 파트너십을 맺어 은행업을 다시 오픈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시작이 쉽지만은 않았다. 벤디고 은행은 공동체에게 금융회사를 설립하고 약 9억 8천만원의 출자금을 준비하도록 요구했다. 처음에 이 사업을 시작한 공동체는 어렵게 250명과 함께 출자금을 모을 수가 있었다.

 

                                  

 

벤디고 은행 정면

 

벤디고 은행이 지역커뮤니티에 미친 영향

벤디고 은행은 은행 업무 라이센스, 은행 상품, 직원 훈련을 담당하고 이 비용으로 수익금의 50%를 요구했다. 나머지 수익금의 20%는 출자자들에게 배당되고, 나머지 80%는 커뮤니티 활동 지원에 투입되었다. 그리고 공동체 금융회사의 이사진은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 활동을 통해 지역경제가 다시 되살아난 것은 물론이고, 커뮤니티 은행 수익을 통해 커뮤니티 활동을 지원할 수 있게 되어 커뮤니티의 문제를 커뮤니티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재정적 기반을 형성할 수 있게 되었다. 자료에 따르면 지금까지 약 8000만불이 커뮤니티 활동을 지원하는데 투입되었다고 한다.

벤디고 커뮤니티 은행은 이제 하나의 운동이 되어 가고 있다고 한다. 기존 은행이 1년에 지점 하나를 더 세우는 것도 어려운 상황에서 벤디고 커뮤니티 뱅크는 지난 해에는 20개 이번 해에는 34개가 더 생겼다고 한다. 수익의 50%만을 취하기로 한 벤디고 은행의 결정은 처음에는 큰 손해로 보이지만, 기존 은행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으며, 이제 농촌이나 교외지역만이 아니라, 도시 내 공동체들도 참여하기 시작했다. 사회혁신로드 원정대가 방문한 클리프톤 힐/노스 핏츠로이 점도 멜번시에 위치한 지점이었다.


글을 맺으며

벤디고 커뮤니티 은행은 단순히 공동체가 소유하고 운영하는 공동체 은행으로 기존의 은행과 커뮤니티가 함께 윈윈할 수 있는 사례이다. 기존의 은행은 마케팅 일환으로 보여 지는 사회공헌을 넘어서 자신의 사업을 확장해나가면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다. 더불어 공동체는 자신들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은행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여기서 만들어진 이익으로 학교와 마을의 문화와 예술 활동, 자선 활동, 지역사회경제를 위한 활동을 지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벤디고 은행과 같은 은행을 찾을 수 있을까? 9억이 넘는 투자를 그리고 공동체에서 출자자를 찾을 수 있을까? 기꺼이 자원활동을 자처하는 이사진을 꾸릴 수 있을까?

와이 낫?(Why not?) 의구심은 시도와 실험을 통해 극복될 수 있다.


글_한선경 희망제작소 사회혁신센터 선임연구원 (alreadyi@makehop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