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여성네트워크 참석하는 정미령 옥스퍼드대 교수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다양성'이 아닌 '평균성'으로 역행하는 제도가 가장 미숙한 교육제도입니다. 아이들의 능력이 다 같을 수가 없는데 평균치만 중시하면 열등생으로 취급받는 청소년들이 어디로 가겠습니까?"
교육심리학자인 정미령(67)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가 강조하는 교육의 키워드의 하나는 '다양성'이다.
28일부터 전남 여수에서
여성가족부 주최로 열리는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 참석을 앞두고 26일 전화와 이메일로 미리 만난 정 교수는 "인지(認知)의 다양성을 어려서부터 인정해주고 남과 다른 것을 찾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정상적인 교육"이라고 설명했다.
1966년
이화여대를 졸업한 정 교수는 1971년 영국 유학길에 올라 런던대, 옥스퍼드대, 에든버러대에서 수학했다. 1985년 '인지 능력의 다양성'을 주제로 한 박사학위 논문으로 학문적 업적을 인정받아 옥스퍼드대 연구담당 교수로 발탁됐고 이후 정교수가 됐다.
2005년에는 영국으로 유학 온 아이들을 12년간 관찰한 결과를 토대로 책 '평범한 10대 수재로 키우기'를 출간하기도 했다.
책과 여러 차례의 강연 등을 통해 10대 초기 지능·재능 계발의 중요성을 역설해온 정 교수는 자녀를 창의적으로 키우기 위한 학부모의 역할도 강조했다.
"한국 엄마들의 높은 교육열을 한국의 자랑이라고 생각해요. 엄마가 교육 관련 책을 많이 읽고 교육의 본질을 올바르게 이해한 후 자녀를 잘 인도한다면 제도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가정에서 메워줄 수 있습니다. 영국 엄마들은 대부분 자녀보다 자신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데 그건 그만큼 교육제도가 뒷받침되기 때문이기도 하죠."
정 교수는 27년간 재직해온 대학에서 오는 9월 퇴임한다. 그는 "그간 하고 싶었던 일들을 미뤄뒀던 터라 퇴임을 하면 할 일이 더 많아질 것 같다"고 말한다.
"아직 분명하게 정해진 것은 없어요. 한국으로 돌아와 마음의 여유를 갖고 우리나라의 정서를 만끽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앞으로 옥스퍼드식의 교육을 어떻게 한국 교육에 접목시킬지 연구해보려고 해요. 학생들이 실력 고하를 막론하고 인간으로서 존중받고 인정받으며 살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정 교수는 31일까지 열리는 이번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에서 세계 33개국에서 온 200여 명의 한인 여성 리더들과 함께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글로벌 한민족 여성'이라는 주제 아래 교류할 예정이다. 대회 후에도 당분간 한국에 머물며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강연한다.
정 교수는 "타지에서 성공한 삶을 산다는 것은 준령을 넘는 것과 같은 여정"이라며 "그 여정 중에 고국의 샘가에 와서 생수를 마시면 다시 힘을 내어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번 행사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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