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대응, 한국이 좋은 동반자가 되려면

2020. 8. 6. 10:08환경과 기후변화/기후변화 환경, 그린스타트, 에너지

 

기후변화 대응, 한국이 좋은 동반자가 되려면

로렌스 투비아나 유럽기후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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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한국과 유럽연합(EU) 정상들이 코로나19 이후 기후변화 문제에 함께 대응하자고 결의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양측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 10주년을 기념하는 화상회의 자리였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샤를 미셸 상임의장은 “파리협약의 완전하고, 신속하며, 효과적인 이행을 위한 강한 의지”를 확인했다. 2015년 파리협약 체결 당시 프랑스의 기후변화 대응 최고 특사로서 이를 구상하고 추진한 입장에서 양측이 전 지구적 약속을 공고히 한 이번 회의 결과가 무척 반가웠다.

로렌스 투비아나 유럽기후재단 대표

EU는 파리협약과 유엔의 2030어젠다인 지속가능개발목표(SDGs)를 위한 핵심 요소로 ‘그린딜’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적이고 자원효율적인 경제를 지향하면서 2050년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0)’를 이루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이른바 ‘공정·번영 사회’로의 전환이 EU가 그리는 미래다. 하지만 유럽 그린딜은 나 홀로 달성 가능한 정책이 아니다.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여러 요인은 국경의 제한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당연히 국가 간 협력과 연대를 필요로 하며, 코로나19 회복에 그린 뉴딜을 추진하는 한국은 최적의 파트너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같은 날 믿을 수 없는 뉴스를 접했다. 한국이 인도네시아 자바섬에 2000MW 규모의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계획을 승인했다는 것이다. 석탄발전소 9·10호기가 들어설 칠레곤 지역은 이미 과도한 석탄발전으로 주민들의 건강피해와 환경파괴 문제가 심각하다. 그린피스는 해당 발전소가 들어설 경우 대기오염 여파로 인도네시아의 조기 사망자 수가 연간 157명, 30년 동안 4700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나는 한국이 국내에선 그린 뉴딜을 추진하면서 해외 석탄화력 투자를 추가 계획하고 있는, 이 모순된 상황을 깊이 우려하고 있다. 유럽 그린딜의 핵심은 탄소배출량의 극적인 저감이다. 그러려면 화석연료 보조금을 없애는 것은 물론 최대 오염원인 화석연료(석탄)를 당장 퇴출해야 한다.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 철회는 그린딜이 내세우는 핵심 공약이다.

이 때문에 그린딜 달성에는 지구 온실가스 배출의 80%를 차지하는 주요 20개국(G20)의 책임 있는 행동이 필수다. 특히 탄소배출 감축 목표가 낮은 타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해 기존 방식으로 경제활동을 하면서 탄소배출 저감은 피하는 꼼수를 경계해야 한다. 한국의 그린 뉴딜도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같은 방향을 지향해야 한다.

감염병 공포 앞에 글로벌 리더들은 앞다퉈 녹색 경기부양책을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어떤 나라도 코로나19 복구 계획에 석탄을 포함시켜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 재생에너지는 전력 수요가 크게 감소한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도 성장세를 기록한 유일한 에너지원이다. 저탄소가 환경뿐 아니라 경제 발전을 위한 필수 선택지가 된 것이다.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이 발표하는 ‘디지털뉴스리포트’에 따르면 한국민의 70%는 “기후변화가 아주 혹은 극도로 심각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프랑스, 독일 등 유럽보다 높은 수치다. 한국 시민들은 이미 기후변화 대응에 적합한 행동을 할 준비가 돼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IT 강국인 한국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필수적인 배터리 분야의 최강자다.

 

이제 정부의 결단만 남았다. 2021년 한국은 유엔기후협약 당사국 총회(COP26)의 초석이 될 P4G(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20을 위한 연대) 정상회의를 개최한다. 한국 정부가 석탄 사용을 극적으로 줄이는 정책을 수립해 기후변화라는 글로벌 위기에서도 선도적 리더십을 발휘하기를 기대한다. 그 시작은 현재 ‘매우 불충분’으로 평가받는 한국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높이는 일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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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8010300045&code=990304#csidx39f9c254b88323bbdaa85b3550361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