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5선 지자체장’ 이시종 충북지사
“주민들의 손으로 지역 단체장을 뽑았지만 따지고 보면 지자체를 이끄는 것은 중앙정부입니다. 한국 지방자치의 지난 22년은 정부의 권한이 더욱 견고해지는 ‘신중앙집권화’의 과정이었습니다.”
이시종 충북도지사(70)는 2일 “지방분권은 모든 지역 국민들이 잘 살 수 있도록 하는 대한민국의 희망인데도 권한을 내려놓지 않는 정부로 인해 퇴보하고 있다”고 했다. 이 지사는 한국 지방자치의 산증인이다. 그는 1994년 정부의 지방자치기획단장을 맡아 지방자치의 밑그림을 그렸다. 1995년 처음으로 실시된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는 충주시장으로 출마해 당선된 뒤 내리 3선을 했다. 17~18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2010년 충북도지사에 출마해 당선된 그는 현재 재선 도지사다.
이 지사는 “지방자치가 처음 출범할 때 정부는 ‘많은 권한을 내려 놓고 지방으로 이전하겠다’고 했었다”면서 “하지만 주민들이 직접 단체장을 뽑도록 하는 외형적인 틀을 마련하는 데에만 치중했을 뿐 재정·인사 등 지방분권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손을 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쥐고 있던 재정과 인사권 등을 지방으로 이전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 없이 선출된 단체장들은 곧 중앙정부의 통제 아래 놓였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셈이다.
이 지사는 “누리과정 등 지방 재정이 투입되는 사업에도 정부는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를 하고, 주민을 위한 사업을 하려 해도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면서 “대규모 사업은 공모로 진행해 지방정부 간 경쟁을 붙여 결국 정부 입맛에 맞게 통제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정, 인사, 감사 등 여러 수단으로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의 손과 발을 묶고 있다”면서 “단체장을 주민들이 직접 뽑았다는 것만 빼면 행정의 실질적인 내용은 과거보다 정부의 지시와 통제가 더 심해졌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 지사는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는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등 ‘일을 참 잘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 대표적 예로 행정정보공개제도를 꼽았다. 1991년 청주시의회에서는 행정정보공개조례를 제정하기 위해 집행부인 청주시와의 소송 끝에 마련했다. 당시 관선 청주시장은 조례 제정이 부당하다며 두 차례나 재의를 요구하고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청주시의회의 사례에서 보듯 지방자치는 주민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이끌어 내고 있으며, 지방정부는 균형 발전의 밑그림”이라면서 “지방분권을 위해서는 지자체가 다양한 정책을 펼 수 있도록 정부에서는 입법권 등 실질적인 권한을 대폭 넘겨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