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세계적 아시아 연구가이안 부루마 교수
“진보정당이 노동자들, 소외된 사람들과의 연결고리를 되찾아야 한다.”
세계적 아시아 연구가인 이안 부루마 미국 바드 칼리지 교수(65·사진)는 4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포퓰리즘 정치가 세계 주요 선거와 정책을 지배하고 있는 최근 현상에대해 “진보진영이 생존을 위해 제 목소리를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부루마 교수는 서울에서 5일 개막하는 국제적 문화정책 회의인 ‘문화정책 국제콘퍼런스(ICCPR)’ 참석차 방한했다. ‘문화정책 국제콘퍼런스’는 숙명여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공동 주최하는 행사로 1999년 개최 이래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서울에서 열리게 됐다. 부루마 교수는 이번 콘퍼런스에서 기조발제를 맡았으며, 5일 ‘문화와 국가: 중국 황실의 서예문화에서 한국의 K팝 문화에 이르기까지’라는 주제로 발표할 예정이다.
부루마 교수는 서울의 한 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신고립주의를 내세우는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선전, 각국의 난민과 이민자 혐오 등의 배경엔 “세계화가 진행되며 소외되고 도태된 세력들이 생겨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즉, 진보정당들이 기존 노동자 계층을 껴안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중도화 전략을 취한다는 지적이다. 입장을 바꾼 진보정당들이 당면한 선거에서 의원 선출은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목소리가 약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그는 소외된 사람들의 분노를 자극하는 포퓰리즘으로부터 정치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진보정당들이 노동자들과의 연결고리를 되찾는 것이 우선적이라고 제시했다.
그는 외교에서도 한국이 처한 역사적·지리적 환경 때문에 정치적 선택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중국 편에 서든지, ‘북대서양조약기구’와 같이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공동의 세력을 구축해 중국을 견제하는 쪽에 서든지 둘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역사적으로 강대국에 의존해왔던 ‘패턴’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일본에 대해서는 “동아시아의 리더가 될 준비가 되지도 않았고, 의지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의견을 표했다. 남북 당사국과 관련국들에 의해 ‘분단의 평화적 관리’가 최선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점진적 통일이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렇게 되긴 어려울 것 같다. 한국은 과거 서독이 했던 일을 하기 어렵다. 당시 동독은 이미 산업적으로 발달된 나라였고, 지금 한국이 북한을 받아들이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일이었다. 또 중국, 일본, 남북한 정부 모두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 결국 최대 피해자는 북한 주민들이다.”
그는 한국이 작은 나라이지만 경제와 문화적으론 강대국으로 규정할 수 있다고 봤다. “한국 드라마와 K팝 등이 인기를 얻어 서양의 대학에서 한국어를 수강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음”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나 정부가 대중문화를 지원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다른 분야에 비해 자생력을 갖고 있는 대중·상업문화에 정부가 지원하는 등 끼어드는 것은 드문 일”이라며 “그러나 한국처럼 작은 나라에선 정부 지원이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K팝의 인기 이유에 대해 부루마 교수는 아시아에서는 문화적 동질감을 주고, 반면 유럽에서는 비주류 취향이 주는 이국적 정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국제적 명성이 높은 아시아 전문가인 부루마 교수는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가 선정한 ‘세계 100대 사상가’에 이름을 올렸으며, 저서로는 <옥시덴탈리즘>, <아우슈비츠와 히로시마: 독일인과 일본인의 전쟁 기억>, <0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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