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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개선 없이 장기지속 성장 어렵다

경제/경제와 경영, 관리

by 소나무맨 2016. 6. 20.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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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개선 없이 장기지속 성장 어렵다

정성태 신민영 | 2015.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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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는 정치, 행정 등 나라의 틀을 규정하는 것뿐만 아니라 교통, 금융과 같은 일상적인 부분까지 포함하는 한 사회의 전반적인 게임의 룰이다. 경제주체들은 제도라는 틀 내에서 행동하기 때문에 한 국가의 제도가 혁신과 투자유인을 제공하는가의 여부가 경제의 성장이나 쇠퇴로 이어질 수 있다. 

제도적 수준이나 변화가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세계은행의 국가경영지수(WGI)를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실증분석 결과 제도가 개선될수록 성장률이 높았으며, 특히 법치주의와 정부의 효과성, 규제의 질 등 제도의 혁신성과 연결돼있는 변수와 정치적 안정성 등이 의미 있는 변수로 나타났다. 이밖에 평균교육기간, 소득불평등도, 무역개방도 등의 변수도 성장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화의 빠른 진전과 자원가격 상승, 급격한 부채증가 등 2000년대 중반 세계경제의 고성장을 가능케 했던 요인들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제도의 개선은 더욱 중요한 성장환경이 될 전망이다. 지난 10여년간 고성장을 사실상 주도했던 중국 등 신흥국의 경우 제도개선 여지가 크지만 많은 경우 제도개선이 정치제도와 양립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만연한 부정부패의 사슬을 끊기 어려워 녹록하지 않은 과제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선진국과 상당한 차이가 있지만 비교적 빠르게 제도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다만 부패통제의 개선은 상당히 지체되고 있다. 우리경제의 장기성장세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는 현재 성장세 유지를 위해 제도개선은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 마침 정부가 구조개혁에 나서고 있는 것은 적절한 대응으로 판단된다. 노동과 자본 등 자원투입이 그대로 성과로 드러나는 제조업과 달리 우리 경제의 성장세 향상을 위해 요구되는 서비스 활성화에 제도개선은 중요한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목 차 > 

1. 제도와 경제성장
2. 우리나라의 제도
3. 시사점
 
  

세계경제의 저성장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2000년대 중반만 해도 5%를 넘나들던 세계경제 성장률은 2012년 이후 3%대에 머물고 있다. 더군다나 올 하반기에는 미국의 금리인상도 예고돼 있다. 그에 따라 성장은 고사하고 위기를 걱정해야 할 국가들도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위기의 징후는 자원보유국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향후 세계경제를 이끌어갈 것으로 여겨졌던 BRICs 국가들도 성장저하의 몸살을 앓고 있다. 브라질과 러시아 등은 마이너스 성장을 우려해야 할 처지에 있으며 중국정부는 이미 성장감속을 공식화한 바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은 2000년대 이들 국가의 고성장을 이끌었던 각국의 민간부채 확대, 세계화 진전, 자원가격 상승의 선순환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오히려 반작용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나라에서 성장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브릭스 국가 중 인도는 상대적으로 나은 경제적 성과를 보이고 있고, 자원보유국 중에서도 칠레는 상대적으로 위기에 대한 내성이 강한 편이다. 

저성장 국면에서도 성장을 지속하거나 위기 와중에서도 성장률이 급락하지 않는 국가들의 특징은 무엇일까. 여러 나라의 경제성장 과정을 검토한 연구에 따르면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성장은 자본과 노동의 투입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인적자본의 축적이나 제도의 개선이 수반되어야 하며, 특히 혁신과 투자유인을 제공하는 제도적 환경이 중요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한 국가의 제도적 수준이나 제도적 개선수준을 살핀다면 앞으로의 성장경로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제도가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인 시계(視界)에서도 나타난다.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 각국의 경제적 성과는 제도의 질에 따라서 크게 달라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도의 수준이 높은 국가일수록 경제적 충격을 극복할 수 있는 가격조정 등의 방안이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마련되고 실행되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 내부에서도 구조개혁 논의가 일어나고 있다. 우리 경제의 성장세 저하가 일시적이고 주기적이기보다는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성격을 띠고 있어 단기부양보다는 장기적인 접근이 유효하다는 문제인식에서 기인한다. 이는 우리경제의 발전단계가 높아져 제도의 수준을 더욱 높여 경제전체의 혁신능력을 늘려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제도와 경제성장간의 관계를 재확인하고 현재 우리의 제도적 수준을 살펴보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1. 제도와 경제성장 
  

“중국경제의 상대적 고성장세는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MIT대 아세모글루 교수의 발언은 지난 30년간 나타난 중국경제의 높은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상당히 강하다. 중국이 권위주의적 정치체제를 유지하는 등 제도적 한계를 가지고 있어 성장이 이어지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하버드대의 대니 로드릭 교수 역시 경제성장에 따라 반드시 사회, 경제적 변화가 수반되는데 이는 앞으로 중국에게 매우 중대한 도전과제가 될 것이라 주장한 바 있다. 

경제성장과 관련된 제도는 정치, 행정, 사법과 같은 나라의 틀을 규정하는 제도뿐만 아니라 교육이나 교통, 통신, 금융과 같은 일상적인 부분까지 포함하는, 한 사회가 작동하는데 필요한 전반적인 여건이다. 예컨대, 자본을 들여 최신식 공장을 짓는다고 저절로 성장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회사설립의 요건과 절차 등을 규정하는 회사법이 필요하고, 공장을 운영하는 인력뿐 아니라 운영자본을 조달할 수 있는 금융제도가 요구된다. 거래처와의 의사소통에 요구되는 통신, 원자재와 제품을 운반할 도로와 항만도 필요하다. 판매대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등 계약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경우 당사자간의 분쟁을 조정할 사법제도도 마련돼야 한다. 

어떤 경로로 성장에 영향을 미치나? 

지속적인 경제성장은 실물투자뿐 아니라 교육이나 R&D와 같은 투자가 장기적 관점에서 이뤄지면서 끊임없이 크고 작은 혁신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따라서 경제성장에는 정치적 안정과 사적 재산권의 보호, 교육시스템을 유지하고 개선하는 정부의 능력, 혁신 친화적인 규제 등이 필요하다. 달리 말하면 한정된 자원과 부를 정부가 일방적으로 나누어주기 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혁신과 투자유인을 통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이 성장의 핵심이다. 만약에 한 경제에서 독점적 사업권이 할당되고 특정 직역(職域)의 면허가 강하게 보호된다고 치자. 이처럼 투자와 생산보다 강제력을 바탕으로 부의 분배가 중시되는 경향을 보인다면 경제주체들은 지대추구(rent-seeking)에 힘을 기울일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을 통해 얻은 지대를 진입장벽을 더욱 높이는데 사용하게 됨에 따라 경제 전반의 효율성은 떨어질 것이다. 같은 이치로 부정부패가 만연한 경제에서는 경쟁력이 낮은 기업이나 개인이 경쟁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아져 경제 전체적으로 손실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특허 등 재산권 보호 수준이 낮을 경우에도 투자와 혁신 유인이 떨어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가버블 붕괴 이후 재정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에서도 건설업계의 논리에 따라 건설관련 재정지출을 줄이지 못했던 일본은 인프라의 효율성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또한 중국 쓰촨성 지진이나 2011년 원저우 철도사고의 경우 공무원들의 부정부패로 철골 대신에 대나무를 넣거나 질 낮은 부품이 제대로 걸러지지 못하면서 피해가 커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제성장과 제도간의 관계는 국경선을 기준으로 극명한 경제적 차이를 나타내는 사례에서 더욱 뚜렷이 드러난다. 남한과 북한, 서독과 동독의 경제력 격차는 제도를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동질성을 가졌던 두 지역이 분단 이후 판이한 정치경제적 제도를 채택한 결과다. 독재체제와 계획경제로 특징지워지는 제도 하의 북한과 동독에서 투자와 혁신의 동기유발구조는 작동할 수가 없었다. 

제도가 성장을 이끌지만 다른 한편으로 성장이 제도를 이끄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경제성장이 이뤄지면 소득과 세수가 증가하면서 불합리한 제도에 대한 개선요구가 늘어나는데다 제도개선에 활용될 수 있는 자원이 많아지면서 결국 제도의 질이 높아진다. 이때 개선된 제도는 앞서 본 바와 같이 경제성장의 밑거름이 되어 제도와 성장 간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제도 수준이 높은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간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질 가능성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제도의 수준을 측정하는 변수들 

여러 국제기관들은 한 국가의 제도적 수준을 여러 각도에서 정기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부정부패에 대해서는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에서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Corruption Perception Index)가 있고, 규제의 질에 대해서는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하는 지수가 있다. 세계은행은 그와 같은 여러 국제기관에서 발표한 지수들을 바탕으로 제도에 관한 ‘메타(meta)’ 지수인 세계국가경영지수(Worldwide Governance Indicators, 이하 WGI)를 1996년부터 산출하여 발표하고 있다. 동 지수는 정책참여도(Voice and Accountability), 정치적 안정성(Political Stability and Absence of Violence/Terrorism), 정부의 효과성(Government Effectiveness), 규제의 질(Regulatory Quality), 부패통제(Control of Corruption), 법치주의(Rule of Law)의 6개 항목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최저점은 -2.5, 최고점은 2.5이다. 본 연구에서는 세계은행의 동 지수를 기준으로 각국의 제도적 수준을 측정하였다. 

6개 항목 중 정책참여도 항목은 정책의 수립, 결정, 집행 과정상의 투명성 정도를 측정한다. 정책의 투명성은 밀실 속에서 소수기득권층에게만 유리한 정책이 결정되는 것을 막는다. 정치적 안정성 항목은 테러나 국내적 분쟁이 높을 경우 장기투자가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그리고 정부의 효과성은 정부가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공공서비스의 수준을 측정하며, 이는 인적자본 형성과도 연관된다. 마지막으로 규제의 질, 부패통제, 법치주의 항목은 규제의 자의성, 특허나 재산권의 보호 등을 측정하며 장기투자와 제도의 혁신성과 연결된다. 

위의 6개 항목은 어느 정도 서로 중첩되거나 연관되는 항목이다. 예를 들어 법치주의가 확립되고 정부의 효과성이 높은 나라가 부패통제에서 취약할 것으로 생각하기는 어렵다. 반면 정책의 투명성이 낮은 나라는 부패통제에서도 취약할 가능성이 높다. 

WGI에 포함된 6개 항목 이외에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GDP 대비 수출입 비중, GDP 대비 자원수출 비중, 소득불평등 수준(Gini로 측정), 평균교육기간 등 네 변수를 추가로 고려하였다. GDP 대비 수출입 비중은 전 세계적인 교역증가의 영향을 포착하며, 동시에 교역의 증가가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기 위함이다. 다시 말해 GDP 대비 수출입 비율은 단순한 숫자에 그치지 않는다. 수출산업 비중이 높다는 것은 한 나라경제가 과점적인 내수에 의존하기보다는 국제적인 경쟁에 노출되어 있고, 그에 따라 효율성이 중시되는 점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반면 내수부문에 높은 무역장벽을 쌓은 국가의 경우 제도적 수준이 낮을 가능성이 높다. GDP 대비 자원수출 비중은 2000년대 이후의 자원가격 상승과 신흥국의 성장을 고려하여 추가하였다. 

소득불평등은 최근 들어 부쩍 대내외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요인이다. 소득불평등과 경제성장간의 관계는 일률적이지 않다. 경제성장이 급속한 시기에 불평등도가 높아질 수도 있고, 불평등도가 높다는 것이 한 국가가 혁신이나 변화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을 의미하기도 한다. 또한 불평등이 어느 수준 이상에 이르게 되면 경제성장에 장애로 작용하게 된다. 불평등이 심각해지면 가계와 정부의 교육에 대한 투자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 가계의 교육투자 의욕이 저하되거나 재정지출이 고등교육에만 집중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도 불안정성이 높아지거나 일부 계층의 목소리를 반영하게 되어 경제전반의 지대추구를 부추길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마지막 변수인 평균교육기간은 주로 인적자본의 축적 수준을 보여주는 변수로 활용된다. 그렇지만 평균교육기간이 증가하려면 소득의 증가는 물론 공립교육체계를 운영할 수 있는 교육행정 및 재정의 뒷받침이 병행되어야 하고, 단기간에 크게 개선되기 어렵고 투자의 회수기간도 길다는 점에서 한 국가의 제도적 수준 전반을 잴 수 있는 대리 변수(proxy)로 간주하는 연구가 많으며 본고에서 이러한 입장을 받아들였다. 

제도와 경제성장간의 관계는 시기별로 달라 

우선 WGI의 6개 항목 중에서 어떤 제도가 성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기 전에 제도의 평균적인 수준과 소득간의 관계부터 살펴보자. <그림 2>는 2000년과 2013년 각국의 1인당 GDP(구매력 환산 달러기준, 로그값)와 WGI의 관계를 나타낸 그림이다. 이를 보면 1인당 소득이 높을수록 제도의 수준도 높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관계는 2000년과 2013년이나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다. 그렇다고 이 사실이 제도의 질과 성장간의 관계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성장이 이루어짐에 따라 제도의 개선이 나타날 수도 있고 시대별, 국가별로 제도의 영향이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다. 

<그림 4>는 1980년 이후 세계경제의 성장률을 선진국과 개도국으로 나누어 그린 것이다. 이 그림에서 알 수 있는 사실은 1980~90년대는 개도국의 성장률이 선진국과 비교해서 높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1인당 소득이 높을수록 성장률이 점차 하락한다는 사실과 선진국이 개도국보다 제도의 수준이 높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1980~90년대에는 제도의 수준과 성장률 간에는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시기별로 경제성장을 분석한 기존의 여러 연구에서도 1975~1995년까지는 법치제도나 민주주의가 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 이후 개도국의 성장률이 선진국보다 두 배 이상 높았는데, 이는 제도 이외의 요인이 성장률을 높였다는 사실을 함축한다. 

제도가 개선될수록, 교육기간이 길수록, 소득불평등이 낮을수록, 개방도가 높을수록 성장률 높아 

2000~2013년 중 전 세계 100여개 국의 1인당 GDP 증가율을 WGI의 6개 항목(수준과 변화), 평균교육기간, 소득불평등도(Gini기준), 수출입/GDP 비율, 자원수출/GDP 비율을 변수로 분석하였다(변수 모두 2000년 기준). 우선 제도적 수준이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고, 제도의 변화가 성장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목별로는 법치주의, 정부의 효과성, 규제의 질, 정치적 안정성 등이 개선되면 성장률이 높았다. 평균교육기간, 소득불평등도 등의 변수에 대해서 분석한 결과도 유의하게 도출되었다. 즉 인적자본 축적을 뒷받침하는 제도의 수준이 높을수록, 소득의 불평등도가 낮을수록, 개방도가 높을수록, 자원수출 비중이 높을수록 성장률이 높았다. 또한 교육연수의 증가나 불평등도의 개선도 경제성장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되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전 인구나 15~24세에 속하는 인구의 평균교육기간이 1년 길어질수록 연평균 성장률은 0.2%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그리고 소득불평등도가 1만큼 개선될 경우 성장은 0.05%, 수출입/GDP 비율이 1%p만큼 증가할수록 성장률은 0.6%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제도 개선도가 1만큼 커지면 성장률은 연평균 2%p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0~2013년 기간 중 세계경제 성장은 시장의 확대나 투자율의 증가, 자원가격 상승뿐만 아니라 제도적 개선의 영향도 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선진국의 경우 정부의 효과성, 법치, 부패통제 등이 개선되면 성장률 높아 

앞서 선진국과 개도국의 성장률 차이가 2000년 이후 크게 나타났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각 국가별로 수렴하는 속도와 소득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연구, 즉 선진국과 개도국이 서로 다른 성장경로에 있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러한 점들을 반영하여 선진국만을 대상으로 제도의 영향력을 분석했다. 

우선 WGI 6개 변수의 수준과 성장률 간에는 관계가 없었다. 반면 제도의 변화를 설명변수로 분석한 결과 WGI의 6개 변수 중 정부의 효과성, 법치제도, 부패통제 부문의 변화가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유의하게 분석되었다. 그리고 이 세 부분이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세 분야의 지수를 평균하여 분석한 결과도 유의하게 도출되었다. 반면 정치와 관련된 정책결정의 참여나 정치적 안정성 등은 유의하지 않았다. 이는 선진국의 경우 정치제도가 어느 정도 안정화되어 있어 두 변수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위의 분석결과는 선진국간 제도적 차이가 크지 않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것으로도 보이며, 제도적 수준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논거로도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미국 Conference Board에서 발표한 각국의 총요소 생산성(성장 중에서 자본과 노동 투입 증가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의 성장기여도, 즉 혁신이나 교육의 질 또는 제도의 개선으로 설명될 수 있는 부분이 높은 국가일수록 WGI로 측정한 제도의 개선이 컸다. 즉 제도개선과 혁신에 의한 성장간에 깊은 관계가 있다는 의미다. 또한 수출입/GDP 비중은 전체 대상 국가에서처럼 유의하게 분석되었다. 반면 소득불평등도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유의하지 않았다. 이는 선진국에 포함된 국가들이 개도국에 비해서는 사회적 안전망이 잘 갖춰져 있고, 소득재분배 정책도 어느 정도 마련되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2. 우리나라의 제도 
  

우리나라의 제도적 측면을 자세하게 살펴보자. 우선 소득수준을 감안한 제도적 수준을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자. 성장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정부의 효과성, 법치주의, 부패통제 세 분야의 평균을 살펴보면 1인당 소득을 감안했을 경우 평균수준으로 평가된다. 법에 의한 지배와 정부의 효과성은 평균보다 높은 편이나 부패통제 측면에서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선진국만을 대상으로 비교하였을 경우에는 소득수준을 감안하면 전반적으로 제도의 수준이 다소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중에서도 부패통제가 특히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경우에도 세계적 수준에 비해서는 큰 차이가 있었다. 정부의 효과성이나 법치주의의 선진국 평균은 1.4 내외였으나 우리나라는 각 1.1과 0.93에 그쳤다. 가장 큰 문제는 부패통제로 0.55에 그쳐 선진국(1.27)과 격차가 컸다. 

물론 1996년 이후의 변화를 고려할 경우 우리나라의 제도는 상당한 개선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1996년 이후 각 제도의 변화를 살펴보면, 세 지수의 평균은 1996년 이후 꾸준히 높아지는 모습이다. 전 세계평균이 이 기간 중 오히려 뒷걸음질쳤다는 점에서 우리는 모범적인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항목별로 보면, 정부의 효과성이나 법치주의는 1996년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부패통제의 경우 1996년 0.24에서 2013년에는 0.55로 크게 개선되는 모습이나 여전히 낮은 수준에 그치고 있다. 지난 17년간 세 수치의 평균은 0.37 올랐다. 전 세계적으로는 지난 17년간 이 수치의 평균은 거의 변함이 없었다. 

나머지 세 항목의 변화도 살펴보자. 우선 정책참여도 항목에서 우리나라는 1996년 0.62에서 2013년에는 0.69로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정보 공개범위 확대, 법률안 제정시 공청회 개최 등 제도적 개선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안정성은 후퇴, 규제의 질은 개선 

반면 정치적 안정성 측면에서는 오히려 뒷걸음질 쳐서 1996년 0.52에서 2013에는 0.24로 0.28만큼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의 질 측면에서는 1996년 0.48에서 2013년에는 0.98로 크게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여전히 선진국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규제개혁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그럼에도 세 수치는 본문에서 분석된 다른 수치들과 동일하게 여전히 선진국 평균수준에는 미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8> 참조). 

선진국에 비해서 제도적 수준이 떨어지는 상황은 다르게 보자면 제도적 개선을 이룰 경우 성장률을 좀 더 높일 수 있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의 효과성, 법치주의, 부패통제 등 세 항목의 평균수준은 2000년 0.59에 그쳤으나 선진국의 경우 이 수치가 1.41에 달했다. 만약 우리나라의 수치를 선진국 평균수준만큼만 끌어올렸다면 우리나라의 연평균 성장률은 2%p 정도 높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웃한 일본의 경우 동 수치가 1.24였고 양국의 차이는 0.65였다. 만약 우리나라가 제도적 개선을 이루어 평균수치가 2000년에 일본 수준에 이르렀다면 연평균 경제성장률을 1.3%p 정도 높았을 것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한다면 연간 15조원 정도의 부가가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3. 시사점 
  

글로벌 금융위기가 휩쓸고 지나간 지난 5년간 세계경제는 3% 대 초반의 저성장 터널에 갇힌 모습이다. 이제 더 이상 2000년대 중반과 같은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만이 나올 뿐 호전의 계기는 가시권에 보이지 않고 있다. 요소투입 증가에 의한 새로운 신흥경제의 대두나 자원가격의 호조와 같이 2000년대 세계경제 호조를 불러온 커다란 구조변화나 흐름의 개선은 기대하기 어렵다. 당장 내년만 해도 세계교역이 회복되기 어렵고 중국의 성장활력 둔화가 이어지는 데다 그 동안 확장기조를 유지해왔던 글로벌 통화정책의 흐름도 바뀌면서 세계경제는 낮은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제도 변화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선진국의 제도변화는 오랜 역사 속에서 진보와 퇴행을 거듭하는 가운데 어느 정도 정착, 개선흐름이 완만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신흥국의 제도개선 여지는 많이 남아있다. 예를 들어 들어 중국에서 법치(rule of law)가 더 자리잡아 기업들의 투자환경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거나, 사기업들이 국유기업들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면, 혹은 호구제 개선 등 거주이전의 자유가 확대된다면 중국의 성장세가 한 단계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물론 이는 모두 기존 공산당체제와 양립하기 어려운 것들이라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아프리카의 경우 종족분쟁이 완화되면서 정치적 안정성이 높아지고 있다거나 초등교육의 확산으로 문맹률이 낮아지고 있는 점 등은 향후 이 지역의 지속성장 가능성을 보여준다. 

제도 개선이 성장세를 강화한다는 명제는 당연히 우리 경제에도 적용된다. 앞서 본 것처럼 우리나라 제도의 전반적 수준은 선진국 평균에는 한참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정책참여와 정치적 안정 그리고 부패통제 부분에서 커다란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정책결정에 대한 참여가 낮고 정치적 안정이 미흡하면서 사회적 이슈가 생기고 그것을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이해관계자간의 첨예한 갈등이 해결되지 못하는 모습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사회적 관점에서의 바람직한 방향과 기득권층의 반대라는 두 가지 상반된 입장을 설득과 대화를 통해 조화시키는 것, 다시 말하면 우리 사회의 갈등관리와 문제해결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요소로 대두되고 있다. 아울러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줄이기 위한 강력한 반부패방지 법안의 시행도 중요하다. 부정부패는 우리경제의 효율성과 공정성을 떨어뜨리는 주된 요인으로 앞서 지적한 것처럼 선진국과 비교해서 가장 취약한 수준이다. 

제도의 가치는 결국 투자와 혁신 동기를 유발하는가의 여부에 의해 판가름난다. 만약 정부가 독점권이나 면허권을 시장에 맡기지 않거나 투명하지 않은 방법으로 배분한다면 사회후생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중장기적으로도 국가경제에 큰 해악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기업들로 하여금 생산성을 늘리려는 노력보다는 이권, 혹은 지대 추구(rent seeking)에 주력하게 하는 등 인센티브메커니즘 확대와는 반대 방향의 시그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최근 정부가 구조개혁에 주력하고자 하는 것은 장기적인 성장잠재력을 높인다는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노력으로 평가할 수 있다. 노동과 공공 부문을 중심으로 하는 구조개혁이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기득권층의 양보를 이끌어내고 그럼으로써 세대간, 부문간 불평등과 갈등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면 더욱 바람직할 것이다. 

제도개선을 산업 영역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 경제의 저성장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산업 발전과도 연관지을 수 있다. 금융, 유통, 법률 등의 서비스부문은 제조업에 비해 제도와 관행의 영향을 훨씬 더 받게 된다. 따라서 서비스업 발전을 위한 법률제정이나 규제개혁에 우리사회가 어떻게 접근하는지가 제도 발전 차원에서 중요한 시험대가 될 수 있다. 규제를 합리화하고 서비스 산업 발전을 도모한다는 실체적인 측면에서도 그러하고 이해대립을 어떻게 해결하는가 하는 절차상의 측면에서도 그러하다. 이해당사자간에 충분한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 수준에서 타협을 하고, 행정부는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언론은 공정한 보도로 바른 여론형성에 노력을 다하고, 국회는 국민 전체의 눈에서 법안을 판단하는 등의 노력이 요구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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