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도" 새로운 접근,, 지극히 현대적인 자식교육 우화 ‘사도’를 본다

2015. 10. 7. 16:33이런저런 이야기/다양한 세상이야기

 

 

 

 

 

지극히 현대적인 자식교육 우화 ‘사도’

프로필이미지하재근(문화평론가)

Visit 214 Date 2015.10.01 11:28

 

사도ⓒ뉴시스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컬처 톡’ 116

이준익 감독의 <사도>가 3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추석 극장가의 승자로 떠올랐다.

 이 작품은 영조와 사도세자의 이야기를 그렸다. 사도세자의 비극은 한국 사극에서

가장 많이 다뤄진 소재 중 하나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아버지가 아들을,

그것도 외아들을 죽였단 말인가? 이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사도세자

 이야기를 조선 사극의 단골 소재로 만들었다.

한국 사극에서 사도세자는 두 가지 시각으로 그려진다. 과거엔 사도세자

미치광이 관점이 주로 나타났다. 사도세자의 부인이자 정조의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에 나온 관점이다. 최근 들어선 사도세자 개혁군주 관점이 많이

 그려졌다. 조선을 개혁하려는 사도세자를 기득권 세력인 노론이 제거했다는 시각이다.

영화 <사도>는 미치광이 관점을 기본으로 해서 개혁군주 관점을 절충해 정통사극 형식으로 만들어졌다.

영조는 출신에 콤플렉스가 있었다. 어머니가 정비도 후궁도 아닌,

미천한 무수리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드라마 <동이>의 주인공인 최 무수리가

영조의 친어머니다. 어머니의 미천한 피가 자신에게도 흐르기 때문에, 영조에겐

자신이 왕재임을 증명하려는 강박이 있었다. 게다가 영조는 형인 경종을 독살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숙종과 장희빈의 아들인 경종은 장희빈이 사사된 후 왕위에 올랐으나

 노론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장희빈이 남인이었고 경종은 소론과 가까웠기 때문이다.

 경종이 재위 4년 만에 석연치 않은 이유로 죽고 노론의 지지로 영조가 즉위하자,

영조와 노론이 결탁해 경종을 독살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생겨났다. 영조는

더욱 더 강박적으로 자신이 왕위를 훔친 것이 아니라 왕의 자격을 갖춘 왕재라고 증명하려 했다.

비극은 이러한 영조의 강박이 자식 교육에까지 이어진 데에서 잉태됐다. 영조는

사도세자에게 자신의 강박을 그대로 투영했다. 하필 사도세자는 정비의 자식이

 아니어서 정통성에 흠집이 있었다. 영조는 더욱 사도세자에게 바른 몸가짐과 높은 학문으로

 스스로 왕재임을 증명하라고 강요했다. 사도세자가 어렸을 때부터 후궁인

어머니에게서 떼어내 혼자 지내게 하면서 제왕교육을 시켰다. 3살 때부터

효경을 읽혔을 정도다. 몸가짐이 조금만 흐트러져도 영조는 엄히 꾸짖었다.

 세자와 전쟁놀이를 한 상궁들을 처형할 만큼 공포분위기를 만들었다.

차라리 세자가 둔재였다면 아버지의 요구를 따르는 시늉이라도 하면서

 그럭저럭 지냈겠지만, 사도세자는 뚜렷한 주견을 가진 영재였다.

아버지의 강압적 훈육과 세자의 개성은 점점 충돌했고, 급기야 세자에게 불안증이

생기기에 이르렀다. 세자에 대한 영조의 불신이 점점 커져가던 차에 세자의 아들이

 영특하게 자라난다. 훗날의 정조다. 영조는 아들인 세자를 제치고 손자에게

직접 왕위를 물려주려 한다. 그러자면 아들이 손자 앞을 가로막도록 방치해선 안 된다

. 그리하여 영조가 친아들을 뒤주에 가둬 죽이는 임오화변이 일어났다는

 내용이 사도세자 미치광이설의 관점이다.

영화는 이런 관점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사도세자의 광증이 발현되는

과정을 자세히 표현해 관객을 몰입시킨다. 마침내 아버지가 아들을 죽이고,

 정조가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장면에 이르러선 눈물을 흘리는 관객들도 나타난다.

여기에 사도세자와 노론이 대립하는 설정을 통해 노론의 견제도 임오화변에 영향을

미쳤음을 영화는 암시한다. 최근 사극에선 사도세자와 노론의 대립에 주목해,

사도세자가 노론 기득권 체제를 혁파하려는 개혁군주가 되려다 구체제에 희생됐다는

관점이 많이 그려진다. 현대 기득권체제의 혁파를 바라는

욕망이 사도세자에게 투사되는 것이다. 사도세자의 아들인 정조가

절대적인 인기를 끄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사도>는 이런 사회적인 관점보다 미치광이 세자를 만든 왕실

가정비극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교육잔혹극이 되었다.

 자식을 우등생으로 만들려는 아버지의 강압적 교육에 엇나가는 아들,

 파괴되는 가족의 이야기다. 남의 일이 아니다. 바로 이 시대에 수많은 가정에서

반복되는 교육잔혹사다. <사도>는 지극히 현대적인 자식교육 우화가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수많은 이 시대의 영조들에게 보내는 경고메시지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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