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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바이러스같은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000 진모영감독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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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바이러스같은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76년 아름다운 사랑과 이별앞에 관객 호응 폭발적

 이영일 칼럼니스트 (발행일: 2014/12/14 20:36:48)

마치 애틋한 신혼부부의 순결하고도 알콩달콩한 러브스토리를 보는 듯, 그러면서도 완숙한 삶의 무게와 사랑의 실체를 보여주는 진모영 감독의 85분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벌써 20만이 넘는 사람들의 마음을 뜨겁게 울리고 있다.

천진난만하게 낙엽싸움과 눈싸움을 하고 물장난을 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영화 처음 도입부에는 행복 바이러스가 온 극장안을 감싸고 연상 폭소와 웃음을 자아낸다.

그러나 이내 대부분의 관객들이 그 동화같은 사랑과 눈물나는 죽음의 이별에 숨죽이고 훌쩍거리기 시작한다. 객석을 가득채운 관객은 20대부터 노년층까지 다양하지만 스크린속 98세 할아버지와 89세 할머니의 사랑과 이별은 메마른 이 시대에 모든 연령층을 하나로 모아 모두의 마음을 사로 잡기 시작하는 것.

가난하고 어려웠던 시절부터 함께 해 온 할아버지와 할머니 부부의 인연과 사랑의 끈은 가족의 해체, 반복되는 이혼과 이별로 점철되는 현재의 부부상과 사랑의 실체를 스스로 반성하게 하는 정화수같은 영화가 분명하다.

76년을 함께 한 할아버지의 죽음을 예견하고 할아버지의 헌 옷을 태우는 할머니의 눈물, 자식 열두명중 먼저 하늘나라로 보낸 여섯 자식의 내복을 사 먼저 가는 사람이 내복을 입혀주자는 할머니의 떨리는 목소리, 결국 할머니를 놔두고 먼저 하늘나라로 간 할아버지 산소앞에서 차마 발을 뗄수 없어 주저앉아 우는 할머니의 통곡앞에서, 객석 모두는 마치 자신의 할아머지가 돌아가신 양 연상 눈물을 흘리고 가슴속 깊은 슬픔에 주체할 수 없는 고통을 느낀다.

과연 사랑의 실체는 무엇일까. 무엇이 사랑의 참된 모습이고 어떤 인생길이 부부의 손을 놓지 않게 하는 힘일까. 사랑하는 연인들이 꼭 봐야할 지침서같은 영화, 결혼을 앞둔 예비 부부들은 물론, 결혼한 부부들이 살면서 기억해야 할 가치를 가슴으로 느끼게 하는 사랑의 리모컨같은 영화가 바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라 하면 너무 과장된 표현일까.

나의 이야기, 우리 부모님의 스토리를 보는듯한 착각에 빠지게 하는 먹먹한 감동의 영화앞에 차갑게 식은 심장마저 부끄럽게 느껴지는 이 여운을 과연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데스크의 주장
2014년 12월 14일 (일) 연지민 기자 annay2@hanmail.net
   
 
   
 
연지민 취재3팀장 <부장>

참으로 각박한 대한민국에서 요즘 따뜻한 한 편의 영화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진모영 감독의 시나리오 없는, 다큐멘터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이다. 

입소문으로 시작된 이 영화는 메인 극장가를 점령하며 하루 관객 동원 24만명을 기록, 그야말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작품성 하나만으로 관객들을 끌어모은 영화는 4~50대 관객을 영화관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또 수백억원대의 제작비를 투입한 ‘인터스텔라’나 ‘엑소더스: 신들의 왕들’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상영되고 있지만, 관객 점유율에서 우위를 보여주고 있어 더 화제다. 제작 비용 대비 수익 비율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게 될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 영화를 단순히 투자 대비 수익으로만 들여다볼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눈을 떼기 어려운 화려한 스크린 천지에서 앵글 하나만으로 담박하게 보여주는 화면은 현대인들이 문명의 이기 속에 얼마나 기계화되어가고 있는지를 각도 하나로 증명한다. 

그리고 다소 촌스럽고 뻔할 것 같은 영화는 일상으로 뛰어들어 움직인다. 그중에서도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대부분 간과하는 ‘늙은 삶’의 문제로 다가간다. 

부부의 연을 맺은 지 70년이 훌쩍 지난 늙은 부부의 집을 배경으로 나이만큼이나 적적한 시골생활이 펼쳐진다. 주름 가득한 노부부가 과거와 현재를 회상하는 순간순간은 모든 대한민국 부모의 자화상을 보는 듯 가슴 저릿하다.

병들고, 쇠약해진 몸을 건사하며 느리게 살아가는 노부부지만 무거움만 있는 것은 아니다. 10대 소년·소녀처럼 장난기가 발동해 눈싸움도 벌이고, 건강을 기원하며 첫눈을 나눠 먹고, 진달래꽃을 따러 산에 오르고, 국화꽃을 선물하며 웃음을 선사한다. 별스럽지 않은 일상과 세파를 헤쳐온 소시민의 삶이 화면 속에 잘 버무려져 소박하면서도 아름답다. 

‘늙은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그렇다고 감독은 무엇을 애써 보여주거나, 애써 연출하지 않았다. 98세 할아버지와 89세 할머니를 주인공으로 삼은 의도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나도록 고도의 연출을 하고 있을 뿐이다. 가공하지 않은 삶의 문제가 던지는 화두는 그래서 더 빛이 난다. 

본격적인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늙음’이 사회문제로 부각된지 오래다. 누구도 어쩌지 못하는 ‘시간’앞에 개개인들은 ‘어떻게 살 것인갗라는 자문의 화두를 던지고 있다. 

이는 나이가 들수록 더 묵직한 화두가 되어 불안의 그림자를 끌고 돌아온다. 경제적으로 궁핍할까 불안하고, 건강하지 못해 자식에게 누가 될까 불안하고, 쓸모없는 사람이 될까 불안하다. 

무엇보다 살아가는 기본 조건인 의·식·주가 불안하니 세상은 더 각박하다. 있는 사람은 있는 대로, 없는 사람은 없는 대로 불안한 게 지금의 현실이다. ‘벌어도 불안하고 안 벌어도 불안하다’는 어느 직장인의 한탄이 남의 일만은 아닐 것이다. 영화 장면 하나하나가 관객들에게는 다가올 미래를 조심스레 엿보는 시간이었으니 말이다.

긴 수명이 재앙이 될 것이란 말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사회 구성원을 사회적 비용으로 환산했을 때 고령인구는 셈법상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수명이 길어지면서 의학과 문명의 눈부신 발달 이면에는 사회가, 지구가 늙어가는 문제에 봉착할 것이란 분석이다.

늙음에 대처하는 자세를 모두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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