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는 축복이다. 이런 축복은 준비된 경우에만 가능하다. 준비 없는 장수는 재앙이다. 고통스런 시간이 연장되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오래 산다는 게 그저 물리적 수명의 연장에 그친다면 불행이다.
인간은 행복을 추구한다. 정신적·육체적·경제적 여건이 갖춰져야 행복도 비로소 가능해진다. 물론 모든 것을 충분히 갖추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수준은 보장돼야 한다.
특히 경제적 여건을 갖추려면 미리 준비해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부담은 더욱 늘어나고, 실행에 옮기기도 어렵다. 보험사 등 금융회사들은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돕기 위해 다양한 상품 및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100세 시대는 준비한 사람들에게만 축복으로 다가올 수 있다. <뉴시스>는 100세 시대를 맞아 안정적인 노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노하우를 소개하기 위해 '100세 시대를 위한 준비'라는 기획 시리즈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
【서울=뉴시스】박주연 박기주 기자 = 세계보건기구(WHO)가 최근 발표한 우리나라 여성(2012년 출생자 기준)의 기대수명은 84.6세, 남성의 기대수명은 78세다. 1990년 출생자에 비해 여성은 9년, 남성은 10년을 더 오래 산다.
우리나라는 2000년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7%를 넘어서며 고령화사회에 진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은 2017년 고령사회(고령인구비율 14~20%)로 진입한 데 이어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고령인구비율 20% 이상)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총인구 중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12.2%였다. 고령자는 2030년 24.3%, 2050년 37.4%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1985년생들이 65세가 되는 2050년에는 인구 10명 중 4명은 노인인 셈이다.
정부는 이같은 추세를 반영해 '정년 60세 법안'(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을 마련했지만, 의료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수명이 길어진 '100세 시대'에서는 60세 퇴직조차 너무 이르게 느껴진다. 퇴직 후에도 30~40년이라는 기간이 남는다.
문제는 '은퇴 후 소득'이다. 은퇴자금을 사용해야 하는 기간이 자금 형성기간 이상으로 늘어남에 따라 국민 대다수가 노후자금을 사망하기도 전에 다 써버릴 수 있는 '장수리스크'에 노출된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평균적으로 다른 국가들에 비해 금융자산보다 부동산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고, 금융자산 중에서도 예금의 비중이 높아 연금·보험 등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다.
보험개발원이 최근 발표한 '2012년 개인연금 가입 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공적연금소득대체율은 국민연금 평균가입기간이 27년에 불과해 25.8~30.7%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54.4%에 비해 턱없이 낮다.
사적연금에 가입한 사람의 소득대체율 역시 21.2%(퇴직연금 13%, 개인연금 8.2%)로 OECD 등 국제기구 권고비율(40%)에 못 미친다.
따라서 개인 차원에서의 노후준비가 절실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젊을 때부터 은퇴 후의 소득흐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퇴직금제도에 기반을 둔 우리나라 퇴직연금제도에서는 연금보다는 일시금으로 퇴직급여를 수령할 가능성이 크다"며 "퇴직연금을 통해 안정적인 노후소득흐름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뿐 아니라 정책당국의 제도 개선, 사업자의 상품 개발 등 이해 당사자들의 총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적영역과 사적영역이 시너지를 내며 노령화 문제에 대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다.
보험연구원 이태열 박사는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은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구조인데 고령화가 진행되면 의료수요 급증 등으로 재정이 불안해 질 수 밖에 없다"며 "하지만 민영 보험의 경우 취약계층에 대한 공급이 저조해 공적 연금과 사적 연금을 유기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 박사는 "결론적으로 국민연금은 완만하고 점진적으로 보험료를 높여야 한다"며 "일정 연령, 소득을 기준으로 개인형퇴직연금(IRP)가입을 의무화하고, 세액 공제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해 사적 연금 가입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보험상품을 활용하면 노년기의 의료 서비스 비용 부담도 줄일 수 있다. 보험사들은 의료, 건강관리 서비스 제공회사와 제휴해 고객을 대상으로 건강관리, 치료지원, 질병관리 등을 해주는 헬스케어 서비스도 사적 보험이 확대해 나가야 할 영역으로 꼽는다.
미국 최대의 건강보험사인 유나이티드헬스케어는 5900개의 병원, 78만명의 의료인과 계약을 맺어 실버타운에 건강관리 등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질병예방 등 건강관리 서비스. 노인간병 서비스를 기존의 보장성보험과 연계하는 새로운 개념의 보험상품이 개발되고, 확대돼야 한다"며 "자가 건강측정, 건강정보 제공 등으로 생활습관 개선을 유도할 경우 만성질환관리 방안으로 활용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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