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심리학 산업'에 이용되는 불안..심리학 장사 구별하는 법

건강한 몸과 마음을

by 소나무맨 2014. 4. 28. 17:28

본문

 

 

'심리학 산업'에 이용되는 불안..심리학 장사 구별하는 법 시티라이프|입력2014.04.23 10:35

<엉터리 심리학><심리학에 속지 마라><심리를 조작하는 사람들>. 최근 발간된 '反심리학' 책들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섭식장애' 'ADHD' '불안장애' 등 심리질환을 겪는다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사람들은 취직, 연애, 결혼, 육아, 인간관계 등 모든 어려움에 대해 심리학적 조언을 구한다. 전문가들은 심리학이 일종의 '트렌드'가 되어 '가벼운 트러블'을 '정신질환'으로 몰아 불안과 두려움으로 심리학 장사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기자님은 우울증이 굉장히 심각합니다. 당장 치료를 시작하셔야 해요. 제가 아는 병원으로 소개시켜 드릴게요." 편안한 풍모의 여자 의사는 병원과 전화번호, 원장의 이름을 적은 쪽지를 손에 쥐어준다. 50분여 상담했을 뿐인데 MBTI 성격 검사비를 제하고도 8만원이라는 거금이 날아간다. 밤에 잠이 잘 오지 않고, 만성 피로가 있을 뿐인데 내 상태가 그렇게 심각한가? 불안한 발걸음으로 병원 문을 나서서 이번엔 서점엘 간다. 최근 발간된 직장인 우울증 관련 책과 '2030 싱글 여성을 위한 심리 처방전'이라는 부제를 지닌 책을 집어 든다. '뉴욕 타임즈와 아마존 1위에 오른 심리 필독서'라는 띠지에 슬쩍 눈길이 간다. '당신 안에서 울고 있는 작은 아이를 돌아보세요'라는 광고 문구에 울컥해지면서 책을 집어 계산대로 향한다. 책 두 권에 금방 거금 3만원이 날아간다. 정신과 상담은 받지 않았더라도 서점에서 심리학이나 자기계발 책을 뒤적이며 셀프 힐링에 나서본 경험은 한번쯤 있을 것이다. 서른 즈음엔 서른이 읽어야 한다는 심리학 책을 읽고, 이별한 뒤엔 좋은 이별을 위한 심리학 책을 읽는다. 20대들은 29살을 어떻게 넘길까 심리학 서적을 뒤적이고, 마흔이 두려운 사람들은 '좋은 마흔을 맞는 방법'에 대한 심리서를 사서 읽는다.

넘쳐나는 우울증 환자와 심리학 책들

↑ <심리를 조작하는 사람들>(그들은 어떻게 마음을 지배하고 행동을 설계하는가)오카다 다카시 저/황선종 역/어크로스 펴냄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상처받지 않는 심리 처방전', '남에겐 친절하지만 자신에게 불친절한 여자들을 위한 심리학', '요동치는 기분을 잠재우는 유리멘탈 극복 프로젝트', '숨겨진 무의식을 발견하는 10가지 심리 프레임'. 최근 발간된 심리학 책들의 부제들이다. 올 상반기 발간된 심리학 관련 서적은 책 제목에 '심리'가 들어간 것을 포함, 30여 종이 넘는다. <중년의 심리학 노트>(2014/1)<에드윈 슈나이드먼 박사의 심리부검 인터뷰>(2014/2)<나쁜 건 넌데, 아픈 건 나야>(2014/4) <15분 발표 심리>(2014/4) <심리학 일주일>(2014/3) <나는 정말 나를 알고 있는가>(2014/3)<사람들 앞에 서면 나는 왜 작아질까>(2014/3), <몸짓 심리술>(단숨에 상대의 마음을 여는 기술)(2014/2). 아마존이 'Psycology(심리학)' 중심으로 새 알고리즘을 짠 것도 아닐진대 이런 일은 왜 일어나는 걸까. 온라인 서점들은 봄맞이 심리 도서전까지 열고, TV 예능 프로그램, 팟캐스트에 이르기까지 모든 프로그램이 다 '심리'라는 설명을 달고 나온다. 심리학에 대한 과도한 대중의 관심은 어떻게 보면 서점과 TV, 강연장을 가득 돌면서 대박을 터뜨린 힐링 열풍과도 궤가 닿아 있다. 이런 움직임을 심리학 장사로 보는 것은 사람들의 불안을 이용하는 것이 돈이 되기 때문이다.

불안을 먹고 자라는 심리학의 진실

↑ <심리학에 속지 마라>(내 안의 불안을 먹고 자라는 심리학의 진실)스티브 아얀 저/손희주 역/부키 펴냄

'나는 과연 정상일까?' 파고들면 들수록 삶은 지뢰밭이 된다고 말하는 심리학자 스티브 아얀은 독일의 저명한 심리학 전문 잡지 <게히른 운트 가이스트>의 편집장이다. 그는 신간 <심리학에 속지마라>를 통해 각종 통계와 연구, 마케팅 자료로 심리학을 꼬집는다. 그는 "시험에 대한 공포, 직장 스트레스, 슬럼프, 가족간의 불화 등 살아가면서 겪는 불가피한 트러블을 심리학은 마치 반드시 고쳐야 할 위기상태로 진단한다"며 "컨베이어 위에서 대량 생산한 인스턴트 심리 요리법, 구미에 딱 맞게 만들어진 행복 요리법을 대중이 분별 없이 흡수하고 있다"고 말한다. 독일 아마존 2012~2013 스테디셀러에 오른 이 책은 진로부터 채용, 범죄자 성격유형까지 알아보는 MBTI검사의 허점, IQ를 높여준다고 알려진 모차르트 음악의 사기극, 정신상담사가 넘쳐나는 심리학 천국의 병폐를 파헤친다. MBTI검사의 경우 16가지 성격유형을 제대로 담지 못하거나 측정해야 할 요소를 빠뜨리기 쉬운 구조이며 심지어 동일인의 검사 시간만 달라도 차이점이 날 수 있다는 것. 그는 정확히 검증되지 않은 검사를 통해 전 국민의 심리와 지능, 성격이 재단되고 있다고 말한다.

"요즘에는 마음에 약간의 문제라도 생기면 바로 전문가를 찾는 것 같습니다. 모두 자신이 검진받고 치료받아야 한다고 믿는 거죠." -<심리학에 속지 마라> p61~62개인문제보다 사회구조에서 기인하는 문제 많아

↑ '인생을 바꾸고 싶은 독자라면 꼭 읽어라!(아마존 독자)', '아마존 심리 베스트셀러'라는 표지 카피는 시중의 심리학 책을 패러디했다. <엉터리 심리학> 스티븐 브라이어스 저/구계원 역/동양북스 펴냄

임상심리학자로 한때 자신도 자기계발서를 썼던 <엉터리 심리학>의 저자 스티븐 브라이어스는 연구결과가 불충분하거나 잘못된 심리 지식들을 그럴싸하게 부풀린 '심리학 팔이'가 많다고 이야기한다. 수많은 심리학 법칙들이 사실은 대중이 자기 합리화를 위해 오용하거나, 수많은 예외가 있는 현상을 학자들이 간과한 예라는 것. 신간 <엉터리 심리학>에서 그는 '속마음을 표현해야 건강하다', '남자와 여자는 서로 다른 별에 살고 있다', '나의 콤플렉스는 부모 탓이다', 등 18가지 대표적인 심리학 '상식'을 마치 도장깨기 하듯 신랄하게 격파해 나간다. 예를 들자면 이런 식이다. '고백할 것이 있는데, 사람들이 제 내면에 있는 아이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나는 그냥 터져 나오는 웃음을 어찌할 수가 없다', '수동적이고 변화를 거리는 사람들이 동정을 얻기 위해 '자존감이 낮아 고통 받는다'고 핑계를 댄다'. 그는 인간의 심리적 결함은 개인의 문제이기 이전에 사회체제나 사회구조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내면의 아이를 포용하라는 치료법은 아이에게는 괜찮지만 성인에게는 독이 되기도 한다. 성인에게는 상당히 부적절한 행동과 태도를 은근슬쩍 허용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엉터리 심리학> p120~121

심리학 천국에서 탈진하지 않고 생존하는 법

한 심리 강연회 현장. '자꾸 부정적 생각에 빠져 있는 자신을 발견해요'라고 밝힌 한 참가자에게 연사는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라고 말한다. 내가 괴로운 것은 정말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어린 시절 상처받은 아이가 내 안에서 울고 있기 때문일까? 활발한 아이에게 ADHD를, 신입사원에게는 번아웃증후군(육체적, 정신적 피로가 쌓여 의욕을 잃는 증상)이라는 진단을 내리는 게 과연 온당할까? 물론 심리학 관련 직업만 해도 수십 수백 개에 이르는 '심리학' 본토에서 날아온 그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는 없다. 상담이 필요한 이들 역시 분명히 있지만 단순한 증상을 심리적 질환으로 판단 내리거나, 불필요한 사람들이 과하게 심리학적 치료를 받고 있지는 않을까. 애매한 숫자와 측정치, '연구에서 입증된' '논문에서 밝혀진' 등의 '말'을 가지고 말이다. 프로이트가 정신분석학회를 세운 것이 1908년임을 감안하면 심리학은 이제 고작 100년 남짓, 게다가 한국에서의 역사는 더욱 짧다. 전문가들을 찾아가 지갑을 여는 사람들은 자기 마음 속 깊은 곳의 상처를 서슴없이 내어놓고 심리학의 처방을 기다린다. 심리학을 자기계발 조언에 끌어들인 '심리학 장사'를 경계하는 것은 그것이 현대인들의 강박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뒤쳐지지 않으려면 자아를 계속 향상시켜 나가야 한다는 강박, 심리만 다스리면 인생이 통제가능할 것이라는 바로 그 환상 말이다.

<심리학에 속지마라> 스티브 아얀이 말하는 '심리학자의 6가지 속임수'

①심리학자들은 때때로 근거도 없이 주장을 펼친다.

②상식을 이론 뻥튀기의 발판으로 활용된다.

③일단 이론에 이름을 붙이고 있어 보이게 만든다.

④깊은 인상을 남기는 그림과 비유를 이용한다.

⑤'무의식'을 이론 창출의 노다지로 활용한다.

⑥마치 불편한 진실이나 파장을 일으킬 만한 사실을 품은 척 지식을 포장한다.

[글 박찬은 기자 사진 및 일러스트 포토파크 매경DB 자료제공 도서출판부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