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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연구 WP(13) R&D, 돈이 아니라 리더십이 문제다

리더쉽

by 소나무맨 2014. 4. 4.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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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연구 WP(13) R&D, 돈이 아니라 리더십이 문제다

장성근 | 2012.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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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성과는 R&D 리더십에 달렸다

경제 성장이론의 선구자이며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솔로(Robert Solow) MIT 대학 명예교수는 일찍이 경제 성장에 있어서 자본 축적이나 노동투입의 증가보다 기술혁신 역량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보여줬다. 솔로 교수의 연구 결과는 이후 미국, 일본, EU 등 선진국 경제가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R&D에 많은 투자와 노력을 기울이게 되는 방향타 역할을 해 왔다.

특히 최근 기술 변화 속도가 빠르고 불확실성이 높은 세계 경제 상황에서 외부 환경에 휘둘리지 않고 국가 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술혁신 역량을 키우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기술혁신 역량이 미흡하다면, 경제성장이 정체되고 자칫 경제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시대 변화의 흐름에 맞춰 우리 나라도 과학기술의 혁신을 부단히 시도해왔다. 과학기술의 패러다임도 점차 ‘모방형’에서 ‘지식 창조형’으로 바뀌는 중이다. 민간 및 공공 부문을 모두 망라한 국가 총 R&D 투자액은 2008년에 34.5조원이었던 것이 2009년에는 37.9조원, 2010년에는 43.9조원으로 크게 늘어왔다. 2010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3.74%로 이스라엘(4.25%)과 핀란드(3.84%)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한편, R&D 성과 평가 제도, 신성장 동력분야의 R&D에 대한 조직 강화 및 세제 지원, 혁신 클러스터 지정∙운영, 국가과학기술위원회 기능 강화, 기초과학연구원 설립 등 다양한 R&D 관리 시스템과 제도를 도입하여 실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R&D 체제는 규모나 관리 능력에서 선진국 수준에 도달한 것일까? 두 가지가 모두 충족됐다고 해도, R&D를 수행하는 R&D 리더가 제 역할을 못하면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R&D 리더란 테크노 CEO, CTO, 연구소장, 연구 관리자 등 사회 각층의 연구조직을 이끄는 사람을 말한다. R&D 리더가 통찰력을 가지고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고, R&D 인력을 한 방향으로 몰입하게 하느냐에 따라 R&D 성과가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국토도 좁고 자원도 빈약한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 동력으로 과학기술이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국가 과학기술분야에 종사하는 리더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국가 연구개발 예산에 대한 배분과 조정 등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 국가의 새로운 성장 동력 등 미래 먹거리를 찾는 R&D 전략기획단, 기초연구의 활성화를 위해 만들어지는 기초과학연구원 등 중요 국가 과학기술 조직의 경영층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제 시하며 이끌고, 국책 연구기관 간 상호 협력을 촉진하는 리더십을 발휘할 때 우리나라의 R&D에 미래가 보이는 것이다.

21세기 혁신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스티브 잡스(Steve Jobs)는 “혁신은 돈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고 단언한 바 있다. 그가 1997년 파산위기에 몰린 애플 CEO로 복귀했을 때 주가는 주당 3.2 달러였으나 퇴임을 발표한 2011년 8월 24일 애플 주가는 376 달러로 14년 만에 주가가 117배나 폭등했다. 결코 혁신이 자금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잡스가 솔선해서 보여준 셈이다.

우리 경제가 ‘빠른 추격자’에서 ‘혁신을 선도하는 과학기술 경제’로 도약하기 위해선 R&D 투자를 확대하는 것과 함께, 유망 분야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 높은 성과를 만들어내는 R&D 리더 역시 충분히 육성해야 한다.

기술 능력이 뛰어나야 훌륭한 R&D 리더?

R&D 리더는 기술 능력(전문 분야의 풍부한 기술 지식 보유와 업무 수행 능력 등)과 경영 능력(사업화 마인드, 커뮤니케이션 스킬, 인간관계 능력 등)을 두 축으로 하여 크게 4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그림 참조). 첫째는 기술 능력은 탁월하지만 경영 능력은 부족한 유형이다. 일반적으로 R&D 조직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현실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유형이다. 둘째는 기술 능력은 부족하지만 부하 연구원들을 효율적으로 잘 관리하는 능력을 발휘하는 유형이다. 셋째는 전문적인 기술 지식을 갖추고 있으면서 동시에 경영 능력을 겸비한 유형이다. 이는 R&D 조직에서 가장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현실 속에서는 가장 드물게 나타나는 리더 유형이다. 넷째는 전문적인 기술 지식도 경영 능력도 모두 부족한 유형이다.

4가지 유형 중 최고의 R&D 리더는 ‘기술 능력과 경영 능력을 겸비한’ 셋째이다. 이 유형은 해당분야의 전문기술과 지식이 풍부하여 연구원들로부터 존경을 받을 뿐만 아니라,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조직과 사람을 관리하는 능력 또한 탁월하다. 따라서 이 유형의 R&D 리더가 조직을 이끌게 되면 창의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조직여건이 만들어져 연구원들이 자신의 능력을 120% 발휘하게 된다. 연구소는 지속적으로 좋은 성과를 냄으로써 모든 연구원들이 일하고 싶어하는 조직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2009년 구글(Google)은 조직의 미래를 위해 리더 육성이 매우 중요하다는 문제 의식에 따라 ‘프로젝트 옥시전(Project Oxygen)’을 추진한다. 팀장급 이상에 대한 분석 결과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한 8가지 조건이 도출됐는데, 그 결과는 매우 뜻밖이었다. 1998년 창업 이후 무엇보다 중시해 온 ‘기술적 전문성’이 8가지 조건 중 꼴찌였던 것이다. 그 대신 ‘부하와 1대1 만남을 가질 것’, ‘부하의 이야기를 잘 들어줄 것’, ‘부하를 일관성 있게 대할 것’이 앞자리를 차지했다. 구글은 이 결과를 당장 팀장 교육에 활용하여 최하위 평가를 받았던 대다수 팀장들의 커뮤니케이션 스킬과 경영관리 능력을 개선했다.

기술경영 분야의 저명한 학자인 버지니아 공대 (Virginia Tech)의 마이클 바다위(Michael Badawy) 교수는 경영 능력을 인간관계 능력과 관리 능력 등으로 세분화해서 설명했다. 성공적인 R&D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기술 능력, 인간관계 능력, 관리 능력을 모두 보유해야 하며 고위층, 중간층 등 R&D 리더의 위계에 따라 3가지 능력의 상대적인 중요성이 달라진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더 높은 리더로 올라갈수록 기술 능력의 중요성은 낮아지는 반면 관리 능력의 중요성은 커진다는 점이다. 프로젝트 리더와 같은 중간관리자들은 부하 연구원과 프로젝트를 통해 직접적인 상호관계를 갖지만, 테크노 CEO나 CTO 등의 고위층 리더는 상대적으로 접촉할 기회가 줄기 때문에 관리 능력이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표 참조).

우리나라의 경우 기술 능력과 경영 능력을 겸비한 R&D 리더는 매우 드물며, 현실적으로는 기술 능력은 탁월하지만 경영 능력이 부족한 R&D 리더가 너무 많아 R&D 조직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아마 R&D 조직 내에서 승진의 잣대가 기술 능력의 탁월성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리더가 되기 전인 연구원 시절에는 조직 차원에서 그 사람의 경영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즉, 기술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당연히 사람 관리 능력이나 프로젝트 관리 능력도 뛰어날 것으로 간주하고 리더로 승진시키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기술경영 분야의 유명 학술지인 에는 이미 2001년 경영능력이 낮은 R&D 리더를 경고하는 논문이 실렸다. 기술인력 관리의 대가들인 짐 코칸스키(Jim Kochanski)와 게리 레드포드(Gerry Ledford)가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기술 능력은 탁월하지만 경영 능력이 부족한 리더가 ‘나쁜 관리자 (Bad manager)’이다. 특히 이들은 기술 능력과 경영 능력이 모두 부족한 리더보다 R&D 인력 확보 및 성과 창출에 더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왜냐하면, 부하 연구원들이 자신의 기대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그들을 강하게 질책하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리더십 하에서는 단기적인 성과는 내더라도 지속적인 성과 창출은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연구원들이 실패를 무릅쓰고 새로운 시도를 하기보다는 상사에게 혼날 것을 두려워해 시키는 일만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직의 지속적인 성장도, 연구원의 동기부여도, 창의적인 조직문화 구축도 기대하기 어렵다.

역시 기술경영 분야의 저명 학술지인 ‘R&D Management’는 2005년 미국∙유럽∙아시아 지역의 연구소에서 R&D 관리자로 활동하고 있는 2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한 ‘직접 경험한 최상과 최악의 R&D 리더 특징’에 관한 설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부하 연구원들에 대해 애정을 갖고 잘 배려하는 것이 R&D 리더의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나타났으며(28%), 다음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잘하고, 갈등해결을 잘하는 등의 경영 능력이 꼽혔다(23%). 놀랍게도 탁월한 기술 능력의 보유는 그 다음 순위였다(15%).

반면 비효율적인 R&D 리더의 특징으로는 부하연구원에게 독설을 퍼붓고 함부로 대하는 것(19%), 부하연구원의 진정한 성장을 바라기보다는 리더 자신의 성장발판으로 삼기 위해 착취하고 이용하는 것(19%), 그리고 갈등을 해결하기보다 회피하거나 문제가 커질 때까지 방치하는 등 갈등관리 능력의 부족(14%)이 차례로 순위에 올랐다.

기술 능력만 갖고는 훌륭한 R&D 리더로서 탁월한 성과를 이끌어 낼 수 없으며 기술 능력과 더불어 인간적인 면과 관리 능력을 반드시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기술 능력과 경영 능력 모두를 겸비한 R&D 리더를 조직에서 키울 수 없다면 차선의 리더는 ‘기술 능력은 부족하더라도 경영 능력이 탁월한 유형’이다. 왜냐하면 R&D의 대부분은 연구원들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리더가 그들의 의견을 진심으로 존중해 주고 마음껏 일할 수 있도록 조직여건을 마련해 준다면 최상은 아니더라도 중간의 성과는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연구원들은 기술적인 면에서 도움이 필요할 때 자신들을 도와줄 수 있는 리더를 선호하게 마련인 만큼 일부 연구원들의 이직이나 직무 불만족 등을 완전히 해결하기는 불가능하다.

어떻게 R&D 리더를 육성할 것인가?

앞서 설명했듯 R&D 조직을 잘 이끄는 최고의 리더는 기술 능력과 경영 능력을 겸비한 사람들이다. 경영 능력을 겸비한 리더가 조직을 이끌게 되면 연구원들이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조직 여건을 만들어, 궁극적으로는 탁월한 기술 및 사업 성과를 창출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공공 및 민간부문 연구소장들은 대체로 기술에 대한 탁월한 능력과 연공서열에 의해 해당직위에 오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경영자보다 연구자’ 입장에서 조직을 운영하는 측면이 강하다. 또 프로젝트 리더들도 담당 분야의 기술능력은 뛰어나지만 관련 부서와 의견을 조율하거나 부하 연구원들에게 성장기회를 부여하고 권한을 부여하는 등 인재를 육성∙관리하는 능력이 전반적으로 취약하다. 실제로 R&D 조직 구조나 관리시스템을 첨단으로 바꾸고도 실행 주체인 R&D 경영자와 중간 관리자간의 모호한 권한과 책임, 미흡한 리더십 발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과 기존 조직관리 관행에의 안주 등으로 인해 예산만 낭비하고 유명무실해진 제도나 관리시스템들이 허다하다.

결국 R&D 조직은 성과물이 쉽게 눈에 보이지 않고, 노력과 성과간에 시차(time lag)가 존재하며, 누군가의 간섭이나 통제를 받기 싫어하는 R&D 인력의 특성 등으로 인해 다른 분야보다도 리더십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현실은 오히려 이 같은 리더십이 크게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 결과 R&D 성과가 투입비용에 비해 저조하고, R&D 인력의 직무만족도가 크게 낮으며, 조직 분위기가 침체되기 일쑤이다.

그렇다면 경영 능력을 겸비한 R&D 리더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학교 교육, 기업, 국가 차원에서 그 방안을 살펴보자.

☞ 학교 : 팀워크와 문제 해결 중심의 교육 강화

사회에서 바라는 R&D 인재는 창의적이고 친화력이 강하며 본인이 알고 있는 지식을 정확히 표현할 줄 아는 능력의 소유자이다. 자신이 개발한 제품이나 기술을 설득력 있게 발표해 인정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교는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인간관계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 제도는 대학 진학을 위한 주입식 위주의 교육으로 인해 중고등학교는 입시 기관처럼 변질된 지 오래이다. 사교육 열풍은 광풍처럼 사회 전체를 휩쓸고 있다. R&D 리더가 갖추어야 할 문제해결 능력 개발은 뒷전으로 물러나 있는 것이다. 또 대학이 기업이나 학생 등 수혜자의 니즈를 교육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이론 위주 강연과 학점 따기 위주로 교과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풍토에서 경영 능력을 갖춘 인재가 배양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2010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안드레 가임(Andre Geim) 영국 맨체스터 대학 교수가 털어놓은 주입식 교육의 폐해는 다음과 같다. 어느 날 가임 교수는 ‘달에서 지구까지 소리가 도달하는 시간을 구하라’는 문제를 냈다. 그러자 주입식 학습에 익숙한 학생들은 두 행성 간 거리를 소리의 속도로 나누는 데 급급했지만, 평소 자유롭게 다양한 생각을 해온 학생들은 “대기권을 벗어나면 공기가 없어 소리가 전달되지 않는다. 문제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는 것이다.

핀란드의 학교 수업은 학생들의 학습능력에 맞춰 진행되는데, 특정 과목에서 부진한 학생에게는 학교가 보충수업을 권유하거나 때로 유급시킨다. 핀란드 학생들은 유급을 당하는 것보다 오히려 모르는 것을 그냥 넘어가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핀란드 학교에서 수업의 목적은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다. 시험기간에 교사들은 “열심히 공부해” 라고 말하는 대신, 수없이 많이 읽을 것을 주문한다. 치르는 시험 대부분이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적어내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공과대학의 교육 과정들은 학생들이 최고의 성과를 내 경쟁에서 이기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학생들의 개별 성과 극대화보다 동료와 공동체를 위해 자신의 이익을 때로는 희생할 줄 아는, ‘아름다운 2등’도 전체의 효율을 위해선 필요한 법이다. 학교 교육이 한 차원 업그레이드돼야 한다.
커뮤니케이션과 인간관계 능력은 결코 단기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초등학교부터 인성교육에 더 가치를 둘 필요가 있다. 또 사람과 함께, 사람을 통해서 일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실제 기업에서 높은 성과로 이어지도록 팀워크를 키울 수 있는 대학 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과대학에서도 기본적인 경영스킬 (커뮤니케이션 스킬, 갈등해결 스킬 등) 교육을 활발히 제공할 필요가 있다. 실제 사례나 역할 연기 등을 통해 이 같은 스킬을 체화시킬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유용할 것이다.

☞ 기업 : 이중경력 관리제도가 효율적

기업들 역시 제품과 기술개발에 대단한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초점이 어긋난 감이 적지 않다. 지금까지 대기업 CTO나 연구소장, 프로젝트 리더들의 리더십 수준을 정확히 진단하고 체계적으로 개선하거나 육성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따라서 R&D 리더십 강화를 위한 교육기회의 충분한 제공, 체계적인 경력관리, R&D 리더의 적재적소 배치 노력 등 R&D 경영층 및 관리자들이 리더십을 효과적으로 발휘하도록 체계적인 육성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주지해야 할 것은 탁월한 R&D 리더는 후천적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특히, 경영 능력은 공식적 혹은 비공식적인 방법에 의해 체계적으로 육성∙개발되는 것이란 믿음이 중요하다. 기술경영 분야의 저명한 학자인 한스 타마인(Hans Thamhain) 벤틀리(Bentley) 대학 교수는 경영 능력을 개발하기 위해 기업에서 많이 사용하는 12가지 방법을 비교했다. 그 결과 R&D 리더의 경영 능력을 키우려면, 현장 경험이나 일을 통해 배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현장경험을 강화하는 제도들은 R&D 리더가 고객에 접해있는 사업부문의 입장과 니즈를 깊이 이해하고, 그들과 공통의 언어를 통해 상호 신뢰를 쌓는 토대가 될 수 있다.

선진 기업의 CTO는 다양한 직무경험을 통해 기술지식은 물론 경영 능력을 키워나간다. 3M의 제이 이렌펠드(Jay Ihlenfeld)는 연구원 출신이지만 4년간 사업부문을 이끈 뒤 CTO가 됐다. 듀폰의 토마스 코넬리(Thomas Connelly)도 연구원 출신이지만 사업부문 책임자를 10년 이상 경험한 후에 CTO가 됐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우리나라 IT 기업에서도 이러한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한편 R&D 인력은 특정 기술분야를 오랜 시간에 걸쳐 전공하고 실험실 등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당연히 사교성이나 인간관계 면에서 일반인과는 다른 특성을 보인다. 실험실에서 똑 같은 조건 하에서 똑 같은 결과를 낳는 데 익숙해진 R&D 전문가 입장에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간관계는 어쩌면 이해하기 어려운 영역일 수 있다. 앞서 언급했던 바다위 버지니아 공대 교수는 “많은 R&D 리더들은 기술적인 능력보다 인간적인 측면에서 능력의 한계를 느끼게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 기업들도 연구전문직(기술 능력을 바탕으로 순수 연구개발 업무에 전념하는 직군)과 연구관리직(경영 능력을 바탕으로 연구가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관리업무를 주로 수행하는 직군)으로 경력경로를 나눌 필요가 있다. 이중경력제도(Dual ladder system)를 도입할 경우 기술 능력이 탁월한 인력과 경영 능력까지 겸비한 인력이 모두 Win-win 하면서 조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 국가 : 기술융합을 선도하고 실패의 리스크를 분담해줘야

과학기술 입국을 앞당기려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예를 들어 이공계 학생을 대상으로 경영, 경제, 행정, 특허법 등 실용학문을 가르치는 2년제 석사과정인 PSM((Professional Science Master)을 도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기술경영 전문대학원 등 융합 교육 과정을 강화한 프로그램도 유용하다.
특히 이공계 대상 PSM은 2010년 8월 기준으로 미국∙캐나다∙영국 등의 103개 대학에 개설돼 있다. 이공계 학부 출신들에게 대학원 과정에서 전공 연구를 심화시키면서도 경영 지식과 마인드를 배우는데 효과적이다. 선진국들이 국가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아울러 정부가 나서서 공공연구소와 대학, 기업의 전문가들이 상호 교류하는 무대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앞서 지적한 대로 경영 능력을 겸비한 R&D 리더는 현장을 통해 키워진다. 조교수급의 공대 및 경영대 교수들을 안식년 기간 동안 기업 현장에 파견하는 제도나, 기업 현장을 잘 아는 기술전문가 혹은 경영전문가들을 대학교수로 임용하는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 등을 정부 차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장의 살아 있는 기술경영 지식을 체득한 사람이 교수로서 대학생들을 가르친다면 대학생으로서는 기술 및 경영지식을 동시에 배울 수 있는 기회가 풍부해지고 대학과 기업간의 협력도 보다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벤처 기업의 새로운 아이디어나 신기술은 국가 경제의 새로운 활력소요, 국가 발전의 원동력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나라의 풍토는 실패를 용인하는데 인색하다. 당연히 젊은이들이 벤처 기업 창업에 과감히 도전하기보다는 안전한 공기업이나 대기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이공계 출신 젊은이들이 활발한 벤처기업 창업을 통해 경영 능력을 축적할 수 있도록 일관되고 지속적인 여건조성과 지원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 특히, 실패한 젊은이나 벤처 기업을 낙인 찍는 것이 아니라 패자부활의 길을 열어두는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운영하여, 끊임없이 도전하고 실패를 성공으로 연결하는 진정한 기술혁신 리더가 배출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스라엘 젊은이들은 대담한 도전정신, 당돌한 창조의식을 의미하는 이스라엘 특유의 ‘후쯔파(Chutzpah)’ 정신을 어려서부터 몸에 익혀 한 번 실패해도 제2, 제3의 창업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정부 역시 벤처기업의 성공을 지원하는 요즈마(Yozma) 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요즈마 펀드는 이스라엘 정부가 리스크를 분담하면서도 투자자들에게 발생한 이익의 대부분을 돌려 주는 방식으로 운영되었기 때문에 큰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 받는다.

R&D 리더를 육성한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사람을 변화시키는 일이기 때문에 결실을 맺기까지 많은 시간과 예산이 소요된다. 특히, 경영 능력을 겸비한 R&D 리더의 육성은 학교, 기업, 국가 차원의 노력이 유기적으로 연계될 때 그 효과가 극대화 될 수 있다. 따라서 관련 주체들이 자신들이 해야 할 역할을 최선을 다해서 수행하는 동시에 주체간의 협력활동을 유기적으로 전개해야 할 것이다.

아놀드 토인비는 역사는 ‘도전과 응전’의 연속이며, 역사 발전을 위해서는 ‘창조적인 소수(Creative minority)’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모방이 즉각적으로 이뤄지는 현 스마트 경제에서 창조적 소수의 가치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들을 육성하지 못하는 나라는 미래가 항상 불안할 수밖에 없으며 영원히 선진국 경제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최근 가속화되고 있는 지식경제하에서 우리나라 경제를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원동력으로 문제해결 능력과 리더십을 갖춘 인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양손잡이 R&D 리더’가 우리 경제의 미래를 책임질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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