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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컴퓨터에 들여놓고 싶은 비트코인

경제/비트코인 가상화폐

by 소나무맨 2014. 3. 16.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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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컴퓨터에 들여놓고 싶은 비트코인

2009년 중반에 창안된 ‘가상 화폐’ 비트코인. 달러 등 실제 통화와 교환되고

가격이 치솟으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익명성, 미리 결정된 총통화량 등이 인기 요인이다.

이종태 기자  |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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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3호] 승인 2014.02.12  08: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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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Bitcoin)이라는 ‘돈’이 있다. 그런데 이 돈의 별명들이 정말 심상치 않다. ‘저항하는 통화(the currency of the resistance)’ ‘반역의 통화(renegade currency)’ 등이다. 신용카드사들의 대규모 개인정보 누출에서도 불온세력의 개입을 감지하는 새누리당의 어떤 의원이라면 종북 세력이 드디어 ‘통화의 세계’에까지 침투했다고 흥분할지도 모른다. 한낱 돈에 불과한 비트코인에 이처럼 무시무시한 별명이 붙게 된 사연을 알아보자.

2만여 온라인 업체와 1000여 상점에서 사용

비트코인은 ‘가상 화폐’다. 한마디로 인터넷을 통해 주고받는 돈이다. ‘나카모토 사토시 (일본식 이름이지만 지금까지 아무도 그의 신원을 모른다)’라는 해커가 2009년 중반에 창안했다. 처음에는 극소수 해커들만 이 돈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그런데 차츰 유명해져서 심지어 달러나 엔, 유로 등의 ‘국정 통화’와도 교환되기에 이른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은 지난해다. 연초에 10달러 미만이었던 비트코인이 4월에는 26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50달러 선으로 떨어지더니 급기야 지난해 말에는 1200달러까지 치솟아 유명해졌다. 이런 놀라운 가치 변동 자체가 최근 비트코인의 세계적 인기를 촉발한 것이다. 투기하기 딱 좋은 대상 아닌가! 더욱이 지난해 말 기준 세계적으로 2만 개 이상의 온라인 업체와 오프라인 상점 1000여 곳이 비트코인을 받을 정도로 공신력도 확보했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Jens Kalaene</font></div>비트코인은 지난해 말 1200달러까지 치솟았다. 위는 비트코인을 선전하기 위해 만든 상징물.  
ⓒJens Kalaene
비트코인은 지난해 말 1200달러까지 치솟았다. 위는 비트코인을 선전하기 위해 만든 상징물.
비트코인의 이런 인기에는 이유가 있다. 개인과 개인이 ‘중개체’ 없이 직접 ‘돈’을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다른 돈(달러·원·엔, 심지어 싸이월드의 ‘도토리’)을 사용할 때는 ‘중개체’가 개입하는가? 그렇다.

철수가 영희에게 한국은행권 1만원을 주는 장소에는 이미 국가가 있다. 이 ‘1만원’권 ‘실물화폐’는, 한국은행이 발행하고 그 가치를 보증하는 증서다. 철수가 시중은행 홈페이지를 통해 영희에게 송금하는 경우(온라인 뱅킹)는 어떤가? 이 역시 가상 화폐(비트코인처럼)를 보내는 행위지만, 이 송금 절차의 중심에는 ‘은행’이 있다.

예컨대 철수가 영희에게 온라인 뱅킹을 통해 보낸 돈은 철수의 컴퓨터 속에서 꺼낸 것이 아니다. 은행의 IT 장부에 가상 화폐로 ‘기록’되어 있던 돈이다. 철수가 시중은행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10만원 송금’을 누르면, 은행 IT 장부는 우선 철수의 잔고가 10만원 이상인지 확인한다. 그렇다면 송금을 ‘인가’한다. 그런 다음, IT 장부의 철수 계좌에서 10만원을 빼고 영희 계좌에는 10만원을 추가한다. 일종의 ‘기록’이다. 은행이 거래의 중심에 앉아 ‘인가’와 ‘기록’으로 송금을 ‘중개’하는 덕분에 송금이 가능한 것이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연합뉴스</font></div>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건물에 ‘비트코인으로 임대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건물에 ‘비트코인으로 임대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만약 은행이 없다면, 그래서 철수가 자기 컴퓨터에 가상 화폐를 파일(file) 형태로 저장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가상 화폐 위조가 성행하고 이에 따라 거래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게 될 것이다. 철수는 얼마든지 그 파일을 복사하고 심지어 업로드해서 많은 사람들이 받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의 가상 화폐(온라인 뱅킹)와 달리 비트코인은 사용자의 컴퓨터 안에 들어 있다. 그래도 사고 없이 국제적으로 통용된다. 여기서는 누가 돈 거래를 인가하고 기록하며 장부를 만드는 것일까?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 비트코인 인기의 비결이다.

비트코인 보유자는 사이버 공간에서 숫자와 알파벳으로 조합된 일련번호(Public Key)로 표시된다. 다만 그 일련번호가 현실의 누구인지는 아무도 모르는 비실명제다. 또한 ‘1pfe45fre’로 표시된 철수가 ‘75FrtRT3r4 Y7’로 표시된 영희에게 5비트코인을 보내면, 이 사실이 블록체인(Blockchain)으로 불리는 파일에 기록된다. 블록체인에는 2009년 비트코인 창안 이래 모든 유저들의 모든 거래와 잔고가 기록되어 있다. 이 블록체인은 비트코인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지금도 계속 업데이트되고 있다. 즉 블록체인은 비트코인의 거래를 인가하고 기록하는 장부다. 또 하나의 특기할 만한 점은, 블록체인이 모든 비트코인 유저들의 컴퓨터 안에 형성된다는 것이다. 온라인 뱅킹의 장부가 은행에 독점되어 있다면, 비트코인 거래의 장부는 모든 유저에게 공유되어 있는 셈이다. 더욱이 비트코인의 총량이 실시간으로 공개되므로, 누군가 부정 거래(5비트코인밖에 없는데 10비트코인을 송금하려는 경우)를 시도하면 전체적인 총계가 어긋나버려 모든 유저가 알게 된다. 그래서 부정 거래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온라인 뱅킹에서 은행이 ‘중심부의 중개체’라면, 비트코인의 중개체인 블록체인은 ‘탈중심화된 중개체(decentralized intermediary)’인 셈이다.

그런데 이 블록체인을 관리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창안자인 나카모토 사토시는 비트코인 시스템을 꽤 재미있게 만들어놓았다. 누구든 비트코인 사이트에 들어가 암호풀이를 하면 직전 시간대의 거래 요청에 대한 ‘인가’와 ‘기록’이 이뤄지면서 블록체인이 업데이트된다. 또 하나의 중요한 점은, 암호풀이에 성공하는 유저는 새롭게 발행되는 비트코인을 지급받는다. 그래서 이 암호풀이 작업을 마이닝(mining), 즉 ‘비트코인 발굴’이라고 부른다. 비트코인의 통화량은 ‘발굴’을 통해서만 늘어난다. 나카모토 사토시는 처음부터 비트코인의 총 통화량을 2100만 개로 정해놓았다. 지금 발굴되는 추세면 오는 2140년경에는 2100만 개가 모두 발행될 것이라고 한다(지난해 말까지 1050만 개 발굴).

비트코인은 그 자체로는 아무 가치도 없다. 그러나 비실명성(익명성), ‘이미 결정되어 있는 총통화량’ 등으로 인해 인기를 누리는 것이다. 지난해 3~4월 동안 비트코인이 30달러대에서 260달러대로 폭등한 것은 당시 키프로스의 금융위기 덕분이다. 부자들이 자산을 익명이 보장되는 비트코인으로 바꾼 것이다. 지난해 12월의 폭등도, 중국 시진핑 정부의 ‘부자 때리기’와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 정부들이 통화량을 엄청나게 늘린 것에 비해 비트코인은 통화량이 이미 결정되어 있어 가치가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도 있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은, 국가의 경제 개입을 반대하는 우파 자유시장주의자들로부터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에 대한 글로벌 반란”(미국의 비트코인 전도사 마이클 로빈슨)으로 칭송된다. 이들은 최근 미국·중국·인도 정부의 규제를 ‘국정 화폐에 도전하는 비트코인에 대한 탄압’으로 해석한다. 그러면서 비트코인이 거둘 최후의 승리를 믿는다.

영국의 유력 매체인 <인디펜던트>가 지난해 봄 인터뷰한 서구의 좌파 성향 비트코인 지지자들은, 억압적인 정치권력(국가)과 경제권력(은행)에 대한 비트코인의 독립성과 저항적 성격에 열광한다. “(비트코인은) 금융 부문에서 글로벌 혁명을 일으킬 것이다. 결국 정부는 통화 공급에 대한 통제권과 권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비트코인은 현재 권력 구조의 뿌리를 타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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