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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삶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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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삶을 위하여
글쓴이 이종진 초보농부 [2014년2월호] 조회 : 47

어린 시절 부모님의 그늘을 벗어나 자취로 대학생활을 시작하던 때의 설레임!
새로운 희망을 안고 공부를 하겠다고 대학원에 다니던 때의 기분은 아니지만 희망과 기대를 안고 나이 마흔 아홉에 새로운 세상으로 뛰어들었다. 학창시절을 마치고, 공연자 생활을 마치고, 학자의 길을 마치고 이제 농부의 삶을 살아보려 한다. 이제 1년의 세월을 새로운 사람과 흙을 만지며 보냈다. 새로운 삶이 시작되면 항상 그러겠지만 나도 예외 없이 천방지축으로 일 년을 보냈다.
첫 출발의 새로운 희망과 설레임, 미지의 세계에 대한 궁금증과 두려움, 경험과 준비부족으로 겪어야하는 망막함과 허망함, 미숙함으로 이마 터지고 무릎 깨지며 아픔을 견디어 내야만 했다, 날씨 변화에 울고 웃고. 이웃에 대한 고마움과 감사함을 모두 느낄 수 있었던 기간 이었다. 이제 새로운 희망과 설레임으로 2년차를 시작한다. 지난 해보다는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며 오늘도 농장으로 출발하지만 결과는 내 마음대로 나오지 않을 것이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평생 농사를 지켜보며 자란 나는 어린 시절부터 농사를 꿈꾸어 왔다. 젊은 시절 부모님과 농사일을 해보려 시도했지만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이제야 시작하게 된 농사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삶을 생각하고 이직과 전직을 이야기 하며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이 농사를 이야기한다.
쉽게 생각하면 쉬운 일이고, 어렵게 생각하면 어려운 일이지만 나의 경우는 고향에 어머님이 계시고 부모님이 경작하던 약간의 토지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나의 결심만으로 어렵지 않게 농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초보자의 어설픔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오래 전부터 농사를 시작하면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하면서 약초류, 나물류, 육묘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낮은 수준이지만 좋아하는 약초, 토양, 기후, 생육환경 등에 대해 자료를 모으고 있었기 때문에 작물 선택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경험을 쌓기 위해 조금씩 실험용으로 오미자, 적하수오, 백하수오, 천마, 삽주, 잔대 수세미, 등을 심어 보았다. 그리고 나물류는 고사리, 참취, 참드릅 등을 조금씩 심고 가꾸어가면서 본격적으로 곰취 재배를 시작하게 되었다. 겨울에 하우스에서 곰취를 재배하는 것이 나의 본격적인 농사이다. 지난 일 년 날씨가 무더워 곰취 생육상태가 엉망이기는 하지만 다음을 기대하며 실망보다는 희망을 마음속에 품고 오늘도 농장을 향한다. 절기는 1년 주기로 돌아가지만 나의 삶은 1년 주기가 아닌 길고 긴 여정이기 때문이다. 긴 여정 출발선에서 신발 끈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출발한다.

홀어머니의 맏아들, 다섯 아이의 아빠로 출퇴근 농부이다. 해가 뜨면 농장으로 해가지면 집을 향하는 어설픈 농부이지만 희망은 ‘만땅’이다. 지나온 50년은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사람의 숲에서 잘 놀았던 것 같다. 앞으로 가야할 30년도 사람의 숲에서 떠날 생각은 전혀 없고 대상이 흙을 만지며 놀고 싶을 뿐이다. 새로운 사람과 만나서 놀고, 화창한 날씨에 놀고, 하염없이 내리는 빗소리 들으며 놀고, 펑펑 내리는 함박눈에 놀고, 차가운 바람에 놀고, 새로운 작물과 만나서 놀 것이다.

농사일을 한다는 것이 자연의 변화에 대응하며 순리에 따르는 것이기 때문에 자연의 흐름에 순응하면 된다고 믿는다. 하지만 비틀고 역류하는 것도 농사가 아닌가 싶다. 순응과 역류의 조화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의 문제이다. 지금은 기다릴 때인지? 역류하고 비틀 때인지? 정답을 알고 계신 분은 알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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