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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를 위한 자선 단체, 위트에서 답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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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를 위한 자선 단체, 위트에서 답을 찾다.

Posted: 19 Jan 2014 06:00 PM PST

homeless

올해 초, 뉴욕의 노숙자 수가 대공황 이후 처음으로 5만명을 돌파했다. 뉴욕 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곳을 가더라도 노숙자들에 대한 문제는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노숙자 수가 날로 증가해, 그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대게 지하철을 이용하다보면, 계단이나 구석에 쭈그려 앉아 작은 돈통을 놓고 구걸을 하는 노숙자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을 돕는 것에 인색하다. 아무런 대가 없이 돈을 주는 것은 조금이나마 남아있는 일할 의지 마저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 단체를 통한 노숙자들을 위한 기부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해외의 불쌍한 아이들을 위해서 돈을 썼으면 썼지, 굳이 노숙자들을 위해 기부를 하지는 않는 것이다. 이러한 인색한 인식 때문에 노숙자들을 위한 자선 단체도 굉장히 애를 먹고 있다.

 

노숙자들을 위한 기부, 위트있게 다가가다.

이러한 노숙자들에 대한 기부를 늘리기 위한 방법으로, 위트를 활용한 기부가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보통 노숙자들에게 기부하라하면, 직접 그들의 돈통에 돈을 넣어주는 적선이나, 전문 기관을 통해 기부하는 것을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아래의 사례에는 구걸하는 노숙자도, 동전을 받기위한 돈통도 없다. 대신, 위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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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을 얼핏 보면, 노숙자가 동냥을 하다가 잠시 자리를 비운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노숙자가 사용할 만한 담요와 물통, 비닐봉투 등을 모아 놓은 것이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노숙자가 앉아 있어야 할 자리에는 알 수 없는 QR 코드가 적힌 박스 조각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영국의 자선 단체인 ‘Simon on the Streets’에서 실시한 프로모션 활동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노숙자처럼 동냥을 하고 있는 QR 코드의 모습에 흥미를 갖고, 스마트폰을 통해 QR코드를 찍는다. 이 QR코드는 노숙자들을 위해 기부를 할 수 있는 웹 페이지로 바로 연결시켜 준다. 쉽게 말하자면, QR 코드가 마치 노숙자인 마냥 동냥을 하고,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유발해 바로 스마트폰을 통해 쉽게 기부라는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게 유도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부된 돈은 노숙자들에게 바로 들어가지 않고, 자선단체로 들어가 자선단체가 노숙자들을 위해 그 돈을 쓰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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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스웨덴의 사회적 활동을 하는 잡지사인 faktum에서 판매하고 있는 노숙자 체험 호텔의 사진이다. 이른바 faktum hotel이라고 부르는 이 장소들은 실제로 노숙자들이 하룻 밤을 묶을 만한 환경을 만들어 놓고 찍은 것이다. faktum hotel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마치 호텔 방을 고르듯이 다양한 종류의 노숙자 거주지 사진들이 있고, 자신이 원하는 곳을 날짜 별로 예약할 수 있게 되어있다. 하룻 밤을 예약하는데, 스웨덴 돈으로 100SEK, 약 15달러다. 물론, 예약을 했다고 해서 실제로 그 곳에서 자고 안 자고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해서 모인 돈이 모두 실제 노숙자들을 위해 사용된다는 것이다. 노숙자들이 생활하는 공간을 마치 예술사진처럼 공들여 찍고, 실제로 호텔을 예약하듯이 인터넷에서 판매한 재미있는 faktum의 아이디어는 스웨덴에서 크게 호응을 얻고 해외에서도 참신한 홈리스 기부 사례로 많이 소개되었다.

 

노숙자는 없지만 위트는 있다.

Simon on the streetsfaktum hotel은 모두 노숙자들을 위한 기부활동에 위트를 더한 사례이다. Simon on the streets는 노숙자 대신 QR코드가 자리를 깔아놓고 동냥을 해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또 faktum hotel은 돈을 준다고 해도 자지 않을 것 같은 노숙자들의 거주 공간을 호텔 방처럼 판매하며 새로운 시선으로 기부를 유도했다. 이 두 사례의 공통점은 노숙자를 위한 기부 프로모션이지만, 노숙자는 없고 대신 위트가 그 빈자리를 매웠다는 점이다. 이렇게 노숙자를 위한 기부에 노숙자를 없애는 대신 위트로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프로모션이 최근 해외의 자선 단체에서 다양하게 시도되며 새로운 노숙자 기부 마케팅으로 각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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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사례들이 노숙자들을 위한 기부 단체에게 유용한 전략인 이유는 간단하다. 노숙자를 직접 내세우지 않음으로서 일반 대중들의 거부감을 없애고, 위트를 통해 관심을 유도하고 노숙자 기부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노숙자는 더럽다’ 라는 인식 때문에 그들에게 다가가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빅 이슈’처럼 노숙자들의 재활을 위한 기부 시스템에서도 이는 큰 장벽 중에 하나이다. 아직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노숙자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빅 이슈를 사기위해 그들에게 접근하는 것을 꺼려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의 사례처럼 노숙자 대신 QR코드나 웹 사이트를 기부 통로로 활용한다면 이러한 장벽을 없앨 수 있다. 그리고 사회 전체적으로 아직 많은 필요성과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노숙자들을 위한 기부에 위트를 활용함으로서 바이럴을 유도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것이다.

 

노숙자 기부에 대한 인식의 변화

최근 아프리카 어린이들이나 장애인등을 돕기 위한 자선 단체들은 대부분 그들에 대한 인식에 거리감을 없애기 위해, 그들의 불쌍함을 보여주는 방법보다는 조금 더 신선하고 가볍고 트렌디한 전략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얼마 전 트렌드인사이트에서 발행되었던 ‘오른 손이 한 일을 왼 손이 알게하라! Show-nate’라는 아티클에서 소개했던 기부의 악세서리화도 그런 흐름 중에 하나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노숙자들을 위한 기부는 조금 딱딱하고 좋지 않은 시선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faktum hotel의 사례처럼 위트있게 다가가 노숙자들을 위한 기부도 제 3세계 어린이들이나 장애인들을 위한 기부처럼 재미있고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이는 그저 더럽고, 불쌍하고 혹은 사회의 암으로 까지 인식되던 노숙자들에 대한 인식을 가볍고, 재미있고, 도와야 할 대상 중의 하나로 바꿔가기 위한 노력이다. 물론, 단순히 ‘노숙자 빼고 위트를 더하는’ 기부 프로모션 만으로 이러한 인식을 바꿀 수는 없다. 노숙자들을 위한 비영리 단체가 이런 프로모션을 통해 얻어진 돈을 노숙자들에게 직접적인 지원에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재활을 위한 교육이나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이를 알리는데 주력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과 위트가 적절히 만났을 때 진정 노숙자들을 위한 기부가 활성화되고 사회적 인식도 바뀔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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