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조립으로 年20억 대박"

2014. 1. 1. 18:27경제/대안사회경제, 협동조합

 

'삼성전자' 출신 디자이너 "종이조립으로 年20억 대박"

[K-앙트레프레너]박원순시장 "10년 후 한국의 레고 될 것" 극찬

머니투데이 미래연구소 이해진 인턴기자 |입력 : 2013.12.31 10:00|조회 : 145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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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K-앙트레프레너]는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유망 청년기업을 소개하며 한국 청년창업가(K-Entrepreneur)의 고민과 도전을 함께 나누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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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3 서울 디자인 페스티벌'에 참가한 페이퍼로의 김강국 대표(앞줄 왼쪽에서 세번째)와 직원들 / 사진=페이퍼로빈 제공
◇ 삼성전자 출신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 수상자, 종이조립 벤처 창업

삼성전자를 그만두고 종이조립 벤처를 창업, 이제는 종이조립 제품 시장에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디자이너가 있어 화제다. 그 주인공은 ㈜비오비패키지스타일그룹(비오비)과 ㈜페이퍼로빈(페이퍼로)의 김강국 대표(44).

삼성전자 퇴사 후 휴대폰과 가전제품, 화장품의 패키지 박스를 디자인하는 비오비를 창업한 그가 '페이퍼로'라는 이름으로 종이조립 제품 시장에 뛰어들었을 때 많은 이들은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종이조립 제품 시장은 좁고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이 없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달랐다. "시장은 키우기 나름이고, 만들기 나름"이라고 믿었다.

김 대표의 근거 있는(?) 자신감은 그의 실력에서 나온다. 그는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를 모두 수상한 실력파 디자이너다. 2009년 독일 IF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어워드(IF Communication Design Award)와 독일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Reddot Design Award)에서 수상했으며, 2013년엔 미국 IDEA 디자인 어워드(IDEA Design Award)를 수상했다. 국내 패키지 제품과 종이제품 창업 회사는 물론 대기업 디자인 회사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화려한 수상 경력이다.

그는 창업 전 삼정전자와 팬택에서 근무했다. 그러나 각각 입사 4년과 3년 만에 퇴사했다. 그는 "오래전부터 창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며 "대기업 디자이너들은 평균적으로 45세에 정년퇴임할 정도로 생명이 짧고 회사에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창업 배경을 털어 놓았다.

오래전부터 창업을 결심하고 있던 김 대표는 2007년 팬택을 퇴사한 직후 그가 강의를 맡았던 대진대학교의 제자 한 명과 패키지 제품 회사 '비오비 패키지스타일그룹'을 설립했다. 1000여개에 이르는 경쟁업체 사이에서도 삼성전자, 웅진코웨이, 애경 등 대기업과 계약을 맺으며 비오비를 성장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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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로빈 로고/ 사진=페이퍼로 제공
◇다섯 살 딸 아이 위해 '친환경 종이조립 제품' 개발···'페이퍼로' 창업


그런 김 대표가 2011년 돌연 종이 조립제품 사업에 뛰어든 것은 딸 은서양 덕분이다. 그는 당시 5살이었던 딸과 우연히 교보문고를 찾았다가 목공풀을 이용해 모형을 만드는 우드락 조립제품을 발견했다. 그가 보기에 그 제품은 다섯 살 딸이 만들기엔 위험해 보였다. 친환경 소재도 아니었고 칼과 목공풀을 이용해야 했기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딸을 위해 종이로 조립식 자동차를 디자인했다. 칼이나 풀을 사용할 필요 없이 오직 종이를 끼워 조립하는 방식으로 완성할 수 있는 제품이었다. 다섯 살 딸이 손쉽게 자동차를 완성해내자 김 대표는 종이 조립제품 브랜드 런칭을 기획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의 뛰어난 구조개발 디자인 능력을 이용하면 종이 조립제품 디자인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도 들었다. 이후 여객선, 포크레인, 불도저 등 탈것들을 디자인해 딸에게 테스팅했다. 다섯 살 딸이 만들 수 있다면 모두가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페이퍼로 창업 과정이 순조로웠던 것만은 아니었다. 우선 친환경 종이를 구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국내 제지 100여개를 구매해 일일이 레이저 기계를 이용해 디자인하는 샘플링 작업을 했으나 제지들이 모두 가공과정에서 레이저에 타 까맣게 변해버리는 등 레이저 가공에 적합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고민 끝에 친환경 소재의 일본 수입지를 택했다. 탈색을 하지 않은 해당 제지는 레이저 가공 과정에서 타거나 검게 변하지 않아 디자인성과 상품성을 훼손하지 않았다.

정교하고 깔끔한 디자인을 위해 독일에 직접 레이저기계도 주문 제작했다. 2억2000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레이저기계 구입에 과감하게 투자한 것이다. 원래 반도체에 회사 로고를 새기거나 가죽 제품에 디자인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이 기계를 종이제품에 이용한 회사는 국내에서 페이퍼로가 유일하다.

김 대표는 페이퍼로 브랜드 런칭과 동시에 코엑스에서 열린 '2011 서울 디자인 페스티벌'에 참가해 제품을 선보였다. 결과는 450개 세트를 완판. 이를 계기로 사업성에 자신감을 얻었다. 그리고 올해 참가한 '2013 서울 디자인 페스티벌'에선 종이조립 제품 세트 1200여개를 판매했다. 이는 2011년 페스티벌에서 판매한 갯수의 2.5배를 넘어선 분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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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파리 메종오브제 박람회에 참가한 페이퍼로의 부스 / 사진=페이퍼로 제공
◇ 파리 메종오브제(Maison&Objet) 초청···한국 기업 최초 '골드존' 입점

페이퍼로는 2012년 9월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인테리어 박람회 '메종오브제'(Maison&Objet )에 참가해 현지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당시 함께 일하던 영국 컨설팅 회사에서 제품과 브랜드 홍보를 위해 메종오브제 참가를 제안해왔다. 삼성전자와 팬택 근무 시절 매년 메종오브제에 참석했던 김 대표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김 대표는 "국내 대기업들은 디자인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 매년 메종오브제에 참석한다"며 "사진촬영이 금지돼있어 과거에는 대기업 직원들이 출입기자증을 위조해 현장사진을 찍어가기도 했을 만큼 중요한 박람회"라고 설명했다.

메종오브제 참가 당시 페이퍼로는 친환경 소재와 종이 제품답지 않은 정교한 디자인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으며 해외 언론으로부터 '아시아의 라이징 스타'(Asian Rising Star)라는 평을 들었다. 메종오브제에서의 활약으로 런던 최고급 백화점인 셀프릿지 백화점(Selfridge department store)등 대형 거래처와의 계약도 얻어냈다. 그러나 세일즈 능력 부족으로 대형 거래처들과의 연결이 끊기는 아픔을 겪었다.

페이퍼로는 메종오브제 측의 초청으로 내년 1월 다시 한 번 메종오브제에 참가할 예정이다. 한국 기업으로는 최초로 '골드존'에 부스도 차린다. 골드존은 박람회 입구 쪽에 위치해 가장 목이 좋은 자리다. 1년 사이 페이퍼로의 브랜드 이미지가 크게 부상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김 대표와 직원들은 1년 사이 업그레이드 된 제품을 선보이는 기회를 갖고 끊겼던 거래처들과 다시 접촉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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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를 받은 페이퍼로의 종이조립 제품들/ 사진=페이퍼로빈 제공
◇박원순 시장 "10년 후엔 한국의 레고가 될 것" 극찬

"페이퍼로가 10년 후에는 한국의 레고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2011년 '서울 디자인 페스티벌' 페이퍼로 부스를 찾은 박원순 서울 시장은 페이퍼로의 종이조립 제품을 살펴본 후 극찬하며 향후 발전가능성을 높이 샀다. 실제로 김 대표와 디자이너들의 최종 목표는 '레고를 뛰어넘는' 세계 유일의 종이조립 제품 시리즈를 만드는 것이다.

김 대표는 "레고의 모든 연령층을 흡수해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페이퍼로 제품 라인을 만들 것"이라며, 이미 '페이퍼로 키덜트'와 '페이퍼로 주니어'와 같은 하이 브랜드 런칭 계획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모방 제품에 대한 불안감은 없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싸이가 글로벌 가수가 이유가 뭔지 아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유투브'를 꼽았다.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투브에서 싸이의 뮤직비디오가 손쉽게 전 세계로 유통되면서 유명해졌다는 것이다. 그는 "모방 제품이 나와 우리를 쫓아오면 우리는 도망가고 쫓아오면 도망가고 하면서 자극이 된다"며 "모방 제품이 등장하면서 종이제품 시장도 커질 것" 이라고 말했다.

비오비와 페이퍼로의 매출액은 지난해 6∼7억원에서 올해 20억원으로 뛰어올랐다. 전체 매출에서 페이퍼로의 비중도 늘고 있다. 김 대표는 "내년 목표 매출액은 30억원"이라며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점차 페이퍼로를 키워 나가겠다"고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페이퍼로는 또 내년 상반기부터 유니세프 코리아(Unicef Korea)를 통해 기부를 할 계획을 갖고 있다.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500벌의 티셔츠를 기부하며 티셔츠 안에 페이퍼로 제품을 하나씩 넣어 함께 선물할 예정이다. 티셔츠 포장에는 원래 티셔츠 모양을 고정시키기 위해 판판한 종이를 사용하는데 이 종이를 페이퍼로 제품으로 대신해 어린이들에게 장난감을 선물해주겠다는 기발한 아이디어다.

김 대표는 "(페이퍼로는) 칼과 풀이 없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좋은 놀거리가 될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를 시작으로 점차 많은 티셔츠와 페이퍼로 제품을 기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