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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의 탈원전, 불가능한 얘기인가?-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의 의미와 문제점-윤순진(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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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의 탈원전, 불가능한 얘기인가?-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의 의미와 문제점

윤순진(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  webmaster@selfgo.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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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1.27  22:5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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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의원 인사말

작년 대선에서 승패를 떠나 가장 아쉬웠던 것 중 하나가 탈원전 공약이다. 그것을 제대로 이슈화하지 못한 것이 많이 아쉽다. 그때 했던 탈원전 공약은 ① 설계 수명이 만료된 원전은 즉각 가동을 중단·폐쇄 절차에 들어가고, ② 이미 착공에 들어간 원전 외의 신규 원전 건설은 일체 보류하고, ③ 이미 가동 중인 원전, 착공해서 건설 중인 원전은 설계 수명이 만료 되는대로 차례차례 가동을 중단해서 2045년경에는 완전한 탈원전을 이루겠다는 것이었다.

탈원전은 출마선언을 한 직후 비교적 조기에 공약을 했는데, 그 때 새누리당을 비롯해서 원전을 찬성하는 분들로부터 비난을 받지 않을까 예상을 했고, 그렇게 되면 후보 간의 정책·공약에 대한 공방, 토론을 하면서 사회적으로 이슈화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탈원전의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어떤 원론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공감을 모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했었는데, 제대로 이슈화시키지 못한 채 넘어가고 말아서 굉장히 아쉽다.

보통 국민들은 원전이 저렴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친환경적이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에너지라고 믿고 있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을 알고 보면 정반대이다. 끊임없이 발생하는 사고 처리비용, 앞으로 우리가 감당하게 될 사용 후 핵연료 처리비용, 원전 가동이 멈출 때 폐쇄하는데 소요되는 비용 등을 합치면 원전에너지는 신재생에너지보다 훨씬 비싼 에너지이다. 환경적으로도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 않는 대신 방사능 오염을 일으키기 때문에 위험하고, 안전성 면에서도 사고 발생 확률도 낮지 않을 뿐더러 한번 사고가 발생하면 치명적이고 광범위하고 오래 지속되는 피해를 남기기 때문에 아주 위험한 에너지라고 확인이 되고 있다.

지금 2차 국가에너지 기본계획 확정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이 토론회가 원전 문제를 다시한번 재검토하면서 탈원전으로 우리 사회의 공론을 이끌어나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탈원전의 스케줄을 정확하게 제시하고 그 스케줄에 따른 대안들까지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과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 유인태 (민주당 국회의원/탈핵-에너지 전환 국회의원모임 대표의원)
  
   ▲ 사회 : 우원식(민주당 국회의원/최고의원)
  
 
  
    ▲ 발제 : 윤순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의 의미  

윤순진(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1. 국가에너기본계획의 지위와 그간의 제2차 에기본 수립 경과

◯ 정부는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2013년 말까지 수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음.

◯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20년을 계획기간으로 하여 매5년마다 수립하여 시행하는 계획으로 에너지 관련 모든 분야를 대상으로 중장기 에너지정책의 기본 방향을 설정함으로써 다른 에너지계획에 원칙과 방향을 제시함. 다른 에너지 계획과 체계적으로 연계되어야 하며 거시적 관점에서 하위 에너지 관련계획들을 조정하는 역할을 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현재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제41조에 따라 수립하도록 되어 있으며 관계중앙행정기관의 장의 협의와 국가에너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녹색성장위원화와 국무회의를 통해 확정하도록 되어 있음.

◯ 에기본 수립을 위해 박근혜 정부는 이전과 달리 시민사회 산업계 학계 인사가 참여한 “에너지 기본계획 민관워킹그룹”을 구성하고 5개월 간의 논의를 거쳐 2013년 10월 “민간 합동 워킹그룹”이 “에너지기본계획에 대한 정책 제안”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발표함. 이 초안에는 수요에 대한 전망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으며 이후 2013년 10월 11일에 산업통상자원부 명의로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 초안: 「민관워킹그룹 권고안」과 향후계획”이라는 문건이 산업통상자원부 명의로 발표됨.

◯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서는 11월 7일 4명의 진술인이 참가하도록 요청하여 초안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함.


2. 제2차 에기본 안의 내용

◯ 제2차 국가에너지 기본계획 초안에서는 수요관리 중심의 정책 전환, 분산형 발전시스템 구축, 환경.안전 등 지속가능성 제고, 에너지 안보 강화, 국민과 함께 하는 정책추진을 5대 중점과제로 확정하고, 다음과 같은 주요 정책목표를 제시함.

  
 

◯ 이러한 2차 에기본의 내용을 1차 에기본과 비교하면 다음과 같음.

  
 

◯ 제2차 에기본의 5대 중점과제는 큰 방향에서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에 규정되어 있는 에너지정책의 기본원칙이나 에너지기본계획 수립시 담아야 할 내용들을 대체로 담고 있으며 수요관리 중심의 정책전환이나 분산형 발전시스템 구축을 주요 기조로 삼았다는 점, 에너지 상대가격 조정을 주요한 정책과제로 제시했다는 점은 긍정적임.


3. 제2차 에기본 안을 둘러싼 논쟁점들

◯ 하지만 이런 정책기조가 선언적 차원이 아니라 실질적 내용으로 구체화되고 내용의 적절성이 담보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책 목표가 정책 기조를 충족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움.

◯ 무엇보다 원전비중을 22~29%로 한다는 내용은 기존 제1차 에기본에서 계획했던 41%보다 10% 이상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정부는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하고 있으나 원전 비중의 의미를 둘러싸고 사회적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상태임.

◯ 특히, 발표 당시 수요전망이 제시되지 않았기에 더욱 이러한 논란이 증폭되었으며 수요전망이 발표된 이후에도 원전 이용률이나 설계 수명이 종료한 노후 원전을 어떻게 계산하느냐에 따라 신규 원전 건설 기수가 달라지기에 원전 비중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은 여전히 지속됨.

◯ “비중” 중심의 담론은 수요 전망에 따라 추가 원전 기수가 달라질 수 있다는 문제만이 아니라 원전이 위험시설이기에 “비중”만이 문제가 아니라 원전의 절대적인 규모가 갖는 문제점에 대한 논의를 축소하거나 배제하는 효과를 낳음

◯ 원전 비중과 원전 규모는 수요 전망과 연동되어 있기에 수요 전망이 적절하게 이루어져 있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로 제기될 수 있음. 원전만이 아니라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의 내용들이 미래 에너지 수요를 기초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 에너지 수요 전망이 적절하게 이루어졌는가가 무엇보다 중요함. 수요 전망을 포함해서 제2차 에기본은 다음과 같은 문제를 안고 있음.

◯ 문제점 1: 에너지 수요 전망, 적절한가?
- 2013년 10월 11일에 산업통상자원부 명의로 발표된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 초안: 「민관워킹그룹 권고안」과 향후계획”에 따르면 1차 에너지 수요는 2011년 275.7 백만 TOE에서 2035년 377.9 백만 TOE로 21.1%로 37.1% 증가(연평균 1.32%)하고, 최종에너지 수요는 2011년 205.9 백만 TOE에서 2035년 249.4 백만 TOE로 21.1% 증가(연평균 0.88%)할 것으로 전망하였음. 특히 전력의 경우 2011년 39.1 백만 TOE에서 2035년 70.2 백만 TOE로 79.5% 증가(연평균 2.47%)할 것으로 전망함.

- 제1차 에기본과 제2차 에기본이 중복되는 202년과 2025년의 전망치를 비교해보면 2020년 1차에너지 수요는 1차의 248.7백만 TOE에서 354.1백만 TOE로 5.9% 증가한 것이며 2025년 1차에너지 수요는 1차의 342.8백만 TOE에서 369.9백만 TOE로 7.9% 증가한 것임. 최종에너지 수요의 경우에는 2020년에는 1차의 241.0백만 TOE에서 248.7백만 TOE로 3.2% 증가한 것이며 2025년에는 1차의 245.1백만 TOE에서 254.3백만 TOE로 3.8% 증가한 것임.

- GDP 성장둔화로 1차 에기본에 비해 최종에너지 소비증가율이 1.4%에서 0.8%로 감소할 것으로도 전망하면서도 전력은 에너지 소비 전기화로 소비증가율이 2.2%에서 2.5%로 전기 소비증가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함.

- 그러나 전기가 최종에너지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총에너지와 최종에너지 간 차이인 에너지 손실이 제1차 에기본에서는 2006년 59.8백만 TOE에서 2030년 97.7백만 TOE, 즉 총 1차에너지 대비 25.6%에서 28.5%로 높아지는 정도였음. 제2차 에기본 안에서는 에너지 손실이 2011년 69.8백만 TOE에서 2035년 123.8백만 TOE로 총 1차 에너지 대비 25.8%에서 32.8%로 더욱 높아짐. 제2차 에기본 안에 따르면 2035년의 경우 1차 에너지 중 거의 1/3에 육박하는 에너지가 최종에너지로 전환되면서 손실되는 것으로 나타남.

- 또한 이러한 전망치에 따를 경우 한국의 1인당 1차에너지 소비는 2011년 5.54 TOE/인에서 2035년 7.28 TOE/인으로, 전력 수요는 2011년 9,851 kWh/인에서 2035년 약 15,728 kWh/인으로 증가할 전망임. 목표수요안에 따른다 하더라도 2035년 1인당 1차에너지는 6.34 TOE/인으로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편임. 특히 대다수 선진 OECD 국가들의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이 감소하고 있는 추세에 역행하는 것임. 참고로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2010년 현재 프랑스 4.04, 독일4.00, 이탈리아 2.81, 일본 3.90, 영국 3.26에 불과함(에너지관리공단, 2013 대한민국에너지편람). 1인당 전력소비는 약 13,369kWh/인으로 증가할 전망임. 이러한 전력 소비는 2010년에 한국보다 GDP(명목 지수와 구매력 지수 모두)가 높은 7개 OECD 국가들(미국, 호주,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 이탈리아; 이 외 한국보다 GDP가 높았던 국가로는 중국, 인도, 러시아, 멕시코가 있었음)에 비해 과도하게 높아지는 것일 뿐 아니라 2025년이 되면 거의 현재의 미국 수준에 육박하여 한국보다 소득이 높은 OECD국가들과 비교하여 세계 최고 수준이 되는 것임.

- 전력 소비 연평균 증가율을 높인 이유에 대해 제2차 에기본 안에서는 “‘09~’12년 철강-석유화학 등 전력다소비 업종의 투자확대로 크게 증가한 소비실적과 최근 소비추세(기계/전기/전자 등 제조업비중 상승 등)을 반영” 하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2013 대한민국 에너지 편람」 339쪽 “최종 에너지소비”에 제시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력 소비는 1990~2000년 사이 연평균 9.8%, 2001~2010년 사이 6.1%, 2010~2012년 사이 3.2%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저렴한 전력 요금이 유지된 상황에서 소비가 증가하는 양상을 보여준 것일 뿐 아니라 최근 들어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는 점에 비추어 2035년까지 연평균 2.5%로 전력 소비가 증가할 것이란 전망은 과도한 것으로 판단됨.

  
 

-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가 발간한 「Energy Balances of OECD Countries 2013」에 따르면 한국의 최종에너지 중 전력 소비 비중은 2011년 현재 25.1%인데 이 보고서의 자료를 바탕으로 한국보다 GDP가 높은 주요 OECD 국가들의 최종에너지 중 전력 비중을 살펴보면 2011년 현재 호주 23.3%, 프랑스 23.7%, 독일20.3%, 이탈리아 20.5%, 일본 25.7%, 영국 21,7%, 미국 21.7%임. 한국의 최종에너지 중 전력 비중이 2035년에 28.1%가 될 것이란 전망은 과도한 것으로 판단됨. 한국과 산업구조가 유사한 일본이나 독일과 비교할 경우에도 현재 한국의 전력 소비는 상당히 높을 뿐 아니라 전망 또한 과도한 것으로 판단됨.

- 또한 연평균 증가율의 경우 1990~2011년 사이에는 연평균 3.4%, 2005~2011년 사이에는 연평균 2.3%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서 최근 들어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음. 이러한 전력 수요 변화로 미루어볼 때 2035년까지 연평균 2.5%씩 전력 소비가 증가할 것이란 전망은 과도한 것임을 다시 확인할 수 있음.

- 이러한 수요 전망은 다음에 언급할 수요관리 목표 설정이나 원전을 포함한 발전시설 규모, 신재생에너지 시설용량 목표 설정과도 연결되는 중요한 문제임.

- 2차 에기본에서 전망한 에너지 수요 증가와 전력 수요 증가는 기후변화․에너지 위기 시대에 실현되기 어려우며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음.

◯ 문제점 2: 수요관리 목표, 적절한가?

- 수요 증가율을 높게 잡은 뒤 제시하는 수요관리 목표는 신뢰하기 어려움. BAU를 추정한 후 이로부터 수요관리 목표를 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이나 1인당 전력 소비량과 같은 절대적인 값을 목표로 하거나 에너지 원단위 목표(TOE/GDP) 방식을 취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함.

- 또한 수요관리 중심의 정책전환을 제시하면서 수요 관리 목표를 최종에너지는 기준안 대비 13%(전력은 15%)로 잡았는데 이러한 수요관리 목표는 1차 에기본의 12.4%보다 약간 높아진 것일 뿐임.

- 수요관리 방법에 대한 논의와 분석 없이 제시되어 선언적 성격이 강한 상태임.

- 수요관리 목표가 형식적인 것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기존 에너지 수요관리정책의 실패 원인에 대한 치밀한 분석이나 구체적인 수요관리 방안이 제시되어야 하나 이런 분석이나 논의가 충분하지 않아 수요관리 목표의 실효성을 신뢰하기 어려움.

◯ 문제점 3: 에너지 믹스 구성, 원전 비중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 제2차 에기본 안에서는 원전 비중을 제1차 계획 상의 41%이었던 데서 22~29%로 하향 조정한 것으로 발표함. 단순히 비중으로는 축소된 것일 수 있지만 에너지 수요와 전력 수요가 증가된 상황임을 고려하면 가장 낮은 22%를 취하더라도 현재보다 원전은 추가 건설되는 것임. 결국 어느 정도까지 건설할 것인지가 관건임.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24년까지 11기 원자로가 확정설비로 분류되어 있는데 이는 현재 건설 중인 5기(신월성2, 신고리 3/4, 신울진 1/2)와 계획이 완료된 6기(신고리 5/6, 신울진 3/4, 신고리 7/8)를 말함. 이외 평가설비가 8기로 되어 있는데 이를 어디까지 건설할지의 문제로 귀착됨.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공청회에서 산업통상자원부 국장은 가장 높은 29%로 결정할 의향이라고 밝힘.

- 한국은 2013년 현재 가동 중인 원자로가 23기 20.7GW로, 시설용량과 원자로 수에서 세계 5위 원전 대국임. 게다가 좁은 국토에 대규모 원전시설이 입지하여 원전 밀집도가 207.3kW/km2로 23기인 현재로서도 세계 1위인 상태임. 향후 원자로가 추가 건설될 경우 원자력 발전에 따른 위험부담이 상당히 커지게 됨.

- 추가 원전의 규모나 기수를 중심으로 하지 않고 비중 중심의 원전 논의는 비중의 감소가 원전 건설 규모 축소를 의미하는듯한 혼란 또는 착시효과가 야기함.

- 원자로가 몇 기가 추가되는지를 둘러싸고 사회적 논란이 이루어지고 있음. 이러한 논란 자체가 소모적임. 원전은 위험시설이기 때문에 전력이나 1차 에너지 중 비중으로 제시하기보다 그에 비추어 원전 몇 기가 추가적으로 필요한지, 신규 원전 부지에 원자로가 입지해야 하는지 그렇지 않은지 등에 대한 명확한 방향이 제시되어야 함. 그렇지 않을 경우 사회혼란과 갈등이 초래되며 관련 에너지 설비 투자에 대한 제대로 된 신호가 주어지지 않음으로써 손실과 혼란이 초래될 가능성도 존재함.

- 문제는 국토 면적 대비 전력 설비가 과도해서 전국토에 송전망이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설치되는 상황이 초래되고 설비 설치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지속된다는 데 있음. 원전은 위험기술을 바탕으로 한 대규모 중앙집중적인 설비로 이원화된 생산지와 소비지를 연결하는 대규모 송전망을 필요로 하고 이는 사회갈등과 사회비용 증가의 요인이 됨.

◯ 문제점 4: 신재생에너지 비중, 적절한가?

- 제2차 에기본 계획안에서는 신재생에너지의 보급 잠재량과 시장 여건 등을 감안하여 1차 에기본 수준인 11%로 유지할 계획임

- 하지만 이는 1차 에기본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후퇴한 안임. 1차 에기본의 목표 연도는 2030년이었지만 2차 에기본의 목표연도는 2035년이기 때문임.

- 특히 현재 우리나라가 사용하는 용어인 신.재생에너지(new & renewable energy)란 개념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재생가능에너지(renewable energy)와 범주가 다름. 국제에너지기구(IEA)나 OECD의 분류 기준에 따를 경우 한국의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은 국내에서 통계로 잡은 2.75%가 아니라 0.7%에 불과하여 OECD 국가들 중 가장 낮은 상태임. 2035년 11%란 목표도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재생가능에너지 분류기준에 따를 경우 4%도 되지 않는 수준임.

- OECD 국가들 중 한국의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이 가장 낮으면서 목표량 또한 현저하게 낮은 것이 유독 다른 국가들에 비해 재생가능에너지 잠재량이 낮아서일까? 보다 적극적인 정책과 기술개발을 통해 확대 가능한 것은 아닌지 보다 심층적인 연구와 모색이 요구됨.

◯ 문제점 5: 국가에너지기본계획으로서 모든 에너지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고 있는가?

- 현재의 에기본 안은 전력에 편중된 경향이 있음.

- 석탄, 석유, 가스에 대한 논의가 미흡함. 실무반(Working Group, WG)을 5개로 구성하였는데 총괄, 수요, 전력, 원전, 신재생 WG으로 나눔. 에너지는 석탄, 석유, 가스, 원자력, 신재생 등의 원별로 나눌 수도 있고 최종에너지를 성상별로 묶어서 전력, 열, 연료로 구분할 수도 있는데 석탄, 석유, 가스, 또는 열이나 연료에 대한 계획이나 논의가 충분하지 않음. 2011년 현재 한국의 1차 에너지 공급은 석유 38.2%, 석탄(유연탄+무연탄) 30.3%, 원자력 11.7%, LNG 16.8%, 수력/신재생 3.0%이며 최종적으로 전력만이 아니라 열과 연료로 사용되지만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에만, 또 전력에만 관심을 둠으로써 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에너지원이나 에너지 이용방식에 대해 제대로 다루지 않고 있음.

- 아울러 산업 환경 안보 교통 건축 등 에너지 관련 모든 분야에 대한 통합적 고려가 필요하나 이런 영역들이, 또 이런 영역들간 상호 연계가 충실하게 고려되었다고 보기 어려움.

◯ 에너지기본계획과 기후변화대응계획의 연계 필요

- 에너지기본법 당시에는 “에너지 이용 합리화와 이를 통한 온실가스 배출 감소 대책”을 수립하도록 되어 있으나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에서 기후변화대응계획이 따로 존재하므로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의 내용에서 빠지게 됨. 하지만 우리나라 온실기체의 약 85%가 에너지 부문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미루어 에너지 기본계획 내에 온실기체 배출 관련 전망치와 현황에 대한 내용이 담겨야 함.

- 제2차 에기본 안에도 이 점을 다소 고려하여 2035년 온실가스 20% 이상 감축이란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나 목표치로 보기에는 충분하지 않음. 2009년 이명박 정부는 2020년까지 BAU 대비 30%(2005년 배출량 대비 4%)를 자발적으로 감축할 것을 국제 사회에 공표하였는데 2035년에도 20%이상으로 제시한 것은 상당히 소극적임.

- 또한 2020년 이후 신규발전소에 CCS, USC 기술 적용 의무화를 주요 감축 수단으로 하여 온실가스를 15% 이상 감축한다고 제시하고 있으나 2011년 국가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서 2020년까지 BAU 대비 26.7%를 감축가능하다고 한 데서 상당히 후퇴한 목표임. CCS의 경제성이 2020년 경이면 확보되는지, CCS 기술 적용이 안전하고 안정적인 방법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부족한 상태임.

◯ 에너지 복지 방안은 에너지 서비스 개선과 함께 에너지 소비 저감 방향과 일치하도록 해야 함.

- 에너지 바우처 제도나 고효율기기 교체사업 확대 외에 저소득층에 대한 요금 할인을 제안하고 있는데 이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함. 요금 할인을 통해 에너지 소비가 확대되도록 하기보다는 사용량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게 하되 다른 복지제도를 통해 부족분을 지원하는 것이 보다 적절함.

- 저소득층일수록 부실 가옥, 특히 임대 부실 가옥에 거주할 가능성이 크므로 주택단열사업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진행할지에 대해 모색하는 것이 요구됨.


4. 제2차 에기본은 전환의 시험대

◯ 2013년은 제1차 에기본이 수립되었던 2008년과는 상황이 변화되었음. 전세계는 2011년 3.11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통해 원전의 위험성을 또다시 목격하였으며 원전사고의 처리과정을 통해 원전기술은 인간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 있으며 처리에 수반되는 비용도 천문학적이어서 원전의 경제성 또한 부인되고 있음. 무엇보다 에너지 이용의 안전, 에너지 이용을 둘러싼 윤리와 책임이란 가치가 새로운 가치로 부상하였음.

◯ 제1차 에기본 수립이후 세계 원유가는 또다시 급등하여 고유가가 지속될 전망임. 다른 한 편으로는 셰일 가스의 생산이 급격히 증가하여 세계 가스시장, 나아가 에너지 시장에 변화가 야기될 것으로 전망됨. 하지만 셰일가스 생산을 둘러싼 환경문제와 셰일가스 또한 지속불가능한 에너지원이기에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이 되기에는 부족함. 하지만 교량 역할을 하는 에너지원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존재함.

◯ 하지만 이러한 공급 차원이 아니라 에너지 문제는 수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 세계적으로 에너지 이용 효율은 지속적으로 향상되어 왔으며 앞으로도 혁신의 가능성이 상당함. 에너지 자체가 아니라 에너지가 제공하는 서비스(취사, 조명, 난방, 냉방, 이동, 기기의 작동 등)에 초점을 맞추어 동일한 에너지 서비스를 유지하거나 에너지 서비스를 높이되 에너지 투입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더욱 더 강력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됨. 에너지 수요관리를 중심에 두고 다양한 정책 수단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전력만이 아니라 에너지원간의 종합적이고 총제적인 고려가 필요함.

◯ 더 이상 에너지 수요 증가를 당연시하여 전방예측을 통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에너지 공급방안을 마련하는 방식을 취하기보다 기후변화의 심화, 고유가 위기, 원전의 위험성과 비경제성, 에너지 공급설비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고려하여 달성해야 할 1인당 에너지 수요, 1인당 전력 소비량, 에너지 집약도 등을 목표로 하여 이를 달성할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개발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할 것임.

◯ 세계는 현재 재생가능에너지가 확대되는 방향으로 변화되고 있음. 한국의 재생가능에너지 잠재량에 대한 보다 치밀한 분석이 요구되며 시민/주민참여적이며 시미/주민과 이익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재생가능에너지가 보다 소규모 분산적으로 확산되는 방향으로 재생가능에너지를 확대해 나가야 할 것임. 에너지 가격과 에너지 세제, 전력요금 등을 정상화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사회환경 비용을 반영하여 확대된 세수를 에너지 수요관리와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에 재투자함으로써 일자리를 늘리고 경제를 활성화하며 재생가능에너지 기술을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진행해 나가야 할 것임.

◯ 핵발전 의존적 국가로 남을 것이냐, 탈핵으로 가는 길을 택할 것이냐의 방향타로서 제2차 에기본이 의미를 가진다면 현재 제출된 제2차 에기본은 핵발전 중심의 에너지체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 에너지 수요가, 특히 전력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벗어나지 않을 때 원전 의존적인 미래를 벗어나기는 어려움.

◯ 제2차 에기본은 바로 이런 전환의 기로에서 한국이 향후 20년 이상의 기간 동안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제시해 줄 방향타 역할을 해야 함. 구체적인 수치를 넘어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에너지 미래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사회적 총의를 모으고 사회적 합의를 마련함으로써 에너지 기후변화 위기 시대를 현명하게 넘어갈 수 있는 밑그림이 되어야 함.

<참고 1>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과 에너지정책 및 계획

◯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제39조(에너지정책의 기본원칙)”에 따르면 에너지정책은 다음과 같은 원칙을 따라야 함.

1. 석유·석탄 등 화석연료의 사용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에너지 자립도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킨다.
2. 에너지 가격의 합리화, 에너지의 절약, 에너지 이용효율 제고 등 에너지수요관리를 강화하여 지구온난화를 예방하고 환경을 보전하며, 에너지 저소비·자원순환형 경제·사회구조로 전환한다.
3. 친환경에너지인 태양에너지, 폐기물·바이오에너지, 풍력, 지열, 조력, 연료전지, 수소에너지 등 신·재생에너지의 개발·생산·이용 및 보급을 확대하고 에너지 공급원을 다변화한다.
4. 에너지가격 및 에너지산업에 대한 시장경쟁 요소의 도입을 확대하고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하며, 국제규범 및 외국의 법제도 등을 고려하여 에너지산업에 대한 규제를 합리적으로 도입·개선하여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다.
5. 국민이 저탄소 녹색성장의 혜택을 고루 누릴 수 있도록 저소득층에 대한 에너지 이용 혜택을 확대하고 형평성을 제고하는 등 에너지와 관련한 복지를 확대한다.
6. 국외 에너지자원 확보, 에너지의 수입 다변화, 에너지 비축 등을 통하여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함으로써 에너지에 관한 국가안보를 강화한다.

◯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제41조(에너지기본계획의 수립)”에 따르면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는 다음의 사항들이 포함되어야 함.

1. 국내외 에너지 수요와 공급의 추이 및 전망에 관한 사항
2.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 도입·공급 및 관리를 위한 대책에 관한 사항
3. 에너지 수요 목표, 에너지원 구성, 에너지 절약 및 에너지 이용효율 향상에 관한 사항
4. 신·재생에너지 등 환경친화적 에너지의 공급 및 사용을 위한 대책에 관한 사항
5. 에너지 안전관리를 위한 대책에 관한 사항
6. 에너지 관련 기술개발 및 보급, 전문인력 양성, 국제협력, 부존 에너지자원 개발 및 이용, 에너지 복지 등에 관한 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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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진(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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