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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정의구현 전주교구사제단 “사퇴하라”-군산 수송동성당에서 시국미사 봉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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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교구 정의구현사제단 “박근혜는 사퇴하라”군산 수송동성당에서 시국미사 봉헌해

한수진 기자  |  sj1110@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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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1.22  21: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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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주교 정의구현 전주교구 사제단이 22일 군산 수송동 성당에서 ‘불법 부정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 촉구 시국미사’를 봉헌했다. ⓒ한수진 기자

 

“정의로써 소송을 제기하는 이가 없고 진실로써 재판하는 이가 없다. 헛된 것을 믿고 거짓을 이야기하며 재앙을 잉태하여 악을 낳는 자들뿐이다.” (이사 59,4)

 

‘불법 부정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 촉구 시국미사’가 22일 오후 7시 군산 수송동성당에서 거행됐다. 천주교 정의구현 전주교구 사제단(대표 송년홍 신부, 이하 사제단)이 주최한 이날 미사에는 사제 30여 명을 비롯해 전국에서 모인 평신도와 수도자 300여 명이 참석해 시내 외곽에 위치한 작은 성당을 뜨거운 열기로 채웠다.

 

사제단은 미사 중 발표한 시국선언문에서 “대통령은 국가기관의 불법 대선 개입의 총 책임을 지고 사퇴를 표명하라”고 촉구했다.

사제단은 “국정원 직원들이 인터넷 사이트에 조직적으로 지금의 대통령에게 유리한 댓글을 올렸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면서 “지난 대선은 국방부와 보훈처 등 국가기관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불법 부정선거임이 명확해졌다”고 선언했다.

 

   
▲ 천주교 정의구현 전주교구 사제단이 22일 군산 수송동 성당에서 ‘불법 부정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 촉구 시국미사’를 봉헌했다. ⓒ한수진 기자

   
▲ 천주교 정의구현 전주교구 사제단이 미사 후 성명서를 낭독하자 신자들이 박수로 화답하고 있다. ⓒ한수진 기자

이어 “이 사태의 직접적이고 총체적인 책임을 지고 있는 대통령은 자신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으로 청와대 뒤에 앉아서 국민과 대화하거나 이해를 구하는 노력은 하지도 않았다”고 질책하며, “진실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요구를 묵살하고 고집불통의 독재 모습을 보이는 대통령은 이미 대한민국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이 아님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사제단은 “그가 그들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거든 교회에 알려라. 교회의 말도 들으려고 하지 않거든 그를 다른 민족 사람이나 세리처럼 여겨라”(마태 18,15-17)는 성서 구절을 인용하며 “이러한 촉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기도회와 시국미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미사에서 강론을 맡은 원로사목자 박창신 신부는 “국민에 대한 봉사를 잊은 권력은 정당성을 잃은 권력”이라고 지적하고, “부당한 권력과 잘못된 재물로 인한 세상의 죄는 많은 사람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인권을 침해하며, 억압과 착취가 난무한 어지러운 세상을 만들고 있다. 그런데 예수님을 믿는 신앙인들은 세상의 죄에 관심이 없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박 신부는 “오늘 미사는 간절해야 하고,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기도가 되어야 한다”고 국정원 대선 개입 문제에 교회와 신자들의 더 큰 관심을 당부했다.

시국미사를 마친 뒤 사제와 수도자, 평신도들은 “불법선거 규탄한다”, “박근혜는 사퇴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20분간 거리를 행진하고, 국정원 대선 개입 규탄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 천주교 정의구현 전주교구 사제단과 신자들은 시국미사를 마친 뒤 거리를 행진해 국정원 대선 개입 규탄 촛불 집회에 참여했다. ⓒ한수진 기자

   
▲ 천주교 정의구현 전주교구 사제단과 신자들은 시국미사를 마친 뒤 거리를 행진해 국정원 대선 개입 규탄 촛불 집회에 참여했다. ⓒ한수진 기자

<시국 선언문>

 불법 · 부정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며

“이미 환하게 켜진 진실을 그릇이나 침상 밑에 둘 수는 없다.
숨겨진 것은 드러나고 감추어진 것은 알려져 훤히 나타났다.” (루카 8,14-15)

지난 18대 대선 때 국정원 직원들이 인터넷 사이트에 조직적으로 지금의 대통령에게 유리한 댓글을 올렸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이것도 모자라서 국방부의 국군 사이버사령부는 국정원의 '심리전 지침'을 받아 선거에 불법적으로 개입 했으며, 보훈처는 안보교육을 통해서 개입하는 등 국가 기관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불법 부정선거임이 명확해졌다.

경찰과 검찰은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의 불법적 대선 개입을 소신 있게 수사하던 담당자들을 직무에서 배제시키고, 증거를 조작하고 인멸하려는 시도를 했다. 집권여당은 국가기관의 불법적인 대선 개입의 여론을 돌리기 위해서 근거 없이 남북정상 대화록을 공개하고, 서해북방한계선 대화록을 유출시켰다. 동시에 정부와 여당의 주장을 그대로 옮기는 언론을 통해서 국면전환용 사건들을 크게 보도하게 하면서 국민의 여론과 요구에 물타기를 지금도 시도하고 있다.

지난봄부터 만천하에 드러난 불법, 부정 대통령선거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고, 이 사건의 중심인 대통령이 모든 책임을 지고 국민 앞에 사과하고 재발을 방지하도록 촉구하는 시국미사와 시국기도회, 시국선언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우리 전주교구도 지난 8월 26일, 152명의 사제가 국정원의 대선개입을 규탄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시국선언에 서명하고 시국미사를 통해서 우리의 요구를 천명한바 있다.

하지만 이 사태의 직접적이고 총체적인 책임을 지고 있는 대통령은 자신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으로 청와대 뒤에 앉아서 국민과 대화하거나 이해를 구하는 노력은 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지금까지도 국가기관의 불법 대선 개입 사건에서 발뺌을 하면서 책임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가하고 진실을 규명하거나 사과하는 모습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미 환하게 켜진 진실을 그릇이나 침상 밑에 둘 수는 없다. 숨겨진 것은 드러나고 감추어진 것은 알려져 훤히 나타났다.(루카 8,14-15) 국민들의 자유로운 의사를 표명을 하는 선거를 불법과 부정한 방법으로 국가기관을 동원해 무시한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고 독재국가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진실을 요구하는 수많은 국민들의 요구를 묵살하고 고집불통의 독재 모습을 보이는 대통령은 이미 대한민국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이 아님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우리는 다시 한 번 간곡히 촉구한다.
- 대통령은 국가기관의 불법 대선개입의 총책임을 지고 국민 앞에 사과하라.
- 대통령은 정의롭고 공정한 진상규명을 통해서 책임자를 처벌하라.
- 이 모든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으므로 사퇴를 표명하라
.

우리의 이 촉구가 들어지지 않으면“그가 그들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거든 교회에 알려라. 교회의 말도 들으려고 하지 않거든 그를 다른 민족 사람이나 세리처럼 여겨라.”(마태 18,15-17)는 성경의 말씀처럼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기도회와 시국미사를 계속할 것이며, 더 이상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님을 선언할 것이다.“들을 귀가 있는 대통령은 들어라.”

2013년 11월 22일
천주교 정의구현 전주교구 사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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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사퇴 촉구는 절실함의 표현”[인터뷰] 송년홍 신부 (천주교 정의구현 전주교구 사제단 대표)

한수진 기자  |  sj1110@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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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1.22  21:4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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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의 대선 개입 사태와 관련한 천주교 사제들의 행동은 지난 7월 25일 부산교구 사제단의 시국선언을 시작으로 계절이 바뀌어 가도록 이어지고 있다. 군종교구를 제외한 전국 15개 교구에서 사제들이 시국선언을 발표했고, 인천 · 수원 · 부산 · 청주 등 여러 교구에서 시국미사가 거행됐다. 광주대교구에서는 지난달 31일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시국미사를 봉헌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국정원의 대선 개입의 증거와 그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수사 책임자의 해임 등으로 검찰의 수사가 난관에 봉착하면서 이 시대 예언자를 자청하는 사제들의 분노도 높아졌다. 진상 규명과 국정원 개혁, 대통령 사과를 촉구하며 시국선언이 특검에 이어 급기야 정권 퇴진 요구로 이어졌다. 국정원 사태와 관련해 사제들이 대통령 사퇴 촉구를 공식적으로 요구한 것은 22일 군산 수송동성당에서 열린 시국미사가 처음이다.

천주교 정의구현 전주교구 사제단(이하 사제단)이 주최한 ‘불법 부정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 촉구 시국미사’를 몇 시간 앞두고, 사제단 대표를 맡고 있는 송년홍 신부를 만났다.

   
▲ 천주교 정의구현 전주교구 사제단 대표 송년홍 신부 ⓒ한수진 기자

- 천주교 정의구현 전주교구 사제단이 대통령 사퇴 촉구를 내걸고 시국미사를 열어야겠다고 결정한 이유는?

송년홍 신부 : 7월에 부산교구 사제들이 첫 시국선언을 발표한 이후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시국선언과 시국미사가 전국에서 이어지고 있다. 그러는 가운데 국정원의 대선 개입과 관련한 상황도 여러 면에서 변화가 있었다. 때문에 앵무새가 말하듯이 그동안 해왔던 이야기를 반복하기보다, 강도를 좀 더 높여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대통령 사퇴’라는 말은 물론 쉽게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 말을 마음에 품고 있으면서도 밖으로 꺼내기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사제단 회의에서 시국미사에 ‘대통령 사퇴’를 걸자고 이야기를 꺼냈을 때, 동료 사제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동의해준 것은 누군가는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을 거다. 개인적으로는 제안을 하면서 ‘내가 총대를 메고 갈 테니 도와 달라’는 마음도 들었다. 그렇게 단순하고 소박한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이렇게 언론과 정치권의 많은 관심을 받게 될 줄은 몰랐다.

- 그동안 시국미사나 촛불집회를 취재하며 만났던 사람들의 시각은 부정선거는 규탄하지만, 대통령 사퇴를 요구하기는 무리가 아니냐는 입장부터 박근혜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까지 다양했다. 대통령 사퇴 촉구를 다소 급진적인 주장으로 받아들이는 여론도 있는데 여기에 대한 생각은?

급진적이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당연히 있을 것이다. 반대로 촛불 집회에서 사람들은 이미 ‘대통령 하야하라’, ‘퇴진하라’는 구호를 외쳐왔다. 오늘 미사에서 대통령 사퇴를 말하는 이유는 그 말을 하고 싶은데 주저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다.

또한, 국정원의 불법적인 대선 개입 문제를 더 이상 길게 끌고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지금이라도 힘을 모으고 목소리를 세게 내어서 어떻게든 결말을 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대통령도 문제를 인식하고, 국민들 사이에서도 힘을 다시 모을 수 있을 것 같다.

- 박근혜 대통령이 정말로 사퇴를 할 수 있을까? 대통령 사퇴 요구는, 이 요구를 대통령이 받아들인 이후에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까지 병행해야 하는 복잡한 문제다. 또 사퇴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권 퇴진’을 공식적인 구호나 요구 사항으로 내세우는 것은 상당히 조심스러운 일이 아닌가?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제가 오늘 사퇴하겠습니다”라고 발표한다면, 성당에 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맥주를 쏘겠다. (웃음) 그런데 그럴 가능성은 솔직히 없다고 본다. 정의를 지키려는 싸움을 하면서 한 번도 이겨 본 경험이 없고, 언제나 지는 것이 당연한 싸움을 해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대통령은 자신의 잘못에 대해 이야기도 하지 않고, 관심조차 두지 않아 왔다. ‘대통령 사퇴’ 요구는 글자 그대로 대통령을 정말로 퇴진시키기 위해서라기보다, 우리 말을 좀 들어달라는 호소다. 오죽하면 우리가 사퇴라는 말까지 쓰겠냐는 절실함인 거다.

그리고 앞으로 대통령이 잘못을 고백한다면, 네가 잘못을 저질렀으니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잘못을 고백하고 용서를 비는 사람을 내치는 것은 하느님을 믿는 사람으로서 할 수 없는 일이다. 하느님도 그렇게 하실 거다.

- 서울에서는 국정원 대선 개입 규탄 촛불집회 규모가 이전보다 줄어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북 지역의 여론은 어떤가? 군산에서는 매주 시민들이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고 들었다.

촛불이 줄어드는 것은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다. 군산 시내에서 매주 1회 국정원 대선 개입 규탄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는데, 매번 시간이 맞지 않아 못 가다가 지난주에 처음으로 가봤다. 생각보다 모인 사람들이 적은 걸 보면서, 이제 다시 불을 피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시국미사 후에 촛불집회 장소까지 행진을 하는 것은 시민들의 행동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의 반영이다. 촛불집회 주최 측에서도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여서, 시국미사를 저녁 7시에 봉헌하고 촛불집회는 평소보다 한 시간 늦춰서 8시에 시작하기로 했다.

- 바라시는 대로 국정원의 대선 개입 문제에 국민들의 관심을 다시 모을 수 있을까?

그렇게 될 거라 믿는다. 이번 시국미사에 큰 관심이 쏠리는 것을 보면서, 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 미사가 국민들의 힘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시발점이 되면 좋겠다는 기대도 커졌다. 신학자 안병무 선생은 ‘민중의 힘은 땅속에 흐르는 화산맥 같다’고 말씀하셨다. 화산맥이 모여 커다란 화산으로 터지려면 시발점이 필요하다. 오늘 시국미사가 불을 붙이면, 이 불이 꺼지지 않게 다른 교구에서도 계속 이어나갔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 이제 날이 추워지고, 성탄이 시작돼서 바빠지겠지만 오늘을 계기로 그동안 사그라졌던 촛불이 다시 활활 타오르고, 동료 신부님들의 동참도 늘어나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여적]정의구현사제단
양권모 논설위원
  • 유신독재의 사슬이 민주주의를 압살하던 1974년 9월26일 명동성당.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은 “우리는 인간의 위대한 존엄성과 소명을 믿는다”로 시작하는 ‘제1시국선언’을 발표했다.

    “민주제도는 정치 질서에 있어서 국가 공동체가 그 본연의 사명을 완수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정치 제도임을 우리는 믿는다. 교회는 이와 같은 인간의 존엄성과 소명, 그의 생존권리, 기본권을 선포하고 일깨우고 수호할 권리와 의무를 가진다. 그러기에 교회는 이 기본권이 짓밟히고 침해당할 때면, 언제 어디서나 피해자나 가해자가 누구이든 그의 편에 서서 그를 대변하면서 유린당한 그의 권리를 회복해 주기 위하여, 그를 거슬러 항변하고 저항하고 투쟁할 권리와 의무를 가진다.”

    ‘행동하는 신앙의 양심’을 내건 정의구현사제단은 민주화를 향한 그 지난하고도 혹독한 도정에서 함께했다. 늘 약하고 억눌린 자의 편에 서서 고난의 가시밭길을 걸었다. 인혁당 사법살인, 김지하 양심선언, 3·1명동선언, 오원춘 사건,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광주 5·18민주항쟁, 미국 문화원 방화 사건 등. 사제단은 민주가 짓밟히고 정의가 유린될 때마다 온몸으로 독재에 맞섰다.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를 외치는 고단한 이들의 등불이 되었다.

    군사독재의 마지막 발악이 피바람을 일으키던 1987년 5월17일 명동성당. 정의구현사제단 김승훈 신부가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의 진상이 조작되었다’는 성명서를 낭독했다. 목숨을 걸고 사제의 양심으로 폭로한 ‘박종철 고문치사 조작’은 군부독재의 심장을 쏘는 탄환이 되었고, 불붙은 6월항쟁으로 이 땅에 ‘민주화’가 이뤄졌다.

    그리고 2013년, 사제단이 “민주주의 회복”을 외치고 있다. 1987년 6월항쟁 이후 최대 규모의 천주교 시국선언이 나왔다.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외면과 회피로 일관하는 박근혜 대통령이 “훼손하고 오염시키는 민주주의” 때문이다. 급기야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사제들이 어제 시국미사를 통해 국가기관 대선개입을 규탄하고 박 대통령 사퇴를 촉구했다. 대통령 사퇴 요구의 ‘적절성’을 두고는 시비와 논란이 많을 터이다. 다만 ‘박정희 독재’의 총칼에 맞서 민주화의 새벽을 연 사제단이 다시 민주주의를 갈구하며 기도하고 시국선언을 해야 하는 현실. ‘박근혜 시대’의 질곡을 이만큼 함축해서 보여주는 것도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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