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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육의 현 주소: 영어교육

교육, 도서 정보/교육혁신 자치의 길

by 소나무맨 2013. 10. 17.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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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육의 현 주소: 영어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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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분의 대학들이 9월말 10월 초 사이에 축제와 체육대회 등 학생들이 주체가 되는 행사를 치른다. 대학 축제하면 먼저 떠오르는 장면이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각종 재능 겨루기, 유명 아이돌 가수 초청공연, 또 빠질 수 없는 것이 주막이다. 시원한 가을 밤 서툴지만 직접 준비한 파전과 어묵 국물을 앞에 두고 먼저 졸업한 선배와 후배가 정을 나누고 스승과 제자들이 교실 안에서 나누지 못했던 인간적인 교감을 나누기도 한다.

  추석 연후와 축제가 앞뒤로 다가오는 대학의 가을학기(2학기)는 공부할 시간이 부족하다. 시작과 함께 중간고사가 다가온다. 교수와 학생 모두 난감하다. 시험을 보기는 봐야 하는데 공부한 것이 없으니... 게다가 수업 시간은 16주에서 언제부턴가 15주로 줄었다. 일 년 52주에서 1, 2학기 모두 더해봐야 30주 수업이다. 여기에서 중간고사 기말고사 두 차례 시험을 제하면 28주. 추가로 단과대학 행사, 동아리 행사 등. 결국 남는 건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부럽지 않은 긴 방학. 일 년의 절반을 방학으로 보낸다. 

  그럼에도 학비는 OECD 국가 중 경제력 대비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수도권 사립대학의 학비는 이미 1년에 1,000만원을 넘어섰고, 다른 지역도 큰 차이가 없다. 그래도 학비는 매년 오른다. 전국적인 선거가 치러질 때마다 여야 할 것 없이 반값 등록금을 들먹이지만 선거가 끝나면 남는 것은 학비 인상이다. 물론 국·공립 대학들은 교육부의 지원 없는 학비동결 지침을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이지만 결국 그 후과는 대학 내의 약자들(시간강사, 계약직 직원 등)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물론 가장 큰 피해자는 가장 먼저 보호받아야 할 학생들이다.

  한국 교육제도의 가장 큰 피해자가 다름 아닌 학생들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초·중등 과정의 학생들은 암기 위주의 주입식 교육으로 창의력과 자발성을 박탈당하고, 대학생들은 취업준비로 청춘을 빼앗긴다.

  전공과 교양 수업을 불문하고 적지 않은 학생들의 손에는 토플, 토익을 비롯한 각종 영어 수험서가 쥐어져 있다. 적지 않은 교수님들이 자신의 수업 시간에 영어 공부에 몰두하는 학생들을 못 본 척 방치한다. 왜? 취업이 중요하니까!      

  한국의 대학에는 오직 영어만이 존재한다는 1980년대의 농담이 생각난다. 사실이 그렇다. 한 대학의 전공을 제외한 교양과목 개설 상황을 살펴보니 ‘영어공화국’이란 말이 실감난다.

  수많은 교양과목들이 개설되어 있었다. 그 중 교양으로 배우는 외국어 과목의 개설 분반 수를 비교해보니 입이 쩍 벌어진다. 영어 관련 과목은 생활영어를 비롯해 기초, 교양, 취업영어 등으로 구분되어 1, 2학기 합해서 거의 170여 분반이 개설되어 있었다. 

  그나마 최근 인기가 있다는 중국어는 10개 분반이 안 된다. 프랑스어나 독일어는 더 적다. 많은 학생들이 영어를 외국어 중의 하나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외국어 그 자체로 생각하는 것이 이해가 된다.

  물론 영어의 필요성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개설된 과목을 살펴보면 과연 대학에서 이렇게 많은 시간을 배정해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영어를 배워야 할까? 그것도 생활영어를?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개설된 영어 수업의 강의 명칭을 살펴보니 2/3 이상이 생활영어 과목이다. 생활영어가 필요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묻고 싶은 것은 최고 학부인 대학에서 과연 이렇게 많은 과목을 개설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간단한 영어를 가르칠 필요가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아무리 교양과목이라지만 대학에서 생활영어를 이렇게 많은 시간을 배정해 가르칠만한 가치가 있는가? 다른 대학의 영어 교육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면 끔직하다. 지난 한미 FTA협상을 전후로 드러난 협상전문의 오역이 국회에서 크게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외국어에 관한 최고의 인재들이 모여 있는 외교통상부에서 저지른 실수는 전국의 각 대학에서 배우는 생활영어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영어교육이 정말로 필요하다면 다른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반대로 이렇게 영어 편중의 외국어 교육으로 인해 영어를 제외한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 독일어 등 다른 중요한 언어들은 거의 필요한 수업시간을 배정받지 못하고 있다. 학생 수가 줄어들고 학과 자체가 해체될 위기에 직면한 언어들도 적지 않다. 
  
  모든 언어에 같은 잣대를 적용할 수는 없지만, 이들 언어를 사용하는 국가들 역시 여전히 국제무대에서 정치·경제·문화적으로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언어들에 대한 교육의 부족은 경제의 대외무역 의존도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상황에서 상당히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영어가 국제 경쟁력 제고를 위해 꼭 필요하다면 이에 합당한 교과목 개설과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 생활영어가 이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못할 것이다. 반대로 중국어·일본어·프랑스어·독일어·러시아어 등 이들 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국가들의 국제무대에서의 정치·경제적 위상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들 언어들에 대한 교육부재는 한국의 대외관계와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효율적이고 균형 잡힌 외국어 교육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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