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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할머니의 눈물, 그리고 전기의 진실-- 하승수(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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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할머니의 눈물, 그리고 전기의 진실

2013.10.02 16:34

 

[편집자의 글]
다시 시작된 밀양 송전탑 건설 공사.
한전은 공사를 밀어붙이고, 주민들은 반대하고, 지자체에서는 행정대집행 실시.
또 다시 나누어진 강행과 반대. 서로가 서 있는 자리에 따라 행동합니다.  구태여 밝히지 않아도 짱돌의 방점이 어디에 찍힐 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하실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서로 다른 의견을 낸다고 한 쪽으로 몰아붙이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합니다.
밀양에 관해 쏟아지는 기사들 가운데, 눈길을 끄는 기사 제목이 있습니다. '밀양 노인들 朴 찍었는데 왜 빨갱이 취급하나?'
자신과 반대되는 의견을 가진 자는 적으로 몰아붙이고, 안타깝게도 이 기사를 접한 젊은이들은 자업자득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적의로 가득 찬 세상. 민주주의는 효율의 담보가 목적이지는 않습니다. 서로의 의견을 합의해 가는 과정을 따르다보니 효율이라는 결과가 나오게 된다는 생각은 아직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분열이 목적이라면 성공하셨습니다. 그러나 절대로 당신의 장단에 춤추지 않겠습니다, 마음 속으로 결연히 다짐해 봅니다. 오늘도 출근길에는 하늘하늘게 핀 코스모스가 여릿여릿 다가왔습니다. 



 
밀양 할머니의 눈물, 그리고 전기의 진실

하승수(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정부는 올 여름에 연일 전력난을 부르짖었습니다. 국민들에게 전기가 모자라니까 발전소도 더 지어야 하고, 송전선도 더 건설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정부는 전기가 모자라게 된 근본원인에 대해서는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았습니다. 

왜 전력난이 일어나게 됐을까요? 우리나라는 전기소비가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는 보기 드문 나라입니다. 우리나라의 1인당 전력소비량은 OECD국가의 평균보다 많고, 독일, 프랑스, 일본, 영국 등의 국가들보다 많습니다. 

이런 얘기를 하면, 시민들은 ‘내가 전기를 많이 써서 그런가’라고 생각하십니다. 그러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가정에서 쓰는 전력소비량은 OECD 평균의 50% 정도에 불과합니다.

문제는 산업용 전기입니다. 우리나라 전체 전기소비에서 산업용 전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53%가 넘습니다. 제철, 석유화학, 반도체 등 큰 공장에서 쓰는 전기량은 엄청납니다. 전기를 많이 쓰는 백화점 등 대형건물들도 문제입니다. 이런 곳에서 전기를 무분별하게 쓰면서 우리나라는 전력난을 겪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기가 모자란다며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소를 바닷가에 건설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소비지인 대도시나 대공장 소재지까지 끌고 오려면 뭐가 필요할까요? 
바로 초고압 송전선이 필요합니다.

특히 우리나라 최초의 원전단지인 고리원전 옆에 새로 짓고 있는 신고리원전이 문제입니다. 지금 1,2호기를 다 짓고, 3,4호기 준공을 앞두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보내기 위해 필요하다면서 765kV라는 초고압 송전선을 건설하고 있습니다. 
765kV 송전선은 우리가 대도시 주변에서 보는 송전선들보다는 훨씬 고압입니다. 154kV라는 고압 송전선이 우리나라에는 많은데, 그보다 18배나 많은 전기를 한꺼번에 보내는 송전선입니다. 전기를 많이 보내려고 하다보니까 전압을 계속 올린 것인데, 그만큼 전자파도 강하게 나옵니다. 

그 송전선 때문에 밀양의 할머니들은 8년 동안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작년 1월에는 농민 한 분이 분신을 하기도 했습니다. 의료단체에서 조사한 결과,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전쟁이나 테러를 겪은 사람들보다 더 심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한번 할머니들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십시오. 평생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자식을 키우며 살아 왔습니다. 이제 좀 숨 돌리고 평화롭게 여생을 마무리했으면 하는데, 갑자기 조용하던 마을에 초고압 송전선이 지나간다고 합니다. 전자파를 내뿜고 소음도 심하다고 합니다. 그 속에서 생활하고 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것이 그 분들에게는 어떻게 다가올까요?

그래서 정부에 항의도 하고, 조사도 해 보았더니 송전선을 건설하지 않고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른 대안들이 있는 것입니다. 우선, 대도시나 대공장에서 필요한 전기를 그 부근에서 생산하면 초고압 송전선이 필요 없습니다. 지금 밀양을 지나가는 765kV 송전선은 대구에서 필요한 전기 때문이라는 것이 한전 측의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초고압 송전선을 건설하지 말고 대구부근에서 전기를 생산하면 됩니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가능에너지도 늘려나가고, 당장 전기가 부족하면 가스복합발전같은 발전소를 지으면 됩니다. 가스발전은 석탄화력발전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절반 이하이기 때문에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습니다. 전기를 많이 쓰는 대공장에서는 자가발전을 할 수 있습니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기업의 자가발전 비중이 4배 이상 높습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전기요금이 싸기 때문에 자가발전에 소극적인데, 전기요금을 현실화하면 자가발전 비중을 늘릴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전기를 해결하는 것을 ‘지역분산형 전원’이라고 합니다. 전기소비지 가까이에서 전기를 생산해서 쓰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초고압송전선이 필요가 없습니다. 
 
정부는 당장 신고리3,4호기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어떻게 할 것이냐?고 얘기합니다. 그러나 신고리3,4호기의 전기는 이미 있는 송전선로를 통해서도 송전할 수 있다는 것이 한전 측 자료에 의해서도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고리에는 낡은 원전들이 있습니다. 고리1호기는 이미 수명이 끝났는데도 계속 가동을 하고 있는 원전입니다. 이런 낡은 원전들을 폐쇄하면 송전선에 여유가 생깁니다. 대안은 있는 것입니다. 

이런 사실들이 드러났는데도 정부와 한전은 막무가내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어제부터 정부와 한전은 경찰 3,000명, 한전직원 1,000명을 투입해서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밀양 주민들은 눈물로 저항을 하고 있습니다. 밀양 주민들은 호소를 합니다. ‘우리는 보상을 바라지 않는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바꾸는 것이다’라고 얘기합니다. 

이 얘기는 진실입니다. 밀양 주민들의 고통은 보상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원전이 없다면, 그리고 잘못된 전력시스템이 없다면 밀양의 할머니들이 눈물을 흘릴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밀양 할머니들에게는 친구가 필요합니다. 이런 사실들을 알리고, 연대 성명을 발표하고, 밀양을 방문하고, 1인 시위를 하는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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