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전용지구가 기다려지는 이유

2013. 9. 11. 06:36교통, 자전거, 보행

대중교통전용지구가 기다려지는 이유

대구시 사례로 알아보는 신촌 대중교통전용지구

 

[서울톡톡] KTX로 서울에서 1시간 50분 떨어진 영남 북부의 중핵도시 대구광역시는 서울시와 이런 저런 인연이 깊은 도시다. 특히 공공교통 분야가 주목할 만하다.

 

흔히 우리나라의 새로운 교통정책은 서울시에서 먼저 시작하고 전국으로 퍼져나간 경우가 많다. 최초의 지하철(1974), 교통카드(1996), 버스체계개편(2004) 등이 그런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국내 최초의 시내버스는 서울이 아닌 대구에서 먼저 운행되었다.

 

1920년 당시 사과 생산과 방직산업으로 크게 발전하던 대구에서는 한 일본 기업가가 시내버스 운행을 시작했는데, 이것이 국내 최초의 시내 노선버스다. 서울시보다 8년이나 앞선 것이다. 그리고 21세기 들어 대구시가 서울시보다 앞서 도입한 교통정책이 또 있으니, 그것이 바로 '대중교통전용지구'이다.

 

 

대중교통전용지구가 생겨난 이유

대중교통전용지구란 특정 도로를 자가용 차량은 들어올 수 없는 버스전용으로 만들고, 도로 주변을 정비하여 보행자 중심으로 구성하는 것을 말한다. 대중교통전용지구를 설치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도시화가 진행되고 자동차가 늘어나면서 도심지에 많은 자동차가 들어오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 되었다. 그랬더니 많은 부작용이 발생했다. 우선 자동차가 너무 늘어나 소음, 진동, 매연이 많아지고, 교통혼잡이 심해졌다. 또한 자동차가 달릴 도로를 확보하기 위해서 인도를 넓힐 수가 없었고, 이는 보행자에게 큰 불편이 되었다. 상권의 발달은 자동차가 늘어난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유동인구가 늘어나야 하는데 보행자가 불편한 거리의 상업이 발달할 리가 없다.

 

결국 이들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자가용 통행을 억제하고 인도를 넓힐 필요가 있었다. 걷기 편해진 길에는 많은 유동인구가 몰려들며 길거리 상업의 발달을 가져온다. 이는 이미 서울의 인사동이나 명동의 사례에서 증명된 것이다. 아울러 자가용을 억제하는 대신 대중교통을 편하게 하여 교통편의를 제공한다. 비록 차선을 좁히더라도 버스만 진입한다면 교통소통이 원활해진다. 물론 버스노선이 없는 심야에는 택시의 진입을 허용하고, 또한 사전에 등록된 차량의 시간제 조업주차 등을 허용하여 상업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였다. 이러한 정책의 총합을 대중교통전용지구라고 한다.

 

대중교통전용지구는 영어로 '트랜짓 몰(Transit Mall)'이라고 한다. 트랜짓에 대중교통이라는 의미가 있지만, 상점을 뜻하는 '몰'은 왜 붙은 것일까? 바로 대중교통전용지구가 거리상업 발전과 뗄 수 없는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서울보다 먼저 대중교통전용지구를 설치한 대구시는 어땠을까? 대구역 남쪽으로 이어지는 대구시의 중앙로 상권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특히 2004년 KTX가 개통되면서 대구의 철도중심축이 동대구역으로 본격 이전하자 더 심해졌다. 이 시점에서 대구시가 선택한 것은 중앙로에 대중교통전용지구를 설치하는 것이었다. 이해관계자들의 입장 차이가 많았지만, 결국 2009년 대구시는 대중교통전용지구를 완성했다. 기존 왕복 4차선을 2차선으로 줄이고, 버스만 통행할 수 있게 하였다. 인도폭을 넓히고 거리를 보행친화적으로 개선했다.

 

결과는 성공으로 평가된다. 대구시에 따르면 시행 2년 만에 대중교통 승객 22% 증가, 보행 유동인구 18% 증가, 대기오염 지표인 이산화질소는 54%가 감소했다고 한다. 걷기 편한 거리가 되면서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이는 상업의 부흥으로 이어진다. 보행자 중심 도시가 살기 좋은 도시라는 강한 의지를 갖고 정책을 추진해나간 대구시의 뚝심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신촌 연세로 어떻게 바뀔까?

그렇다면 지금 신촌 연세로의 모습은 어떠할까? 연세대학교 앞에서 신촌오거리로 이어지는 연세로는 저녁과 주말만 되면 사람에 떠밀려서 이동한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인도가 좁고 혼잡하다. 대중교통도 마찬가지로서 이곳을 지나는 버스는 심한 지연을 감수해야 한다. 모두가 불편하고 지역 발전은 정체되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좋은 방법이 대중교통전용지구이다. 차로를 2차선으로 줄이면 넓은 보행자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지금보다 더 편해지고, 더 많은 사람들이 방문한다. 당연히 길거리 상업이 발전할 수 있다. 버스전용이 된 도로에서는 버스가 더 안전하고 편리하며, 예측가능하게 운행할 수 있다. 자연히 대중교통의 서비스 수준이 높아진다. 유동인구 증가와 선순환을 이루게 된다.

 

물론 자가용 차량은 이곳을 이용할 수 없다. 하지만 자가용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신촌역 굴다리에서 연세대 방면 좌회전을 허용해 우회도로 역할을 시키며, 신촌오거리 여의도에서 동교동 방면 좌회전도 가능해져 연세로를 우회하여 운행할 수 있게 된다. 상인들이 필요로 하는 조업차량도 시간제로 통행이 가능하다.

 

한편 대구시의 사례에서 서울시가 배울 점은 무엇일까? 우선 일부 얌체 운전자들의 문제이다. 대중교통전용지구에는 자가용이나 택시의 진입을 단속하기 위한 CCTV가 설치되어 있는데, 이 CCTV의 사각지대를 통해 대중교통전용지구를 지나가는 차량들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택시가 문제인데, 손님을 장시간 기다리며 대기열을 만들기 때문에 교통혼잡 개선을 꾀하는 대중교통전용지구의 취지를 손상시킨다. 따라서 신촌 대중교통전용지구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이같은 얌체 운전자에 대한 철저한 단속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도로는 공공재이며 이를 효율적으로 사용하자는 것이 대중교통전용지구이다. 자신만 이익을 보기 위해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는 제지받아야 마땅하다.

 

또 하나의 시사점은 상업 구조의 변화를 폭넓게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업종이 사회구조의 변화에 따라 어차피 쇠퇴하고 있는 중이라면 이는 대중교통전용지구를 설치해도 막지 못한다. 또한 개인 유동인구를 상대하는 업종이 아니라, 기업을 주로 상대하며 차량이 많이 써야 한다면 대중교통전용지구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업종들은 때때로 자신들의 쇠퇴가 대중교통전용지구 탓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서울시는 이에 대한 대비를 충분히 해야할 것이다. 대중교통전용지구가 단순한 토건사업이 아닌 해당 지역의 상권을 종합적으로 발전시키는 사업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신촌 연세로는 많은 발전 잠재력이 있음에도 걷기 불편한 환경 때문에 더 이상 발전을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곳이다. 이런 곳에 대중교통전용지구가 설치되어, 보행자와 대중교통, 상권이 함께 발전할 수 있다니 기대가 크다. 특히 이곳엔 현재 버스가 지나고 있고, 남쪽에 신촌역이 있는데 향후에는 서울경전철 서부선까지 이곳을 지날 예정이라 대중교통이 더욱 편리해질 것이다.

 

교통수요관리 정책은 공공정책 중에서 가장 다루기 까다로운 분야

서울시의 대중교통전용지구는 연세로가 끝이 아니다. 향후에는 위례신도시 중앙을 관통하는 대중교통전용지구도 신설된다. 특히 이곳은 신도시 건설 처음부터 대중교통전용지구로 만들어지는 곳이며, 버스보다 더욱 환경친화적인 노면전차가 운행될 예정이라 국내에서 손꼽힐만한 명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중교통전용지구와 같이 자가용을 억제하는 '교통수요관리' 정책은 공공정책 중에서 가장 다루기 까다로운 분야로 알려져 있다. 분명 장기적으로 시민 전체에 도움이 되지만, 시민들이 납득하기 어렵고 상식과 배치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교통량을 억제하여 교통을 더 편리하게 한다'는 교통수요관리의 취지는 일견 모순되어 보이기까지 한다. 특히 한 표가 아쉬운 선출직 공무원인 시장 입장에서는 더더욱 추진하기 힘든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중교통전용지구는 대구시가 성공적으로 이루어냈고, 이제는 서울시가 나설 차례다. 현재 신촌 연세로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은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 서울시의 세심하고도 적극적인 추진이 연세로의 교통 개선, 보행자 편의 제공, 유동인구 증가와 상업발전을 이루어낼 것으로 믿는다.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가 개통될 내년 상반기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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