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직한 지방시대 란

2013. 7. 28. 13:22시민, 그리고 마을/지방 시대, 지방 자치, 주민자치

깨끗하고 착하며 부지런한, 아름다움을 만드는 사람

벌써 선거의 계절이 시작되는가요?

며칠 전 퇴직했던 직장의 옛 동료들이랑 설 인사를 주고받으면서 저에게 ‘혹 이분이 누구신지 아느냐?’라는 질문이었습니다. ‘누구신지는 모르는데 이런 절친함이 묻어나는 설 인사를 받았는데 어찌해야하냐’구요

 

저 역시 같은 형식의 문자를 받긴 했습니다만 ‘4-5년 전에 합번 만났던 적이 있었는데 그 후에는 아무런 연락도, 소식도 없더니 이제 웬 인사?’하며 가볍게 여겼습니다만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수많은 사람에게 보내어진 이 같은 친한 인사 문자는 아무리 생각해도 석연찮은 뭔가가 있었습니다.

 

저녁에 친한 사람들이 모여 한 잔의 소주로 정담을 나눌 때면 으레 나오는 이야기가 지역 돌아가는 이야기요 뻔 한 이야기가 지역정가의 ‘카더라 방송’이지요만 모인 10여명 이야기가 한결같이 문자를 보내신 분에 관한 이야기인지라 한편 우습기도 하면서 한편 김천사람들을 너무 우습게 보는 듯해서 우울해지기도 했습니다.

 

물론 ‘카더라 방송’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만 ‘먼 외국의 대통령을 만나 성공했다’ ‘몇 수십억의 돈을 벌었다’ ‘그 돈으로 지역의 경제를 살아나게 한다더라’, ‘지난겨울 폭설 후 바로 옆 도시는 제설작업을 잘 했는데 이 지역은 형편없다’ 라며 열심히 주워섬기는 이야기가 있는가하면 ‘그렇게 돈을 많이 벌었다면서 실제는 새빨간 거짓말이고 여기 있는 공장의 직원들을 대부분을 내쫓아내고 폐업 직전이라더라’ ‘옆의 시의 누리 집에는 그 반대로 김천은 제설작업이 잘되고 있는데 막상 더 잘 산다고 하는 우리 동네는 그렇지 못하다 라고 올라와 있더라’등등 서로의 주장과 들은 이야기로 소주에 안주가 필요 없을 정도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갑자기 흥부가 한 구절이 생각났습니다. 놀부 심보를 타령한 멋진 한 자락이 말입니다. 오장 칠보의 놀부를 ‘술 잘 먹고 욕 잘하고 게으르고 싸움 잘하고......’라고 시작하여 <초상난 데 춤추기, 불난 집에 부채질하기, 해산한 집에 개 잡기, 장에 가면 억지 흥정, 우는 아이 똥 먹이기, 무죄한 놈 뺨치기와 빚값에 계집 빼앗기, 늙은 영감 덜미 잡기, 아이 밴 아낙네 배 차기, 우물 밑에 똥 누기, 올벼 논에 물 터놓기, 잦힌 밥에 흙 퍼붓기, 패는 곡식 이삭 빼기, 논두렁에 구멍 뚫기, 애호박에 말뚝 박기, 곱사등이 엎어 놓고 밟아 주기, 똥 누는 놈 주저앉히기, 앉은뱅이 턱살 치기, 옹기 장사 작대 치기, 면례하는 데 뼈 감추기, 잠자는 내외에게 소리 지르기, 수절 과부 겁탈하기, 통혼에 방해하기, 만경창파에 배 밑 뚫기, 목욕하는 데 흙 뿌리기, 담 붙은 놈 코침 주기, 눈 앓는 놈 고춧가루 넣기, 이 앓는 놈 뺨치기, 어린아이 꼬집기, 다된 흥정 깨놓기, 중놈 보면 대테 메기, 남의 제사에 닭 울리기, 한길에 구멍 파기, 비 오는 날 장독 열기>의 심보를 한줄 가락으로 늘어놓고는 절대로 이런 짓은 말아라고 가르쳐주는 듯 했습니다.

 

술자리에서 웬 놀보타령이냐구요? 그 이름을 붙인 음식점에서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거든요.

자리를 털고 일어나면서 한마디 붙였습니다. 알아서 결정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지만 ‘거짓으로 번 돈으로 술 잘 먹는 자가 아닌 깨끗한 사람, 욕 잘하는 자 대신 착한 사람, 게으른 자 대신 부지런한 사람, 싸움 잘하는 자 대신 아름다움을 만드는 사람이 우리에겐 필요하다’ 라구요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