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협동조합 잠재력

2013. 6. 11. 10:52경제/대안사회경제, 협동조합

전북 협동조합 잠재력
2013년 06월 10일 (월) 새전북신문 starmj88@hanmail.net
          
 협동조합이 성장한다는 말은 양가(兩價)의 의미가 있다.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갖는다는 뜻이다. 유럽의 친환경농업 전수학교에 견학을 간 적 있다. 함께 간 연수단원들은 이구동성으로 풀을 어떻게 잡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되돌아 온 답변은 친환경농업의 목적이 풀을 잡는 데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작물이 비록 풀을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풀처럼 강해져서 풀과 함께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원하는 작물을 제대로 수확하기 위해서는 토양을 가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풀을 제거하고 소독된 인공 토양을 만들어 친환경농사를 짓는다는 것이 인간과 자연 사이에서 어떤 가치가 있으며, 누구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오히려 질문을 던졌다.

전라북도의 협동조합 잠재력은 작물과 토양의 관계에 비유해 보면 여러 가지 생각도 들게 하고 몇 가지 관전 포인트도 짚어 보게 한다. 먼저, 전라북도의 협동조합들이 출현하는 환경과 토양을 생각하게 한다. 다음은 전라북도의 협동조합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과 토양을 살펴보게 해준다. 마지막으로 전라북도의 협동조합들이 정비하게 될 이른 바 ‘핵심 이익’의 모습도 떠올리게 해준다. 전라북도의 협동조합 잠재력은 다른 행정구역과 수치로 비교되는 측면도 있지만, 자체적으로 수축, 팽창, 반전하는 내부적인 측면이 있다.

경제인류학자 칼 폴라니(Karl Polanyi)는 봉건제 사회에서 근대사회로 인류 역사가 거대한 전환을 시작할 때 중요한 순간을 포착했다. 역사적으로 ‘빈민(the poor)’이라는 사람들이 출현한 것이었다. 당시까지 유럽의 봉건제적 경제구조는 개인의 소득이나 자산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소득이나 자산이 사람의 빈부를 판별하는 기준으로 될 수 없었다. 이들 빈민은 새로운 경제구조에서 역할이 없어진 사람들을 뜻하는 것이었다. 자신의 역할이 없어졌다는 말은 실업자를 뜻하는 것도 아니었다. 소득이 있더라도 지역사회가 부여하는 역할이 없어진 사람들이었다.

역사적으로 협동조합은 새로운 경제구조에서 역할을 잃은 빈민들에게 역할을 찾아주기 위해 시작된 지역사회 자활사업의 일환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현대사회에서 협동조합이 출현하는 배경도 사실은 이러한 빈민들이 형성되는 토양과 환경에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전라북도의 협동조합이 많이 늘어난다는 현상은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꼭 반가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외부 경제에 의해 지역 주민들이 그만큼 고통받고 있다는 점을 역으로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 생각해야 할 것은 고통이 발생하는 근본 구조이지 협동조합의 수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중요하게 짚어야 할 대목이다.

전라북도의 협동조합이 성장할 수 있는 토양과 환경은 비교할만 하다. 여러 단체들의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지원 제도는 전북발전연구원의 사례처럼 훌륭하다. 전발연은 지난 해부터 도내 협동조합과 사회적 경제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협동조합에 대한 세미나 과정을 운영했고, 그 과정에서 협동조합들의 탄생을 도왔다. 올해는 협동조합 활동가들이 전문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협동조합 학교를 개설할 수 있도록 회의실을 주말에 제공하고 있다. 다른 광역자치단체와 비교할 때 활동가들이 이처럼 교육장소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대단한 전환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 밖에도 여러 지원제도들이 풍부하게 제공되고 있다.

끝으로 전라북도 협동조합의 핵심이익이 어떤 모습으로 형성되고 있는가는 반전의 상황도 생각해볼 수 있게 해주는 잠재력 요소이다. 협동조합을 탄생시키는 토양과 환경, 협동조합을 성장시켜주는 제도들은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잠재력을 형성해 나갈 수 있다. 협동조합의 핵심이익은 고통의 근원을 줄이는 쪽으로 형성되어야 한다. 방향 없이 제도가 확장되면, 풍부한 잠재력은 인간, 자연, 사회의 관계에서 어떤 가치, 누구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인지 되묻게 할 수 있다. 풍부한 잠재력과 반전의 요소를 함께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농협경제연구소 협동조합연구센터 부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