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문제제기
지방자치가 실시된 지 20년을 넘어가고 있고, 주민자치가 시작된지 13년이 되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정부의 중앙정부 의존도는 더 높아져가고 있고, 주민자치위원회가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아서 실질적인 주민자치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하여 지방행정체제개편위원회에서 시범실시안을 제시하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가에 대하여 다양한 시각에서 근본원인을 제시할 수 있을 텐데, 그중에 하나가 공동체가 사라져 버렸기에 주민자치가 제대로 되기 어렵고, 주민자치의 기반이 약한 상태에서 지방자치란 것은 중앙정부의존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사회가 직면한 지방자치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져 국가와 지방이 역할분담을 통하여 책임성 있게 각자의 기능을 책임있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란 배를 띄울 수 있는 바다로서의 주민자치, 그리고 그 주민자치를 실질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강물로서의 공동체가 살아있어야 할 것이다.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하여 현대사회에서 공동체가 사라져왔다. 농촌지역에서는 농업생산을 위하여 마을단위의 공동체가 살아 있어서 서로 협력하고, 소통하면서, 마을을 잘살게 하기위한 공동작업들을 하였다. 1970년대 새마을 운동의 성공은 마을단위로 마을을 잘살게 하기 위한 권한을 부여하여 지붕개량사업이나 마을도로건설, 농업소득증대사업 등을 마을주민들이 공동으로 추진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도시지역에서는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이 모이고, 아파트단지의 건설에 따라서 주거가 빈번하게 이동하여, 일정한 지역에서의 마을공동체가 형성되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직장을 중심으로 한 직장공동체의 비중과 우선순위가 높아지게 되고, 맞벌이계층의 증가로 인하여 마을과 지역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는 경시되기 쉽고, 참여의 여유를 가지지 못한 것이 현실이었다고 할 것이다.
서울시에서 마을공동체사업을 추진하고, 마을공동체 사업을 위한 마을공동체 지원센타를 만들어서 도시지역에서 마을공동체를 형성하고, 도시정책의 중심에 ‘사람’을 주된 정책대상으로 전환하였다는 것은 도시정책의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사람들의 모임인 ‘공동체’를 형성하는데, 행정기관이 행정사업으로서 추진하고 있다는 것도 기존의 도시정책의 대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도시정책으로서 서울시의 자치사무로 사업의 위상을 확립하고, 구체적인 마을공동체형성을 위한 사업을 실시하기 위하여 서울시의 조직개편과 마을공동체지원조례를 만들어서 법제도적 기반을 구축하였다.
마을공동체사업을 통하여 마을공동체를 형성시키려는 도시정책의 목표는 필요하고도 중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 행정기관이 예산과 법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주고, 민간이 사업을 기획하고 조정하고, 지역의 주민들이 사업을 집행하는 협력시스템은 필요하고도 적절한 것이다.
마을공동체 사업비의 투입은 마을공동체만들기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고, 이러한 마을공동체는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공동서비스를 공급하고 자율적으로 운영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마을공동체만들기 사업들의 목표가 단지 마을공동체를 만드는 것으로만 그쳐서는 지방자치를 실질화하는데 이어지기 어려울 수 있다. 마을공동체만들기는 주민자치로 발달하여야 하고, 실질적인 주민자치의 단계로까지 성장하는 가교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마을공동체만들기와 주민자치의 관계, 그리고 양자가 발달하는데, 핵심요소인 참여와의 관계를 이론적으로 살펴보고, 마을공동체만들기를 활성화시키기 위하여 어떤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인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II. 공동체와 주민자치의 관계
1. 공동체와 자치, 참여와의 관계
공동체는 공유하고 있는 인식과 규범을 바탕으로 호혜성을 가지고 공동협력을 하는 모임이고, 자치는 자기통치의 일환으로, 공동문제를 참여기구와 제도를 통해 함께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치에는 자치기구, 자치사무, 자주재정, 주민참여가 필요하다. 공동체와 자치 모두에 참여는 중요한 요소이다. 참여에 문제가 있을 경우, 공동체와 자치모두에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자치는 자기입법과 자기통제를 주된 개념요소로서 구성된다. 자치는 일정한 지역공간이 필요하고 사람이 필요하며 무엇보다도 주권이 있어야 자치라고 할 수 있다. 사람과 지역은 있는데 주권이 없는 경우에 이는 식민이라고 한다. 자치를 위해서는 공동의 문제를 참여기구와 제도를 만들어서 그 규범에 따라서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자치는 인치(人治)가 아니라 법치(法治)라고 할 수 있다. 자치는 행정에 의한 관치(官治)와 대조되는 개념이다. 자치가 잘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첫째, 공동체가 활성화되어 있어야 할 것이고, 둘째 주민참여가 활성화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공동체 활성화 역시 주민참여의 활성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어려운 것이다. 이점에서 주민참여란 것은 공동체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자치에도 기여하는 핵심요소가 된다. 공동체의 개념은 공유하고 있는 인식과 규범이라고 하였는데, 참여에 대해서는 조금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참여는 만남, 소통을 의미하고 상호이해를 바탕으로 가능하다. 참여의 대상으로서는 행정기구나 자치기구 그리고 공동체를 들 수 있다. 참여의 계기나 목적으로서는 공공선(public good)이나 공동의 이해, 혈연, 지연, 학연 등의 다양한 요소를 들 수 있다.
참여는 무엇보다도 정책결정자와 주민간의 의사소통의 개선에 기여하는 것이다. 세 개념 간 의 관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참여(P) -> 자치(A) ② 참여(P) -> 공동체(C) ③ 참여(P) -> 공동체(C) -> 자치(A) 따라서 참여는 공동체와 자치의 모두에 대해서 중요한 독립변수이고, 참여에 문제가 생길 때는 공동체와 자치의 모두에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주민참여는 공동체 형성의 전제조건이다.
2. 주민참여의 단계와 공동체
S.R.Arnstein은 주민참여 단계를 주민이 정책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의 정도에 따라 조작(manipulation) 치유(therapy), 정보제공(information), 상담(consultation), 회유(placation), 협동관계(partnership), 권한위임(delegated power), 주민통제(citizen control)의 여덟 가지의 단계로 분류하였으며, 이를 다시 참여의 효과라는 측면에서 3개의 유형으로 분류하고 있다.
조작과 치유의 단계는 본 목적이 주민을 참여 시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정부가 참여자를 교육하거나 치료하는데 목적이 있으므로 비참여(non-participation)의 범주에 속한다. 주민참여의 3단계에서 5단계에 해당하는 정보제공과 상담, 회유의 단계에서는 주민이 정보를 제공받아 권고 또는 조언하고, 공청회와 심의회, 그리고 각종 위원회에 참여하여 정책과 관련된 의견을 제시할 수 있으나 정부가 이에 대한 판단결정권을 유보하고 있으므로 형식적 참여의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주민참여의 6단계에서 8단계에 이르는 협력관계, 권한위임, 주민통제에 이르면 기존의 권력체계는 주민과 정부 간에 재분배되며 일정한 권한과 책임이 주민에게 맡겨져 주민이 정책결정에 있어서 주도권을 획득하는 주민자치권(neighborhood autonomy)의 상태에 있게 된다고 할 수 있다.
주민참여와 공동체발달단계와의 관계를 살펴보면, 공동체는 주민참여의 단계에 따라 다음의 4가지 발달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주민참여의 1, 2단계는 비참여의 단계이기에 공동체 발달의 논의에서는 제외하기로 한다. 따라서 공동체발달과 관련되는 것은 주민참여의 3단계 이후라고 할 수 있다.
첫째는 주민참여가 명목적으로 이루어지기에 공동체 형성이 이루어지지 않고, 단지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단계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행정은 이러한 네트워크에 대해 정보제공, 상담, 회유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주민참여의 단계는 공동체발달이란 관점에서 보면, 공동체발달의 전단계로서의 ‘참여’활성화 단계라고 할 수 있고, 공동체까지는 이르지 않아서 단지 네트워크를 이루고 형성하는 단계라는 점이다.
네트워크 형성단계는 주민들의 다양한 이해관계와 지역이슈에 따라서 서로 연계되어 있는 것으로서 공동체의 수준까지는 이르지 않은 것이다. 이 단계에서 행정은 주민들의 참여를 종국적으로 유도하기 위하여 정보를 제공한다든지 주민의 민원사항에 상담을 해주는 것이나 또는 행정이 추진하는 사업이나 프로그램에 들어올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회유하게 된다.
둘째로, 주민참여가 공동체성을 확보하게 되는 단계이다. 주민참여가 6단계인 협동관계에 있다는 것은 주민들이 공동체를 이루고 공동체로서 행정에 참여할 수 있는 역량을 구비하여 행정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이 단계의 공동체는 공동체를 구성하는 것을 넘어 행정과 협력할 수 있는 자질인 공동체성을 구비한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즉 이 단계는 주민들의 거주기간이 장기간이 되고, 이동성이 빈번하지 않은 구성원들이 동일공간에 거주함으로써 신뢰(trust)가 형성되어 공동체성을 가지게 된다. 즉 주민의 과거와 현재의 환경이 연계됨으로써 그들 자신과 공동체의 정체성(identity)을 확보하여, 공동체로서 기능하게 되는 단계이다. 이들은 자신의 공동체에 자부심(pride)과 긍지를 느끼게 되고, 이는 자신에 대한 긍정적 표현의 반영으로 이어진다. 주민참여가 이 정도로 이루어질 때, 비로서 공동체성을 가지게 되는 단계가 될 것이다. 주민들이 단지 네트워크 형성의 정도가 아니라 공동체로서 한몸처럼 움직일 수 있는 단계가 되어야 행정과 협동할 수 있는 수준이 되는 것이다.
세 번째 주민참여가 발달하여 행정기관이 권한을 위임해 줄 수 있는 단계로 발전한 것으로 이를 준주민자치를 할 수 있는 정도로 공동체가 발달한 수준이다. 이 단계는 공동체로서의 정체성과 기능을 가지고 일정한 정도의 사업을 위탁받아 성과를 냄으로써 사업과 프로그램 운영의 역량을 검증받을 수 있는 단계의 공동체이다. 따라서 이런 정도의 공동체에는 행정이 일정한 정도의 행정사무를 위임할 수 있을 정도의 역량을 구비하게 된다. 공동체로서의 필요한 공동서비스를 공급하기 위한 기능과 운영을 위한 결정기구와 집행기구를 가지고 있는 정도로 발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공동체는 회원들로부터 일정한 정도의 회비를 바탕으로 공동서비스 공급을 위한 재정력을 가지고 있는 단계이다. 준주민자치적이란 의미는 주민자치로서의 실질적인 수준까지는 이르지 않았지만, 주민자치의 실질화를 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정도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네 번째로 주민참여의 8단계인 주민통제는 행정에 대해 주민참여의 수준이 행정통제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역량을 구비한 것을 의미하고 이는 공동체의 발달단계로서는 준단체자치적 역량을 구비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즉 공동체가 스스로의 대의기구와 집행기구를 가지고 재원을 확보하고, 사업과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필요에 따라서는 시설을 설치하고 운영하기까지 하는 단계이다. 이 정도의 주민참여 역량을 가진 공동체는 지방행정을 수행할 수 있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준단체자치적이라고 하는 것은 단체자치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정도의 역량을 구비한다는 것이나, 법률적으로는 단체자치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준단체자치단계는 공동체가 대의적 기능까지 일부 수행하고 있어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주민총회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 단계이다. 이는 기존의 지방의회를 통한 간접참여의 수준에서 벗어나, 주민총회를 개최하고, 여기서 의결된 사항을 행정에 반영하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단계로 궁극적으로 참여 민주주의하에서 공동체가 지향하고 있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주민참여의 단계에 상응하는 공동체형성의 단계를 대응시켜보면 다음표와 같다. 즉 주민참여의 3-5단계는 네트워크 형성단계라고 할 수 있고, 주민참여의 6단계에서 비로서 공동체성이 구비되었다고 할 수 있으며, 주민참여의 7단계에서는 주민참여로 인한 공동체가 준주민자치적 단계까지 발달한 경우라는 것이다. 또 주민참여의 내용이 주민통제의 단계가 되는 8단계는 공동체가 준단체자치적인 단계로 발달해 있어야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3. 공동체의 발달단계
주민참여가 발달해 갈수록 네트워크가 이루어지고, 공동체가 형성되면서 점차로 주민자치가 가능한 공동체로 발달해 가는 것을 상정할 수 있다. 여기서는 공동체라는 것은 참여가 일정한 정도로 활성화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참여가 활성화되지 않고 나타나는 공동체는 인위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을공동체는 마을단위에 형성되는 공동체로서 본 고의 논의를 마을이란 지역에 적용시킨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공동체의 시작은 주관적 연대의식이나 객관적 호혜관계가 존재함으로서 형성되게 된다. 객관적 호혜관계는 동일한 지역사회에 거주함으로써 발생하거나, 동일한 직업과 생산과정에 속해 있음으로 인해서 생기기도 한다. 서로 도와야 생존할 수 있거나 보다 풍요로운 삶이 가능할 때 공동체는 형성되는 것이다. 주관적 연대의식은 동일한 생각과 가치관, 세계관을 가지게 될 때, 몸은 다르지만, 하나라고 하는 연대의식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농촌지역에서는 혈연이나 지연으로 인하여 주관적 연대의식을 가지기가 용이하였고, 농업이라고 하는 공동작업이 필요로 하는 생산조건하에서 호혜관계를 형성하기가 자연스러웠다. 그러나 도시지역에서는 이러한 주관적 연대의식이나 객관적 호혜관계가 형성하기 어렵다. 직장이동으로 인하여 빈번하게 전입전출이 일어난다든지, 자녀들의 교육이나 아파트구입 등으로 인하여 기존의 거주마을을 빈번하게 바꾸는 현상이 일어나기에, 마을공동체의 형성이 용이하지 않은 것이다.
공동체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으로서 참여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참여의 활성화가 일정한 응집력을 가지고 유대감과 상호 호혜성을 가지게 될 때 공동체성을 구비하게 될 것이다. 공동체성은 한 몸으로서의 유기적인 결합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고, 공동체로서의 지도력도 발휘되어야 하는 것이다.
공동체성을 구비한 단계에서 공동체가 필요로 하는 공동서비스를 생산하거나 공급하기 위하여 재원을 확보하고, 이를 위한 운영체를 설치하게 되는 발달단계에 이르게 되면, 이는 준주민자치적인 단계에 이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단계에서는 공동체의 구성원들의 복리증진이나 공동체가 존재하는 지역가치를 발견하여 주민들의 소득증대를 도모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음 단계로서는 공동체의 운영체를 구성하는데 있어서 주민총회 등의 방식으로 준 대의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공동체의 구성원들의 권한을 위탁하게 되는 것이고, 실질적인 자치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법적으로도 행정권한을 이관할 수 있을 정도의 정당성과 전문성을 가지게 되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아래에서는 공동체 발달단계를 네가지 단계로 구분하여, 표로 정리해 보았다. 참여활성화단계 (이성 및 감성적 결합), 공동체성구비단계(공동체 정체성 확보단계), 준주민자치적단계(지역서비스공급을 위한 운영체), 준단체자치적단계(준대의기능을 통한 권한의 위탁)로 나누어보았다. 참고로 각 공동체의 발달단계에 상응하는 Arnstein의 주민참여단계를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공동체의 발달단계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참여활성화 단계이다. 참여활성화단계는 주민들의 공동체에 대한 이성적 및 감성적 결합 또는 연계로 소속감을 갖게 되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 행정은 주민들의 참여를 종국적으로 유도하기 위하여 정보를 제공한다든지 주민의 민원사항에 상담을 해주는 것이나 또는 행정이 사업이나 프로그램에 들어올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회유하는 것이다.
둘째는 공동체성 구비단계를 들 수 있는데, 주민들의 거주기간이 장기간이 되고, 이동성이 빈번하지 않은 구성원들이 동일공간에 거주함으로써 발생하는 공동체성을 가지게 된다. 즉 주민의 과거와 현재의 환경이 연계됨으로써 공동체로서의 지속성과 정체성을 확립하게 되는 단계이다. 행정의 입장에서는 최소한 공동체성을 구비하고 있어야 행정과 협력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는 것이다.
세째는 준주민자치적 단계이다. 이 단계는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공식적, 비공식적인 형태로 그들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상호작용을 하게 되면서, 공동체로서 구성원들을 위하여 사업과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단계까지 가게 된다. 즉 기존의 연대감, 호혜성과 같은 감성적인 기반위에, 자신들의 재원을 자발적으로 투자함으로써, 공동서비스를 공급하는 주민자치적 단계에 이르는 것이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같은 것은 이미 주민자치적 단계에 이른 것으로 볼 수 있고, 공동시설의 청소, 방범, 조경 등의 지역서비스를 공급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준 주민자치적 단계에 이른 경우에는 행정이 사무를 이양하거나 위탁을 할 수 있는 정도의 발달단계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준단체자치단계는 대의적 기능까지 구비한 공동체로서 행정시설이나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을 정도로 공동체 역량을 구비하고 있고 이러한 경험과 능력을 바탕으로 지방행정을 통제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을 가진 공동체발달단계를 의미한다. 이는 기존의 지방의회를 통한 간접참여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을 정도로 행정참여에 대한 역량을 구비하여, 행정과정과 정책과정에 대한 견제를 할 수 있을 정도의 단계이다. 이를 위해서는 공동체가구성원들의 대의적 기능을 충실히 할 수 있는 정도의 권한을 수권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주민총회를 개최하고, 여기서 의결된 사항을 행정에 반영하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단계로 이어져야 할 것이고, 궁극적으로 참여민주주의하에서 공동체가 지향하고 있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III. 주민자치와 공동체관계에 대한 전문가 조사
전문가들의 의견을 근거로 마을공동체와 주민자치에 대한 의견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현재 우리나라의 마을공동체와 주민자치의 수준은 상당히 미약한 것으로 보인다. 마을공동체를 형성하고 주민자치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지역 내 주민 간에 잦은 교류를 발생시켜 유대감과 소속감을 갖게 하고, 관심사를 공유시키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둘째, 많은 전문가들이 지역 내 모임에 참여하는 것이 마을공동체와 주민자치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역 내 다양한 모임을 만들어 주민 간의 교류를 발생시키고 공통의 관심사를 갖게 하여 마을공동체의 형성 및 주민자치의 활성화로 연결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셋째, 현재 주민자치위원회와 통‧반장 등 주민들을 대표하는 모임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조직들은 주민들을 대표한다기보다는 지역의 행정기관과 더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따라서 지역주민들과 지방정부 또는 기초자치단체 간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는 주민자치위원회와 통‧반장들을 대표성을 갖도록 선출하거나 주민들의 대표성을 갖는 주민들과 행정기관이 소통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넷째, 주민자치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마을공동체의 형성을 돕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주민참여의 활성화 방식을 통하여 주민자치에 직접 연계시키기 보다는 마을공동체의 형성에 연계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마을공동체의 형성을 위해서는 마을공동체와 주민자치에 대한 교육, 마을공동체 형성을 위한 인센티브 부여, 마을공동체를 위한 재원마련, 지역의 리더십교육과 육성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주민자치의 활성화를 위해 주민자치위원회에 대한 법적권한과 사무를 부여하는 것과 주민대표성을 확보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풀뿌리마을공동체를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IV. 마을공동체의 주민참여 단계분석
1. 마을공동체의 발달단계별 사례
마을공동체의 발달단계별로 주민참여의 수준을 분석하기 위하여 성공적인 마을공동체의 사례를 분석해 보고자 한다. 마을공동체단위의 주민참여가 확대되어야 주민자치가 실질적으로 기능할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해 주민자치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풀뿌리 마을공동체가 육성되어야 한다.
본고에서는 주민이 주축이 되어 진행된 마을만들기 사례를 공동체 형성단계별로 구분하고 이를 통해 주민자치실현의 정책적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마을 만들기의 사례로서 다음과 같은 10개의 사례를 중점적으로 분석하려고 한다. 서울시의 사례로서 8개의 사례와 부산시의 사례 2가지를 공동체의 발달단계별로 분류해 보았다.
참여활성화 혹은 네트워크 형성단계로서 갈곡마을, 성대골마을, 방아골 마을을 사례로서 분석하였다. 다음으로 공동체성 구비단계로서 봉천본동임대아파트마을, 북촌한옥마을, 장수마을, 감천문화마을을 들고 있고, 이 단계에서는 유대감과 호혜성을 가지고 응집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 경우 행정과의 협력이 가능하고, 지역사회서비스에 대한 공동생산이 가능할 것이다. 준주민자치적 단계로서 논골과 성미산마을을 들 수 있고, 준단체자치적 단계로서 물만골마을을 사례로 들고 있다.
우선 앞에서도 제시하였듯이, 성공적인 마을 공동체는 공동체의 운영을 위해 조직이 존재하고, 자원을 확보하며, 이를 통해 시설이나 서비스를 공급하게 된다. 또한 민주적인 의사결정과정이 있으며, 구성원들에게 헌신하는 리더의 존재를 필요로 한다. 이 조건에 따라 위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좌표로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2. 마을공동체의 발달단계별 분석
1) 참여활성화 단계
참여활성화 단계는 갈곡리, 성대골, 방아골 마을을 들 수 있다. 참여활성화 단계에서는 공동체 추진주체의 적극성에 따라 사업성패가 좌우될 수 있다. 또한 주민참여프로그램이 이 사업의 지속성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마을공동체가 형성되기 위해 주변 환경 개선이나 육아, 소통과 같은 공통의 목적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필요하고, 이에 대해 사업수요도 정확히 인식해야하지만, 마을주민들의 참여가 담보되어야 한다.
또한 이들 네트워크를 묶을 수 있는 추진주체가 촉매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하고, 다양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아래에서는 참여활성화 단계에서의 마을 공동체를 공동체의 목적, 조직, 재원, 리더십, 민주성요소를 가지고 분석하면 아래와 같다.
참여활성화단계는 주민들의 공동체에 대한 감성적 결합 또는 연계로 소속감이 중요하기 때문에 공동체의 목적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갈곡리 사례의 경우 버려진 공터를 모두가 어울릴 수 있는 마당으로 만들겠다는 목적이 중요했고, 성대골마을의 경우 어린이 도서관을 설립하겠다는 취지에 주민들이 결합할 수 있었다. 방학2동의 방아골의 경우, 일회적인 마을축제보다는 일상적인 골목문화를 만들어서 지속적인 공동체를 연계하겠다는 목적을 중심으로 공동체가 형성될 수 있었다.
2) 공동체성구비 단계
공동체성구비단계는 관악구 임대아파트 마을만들기와 종로구 한옥만들기 사업, 장수마을, 부산 감천마을 사례를 들 수 있다. 공동체성 구비단계에서는 참여한 모든 추진주체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눈에 띈다. 사업인식단계부터 주민들이 참여하고, 주민조직구성을 위한 지원 주체들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또한 장소성이라는 점이 강조되면서 이 장소를 통해 주민이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마련되었고, 이를 지속할 수 있는 주민조직이 확대되면서 발전하였다. 아래에서는 공동체성구비단계에서의 마을 공동체를 공동체의 목적, 조직, 재원, 리더십, 민주성요소를 가지고 분석하면 아래와 같다.
공동체성 구비단계는 주민들의 거주기간이 장기간이 되고, 이동성이 빈번하지 않은 구성원들이 동일공간에 거주함으로써 발생하는 공동체성을 가지게 된다. 이들은 자신의 공동체에 자부심을 느끼고 이 공동체가 지속적으로 보전되기를 원한다. 관악구임대아파트사례는 기존의 빈민운동에서 형성된 유대감과 호혜성을 기반으로 공동체 보전운동을 하게 된 사례이고, 북촌한옥만들기사례나 부산감천마을, 장수마을의 사례도 기존 주거공간의 장기간 거주로 인해 형성된 거주민들의 공동체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가 현재의거주공동체를 지속하고자 하는 한옥만들기와 결부되어 공동체성 구비단계까지 나아가게 된 것이다.
3) 준주민자치적 단계
준주민자치적 단계는 성동구 금호동 논골사례와 성미산 사례를 들 수 있다. 준주민자치단계는 공동체성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호혜적인 지역경제를 토대로, 자급생산, 자급소비의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다.
행정의 서비스 공급기능을 마을이 대신하게 되면서, 마을구성원들의 만족도가 높고, 참여에 대한 안정적인 기반이 마련되었다. 전 구성원들의 참여가 다양한 사업에서 이루어지고, 마을공통의 사업으로 확대되면서, 주민들은 지역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이를 다른 지역에 까지 확산하여 외부와도 관계망확산까지 이루어지게 된다.
여기서 주목하게 되는 것은 사업을 위한 재원확보를 자생적으로 시도하였다는 점이다. 주민자치의 관점은 재정적 자립에 있다고 보여진다. 아래에서는 준주민자치적단계에서의 마을공동체를 공동체의 목적, 조직, 재원, 리더십, 민주성요소를 가지고 분석하면 아래와 같다. 성동구 논골이나, 성북구 성미산의 경우, 기존의 연대감, 호혜성과 같은 공동체의 감성적인 기반 위에 자신들의 재원을 자발적으로 투자하여 행정의 서비스공급기능까지 함으로써 준주민자치단계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다.
4) 준단체자치적 단계
준단체자치적 단계는 주민이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제도를 마련하면서 공공성을 가진의제를 주민이 스스로 결정하고, 집행할 수 있는 역량과 권한을 가지게 된 경우이다. 물만골공동체 사례에서는 매월 25일에 주민총회가 개최되며, 27명으로 구성된 대의원회의가 개최되고, 6명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가 수시로 열린다. 우리가 마을 공동체를 통해 지향하고 자 하는 자치 이념도 바로 이런 권한과 역량, 재원을 마을 스스로 생성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이 단계에서는 지역이 가지고 있는 내적자원의 활용을 극대화한다. 물만골마을 공동체를 공동체의 목적, 조직, 재원, 리더십, 민주성요소를 가지고 분석하면 아래와 같다.
V. 결론
시민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에는 공급주체에 따라서, 행정서비스, 공동서비스, 민간서비스로 구분할 수 있다. 공동서비스는 행정과 민간이 상호 협력해서 공급하는 서비스를 말하고, 마을공동체를 형성하여 일정한 발달단계에 이르고 있어야 주민자치가 가능하게 될 것이다. 공동서비스는 지역사회에서 주민자치적으로 공급될 수 있을 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과 반응성을 효과적으로 확보할 수 있고, 서비스공급에 대한 투명성과 책임성도 효율적으로 확보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복지서비스가 늘어나고 있고, 다양한 공공서비스의 공급이 필요로 하는 상황 속에서 국가나 행정이 직영으로 이러한 서비스를 모두 공급하기는 어렵다. 공무원의 인원증가도 문제이고, 관리상의 전문성이나 기술수준을 확보하기가 용이하지 않다. 공공서비스의 공급을 정부만이 아니라, 민간이 주민참여적으로 혹은 주민자치적으로 함께 공급할 때, 보다 서비스의 품질도 높아지고, 서비스의 고객들의 참여도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주민들의 자발성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지역사회에서 공동체가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 않다고 한다면, 이러한 공동서비스 공급에 대한 지역사회거버넌스는 형성되기 어렵다. 지나치게 효율성 중심의 공공서비스 공급체제를 의미하는 NPM형의 패러다임의 한계를 직면하면서, 우리 사회는 Best Value형의 공공서비스 공급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모색하게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마을공동체 만들기 사업을 공동거버넌스(co-governance)의 기반형성을 위한 사업으로 인식하고, 이에 대한 지방정부의 노력은 시의적절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마을기업과 협동조합의 형성시키고, 이를 통하여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공동서비스에 대한 공급을 자발성에 기반하여 행정기관과 협력하여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본고의 조사와 분석에서 보았듯이, 공동체의 형성자체가 자생적으로는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 환경, 문화, 교육, 육아, 안전 등 다양한 분야를 통하여 마을에서 공동체가 형성될 수 있 촉매의 역할을 해 주는 것이 마을공동체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촉매는 화학적 반응을 일으키게 하는 역할을 수행하는데 그치고, 공동체형성이라고 하는 화학적 반응은 주민자치의 실질화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즉 공동체의 발달단계에서 보았듯이 단지 공동체성을 형성하는 단계에 그쳐서 행정의 위탁사무를 대행하는 정도로 그쳐서는 행정의존적인 구조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마을 공동체만들기는 그 발달단계가 성숙하여서 준주민자치적인 단계나 준단체자치적인 단계로 까지 성장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주민자치가 실질화될 수 있는 촉매로까지 그 기능이 활성화되고, 성장해야 할 것이다. 주민자치는 지속적인 운영체를 가지고 있으며, 마을을 규율한는 규범을 제정하여 가지고 있다. 그리고 필요한 재원을 지역주민들을 통하여 확보할 수 있는 단계로 까지 나아가야 할 것이다.
마을공동체만들기의 리더들이 주민자치회의 이사로서 들어가서, 주민자치회가 마을공동체의 연합체의 형태를 가질 수 있으면, 주민자치회의 대표성의 확보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또 마을공동체만들기는 그 자체에서 그쳐서는 안되고, 열린 개방성을 가지고 단체자치의 도시기본계획의 수립과정에 중심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주민참여예산제도의 시행은 주민참여의 실질화를 도모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제도에의 참여도 마을공동체의 규모와 단위로서 참여하는 것도 주민자치의 실질화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요컨대, 마을공동체사업들은 그 자체로서 그쳐서는 안되고, 이것은 주민자치의 실질화에 기여할 수 있는 촉매로서 작용해야 할 것이다. 마을공동체의 리더들이 행정사무에 의존적이 되거나 행정으로부터 오는 예산으로 인한 규제와 감독에 포로가 되어서는 자발성이 생명인 주민참여와 주민자치가 실질화하기는 어렵게 된다. 따라서 마을공동체사업들은 주민자치활성화의 ‘마중물’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