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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주인이 되는 가게 '이너프 살롱'(enough salon)

이런저런 이야기/다양한 세상이야기

by 소나무맨 2013. 5. 19.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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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너프 살롱'의 다양한 변신 (서울=연합뉴스) 서울 마포구 현석동에 있는 '이너프 살롱(enough salon)'의 모습. 8평 남짓한 규모의 이곳은 '원하는 사람 누구라도 주인이 될 수 있고, 날마다 주인이 바뀌는 가게'다. 지난 2010년 4월부터 벼룩시장, 미술강습소, 헌책방 등 각기 다른 성격의 매장 330여개가 문을 열었다. 전시회 등이나 가게로 다양하게 변신한 모습. 2013.5.19 << 사회부 기사 참고, 이너프 살롱 제공 >> photo@yna.co.kr

 

 누구나 주인이 되는 가게 "이너프 살롱"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카페냐 갤러리냐 묻는 사람이 많지만 정체성을 꼭 규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원하는 사람 누구라도 주인이 될 수 있고 날마다 주인이 바뀌는 가게죠."

서울 마포구 현석동에 있는 '이너프 살롱(enough salon)'의 운영지기 김정은(34·여)씨는 19일 자신을 살롱의 '청소 아줌마'라고 소개했다.

8평 남짓한 규모의 이곳은 겉보기엔 아담한 카페처럼 보이지만 실제 쓰임새는 무한 변신이 가능한 '열린 공간'이다.

무언가 팔고 싶은 게 있고 나누고 싶은 게 있다면 한 달에 최대 5일간 이 장소를 대관료 없이 빌릴 수 있다. 판매수익의 30%만 김씨에게 지불하면 된다.

처음 문을 연 2010년 4월부터 최근까지 작가, 주부, 대학교수, 대기업 임원 등 다양한 신분의 사람이 매장을 열었다.

때에 따라 미술 강습소, 벼룩시장, 갤러리, 베이커리 등으로 변신했고 대관이 없는 날에는 카페처럼 운영된다.

지난 2010년에는 30대 세 자매가 네일숍과 카페, 티셔츠 매장을 한 번에 열기도 했다.

은행원인 맏언니는 평소 취미였던 손톱관리 기술을 전문기구까지 동원해 뽐냈다. 손님당 1천∼2천원의 싼 가격에 동네 손님들이 몰리면서 밖에서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였다고 한다.

매주 화요일에는 김씨가 직접 도시락 가게를 연다. '집 밥'을 먹고 싶어하는 주변 사무실 직원과 주민들이 3천500원에 소박하지만 정성 가득한 밥상을 받는다.

스파게티, 카레 등 음식을 팔겠다고 도전하는 사람도 많은데 '맛이 없다'는 소문이 퍼져 주인장이 좌절했다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지난 3년여간 열린 매장은 약 330개. 매출은 몇천원에서부터 1천여만원까지 천양지차다.

"처음에는 운영 개념이 어려워서 망하는 건 아닌지 걱정했죠. 하지만 편차는 있어도 손님이 동네 주민부터 소개로 찾는 사람들까지 끊이지는 않아요. 건물 월세 낼 정도는 됩니다."

주인에 따라 공간 배치, 조명, 음악이 달라지면서 가게가 '낯설게' 변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즐거움이 쏠쏠하다고 김씨는 전했다.

지난 14일부터는 생태전문 1인 출판사 '그물코출판사'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김씨의 남편 우흥제(35)씨가 충남 홍성의 출판사에 직접 연락해 절판된 책까지 구해왔다. 저녁에는 책을 읽고 손님들과 간이 토론회가 열리기도 한다.

김씨는 "무언가 팔 게 있고 오는 손님을 막지 않는다는 조건만 충족하면 누구나 공간을 쓸 수 있다"며 "입구에 쓰인 '지금 이 순간 당신이 가진 것으로도 충분합니다'라는 글이 우리가 추구하는 바"라고 강조했다.

noma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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