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의 지역재생과 지역시민사회의활성화에 대하여

2013. 4. 4. 16:52경제/대안사회경제, 협동조합

협동의 지역재생과 지역시민사회의 활성화

 

1. 지역재생의 현실과 지역의 시민사회

2. 시민적 공공권의 형성과 지역협동의 모색

3. 시민사회의 기반을 이루는 사회적 자본의 확충

4. 지역재생을 위한 자립적인 시민의 형성

 

전중근(협동사회연구회)

 

1. 지역재생1)의 현실과 지역의 시민사회

 

1) 도시재생사업과 미성숙한 시민참여

 

지금 전국적으로 마을만들기, 도시재생 사업들이 붐을 이루고 있다. 원도심의 도시재생 사업에서부터 마을만들기 공모사업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업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이러한 사업들 중에는 기존의 물리적 환경개선 중심의 재개발사업의 문제를 극복하려는 주민참여형 지역재생 사업의 흐름도 감지되고 있어 긍정적이다.

 

좋은 일례로 부산에서 추진되고 있는 산복도로 르네상스사업을 들 수 있다.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은 기존의 도시정비 위주의 재개발․재건축과는 다르게 지역의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보존하면서 주민 커뮤니티 회복과 지역 활성화를 위한 종합적인 도시재생사업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또한 관 주도의 지역재생사업이나 이익 창출이 목적인 개발사업과는 달리, 지역이 당면한 고용, 사회서비스, 주거환경 문제들과 타지역과의 균형, 기존의 정책과의 연계성 등을 고려하면서 도시재생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점 의미가 크다 할 수 있으며, 주민을 위하고 주민과 함께하는 사업을 행정이 주도하여 추진하고 있는 점은 획기적으로 평가할만하다.

 

사업 시행 1년이 경과한 지금, 공공건축물 및 기반시설의 건립이나 일부 지역공동체 활성화사업이 진행되는 등 사업의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흐름이 순조롭게 이어지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은 장기적인 추진전략과 비전을 포괄하는 주민참여형 마을종합재생 프로젝트임에도 불구하고, 알게 모르게 추진과정에서 행정 선도형 사업으로 변질되어가는 게 아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사업계획 자체에는 주민들이 체감하는 사업 추진을 위해 마을계획가 및 마을활동가 등의 매개인력의 현장 투입과 같은 주민참여형 조직 체계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여러 마을계획가, 활동가들의 헌신적인 활동에도 불구하고 현재 이 사업은 주민이 참여하고 만들어가는 방식이라기보다는 결과적으로 행정이 주도하고 주민이 동원되는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사실상 기존의 마을만들기 사업들에서 많은 지적을 받았던 것처럼 주민이 적극적인 주체로 참여하기보다는 행정에 의존하는 편이다.  

 

이는 행정이 의도하거나 과다하게 개입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주민들의 낮은 참여에서 기인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지역에서 필요한 활동을 시민 스스로 나서서 자발적으로 해결하려는 지역의 시민사회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탓이다. 지역사회가 활성화되지 못한 상태에서 주민협의회, 추진위원회가 주민의 대표성을 구현하는 데는 근원적으로 한계가 있고, 계획가나 활동가 역시 주민과 행정 사이에서 매개 역할을 수행하기가 버거운 게 현실이다.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이 지금처럼 민관의 형식적인 거버넌스 관계로 일관한다면, 마을만들기 특유의 운동적인 성격을 상실하고, 관료적이며 형식적인 관계에 머무르게 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사실 자신이 사는 지역에 무관심하고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에 자발적으로 나서는 이를 찾기 힘든 것은 비단 이러한 도시재생사업, 마을만들기 활동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처럼 시민들의 낮은 참여, 무늬만의 주민참여가 발생시키는 문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 지역 커뮤니티가 중심이 되고 적극적인 주민참여가 전제가 되어야 하는 자활공동체, 마을만들기, 사회적 기업, 커뮤니티비즈니스, 참여형 도시재생사업 등 국가 예산을 투입한 사업들의 성과를 빈약하게 만들고 원래의 사업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

 

2) 강력한 중앙집중과 지체된 지역의 시민사회

 

(1) 국가에 가로막힌 시민사회와 지역의 풀뿌리운동

 

그동안 한국사회와 시민운동은 놀랄만한 성장과 발전을 거듭했다. 민주화운동 이후 한국사회가 이룩한 변화중 시민사회의 활성화는 눈부실 정도이며 손에 꼽을만한 성과이기도 하다. 역설적으로 시민사회의 빠른 성장은 한국사회 특유의 강한 국가에 대한 반작용으로 빠르게 성장한 것이지만, 여전히 강력한 국가의 장벽에 더 이상의 진전은 가로막혀 있다. 분권화가 더 진척된 일본의 시민운동과 비교할 때, 한국의 시민운동은 강한 집중성과 전국적인 성격을 띠고, 규모도, 다루는 이슈도 국가적 의제가 지배적이며, 정부정책에 주로 대응하는 경향을 갖고 있다. 일상적인 활동방식도 시민들과 함께 하기보다 명망가 중심으로, 자발성에 기초하여 시민들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기보다는 국가정책에 대응하고 비판하는 어드보커시(Advocacy) 유형이 지배적이다. 강한 국가 아래에서 겪게 되는 일상적인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강한 국가권력에 대한 집중 타격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 시민운동의 판단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한국사회의 특유한 정치 지형 탓에 시민운동은 풀뿌리 시민을 향하기보다 지배권력인 국가를 향해 국가에 저항하면서도 국가재원에 의존한 채 엘리트 방식으로 축조되어 왔던 게 국가주의 시민운동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이러다 보니 민주화 이후 막 열리기 시작한 시민사회도 시간이 경과하면서 국가권력으로부터 자립적인 섹터가 되기보다는 그에 의해 포획되거나 비자율적인 공간으로 주변화되고 말았다. 국가의 지배 권력에 맞서는 결사체적인 공간으로 시민사회의 울타리를 견고하게 지키고, 그 속에서 일상의 민주화를 위한 치열한 실천이 이루어져야 했으나, 시민사회의 역사는 그렇지 못했다. 시민사회는 열렸지만, 한국의 강한 국가주의 힘이 침투하면서 시민사회의 공간마저 자발적인 결사체적 영역으로 내버려두지 않았다. 또한 시민사회에 호의적인 정부와 그렇지 못한 정부에 따라 시민사회는 부침이  요동치는 편이다. 이것이 우리나라 시민사회와 시민운동의 현 주소다.

 

국가주의 시민운동은 운동방식에서 뿐 아니라 공간적으로도 그 특징이 뚜렷하다. 한국의 시민운동 자원은 대부분 수도권에 몰려 있고, 그만큼 시민사회의 활성화도 수도권이 가장 우세하다. 시민사회에서의 의제설정도 수도권에서 대체로 이루어지고, 시민운동에 참여하는 시민들도 권력자원이 집중된 수도권에 대거 몰려 있다. 따라서 지리적으로 보면 한국의 시민사회는 국가권력이 집중되어 있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활성화되어 있지만, 비수도권, 즉 지방에서는 여전히 더디게 발달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으나, 시민사회적 토양을 형성할 사회경제적 조건이 상대적으로 열약한 탓이 가장 클 것이다.

 

(2) 중앙 지배를 대행하는 지방자치와 미약한 지역의 시민사회

 

또 강력한 중앙지배 하의 지방자치 틀내에서 지방의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하지 못하다. 미약한 지방의 시민사회는 토호세력(단체장, 지역정치인, 지역유지, 지역언론인 등)에 의해 포획되어 있어, 중앙 차원의 시민사회보다 훨씬 더 국가권력의 원심력에 휘말리기 쉽다. 지방사회 체제 내에서 지방정부 대 시민사회의 분립이 뚜렷하지 않는 가운데 국가에 의한 시민사회의 포섭은 상대적으로 더욱 뚜렷하다. 근대적 시민의 덕성을 구비한 튼튼한 시민이 부재한 지방의 시민사회 공간에는 전근대적인 혈연, 지연, 학연 등으로 맺어진 ‘무늬만 시민들의 관계’로 채워져 있다. 중앙지배를 대행하는 지방세력들은 이들과 유착하여 지방의 지배세력을 구성한다.

 

국가에 맞서 지방 자치공간을 지역시민에 의한 자율적 통치공간으로 만들어내지 못한 결과, 지역의 시민사회에서 생성된 시민권력에 기반을 두지 못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시민들의 참여를 통한 분권과 자치를 위한 민주주의는 요원하기만 하다. 중앙지배를 대행하는 한국의 지방자치는 지방 고유의 정치 발현을 억제하거나 오히려 형해화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 그래서 이처럼 정착되지 못한 지방자치 내의 미약한 시민사회를 메우는 것은 바로 토호정치다. 근대적 시민이 부재한 지방 시민사회의 자리를 대신해, 전근대적 지역사회의 인간관계를 권력관계로 바꾸어 차지한 세력이 곧 바로 토호다.

 

지역의 토호들은 지역의 제도정치영역, 일상생활영역, 시장영역 모든 영역에 포진한 채 얽히고 설킨 연줄망을 통해 그들만의 폐쇄적인 지배연합을 이루어 독자적인 정치공간을 구축했다. 이들은 이러한 권력연합을 통해 주어진 지방자치 공간을 형식적으로만 채운 채 중앙정치와의 연결을 통해 지방정치를 실제 좌지우지 한다. 일상적으로 드러나는 이들의 정치적 권력행사는 지방자치단체 산하의 각종 참여기구, 그 주변 조직의 장악을 통해서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연고주의에 기반한 선거를 통해 단체장이나 의원으로 선출되거나 이들과 연계를 통해 이루어진다. 풀뿌리 지역에서의 자치공간 역시 이들의 몫이다.  

(3) 명목상의 주민참여에서 실질적인 주민 주도의 방향  

 

지금은 시민참여를 통한 민과 관의 협력을 추구하는 것이 지역재생/마을만들기 등에서 주요 흐름이다. 시민과 행정이 공동 협력을 통해서 추진사업을 협의하거나 조정하는 일이 진행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시민참여가 동원을 통해 포장되거나 이용되는 경우도 있다. 마지 못해 끼워 넣기 식으로 하는 식의 ‘형식상의 참여’가 될 위험 또한 지적되고 있다.

 

또 주민참여가 정착되고 있는 한편, 행정은 주민과의 관계를 오로지 주민자치위원회나 주민협의회, 주민대표자회의 등에 의존하고 있다. 지역과 관계되는 일을 결정하고자 할 때 주민자치위원장에게 미리 협의를 하고 안건이 무사히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비밀리에 물밑에서 작업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위원이나 위원장의 개인 의견을 지역을 대표하는 의견으로 확대해서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주민자치위원회가 시민참가라는 수단을 통해 시민사회의 공공성과 연관된 것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풀뿌리 현장에서는 여전히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하고 참여하기보다는 일부 선택된 이들이 대리 참가하는 형태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참여하는 주민들의 층이 그만큼 얕다는 한계가 극복되지 않고 있다. 이제 지역 주민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주민 스스로 생활 속의 협동을 통해 주체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관에서 민으로’, ‘통치에서 협치로’, ‘중앙에서 지방으로’, ‘소외에서 참여로’와 같은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제 말로만 그칠 게 아니라 지역재생의 현장에서도 그대로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이글은 명목상의 주민참여에서 실질적으로 주민이 주도하는 지역재생이 어떻게 가능하게 될 것인지를 시민사회의 입장에서 작성하였다.

 

3) 지역재생과 커뮤니티/어소시에이션의 관계

 

(1) 커뮤니티와 어소시에이션

 

협동의 지역재생을 위해서는 개인들간의 연대를 통하여 지역사회를 바꾸는 것이고, 지역사회를 바꾸어내려면 스스로 자립화된 시민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협동의 지역재생은 자립과 연대를 의미하는 어소시에이션의 네트워크에 기초한 커뮤니티 형성이고, 그것을 기반으로 하는 시민사회의 형성이다. 커뮤니티와 어소시에이션은 사회를 둘러싼 사회학적 기초개념이다. 커뮤니티는 과연 무엇인가?

 

커뮤니티는 일정한 자연적․물리적 공간으로서 토지에 속한 지역내 사람들의 생활공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을 결합하는 상호긍정적인 심적 작용으로서 호혜관계(소통, 타자를 돌봄, 동류감정 등) 개념이다. 이 호혜관계 개념으로서 커뮤니티는 일정한 지역공간에서 사람들이 타자와 함께 생활할 때 형성되는 공통적인 언어, 공통적인 생활양식, 공통적인 사회적 규범, 가치, 감정을 통하여 표현된다.

 

일정한 지역에서 사람들이 각자의 생활을 영위하기 위하여 타자와의 관계가 중요해진다. 인사를 하는 것에서부터 상호간의 공통된 생활환경, 자연환경을 유지하기 위하여 협력․협동하는 관계를 갖고, 다양한 호혜관계와 여가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명시적이고 암묵적인 공통의 규율과 감정이 형성될 필요가 있다.

 

전근대적인 전통적인 지역공동체 사회에서는 지배복종의 신분적․수직적인 관계가 지역과 가족 내부에까지 사람들의 생활에 침투하고 지배한다. 그런 신분제 하에서도 민중들의 상호부조적인 관계가 형성되었다. 예를 들면, , 향악, 두레와 같은 다양한 협동 관행이 존재했던 것이다.

 

전통적으로 우리사회는 중앙지배적인 경향이 두드러진 국가였다. 이것은 근대화 이후 행정관료제에 의해 수직적인 지배체제를 통해 강화, 존속되었고, 관이 정치와 기업을 지배하게 되었다. 이것은 당연히 정경유착을 불러왔다. 중심은 관이었다. 법을 만드는 것이나 공공성을 의미하는 것 대부분이 이런 구조를 통해 통제되었고, 쿠데타로 집권한 군사독재 이후에는 의회민주주의 역시 껍데기로 만들었다.  

 

그렇다면 낡은 지배체제를 바꾸고 그동안의 사회와 전적으로 다른 올터너티브한 새로운 사회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새로운 커뮤니티의 형성이고 시장과 국가로부터 자립적인 시민사회의 형성이다. 이것을 수행하는 담당자는 시민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어소시에이션 개체군(협동조합, 공제조합, NPO, NGO 등의 비영리․비정부 협동시민섹터)이다.

 

커뮤니티 개념은 지역공간을 어떤 범위로 설정할 것인가에 따라 그 범위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상대적인 개념이다. 읍․면․동, 도시, 국가, 지역블록, 지구 전체가 각각의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으며, 어떤 범위에서 커뮤니티를 형성하더라도 커뮤니티인 이상은 그속에서 생활하는 사람들 사이에 상호긍정적인 심적 작용이 작동되어야 한다.

 

가장 큰 사회는 지구 전체사회를 상정할 수 있는데, 그 전체사회는 크고작은 커뮤니티를 구성단위로 복잡한 이해관계를 갖고 구성된다. 말할 것도 없이 각 커뮤니티는 자연적, 역사적,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조건 등에 따라 각자 다르다. 그렇다 하더라도 지속가능한 커뮤니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서로 상호긍정적인 심적 작용이 작동하는 것이다.

 

그 상호긍정적인 심적 작용 관계를 유지하는 커뮤니티에 공통된 가치를 갖고 있다면, 그것은 생명의 존중이다. 기본적 인권의 존중이다.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겪는 희로애락도 결국 생명의 존중, 인권의 존중에 맞닿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커뮤니티란 사람들이 일상생활을 보내는 지역이고 시장과 국가를 상대화하면서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다양한 의미의 이질성과 다양성을 허용하는 상태에서 타자와 관계를 맺으며, 연대와 협동을 통한 상호긍정적인 심적 작용을 통하여 쌓아가는 공통된 사회생활의 양식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커뮤니티는 시민사회에서의 시민적 규율이고, 시민적 도덕이며, 그것은 생명의 존중, 개인의 자유와 평등 그리고 자립을 보장하는 기본적인 인권사상과 일목상통하는 것이다. 이러한 커뮤니티를 일상생활과 활동을 통하여 내면화함으로써 개인은 사회화되고, 동시에 개성화되는 것이다.

물론 현대의 도시화된 생활공간에서는 전기, 가스, 수도, 도로, 교통, 통신 등의 하드웨어적인 인프라는 공공시설의 건설을 맡아서 하는 전문업체에 맡겨야 하지만, 그러나 소프트한 공통된 생활기반으로서의 인간관계와 커뮤니케이션은 개인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학습하고 내면화해야 하는 생활의 규율이고 규범이다.

 

오늘날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사회적․인간관계문제 증후군은 이러한 생활 규범과 규범의 결여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것이고, 그 원인의 근저에는 시장원리주의와 그것과 손을 잡고 있는 국가정책이 있다. 우리나라 정치는 하드웨어 구축과 같은 공공사업에 엄청난 세금을 투입하고, 그것을 기득권화하면서도, 사람을 키우고 인간관계를 풍부히 하는 대인 사회서비스는 소홀히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2) 커뮤니티가 모체가 되어 형성된 어소시에이션

 

사회구성의 기본개념인 커뮤니티와 어소시에이션은 서로 상대되는 개념이다. 커뮤니티는 일정한 공간에서 개인이나 가족이 생활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하여 타자 또는 타자의 가족과 함께 쌓아가는 상호지원적인 혹은 호혜적인 연대․협동의 행동공간이고, 그 과정에서 작용하는 상호긍정적인 심적 작용의 관계이다. 타자를 서로 긍정하는 심적 작용 관계를 각자가 성장과정에서 학습을 통해 사람들은 사회생활에 필요한 규범이나 규율, 가치를 내면화하는 것이다. 이 과정은 인간이 성장할 때 겪는 자연적이고 자발적인 과정이다.

 

어소시에이션은 이러한 커뮤니티를 모체로 목적기능별로 형성된다. 국가, 정부, 정당, 의회, 행정, 학교, 병원, 교통기관, 회사, 레크리에이션 시설, 노동조합, 협동조합, NPO, 자원봉사단체, 지방자치단체, 그 외 다양한 사회활동단체 등 무수히 많은 어소시에이션이 형성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어소시에이션은 자발적인 결사체이다. 자발적인 행위란 가족, 국가, 시장의 제약으로부터 자립하여 자기 의지로 이루어 나가는 행위이다. 다시 말하면, 자발적인 행위란 비가족적, 비정부적, 비영리적인 행위이고, 그 행위영역은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열린 영역이다. 자발적인 행위는 비자발적인 행위와 배타적인 관계에 있는 행위가 아니라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자유로운 사회는 비자발적인 행위 이상의 각자가 자유롭게 자유의사를 가지고 행하는 자발적인 행위에 열린 사회이다.

 

또한 중요한 것은 자발적인 행위는 타자긍정적인 행위이고, 따라서 그것은 다른 사람에 대한 자유와 다른 사람을 돌보는 것을 기본 요건으로 하는 호혜적인 행위이다. 자발적인 행위는 배타적이지도 자기중심적인 행위도 아니다. 한편 자발적인 어소시에이션은 자발적이고, 자립한 개인들간의 자유로운 연대로 성립한 네트워크형 결사체로 특징지을 수 있다. 어소시에이션은 이처럼 특정한 볼런테리 어소시에이션을 의미한다.

 

자유롭고 자립적인 개인의 연대로서의 어소시에이션이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커뮤니티의 재생을 시도하거나 지역문제의 해결을 위한 운동, 활동공간이 바로 시민적 공공권이다. 이 시민적 공공권의 매체는 대화와 토의이고, 그것을 통해 의견을 집약하고 여론을 형성한다. 이러한 행위를 통해 시장과 정부에 이의 제기를 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의회에 대표자를 내보낸다. 또 스스로 다양한 시민활동을 추진하면서 시장과 국가에 침식된 전통적인 공동체를 뿔뿔이 흩어진 사적 개인의 집합체로서가 아니라, 시민적 커뮤니티로 재건하는 것이다.

   

(3) 사회적 자본과 커뮤니티와 어소시에이션의 교차․공조

 

지역재생을 위한 시민 주체 형성이라는 과제는 도시계획이나 커뮤니티의 새로운 구축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지역사회에서의 시민활동, 지역NPO활동의 활성화는 주민자치 역량과 지역행정 등이 지혜를 모으는 사회적 협동을 이끌어내는 단초가 될 것이다. 이것은 의떤 의미에서 지역사회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하는 것과도 연관이 된다. 미국의 저명한 학자 로버트 퍼트넘은 사회적 네트워크의 쇠퇴와 활성화와 관련하여 ‘사회적 자본’이라는 개념을 정교하게 제시하였다. 사회적 자본은 시민사회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 조직화된 상호관계와 시민연대의 풍부한 네트워크를 가리킨다. 시민사회의 핵심으로서 조직화된 상호관계와 시민연대의 풍부한 네트워크, 사회적 자본의 구축은 주민자치의 확립과 직결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자본은 크게 두가지로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3절에서 중점적으로 다룬다.


표 1 사회적 자본의 2대 요소

1. 커뮤니티

사람들이 공동의식 또는 연대감을 가지고 생활하는 일정한 범위의 기층 근린사회

2. 어소시에이션

자발적이고 자립․자치적인 조직(시민활동, NPO, 협동조합 등)

 

커뮤니티와 어소시에이션이 서로 교차되면서 구성되어가는 사회의 방향과 관련해 주목할만한 이는 영국의 정치학자 폴 허스트(Paul Hirst)이다. 폴 허스트는 『Associative Democracy(결사체민주주의』라는 책에서 다원적인 국가와 어소시에이션(자립적이고 자발적인 조직)을 축으로 열린 사회상을 제시하고 있다. 폴 허스트의 이론 구성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국가의 다원화와 연방화 (2) 민주적 거버넌스의 주요 수단으로서 결사체(어소시에이션) (3) 커뮤니케이션으로서의 민주주의를 들고 있다.

 

즉 자발적인 어소시에이션이 지역경제와 복지영역에서 본격적인 주역이 되는 것, 그리고 지역사회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통해 지역사회에 대하여, 시민적인 입장에서 자유와 통제를 강화하고자 한다. 그것은 다시 말해 어소시에이션이 민주적인 거버넌스와 사회생활 조직화의 주요 수단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지금까지 행정이 맡아왔던 공적 서비스 공급 등을 큰 폭으로 위임받은 자발적인 어소시에이션이 핵심이 되어 사회적인 협동을 통하여 시민사회에서의 자립적인 협치관계를 형성하는 것에 주안점이 있다. 그 결과 나아가서는 자치적인 시민사회의 양상을 강화할 수 있는 것이다.

 

즉 ① 커뮤니티 자치조직의 확립(지역사회의 주축)과 ② 이와 연결된 어소시에이션=시민활동단체 및 NPO 등이 지역사회의 다양한 자원과 인재를 결합시켜 주민의사의 실현을 구축하고 진전시키는 지역사회의 실현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즉 방치되어 있던 지역의 인재, 조직, 시설, 자금 등이 커뮤니티 자치조직과 연대를 통하여 유효하게 활용되고 주민의사를 관철할 수 있다.

 


그림 1 커뮤니티와 어소시에이션의 교차/공조

어소시에이션         (시민활동조직․NPO)

커뮤니티 자치조직

교차/공조

지역 커뮤니티

 

전국의 여러 지역에서 협동의 지역재생에서의 커뮤니티의 활성화를 중심으로 하는 모색이  시도되고 있는데, 이러한 커뮤니티와 시민활동․NPO와의 교차를 꾀하는 협동의 마을만들기는 이처럼 커뮤니티와 어소시에이션의 교차․공조를 통해 지역에 있는 사회적 자본을 구축하려는 시도이다.

 

4) 대안적인 지역재생을 위하여

 

대안적인 지역재생을 위한 시민사회의 과제는 무엇인가? 올터너티브한 지역사회의 재생을 위해서는 우선 그동안 정부에 전적으로 맡겨져 있었던 ‘공공(公共)’을 재구축하고, 시민적 공공권을 형성하여, 행정과 NPO, 기업 등의 다양한 주체들과 협동을 통해 지역협동을 이루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민관 이원론에서 벗어나 시민적 공공공간(空間)의 형성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2절에서 주로 다룰 것이다.

 

또 시민사회는 지역행정과 함께 시민적 공공권의 형성과 함께 사회적 자본의 확충을 정책적으로 추진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지역사회의 시민사회를 활성화시키는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 지역재생은 자립적이고 튼튼한 개인들로 이루어지는 조직인 어소시에이션이 다양한 분야에서, 횡단적으로 형성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것은 3절에서 중점적으로 다룰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안적인 협동의 지역재생을 위한 구축전략으로서 자립적인 시민형성을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자 했다. 지역주민이 자립적인 시민으로 형성되기 위해서는 시민 스스로 자신이 사는 마을에 관심을 갖고 매력적인 지역을 가꾸어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학습과 배움의 기회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시민들은 시민 주체의 마을만들기운동에 참여하는 학습과 활동이 순환되는 과정에 참여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의 학교교육, 사회교육, 시민교육, 평생교육 등 교육 관련 주체들이 지역협동을 구성하여 지역사회교육계획의 수립하고 체계적인 지역재생을 위한 교육전략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4절에서 이러한 내용을 다룰 것이다.

 

2. 시민적 공공권의 형성과 지역협동

 

국가재정의 과부하와 관료의 실질 지배, 시민의 정치적 무관심이 악순환되면서, 공적 서비스 공급과 시민의 필요 사이의 공백은 늘어나고, 국가권력의 분권화, 다원주의적인 국가화는 피할 수 없는 경향이 되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인 사실들이 배경이 되면서 시민의 자발적인 어소시에이션이 적극적으로 공공성을 분담하는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정부는 그 권한을 시민들의 자발적인 어소시에이션들에 부분적으로 이양하려는 ‘결사체 민주주의(Associative Democracy)’가 대두한 것이다. 국가에 흡수당했던 권력을 시민사회가 나누어 맡아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또 가족, 친척 등 혈연으로 맺어진 사회가 지탱해왔던 생활세계 속에서 전통적 커뮤니티가 공동화되는 문제가 생기고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노인을 돌보거나 홀로 사는 이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지역사회의 과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가족, 시장, 국가와 같은 기존의 영역에 머물러서는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 이러한 문제를 시민들의 자발적인 어소시에이션을 다양한 형태(상호부조활동, 자원활동, 공동주택 등 대안적인 어소시에이션)로 조직하여, 이런 문제를 해결해나갈 새로운 형태의 커뮤니티를 구축해야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이 거론되는 이론적 배경의 하나로 ‘시민적 공공(公共)’이라는 개념이 사용된다. 시민적 공공이란 이제까지 전적으로 정부에 내맡겨져 왔던 ‘공공’을 재구축하여, 정부, 시민사회단체, 시장경제를 담당하는 기업 등의 다양한 주역들과의 협동을 통해 새로이 구축하는 공간으로서 저성장․축소시대를 맞아 지속가능한 사회를 확립하고 유지하는 것을 가리킨다. 이 개념을 일본에서는 ‘새로운 공공(新しい公共)’이라고 부르지만, 여기서는 원래의 의미를 되살리기 위하여 시민적 공공이라고 한다.

 

1) 시민적 공공의 대두

 

(1) 시민적 공공의 출현 배경

 

시민적 공공이 출현하는 배경에는 크게 두가지 정도를 들 수 있다. 우선 지역사회에서 요구되는 필요성의 다양화이다. 예전 우리나라 지역사회에서는 농경사회의 필요에 따라, 두레와 향악과 같은 상호부조에 바탕을 둔 공동체가 뿌리를 내렸다. 오랫동안 지역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일정한 역할을 수행하였다. 그러나 근대화 이후 공업화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도시화가 진척되면서 핵가족화와 저출산 현상의 심화, 농어촌의 과소화 등은 지역활동을 위축시켰다. 이러한 지역 커뮤니티의 기능 쇠퇴를 보완했던 것이 행정의 역할이었다. 그러나 저출산, 고령화의 진전에 따르는 새로운 사회서비스의 출현과 개인의 가치관의 변화, 치안의 악화 등 지역문제가 복잡하게 꼬여, 공공서비스에 대한 지역의 필요는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과제와 필요는 이전의 행정과 기업으로서는 할 수 없는 부분이 적지 않아, 기존의 틀로서는 대응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의 심각한 재정 악화도 시민적 공공이 등장하는 데 일조를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인천, 용인 등의 지방도시는 재원 부족으로 사업을 못 하는 정도가 아니라, 공무원에게 수당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정도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자체 수입으로 직원들 월급도 주지 못하는 기초자치단체가 무려 38곳이나 된다는 사실은 지방자치 자체를 위협하는 주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시민적 공공은 이처럼 정부의 한계나 실패를 넘어서기 위하여 시민사회가 기업 등의 다양한 주역들과의 협동을 통해 새로이 구축하는 공간을 말하는 것이다.

 

(2) 기존의 공공()에 대한 인식

 

일반적으로 공공성이라고 할 때 사용되는 주요한 의미는 3가지이다. 첫째, 국가와 관련된 공적(Official)이라는 의미이다. 이와 같은 차원에서 공공성은 국가가 법과 정책 등을 통해 국민을 위해 수행하는 활동을 가리킨다. 이와 대비되는 것은 민간이 수행하는 사적 개인의 활동이다.

 

둘째, 특정한 누군가를 위한 것이 아닌, 모든 사람들과 관계하는 공통의 것(Common)이라는 의미이다. 이런 의미에서 공공성은 공통의 이익, 재산, 공통적으로 타당한 규범, 공통의 관심사 등을 가리킨다. 이 경우와 대비되는 것은 사리, 사익, 사심 등이다.

 

셋째, 누구에게나 개방(Open)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이런 의미에서 공공성은 누구라도 접근할 수 있는 것에 제약이 없는 공간과 정보 등을 가리킨다. 이런 경우 비밀, 프라이버시 등과 대비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랫동안 이들 공공성을 담당하는 주체는 주로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하는 행정이었다. 주민의 생활의 필요에 부응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공공성을 담당하는 행정의 사회적 역할이 확대되는 추세는 20세기 내내 복지형 사회를 지향한 선진국의 공통된 현상이었다. 큰 정부가 공공성을 독점하고 국민의 복지에 책임을 지는 복지국가 모델은 확실히 선진국에서 국민들의 삶의 질을 충실히 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사회 전체가 정부 지출과 정부의 공공서비스에 의존하는 관 주도, 행정 의존이 심화되는 사회구조를 정착시켜, 공공서비스의 확대에 따르는 정부재정의 파탄을 초래했다. 또 사람들이 정부의 독점적 서비스에 의존해 살아감으로써 사회 전체가 자기결정과 자기해결의 능력을 상실하고, 나아가 사회적 연대를 상실하여, 높은 지출 비중에도 불구하고 만족도가 낮은 사회가 나타나게 되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생겨난 것이 공공성을 행정의 독점에서 다양한 주체들간의 협동을 통해 책임을 지는 것이 시민적 공공이라는 개념이다.

 

(3) 시민적 공공의 구체적인 이미지

 

그렇다면 시민적 공공이라는 개념을 현실화시키기 위한 ‘공공의 재구축’은 구체적으로 어떤 이미지로 그릴 수 있을까. 이러한 공공의 재구축은 다음 그림과 같이 새로운 시민적 공공공간의 형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림 2 그림으로 보는 ‘시민적 공공’

관민 이원론에 한계에 봉착

공공

행정

공공

행정

기업

시민

행정

공공

시민적 공공공간

이윤추구활동

사적 활동

아웃소싱

지역협동

법무․기획 등

다양한 채용형태

전문지식 소유자

IT분야 등용 등

다양한 근무형태

노인 전문가 채용 등

시민적 공공공간의 형성

 

이 새로운 시민적 공공공간의 형성은 공공의 수비 범위가 확대되는 반면에, 경영자원의 한계가 드러나 행정이 대응할 수 있는 범위가 축소되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 공백의 영역에서 행정이 일정한 관계를 갖는다 하더라도 다양한 주체, 즉 주민, NPO, 기업 등과의 협동 혹은 아웃소싱 등으로 대응해야 하는 것이다. 형성된 새로운 시민적 공공 공간에서는 예전의 민과 관의 이원론의 경우처럼 행정과 민간의 대립적인 도식에서 탈피해, 지역에서의 다양한 주체가 각자의 입장에서 공공을 맡고, 지역에 부합하는 다양한 공공서비스를 적절한 공익성과 책임감을 갖고 제공될 것으로 기대된다.

 

여전히 시민적 공공에서 행정이 맡은 역할은 전략적인 지역경영을 위한 기획 입안과 조례 제정 등 행정이 아니면, 대응할 수 없는 핵심적인 부분도 있으며, 지역경영의 전략본부로서의 기능을 충분히 발휘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조직 운영에 대한 대대적인 쇄신이 요망되고 있다.  

 

이 시민적 공공의 공간 형성을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조직 운영의 쇄신을 위한 구체적인 수법의 하나로 지역협동이 거론된다. 행정과 함께 지역협동의 주체로서 기대를 모으는 것이 시민들로 구성되는 커뮤니티이다.

 

2) 지역협동과 시민활동의 전개 

시민참여는 원칙적으로 시민 개인의 권리로서 인식될 수 있음에 비해 협동은 조직의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시민사회와 정부가 대등하게 되는 것은 조직과 조직의 관계에서 가능하고,  조직과 개인의 관계에서는 쉽지 않다. 따라서 민관협동은 시민참여 기반 위에 형성된 주체적인 시민조직과 행정의 관계를 가리키는 것이다. 또 협동에 참여하는 시민조직은 독자적인 자원(리소스, 정보, 노하우 등)과 최소한의 경영능력이 필요하다.

 

개인의 입장에서 행정에서의 정책 수립 등에 관계하고, 개인 의견을 반영시키는 방식이 ‘참가’라고 할 수 있으며, ‘협동’이라는 것은 서로 다른 조직이 공통의 사회적인 목적을 수행하기 위하여 협력하고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이 때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는 이는 조직 동지가 된다.

 

마을만들기, 도시재생 등의 지역재생의 현장에서의 ‘협동’은 지역사회를 새로이 만들어간다는 공통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시민, 행정, 기업 등의 복수 주체가 대등한 관계를 이루면서 독자적인 특성을 살리면서 연대하고 협력, 분담하여, 활동의 상승효과를 꾀할 수 있다.

 

(1) 이제 마을만들기를 비롯한 지역재생은 명목상의 시민 참여에서 시민이 기획하고 참여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다.

 

A. 의존과 형식적인 관계로부터 탈각해야

• 그동안 정부에서 추진하는 각종 사업들은 시민의 요청을 행정이 수행한다는 관계가 구축되어 왔다. 그러나 사실상 행정이 기획하고 주도하는 이러한 방식은 사업 집행 측면에서 보면, 효율적일 수 있으나, 행정의 비대화를 비롯한 부작용이 초래되었다.

• 이러한 방식은 시민이 행정에 요구하고 이후에는 맡겨버리는 식으로 시민과 행정이 서로 의존하는 방식으로, ‘형식적’인 관계로 굳어져 왔다.

 

B. 지방자치단체 운영의 변화 모색

• 그러나 경제난이 심화되고 각종 도로, 지하철, 등의 하드웨어 일변도의 대규모 토목사업 탓에 재정 적자가 커다란 사회적인 문제가 되었다. 그래서 그동안 작동되어 왔던 사업 시스템은 시대의 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을 시민들은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시민들은 참여하고 기획하는 새로운 사고방식과 시민과 행정이 합의하고 협력하는 도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였다. 또한 지방자치단체는 획일적이고 균일적인 자치체 운영에서 나아가 창조적이고 개성적인 도시운영이 필요하다.

 

C. 협동사회와 작은 정부

21세기를 맞아 저출산 경항, 생활양식과 가치관의 다양화 등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사회정세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다양화하는 시민의 욕구에 행정만으로는 공공서비스를 적확하게 제공하는 데에는 한계가 드러나게 되었다.

• 이러한 사회정세의 변화에 대하여 다양성, 선구성, 자주성 등을 두루 구비한 NPO 등으로 대표하는 시민활동이 선구적인 도전을 시도하여, 새로운 공공서비스의 담당자로서 활발한 공익활동이 확산되고 있다.

 

(2) 협동의 근본적인 특징과 새로운 협력을 위한 사회시스템의 창조

 

협동의 근본적인 특징은 자립․독립적인 협동, 자립을 위한 협동에 있고, 자립과 협동의 상호관계, 자조와 상호부조의 조화에서 그것을 찾을 수 있다. 즉 자립성, 독립성을 전제로 협동한다는 것이지, 결코 자립성, 독립성을 부정하고, 일체화되는 것은 아니다. 즉 협동의 특징은 상호부조이고 자립협동인 것이다. 그렇게 보면, 21세기는 상보부조, 상보협동으로서 협동의 시대이다. 우선 협동은 ① 분야를 초월하여 대등하게 의견을 나누며 ② 함께 협동하여 기획을 하며  ③ 문제를 해결하려는 뜻을 공유하고 책임을 서로 분담하며 ④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이럴 때, ① 대화가 협동이라는 행위의 핵심이며 ② 상호간의 역할과 일을 이해하며 ③ 서로 배우는 것이 발상의 전환으로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무엇보다도 협동에 참여할 팀을 짜는 게 중요하고, 코디네이터가 필요하다. 코디네이터 역할로서는 멤버 간 대등한 관계를 구축하는 것과 관계자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즉 전문가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지만, 당사자의 참가와 시민이 가진 힘을 모아서 마을만들기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한다면, 새로운 사회시스템, 사회적 네트워크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것이 바로 협동이라는 수법으로 가능한 것이다.

 

이처럼 협동이란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것이기도 하고, 잘 활용하면, 기존의 시스템이 겪는 제도적인 피로와 한계를 극복할 수 있으며, 한정된 자원을 상호 활용할 수 있기도 하다. 이처럼 협동이란 한 영역에서 해결되지 않을 경우에 다른 영역의 힘을 빌리면 새로운 잠재력이 발휘되는 것이다.

 

(3) 지역협동을 추진하는 4가지 요건과 방식

 

협동에는 4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우선 목적의 공유(대화의 중요성, 기획 단계부터 함께 함), 정보 공유, 자원의 공유, 그리고 관계성의 공유(얼굴을 맞대고 보는 관계)를 들 수 있다. 이렇게 보면, 협동하는 데에 맞지 않은 상대방은 실제 협동할 수 있는 여건이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협동하는 당사자들이 목적을 공유하고 있거나, 정보를 공유하고, 자원을 공유하고 있다면, 관계를 강화할수록 서로 가진 이질적인 문화를 수용하고, 이질적인 것을 넘어서, 서로 배제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게 될 것이다.

 

지역에서 지역과 관련한 문제를 협동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민자치 역량과 NPO 등의 시민사회 역량, 지역행정, 지역 소재 기업 등이 지혜를 모아 사회적 협동방식으로 해당 지역에서 필요로 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역협동을 추진할 때는 ① 계획, 의사결정, 집행, 평가 등의 각 단계에도 다양한 주체가 공동기획하고 참여하고 행정과 연대 ② 주민활동을 공공적인 활동으로 전개한다. 주민의 선의를 살리는 것이 관건이다. ③ 전문지식 인재의 활용, 사업 추진을 위한 기반(자금, 시설 등)의 정비, 주민에 의한 중간지원단체의 형성 등에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지역행정과 협동을 추진하는 방식은 다양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작게는 시민활동에 대하여 사업의 원할한 사업 추진을 위해 행정이 사업협력을 하는 방식이 있으며, 공유시설물이나 재산을 이용하는 방식, 공동주최, 후원 등으로 협력하는 방식 등 다양한 방식이 모색될 수 있다. 크게는 행정이 추진하는 공공 성격의 사업을 주민이 주도하는 사회적 기업 방식으로 맡아할 수도 있다. 도심지 주거지 재생사업의 경우나 지역관리(Area Management) 또는 타운 매니지먼트(Town Management) 활동을 지역협동으로 추진하는 경우가 있다.  

 


표 2 시민적 공공의 지역협동 사업방식 유형

 

새로운 공공서비스 유형

설명

발의 주체

활동주체

실천주체

회 만

①지정관리자 제도

(시설의 관리운영 대행)

통상 행정 관련 단체 이외에는 사업을 실시하지 못하고 있으나 자치행정 관련 법을 개정하여 시민단체 등의 위탁 운영 관리가  가능할 수 있다.  

행정

-시민

-기업

②행정메뉴 제시형

(사업 위탁)

행정이 대행하고 있는 기존의 공공서비스 가운데서 행정이 포괄하고 있는 과제 등의 메뉴를 제시하고 거기에 대하여 시민활동 단체 등이 협동을 위한 개선안, 역할 분담 등이 시민이 제안하고 협동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행정

-시민

-기업

-행정

③시민 제안형

(사업위탁, 사업비 보조)

시민의 자유로운 발상과 자발적인 의지에 기초한 협동사회만들기사업와 결합해가는 시민 제안.  

시민

-시민

-행정

④커뮤니티비즈니스

(시민 등 독립사업)

사회공헌활동 차원에서 자발적인 의사에 따른 시민활동이 다양화하는 시민의 욕구와 매칭하여 지역밀착형 자립 사업형 비즈니스로 행해진다.

시민

-시민

-기업

 

 

3. 시민사회의 기반을 이루는 사회적 자본의 형성

 

1) 사회적 자본이란 무엇인가?

 

사회적 자본은 물리적 자본이나 인적 자본과 달리, 개인들간의 사회적 관계를 통해 형성되고 포착되는 자본으로서 “공동의 이익을 위한 조정과 협조를 가능하게 하는 네트워크, 규범, 신뢰 등의 사회적 구성물”을 가리킨다. 경제발전에서 사회적 자본의 역할을 강조하는 입장에 따르면 경제발전은 물리적 자본이나 인적자본의 동원과 투입을 하는 것으로만 설명될 수 없는 현상이다. 최근에는 국가 수준의 경제발전뿐 아니라 지역사회 차원의 경제적․사회적 활성화를 설명하기 위한 주요 개념으로 활용되었으며 많은 경험적 사례에 적용되어 설명되고 있다. 많은 조사결과를 통해 규범, 신뢰, 협력, 의사소통 등으로 특징지어지는 사회적 자본이 높은 지역에서 경제, 교육, 환경, 교통 등으로 측정된 지역발전 역시 높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사회적 자본이 풍부할수록 사람들은 서로를 신뢰하고 자발적으로 협력하여 민주주의를 활성화하는 관건이 된다.

 

2) 사회적 신뢰와 호혜성의 규범, 시민참여의 네트워크로 구성되는 사회적 자본

 

(1) 사회적 신뢰

퍼트넘은 신뢰에 대해 “아는 사람에 대한 두터운 신뢰(친밀한 사회적 네트워크의 자산)와 알지 못하는 사람에 대한 박한 신뢰(지역사회에서 다른 구성원에 대한 일반적인 신뢰)를 구별하여, 박한 신뢰 쪽이 훨씬 협조적인 행동을 촉진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사회적 자본의 형성을 높이고자 한다.

 

(2) 호혜성의 규범

퍼트넘은 다양한 규범 가운데서도 호혜성의 규범을 중시하고 있다. 호혜성이란 상호의존적인 이익교환이고 균형을 이루는 호혜성(동등한 가치를 동시에 교환)과 일반화된 호혜성(현 시점에는 균형이 맞는 것이 아니어도 미래에는 균형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서로 기대하고 교환하는 지속적인 관계)로 분류할 수 있다. 그리고 일반화된 호혜성은 단기적으로는 상대방의 이익이 되게 하는 애타주의에 기초하고 장기적으로는 당사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게 하는 이기심에 기초해 있으며, 이기심과 연대의 조화에 이바지하고 있다.

 

(3) 사회적 네트워크

네트워크는 직장 내 상사와 직원의 관계와 같이 수직적인 네트워크와 합창단과 협동조합과 같은 수평적인 네트워크가 있다. 퍼트넘은 이탈리아 연구에서 수직적인 네트워크가 아무리 탄탄하게 짜여 있더라도 사회적 신뢰와 협력을 유지하기 힘든데, 이웃간이나  스포츠클럽과 같은 시민의 적극 참여에 의한 수평적인 네트워크가 잘 구성될수록 시민들은 상호이익을 위해 폭넓게 협력하는 것으로 관찰했다. 요컨대 이탈리아 북부에서는 수평적인 네트워크, 남부에서는 수직적인 네트워크가 발달했다는 것이다. 가족과 친족을 넘어서는 ‘약한 연대’를 중시하고 그 중에서도 특히 ‘직접 얼굴을 마주보는 네트워크’가 핵심이라고 한다.


그림 3 퍼트넘의 사회적 자본 개념

사회적 신뢰

호혜성의 규범

네트워크

사회적 자본

 

2절에서 언급한 시민적 공공이라는 흐름 가운데에는 행정에서도 익히 사용되는 NPM(New Public Management) 즉 민간기업의 경영이념, 수법, 성공사례 등을 공공부문에 적용하여 그 경영능력을 높이고 효율화, 활성화를 꾀하는 매니지먼트수법이 일반화되었다.

 

그러나 똑같은 수법과 공정을 도입하더라도 활성하는 데 성공해 효율적으로 기능하는 조직이 있는 반면에 그렇게 되지 않는 경우가 생기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성공을 위해서는 매니지먼트 수법 등과는 상관없이 그 속에서 참여하는 사람들의 사명감, 만족감의 형성과 상호협력을 위한 공감, 연대감의 창조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이 문제를 검토하는 가운데서 활용 가능한 개념이 사회적 자본론이다.

 

광의의 사회적 자본이란 사회적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노력을 통하여 획득되고 개인과 집단에 돌아가는 이익을 가져다주는 창발적인 관계자산으로 정의된다. 현재 사회적 자본 이론은 공적․연대적인 사회적 자본론과 사적․경쟁적인 사회적 자본론으로 크게 두가지 흐름이 있다. 행정의 입장에서 주로 다루어지는 것은 퍼트넘으로 대표되는 전자의 흐름이다.

 

퍼트넘은 사회적 자본을 “사람들의 협력 행동을 활발히 하게 하는 신뢰, 규범, 네트워크와 같은 사회조직의 특징”으로 기술하고 있다. 이 공적, 연대적인 사회적 자본론의 흐름에서는 사회적 자본이 가져다 주는 ‘협력적인 행동을 촉진하는 규범으로서의 사회적 신뢰’ 개념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또 사회적 자본에는 동질적인 그룹 내의 결과를 굳히려는 ‘결속형 사회적 자본’과 서로 다른 그룹들간의 관계를 중개하는 ‘브릿지형 사회적 자본’이 있다. 결속형 사회적 자본은 지역, 민족, 사회계층 등이 같은 그룹 사이에서 형성된 사회적 연대를 가리키고 이것이 도를 지나치면 카르텔이나 인종차별 등의 내향적이고 배타적이 되어 나아가 경쟁력 저하와 커뮤니티의 분열과 대립을 초래할 수 있다. 반면 브릿지형 사회적 자본은 국적, 민족, 소득계층 등이 다른 그룹을 공통의 목적과 가치관으로 결속시키는 네트워크 역할을 해낼 수 있다.

 

사회적 자본은 추상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현재 정량화가 시도되고 있으며, 현재 우리나라 학계에서도 사회적 자본 개념을 지역 발전을 위한 핵심어로 설정하고 많은 연구들이 진행중이다. 또한 대전시는 전국 최초로 '사회적 자본 확충 기본조례' 제정를 추진하고 사회적 자본 확충을 위한 시의 책임, 기본방향, 시민 역할 등을 조례로 명시하고, 기본계획을 수립해 사회적 자본이 증가될 수 있도록 붐을 조성해 나가며, 구체적으로는 '사회적자본 전문연구센터'를 설립해 피드백 장치를 구축하고, 종교 및 기부단체, 민간 비영리단체 등 '지역사회재단'의 조성 및 활성화도 지원한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3) ‘나홀로 볼링’과 커뮤니티, 사회적 자본

 

로버트 퍼트넘은 2000년 ‘나홀로 볼링’2)을 써, 미국 커뮤니티의 공동화를 잘 묘사한 바 있다. 미국에서 동호회 문화가 가장 발달된 종목중 하나가 볼링이다. 그러나 최근 일이십년 사이에 볼링장에서 혼자서 볼링을 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현상이 발견되었다. 퍼트남 교수는 이런 현상에 착목해서 종교활동, 시민단체 활동과 취미와 스포츠 동아리 활동과 봉사활동 등 다양한 사회활동에 대한 자료를 조사하고 분석했다. 그리하여 미국 사회 전반에 공동체와 관련된 사회활동이 현저하게 줄어들었음을 발견한다. 이처럼 공동체 관련 활동이 감소한 것이 미국의 정치, 경제, 사회 분야에 어떤 악영향을 주고 미국의 사회와 문화를 어떻게 약화시키고 있는지를 연구하고자 하였다.

 

예전의 미국인들은 하루 일과를 마치면 모두들 모여 볼링을 했다. 하지만 더 이상은 그렇지 하지 않는다. , 볼링을 치는 사람은 여전히 많지만, 리그 볼링에 가입하여 함께 즐기는 사람들은 줄어드는 현상이 바로 미국의 문제이라는 것이다. 미국 사회 내의 사회적 자본의 기능은 약해지고 공동체적인 삶의 뿌리는 흔들리고 있다. 그렇게 된 원인으로는 근대화나 산업화로 인한 사회적 유대의 해체, 개인의 고립화, 공동체의 붕괴 등을 꼽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이러한 사회변화의 와중에도 한 사회의 건강을 유지하고 시민의 활발한 참여와 품성을 북돋아줄 수 있고 또 한 사회의 지배적 규범으로 육성할 수 있는 요소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퍼트넘이 여기서 분석 도구로 내세운 '사회적 자본'이란 개인들 사이의 연계, 그리고 이로부터 발생하는 사회적 네트워크, 상호성과 신뢰의 규범을 가리키는 말이다. 퍼트넘은 이런 개념을 토대로 사회적 유대와 결속이 해체되고 개인주의적 고립이 나날이 증가하는 나홀로 볼링족들을 통해, 사회의 공동체가 파괴되고, 미국인들의 '사회적 연계와 연대'가 어떤 식으로 단절되었는가를 보여 준다.

 

퍼트넘이 보기에, 미국은 선거, 시민단체, 전문직 단체, 노동조합, 소규모의 취미 단체, 지역 공동체, 종교 단체 등의 공식적인 모임 뿐만 아니라 친구들과의 사교모임, 이웃들간의 친목도모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서의 공동체 활동이 저하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결과를 분석한 것을 보면, 미국의 공동체적인 참여도는 대략 1910년대부터 꾸준히 상승하였고, 대공황 시기에 이르러 침체 혹은 하락했으며, 2차 세계대전을 전후 해서는 상승세를 기록하다, 1965년 정도까지 급상승하면서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후 다시 정체를 보이다가, 70년대 초중반부터 하락세를 거듭하면서 80~90년대에 이르러 최악을 기록했다고 한다.

 

그렇게 된 원인으로는 1960년대에 인구의 중심으로 성장하여 각종 부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시민사회의 활력을 불어넣었던 세대들은 사망하거나 고령화되었으며, 그 뒤를 이은 베이비붐 세대(1945~1964년 출생)X세대(1965~1980년 출생)는 개인주의와 물질주의적 가치관을 나타내면서 참여를 기피함에 따라, 미국의 공동체가 무너지기 시작하였다는 것이다.

 

퍼트넘은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 자본의 증대가 시민의 사회적 참여를 상승시키는 요소일 뿐 아니라, 삶의 모든 영역에서 우리를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핵심이라는 논지를 펼치고 있다. 사회적 자본을 늘리고 시민의 적극적 공동체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자세와 방안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4) 사회적 자본의 효능과 커뮤니티

 

그렇다면, 사회적 자본의 사회적 효과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 일반적으로 사회적 자본의 효과로 많이 드는 사례는 범죄 억제 효과이다. 사회적 자본 지수와 범죄 발생율은 역관계에 있다. 커뮤니티 구성원이 서로 잘 알고 지내거나 일상적인 교류를 자주 하는 지역과 집 근처에 누가 사는지 모르는 대규모 주거단지가 많은 지역은 범죄 발생율이 다르게 나타난다. 또 사회적 자본이 풍부한 지역주민의 건강 증진과 출산율 향상은 상관관계가 있으며 지역의 문제 해결 능력을 높여, 시민활동이 활발해질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시민활동이 활발하고 NPO의 활동이 활성화되면 주민들 사이에 호혜적인 규범이 강해지고 상호신뢰가 높아져 네트워크가 강화된다. 또 이를 통해 사회적 자본의 형성, 특히 브릿지형 사회적 자본의 형성이 촉진될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자본의 형성과 NPO활동의 관계는 상호 의존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림 4 사회적 자본과 시민활동의 관계

사회적 자본의 각 요소와

시민활동의 양과는 정비례 관계

시민활동의 활성화를 통한 사회적 자본의 배양 가능성

사회적 자본이 풍부할수록 시민활동의 참여가 촉진될 가능성

 

5) 사회적 자본 형성을 위한 지방정부 정책

 

앞으로 지역의 재생과 사회적 자본의 형성을 위해 행정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첫째, 사회적 자본의 포괄적이고 연속적인 조사를 실시하고, 둘째, 사회적 자본의 관점에서 지역특성의 파악. 셋째, 사회적 자본의 관점에서 각종 정책의 평가. 넷째, 개성적인 마을만들기사업에서의 사회적 자본의 활용. 다섯째, 사회적 자본을 높이기 위한 정책수단의 검토이다. 이러한 방침에 근거하여 실행방안을 마련해나가면 사회적 자본이라는 개념을 실제 행정의 장에서 반영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새로운 지역재생에서 사회적 자본을 중시하는 관점에서 본다면, NPO활동과 자원봉사활동을 촉진시키는 시책을 펴야 하며, 새로운 사회적 자본의 육성을 꾀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기존의 사회적 자본의 유지․발전을 도모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들 시책을 전개하여 시민활동 등으로 형성된 새로운 사회적 자본과 지역에 뿌리를 둔 조직이 형성시켰던 기존의 사회적 자본의 상호작용을 불러 일으켜 결과적으로 지역 커뮤니티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다.

 

이들 배경에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시민활동과 사회적 자본이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가지고 나면서부터 NPO활동, 자원봉사활동을 촉진시키는 정책은 간접적으로 사회적 자본의 육성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그것이 또 시민활동을 활성화시키는 호순환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사회적 자본의 형성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 또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직접 관계가 있으므로 행정이 직접 개입하는 정책을 펴서는 곤란하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4. 지역재생을 위한 자립적인 시민의 형성

 

튼튼한 시민들이 만들어 가는 지역재생을 위해서는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대인 어소시에이션을 주목해야 한다. 이 어소시에이션은 자립적이고 튼튼한 개인을 일으켜 세워, 침체에 빠진 지역사회를 활성화시키는 지렛대가 될 것이며, 지역사회와의 협동을 통한 지역협동을 구축하는 데에도 결정적인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다.

 

어소시에이션(Association)이란 간단히 말해, 어떤 공통된 관심사를 달성하기 위하여 만든 조직체를 말한다. 이와 달리 커뮤니티는 지역성(생활의 장소)과 공동성(공동의식)을 가진 지역공간을 가리킨다. 최근의 커뮤니티는 일정한 지역에서 무수히 많은 어소시에이션을 포함하는 복합체라고 할 수 있다.

 

1) 어소시에이션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시민을 형성한다

 

(1) 어소시에이션이란?

 

어소시에이션이란 단어는 다양한 문맥에서 사용된다. 우리 말로는 흔히 결사체, 협동, 연대, 연합, 조합, 협회, 협동조합, 협동사회, 결합사회와 용어로 번역된다. 이 책에서는 어떤 한 단어를 특정해, 번역어로 골라 쓰기 힘들어, 부득이 영어 발음으로 표기하고자 한다. 어소시에이션은 간단히 말해,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함께 대화를 나누며 이해를 하고, 결합하고, 그리고 함께 하는 상호긍정적인 관계”를 말한다. 자유의지를 가진 개인들의 사회 형성에 관한 개념인 것이다. 사전적인 정의를 보면, associationsocius(동료)에 접두사 ad, 동사 어미 ate가 붙은 것이어서, 쉽게 말해, 어소시에이션을 ‘동료가 되는 행위’ 또는 ‘무리가 된 상태’로 설명할 수 있다. 어원을 따지면, 어소시에이션은 사람과 사람이 결합된다는 동사적인 관계 개념이고, 그 관계는 항상 ‘움직이는’ 관계라 할 수 있다. 어소시에이션 활동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늘 흐름 속에서 변화해가는 활동을 의미한다.

 

일본의 사회학자 사토 요시유키3)는 어소시에이션을 간결하지만, 함축성 있는 규정을 내리고 있다. “어소시에이션이란 사람들이 사명이나 목적을 위하여, 시장 원리와 국가권력으로부터 자율하여 상호 대등한 입장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자발적’으로 참가하고 토의와 대화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고 실천하는 ‘민주적’이고 ‘비영리적’인 비정부 네트워크형 조직이다.4)

 

여기서 ‘자발적(Voluntary)’이라고 하는 것은 국가와 기업의 논리에서 자유롭다는 의미이다. ‘자발적’이라는 것을 간혹 “자기 의사에 따라 스스로 책임을 지고 행한다”는 말과 같이 다소 애매하게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자발적’이라는 것을 이런 식으로 정의를 하면, 국가권력으로부터의 자율이라는 의미가 없어지고 오히려 국가권력에 '자발적'으로 공헌하고 또 복종하는 것도 '자발적인‘ 것으로 되어버리고 만다. 그렇기 때문에 ’자발적‘ 이라는 자원활동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이것은 ’자발적‘ 인 것에 대한 명백한 오해이다. 자원활동이라는 것은 국가권력으로부터 자유롭고 영리주의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또 위의 어소시에이션 정의를 ‘민주적’이라고 하는 것은 조직의 의사결정이 구성원의 직접 참여에 의한 대화와 토론으로 가능한한 상호이해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영리적’이라는 것은 사기업과 같이 이윤을 최대화하고자 하거나, 자본 증식을 자기목적으로 하는 경제가 아니라, 구성원 상호간에 연대하고 서로 힘을 합하여, 생활을 유지하고 향상시키기 위한 협동의 경제, 즉 ‘사회적 경제’를 의미한다.

 

(2) 자립적이고 민주적인 개인이 어소시에이션의 기본

 

어소시에이션은 기본적으로 관료제와 대척점에 있는 인간 결합의 원리이다. 자유로운 개체성과 공동성의 결합 형태이다. 관료제 조직은 사적인 개인을 죽이고 위로부터의 지령에 따라 몰인격적으로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책무가 되는 조직이다. 또한 관료제 조직에서는 상부에서 내려온 지령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거나 토의를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권력자가 설사 민주적으로 권력을 장악했다 하더라도 관료제 조직은 권력자 또는 그 집단이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 위한 기관이 된다. 관료제 조직에서는 자유․평등 원리는 통용되지 않는다. 거기서는 위계상 상하관계 안에서 사람들의 위치가 결정될 뿐이다.

 

이러한 특징을 가진 관료제 조직에 비하여, 어소시에이션은 자유롭고 평등한 사람들의 자유로운 연대․협력관계 네트워크형 조직이다. 어소시에이션 형성을 위한 기본 요건은 ‘자립화’된 개인들간의 대화와 토의에 의한 합의 형성 과정에 참여하는 ‘민주화’된 개인이다.

 

그림 13에서 볼 수 있듯이 ‘자립화’된 개인이란 전통적인 공동체 사회나 시장이나 국가로부터 자유롭게 자기결정을 내릴 수 있는 개인이고, 또한 타자의 자립을 지원하고 타자와 상호긍정적인 관계의 인연을 쌓을 수 있는 인간이다.

 

‘민주화’된 개인은 어떤 주제에 대하여 자유․평등한 입장에서 대화하고, 토의하고, 이해하고 그리고 합의를 겨냥하여 의사결정을 하고, 그리고 연대가 가능한 개인이다. 민주화되는 과정에서는 사회를 향한 구심력이 즉 연대를 향한 의지가 ‘자립화’된 개인 안에서 작용하는 것이다.

 

‘사사화(私事化)’된 개인에게는 타자와 사회와 관계없이 사생활의 자유를 향수한다는 의미에서 원심력이 작용한다. 다른 한편 사회나 사생활에서든 자유로부터도 소외된 ‘원자화’된 개인이 있다. ‘원자화’된 개인은 생활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면 아노미 상황에 빠져들기도 하고, 고독, 불안, 공포, 좌절 등의 감정에 괴로워하는 개인이다. 그들은 스스로를 사회로부터 격리시켜 탈사회화되고 탈자기화된 개인이다. ‘원자화’된 개인은 사회적 문제에는 무관심하지만, 불연듯 고독과 불안에서 도피하려 하며, 권위주의적인 지도자에게 귀의하거나, 전체주의에 몰입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구심력이 ‘원자화’된 개인에게 작용하는 것이다.

 

그림 13의 종축에서 볼 수 있듯이, ‘자립화’와 ‘민주화’를 지향하는 개인은 서로 연대하여 ‘어소시에이션’을 형성하게 되는데, 사사화(私事化)된 개인과 ‘원자화’된 개인은 타자와의 연계와 결합을 회피하거나 기피하는 경향이 있고, 상황에 따라서는 권력이나 권위에 영합하는 대중이 되기 쉬운 개인이다.

 

 그림 5 개인의 4가지 패턴



어소시에이션 지향

비어소시에이션 지향

시민사회

구심점 작용

원심점 작용

대중사회

민주화

자립화

원자화

사사화

시민사회는 횡축 왼쪽으로 갈수록 자립화와 민주화를 확대함으로써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고독한 개인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자립의 손길을 내미는 사회이다. 여기서 말하는 시민사회는 강자의 논리에 서서 약자를 배제하는 자본제 지배의 ‘부르조아 시민사회’를 지양하는 ‘시민사회’를 말한다.5) 위 그림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근대화 과정에서 어소시에이션 형성을 위한 기본 요건을 갖춘 개인은 자립화되고 민주화된 개인이라는 것이다.  

 

다시금 정리하면, 어소시에이션이란 사람들이 사명 또는 목적을 위하여 시장 원리와 국가권력으로부터 자율하여 상호 대등한 입장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자발적으로 참가하고 토의와 대화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고 실천하는 민주적이고 비영리․비정부 네트워크형 조직이다. 그러므로 협동조합, 워커스 컬렉티브, 사회적 경제는 기본적으로 어소시에이션이다. 어소시에이션은 항상 움직이는 운동체이지만, 그러나 운동체에서 사업체로 이행하면서부터 운동의 이념을 상실하여, 탈어소시에이션화하고, 관료제화하고 과두제화하며, 탈민주화된다. 그렇기 때문에 끊임없는 성찰적 민주화가 필요하다.

 

2) 지역재생을 위한 주체 형성과 지역사회교육

 

1) 지역재생에 도전하는 자립적인 시민의 형성과 교육

 

주민참여형 도시재생사업이나 마을만들기운동은 크게 보아, 주민 스스로 지역사회를 바꾸어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지역사회를 바꾸어내려면 우선 자립적인 시민 형성이 중요한 것이다. 지역사회를 위해서는 대가없이 봉사활동에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은 강제로 시켜서 되는 일이 아니고, 혈연이나 지역에 기초한 의리도 아니라 어디까지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한 것이어야 한다. 지역활동에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는 주민 리더들이 많이 배출되기 위해서는 우선 지역사회에서 추진하는 각종 마을만들기교육, 시민교육, 사회교육, 평생교육, 대안교육 등을 매개하고 연결짓는 지역사회교육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 지역사회 관련 보육, 다문화, 노인복지, 문화, 교육, 복지, 환경, 지역경제 등의 의제를 지역사회교육을 설정하며, 이에 대해 지역사회단체, 평생학습센터, 사회복지관, 자활센터, 자원봉사센터 등을 아우르는 장기적인 지역사회의 교육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지역에 소재한 각급 초등학교를 비롯한 공교육에서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과 애정, 마을만들기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중요하다. 자신이 사는 지역사회에 어떤 문제와 과제가 있는지를 아는 것은 시민적 자질을 형성하기 위한 도정의 출발점이다.

 

        지역행정

        (지자체)

                 사회적 자본

                 (지역·시민사회)

 

 

 

지역기업

 

협동

참여

공생

주민학습

그림 6 지역재생을 위한 시민교육 모델

커뮤니티 지역협동

도시재생

지역(마을)만들기

 

2) 지역재생과 시민의 역능 키우기

 

또한 그동안 행정에 맡겨졌던 지역사회의 일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해결하고자 하는 흐름이 대세가 되고 있는 시기이다. 마을만들기를 비롯한 지역사회 살리기를 통해 시민들이 여러 가지 문제에 대응하려면, 지방정부과 함께, NPO, 기업 등과 협동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활동을 통해서 시민들은 당면한 과제를 자신의 의사와 책임으로, 시민자치의 관점에서 해결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시민들의 자발적이고 비영리적인 활동은 자율과 협동의 사회 창조를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자율과 협동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스스로 자신의 일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시민들은 시민 상호간 또는 NPO, 행정, 기업 등과 함께 사회적 문제를자율적으로 해결하고, 연대하는 힘인 ‘시민의 역능’을 키우는 학습이 중요하다. 그래서 ‘시민의 역능’을 기르고, ‘지역의 교육력’을 키우는 교육 커뮤니티 구축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시민 각자의 자기실현과 지역사회와 연계한 자주적이고 주체적인 학습활동을 이루어지는 것이다.

 

지역사회에서 지금까지는 의례히 행정당국이 도맡아서 했던 소외․취약계층, 노인복지, 보육, 방범, 환경, 마을만들기 등과 사업들을 시민들이 주체가 되어 문제 해결을 자처 하는 움직임이 각지에서 생겨나고 있다. 이는 지역사회가 할 수 있는 일은 지역이 나서서 해결하는 것이 문제 해결을 잘 할 수 있는 것이며, 시민이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기획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점차 살기 좋은 지역사회와 지속가능한 지역만들기를 추진하려는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도로와 다리 등을 비롯한 도시 기반시설보다는 오히려 사람들간의 ‘신뢰’, ‘관계맺기’, ‘사회참여’ 등의 사회적 네트워크와 상호부조와 협력 등의 무형의 ‘사회적자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역사회에서의 자원활동과 지역만들기 사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여전히 소수인 편이기는 하나, 사람들이 한데 모여, 협력하고, 학습을 일상화하는 교육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살기좋은 지역사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이러한 ‘사회적자본’ 비중을 높이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3) 시민적 공공성에 입각한 시민교육 모색

 

우리나라는 ‘행정 = 공공’, ‘관 = 공’이라는 인식이 뿌리 깊다. 오랫동안 행정 의존적인 의식에 사로잡혀, 그 이상을 생각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그동안 행정이 주로 공공 서비스를 맡고, 기업이 사적 서비스를 담당하는 방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래서 원래 주권자인 시민을 공공 서비스의 소비자로 방치한 채 근대화가 진척되었다. 지금부터라도 시민들이 지역사회와의 협동을 통해 어소시에이션 역능을 몸으로 익혀 지역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시민교육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1) 인간의 존엄과 공생

 

인권은 헌법에서도 시민은 인간으로서 평등하고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권리로 보장받고 있다. 최근에는 시민 한사람 한사람 스스로 능력을 높이고, 그 가능성을 꽃피워,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이 평화와 안전보장을 위하여 불가결하고, 모든 사람들의 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개인의 다양한 정체성과 집단으로서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할 것, 기초교육을 완전 보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간의 안전보장’이라는 개념이 생겨났다.  

 

이처럼 오늘날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인권 존엄을 기초로 함께하는 자세가 요망되고 있다. 또한 급격한 사회변동 하에서 외국인 국적 보유자와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안고 있는 문제, 노인과 어린이들의 문제, 남녀 평등에 관한 문제에다 에이즈 보균자, 한센병 환자 등에 대한 편견과 차별 의식에 의한 인권문제, 개인정보 보호를 둘러싼 문제 등 새로운 과제가 생기고 있어, 한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고 차별없는 공생사회를 실현하는 것이 한층 중요하게 되었다.

 

나아가 사회와 경제의 글로벌화에 따라 최근 국내 체류, 거주하는 외국인이 증가하고 있으며, 모든 사람들의 문화의 차이와 다양한 정체성을 인정하는 가운데, 같은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공생을 지향하고, 교류를 넓히며, 상호이해를 심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처럼 인권교육과 시민교육과의 관계는 밀접하며, 시민교육의 활성화가 인권교육의 추진에 도움이 되며, 인권교육이 시민교육에 도움된다는 관점이 필요하다. 또 어린이 학대나 방치, 왕따 등 청소년을 둘러싼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청소년 시설, 아동센터 등의 청소년 기본 인권교육의 내용을 심화하고, 충실히 하는 과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과제를 포함하여 탈학교 청소년, 은둔형 외톨이 문제 등에도 차세대 청소년의 자립과 사회참여를 위한 교육을 충실히 할 필요가 있다.

 

(2) 시민의 역능’을 기르는 시민교육 추진

 

앞으로 시민들의 주체적인 학습과 활동을 지원하여,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각하고 제안할 수 있는 능력,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능력, 자기실현을 위한 힘인 ‘시민의 역능’을 시민들이 몸으로 익히는 시티즌십 교육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지식과 기술 등의 학습’, ‘사회 참여(지역활동과 NPO활동 참여), ’문제 해결을 위한 제안과 실행‘이 하나의 연속적인 흐름으로 이어져, 시민들의 학습과 실행으로 연결되고, 순환되어가는 학습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시민의 역능‘을 기르는 시민교육의 추진은 ’협동교육 커뮤니티‘ 구축과 평생교육을 통한 ’마을만들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시민 주체의 학습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학습과 활동을 결부시키고, 시민 한사람 한사람이 일상에서 직면하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 스스로 결정하고, 함께 해결해나가는 ‘시민의 역능’을 몸으로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또 다양한 분야에서 시민참여(의사결정 과정에 관계)를 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시민의 주체적인 학습을 뒷받침하여, 사회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에 대처하는 학습 기회를 창출하고, ‘네트워크형 시민강좌’ 등을 개최하여, 지역활동과 NPO활동 등에 참가하는 방식으로 폭넓은 참여 기회를 제공할 시스템을 구축하고, 학습에서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한다.

 

시민단체에서는 스스로 가진 경험과 능력을 살려, 코디네이터와 강사로서 활약하도록 시민 대상 인재 양성과 연수 사업을 추진한다. 이러한 시민이 시민의 ‘학습’을 뒷받침하고 격려할 수 있는 구조를 앞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 급격한 사회변화 가운데서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 대한 대응을 위시해, 남녀 평등사회 실현, 이주민 노동자문제 등을 둘러싼 인권문제의 해결 등 시민들이 인지하고 구체적인 행동을 필요로 하는 과제는 계속해서 발생할 것이다. 유아기 때부터 어른이 되기까지 각자의 인생의 단계에서 다양한 교육활동을 통하여 인권 존중의 의식을 높이는 도전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사회는 학교 졸업 뒤에도, 자기실현과 다양한 문제 해결을 위해 인근의 평생학습 시설과 전문교육기관 등에서 각종 교육을 충실히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초적인 내용에서부터 지역의제와 약간 전문적인 학습 내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필요에 부응할 수 있도록 새로운 학습 프로그램 개발과 시민참여형 방식이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

 

(3) ‘학습’이 기본으로 순환되는 커뮤니티 구축

 

최근 학교가 위치한 학구를 중심으로 지역 공간이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단위로, 커뮤니티 구축의 기초 단위로 주목받고 있다. 어린이들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사회참여를 위한 첫걸음인 지역에서 지역사회의 다양한 자원활동과 직업 체험, 환경, 역사,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체험 등 실제로 참여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교육커뮤니티’ 구축이 빠질 수 없는 것이다.

 

또 아이들의 성장을 유아기 때부터 초등학교, 중등학교 등으로 연속해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학교가 위치한 학구에서의 활동을 기반으로 중등학교 등과도 연대하고 교류하는 것이 중요하다. 향후 지역으로 열린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심화시켜, 학교 교육의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으며, 탈학교 청소년, 은둔형 외톨이, 문제행동 등 오늘날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학교 특히 초등학교는 어린이들만이 아니라, 누구라도 쉽게 갈 수 있는 장소에 있는 지역사회의 공유재산이기도 하다. 학교 시설 등을 지역사회에 개방하여 보다 많은 시민들이 기분 좋게 참여할 수 있게 한다면, 시민교육의 활성화는 물론이고, 지역사회의 활기와 사람들의 관계 맺기에 보탬이 되며, 나아가 커뮤니티 구축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나아가 지역사회에서 활약하는 사람들과의 연대를 추구하는 조직으로서 ‘협동교육 커뮤니티’ 구축을 위한 협의회를 설치하고, 청소년, 교육, 스포츠, 환경디자인, 복지, 인권, 문화 등 이제까지 행정의 각 부서에서 초등학교 학구에서 실시해왔던 시책을 일원화․체계화하면, 지역사회에서의 주체적인 활동이 촉진되며, 청소년 교육과 지역사회의 재생에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어린이 안전문제도 지역사회에서 사람들의 결합을 통해서 주민 순찰과 감시활동 등 적극적인 방안을 마련할 수 있으리라 본다.

 

(4) 지역자원의 재발견과 매력의 발신을 뒷받침하는 ‘학습’의 네트워크 만들기

 

지역사회에는 도심 곳곳에 풍부한 역사와 문화가 존재한다. 시민들이 일상에서 쉽게 지나쳐버리는 풍경 속 역사적으로 축적된 문화자원, 사람들의 생활문화에 착목할 필요가 있다. 역사적 유산과 건축물만이 아니라, ‘마을’과 도시를 애워싼 자연이 만들어낸 풍경도 역사․문화자원으로 볼 수 있다. ‘시민의 역능’도 중요한 자원이며, 옛날부터 상호부조와 자치 정신을 지탱해온 재래상가나 마을공장이 지금도 지역사회에 남아 있는 경우도 있다. 또 외국인들이 거주해온 지역도 남아 있으면, 다문화가 공생하는 매력이 있다.

 

 

 

 

 

 

그림 7 지역재생을 위한 시민학습네트워크 만들기

 

학습프로그램, 정보 제공․상담, 인재 양성 기능의 충실

인권과제와 평생학습

청소년의 ‘살아가는 힘’ 육성

NPO, 고등교육기관, 기업과의 연계

다양한 학습 기회의 제공

‘시민의 역능’을 기르는 시민학습사회 만들기

 

지역사회에서 실시하는 다양한 사업․활동의 연계․협동

학교를 거점으로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활동하는 장의 충실

문화․스포츠 진흥을 통한 사회적자본의 축적

‘교육 커뮤니티’ 만들기를 위한 시스템 편성

‘학습’을 기본을 하는 커뮤니티 만들기

 

 

역사․문화자원, 자연환경․생활문화의 재발견과 발신

도시의 역사․문화자원, 자연환경 등을 활용 시스템 구축

‘학습’의 네트워크 만들기

도시의 역사․문화․자연환경을 활용하는 ‘학습’ 네트워크 만들기

 

     

 

시민 한사람 한사람이 지역사회 만들기에 주인공이 되어 적극적으로 관계하면서, 지역사회의 역사와 문화를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자원’으로 재인식하고, 그 다양한 매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발신해나가는 것은 새로운 문화 창조로 귀결될 것이다. 시민들이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힘을 갖고, 지역자원의 재발견과 그 매력의 활용과 발신이라는 ‘학습’과 활동의 순환을 연결하고 이어가는 것이 시민교육의 중요한 역할이고, 역사, 문화, 자연환경을 축으로 점차 활기있는 도시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그림 8 사회적 자본과 사회적 기대효과

<관계맺기․교류>

이웃간의 관계맺기

아이를 통한 관계맺기

자치모임, 노인회 등

사회적인 교류

<신뢰>

지역주민간 상호 신뢰

상호부조 촉진

<사회참여>

사회적 활동 참여

(어린이집, 육아조합, 학부모모임 등)

지역사회의 학습활동 진흥 및 활성화

(‘교육커뮤니티’ 구축)

‘시민의 역능’ 향상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 능력 향상

사회적 자본

사회적 자본의 증진

     

 

 

 

 

 

 

 

 

 

 

 


1) 이 글에서는 ‘지역재생’이라는 용어를 폭넓게 사용하고자 한다. 도시재생, 마을만들기, 지역 활성화와 같은 용어들을 엄밀히 구분하지 않고, 물리적, 환경적, 경제적, 문화적인 측면과 아울러 동시에 총체적인 지역사회의 변혁을 함축하는 의미로 사용하고자 한다.      

2) 로버트 D. 퍼트넘 『나홀로 볼링』, 페이퍼로드, 2009년

3) 사토 요시유키(佐藤慶幸)는 일본의 저명한 사회학자로 와세다대학 교수이며, 생활협동조합총합연구소의 평의원으로 오랫동안 활동했다. 주요 저서로는 『결사의 사회학』,『베버로부터 하버마스로』, 『생활세계와 대화의 이론』, 『관료제의 사회학』, 『여성과 협동조합의 사회학』, 『NPO와 시민사회』 등이 있다.

4) 佐藤慶幸, 『アソシエ-ティブㆍデモクラシ- : 自立と連帶の統合へ』 75쪽

5) 위 그림과 설명은 丸山眞男의 「개인의 네가지 유형」에서 참조.『日本おける近代化の問題』, 岩波書店, 19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