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중반, 가족과 함께 일단 고향인 원주 시내로 이사를 했다.
그리고 집을 짓고 농사지을 땅을 알아보다가 2000년에 흥업면 매지리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건강하고 생태적인 주거 공간을 고민하면서 집 짓기 공부를 혼자 시작한 고제순 씨는
이사 준비를 하면서 가족과 함께 전국을 돌며 건축 기행을 했다.
낙안읍성, 민속촌, 하회마을, 사찰 등 흙・나무・돌 같은 자연 소재로 지은 한국의 전통 가옥들을 찾아다녔다.
가족들과 함께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은가’를 토의하면서 설계도도 그렸다.
다락방을 꼭 만들어주면 좋겠다는 아이들의 소망도 설계도에 반영했다.
1997년에 일단 땅을 사고, 돈이 조금 생기면 비닐하우스를 지었고, 또 돈이 생기면 공구나 흙벽돌 찍는 기계 같은 것을 구입했다.
집을 지을 때 필요한 흙벽돌을 직접 만들고 비닐하우스에서 말렸으며, 나무도 미리 사서 말렸다.
그렇게 집을 짓기 위한 준비를 하는 데 걸린 기간만 3년.
그리고 드디어 2000년, 고제순 씨는 손수 집을 짓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자연의 모든 생명체가 손수 자기 집을 짓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만 건축업자에게 모든 걸 맡기죠.
미물도 손수 짓는데 나라고 못할 게 뭐냐,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손수 집을 지으면 여러 가지 좋은 점이 많습니다.
일단 건축비가 적게 들고요, 무엇보다 집 짓기는 육체와 정신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일입니다.
현대인은 몸은 여기 있는데 마음은 다른 곳에 가 있는 경우가 많아요.
과거에 서성거리거나 미래를 기웃거리거나 온갖 염려와 걱정에 사로잡혀 살죠.”
그는 벽돌을 한 장 한 장 쌓으면서 몸과 마음이 ‘지금 이 순간, 현재를 살고 있다’는 즐거운 경험을 했다.
그리고 이런 경험은 수행 과정과 흡사하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