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2. 22. 00:36ㆍ이런저런 이야기/책 속에 길이 있다
◇ 숲에서 우주를 보다=데이비드 조지 해스컬 지음/노승영 옮김/에이도스
'생물학자처럼 생각하고, 시인처럼 쓴다.' 이 책을 가장 잘 설명하는 문장이다. 1년이라는 기간 동안 1제곱미터의 숲을 관찰하고 사유한 이 책은 모든 것이 얽혀 있고, 순환하는 자연과 생명의 공동체를 생물학자의 시선으로 풀어내고 있다. 땅속 방선균에서부터 저 멀리 우주의 진화까지 어느 것 하나 서로 얽히지 않은 것 없다는 지은이의 관찰은 자연과 숲에 대한 겸허한 마음 자세로 이어진다.물론 인간의 가장 위대한 지적 탐구인 과학과 과학자적 태도는 시종 유지한다.
책 속 문장과 글은 더 이상 버리고 뺄 것이 없다. 그야말로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이 과학자답게 생물학적 탐구의 내용은 매끄럽고 명료하고 투명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문학성과 상상의 나래까지 꺾어버리는 것은 아니다.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들고, 자연과 과학과 인간에 대해서 상상하게 만드는 강렬한 힘이 글에 녹아 있다. 지은이의 생물학적 식견과 자연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정확하고도 아름다운 글로 번역해낸 번역가 노승영의 글 솜씨가 빛을 발하는 책이다.
◇ 흙의 학교=기무라 아키노리 지음/염혜은 옮김/목수책방
상자 밖으로 나온 사람. 저는 기적의 사과를 만든 기무라 아키노리 선생을 이렇게 말하고 싶다. 백이면 백, 누구나 불가능하다고,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던 농약과 비료를 쓰지 않는 자연재배 농법을 기나긴 실패와 좌절의 시간을 견뎌내고 성공한 장본인. 이 책은 바로 이 농부의 흙 이야기다.
온갖 병충해로 소출이 없는 몇 년을 보내면서 절망의 끝에 이르렀다가 달밤 산에 올라 맡은 흙냄새와 함께 삶의 일대 전환을 맞았다는 이야기도 감동적이지만, 근대적 농법이 만들어낸 차가운 흙을 온갖 미생물이 넘치는 따뜻하고 냄새나는 흙으로 만들어냈다는 이야기에서 땅과 생물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흙에도 개성이 있고, 사과나무 각각에도 고유의 성격이 있으며, 벌레와 잡초도 나름의 얼굴이 있다는 이 농부 철학자(지은이는 자신은 농부이지 철학자는 아니라고 말합니다)는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농부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더 이상 흙을 밟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는 시대에 울림이 큰 책이다.
신혜선 부장 shinh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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