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의 對유엔 인권외교 동향과 시사점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의 권고를 토대로 한 유엔총회의 북한인권결의안 상정을 앞두고 국제사회의 북한인권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음. 국제사회의 북한인권 압력에 대해 북한은 기본적으로 강하게 반발하면서도 최근 인권을 주제로 유엔과 대화하겠다는 협조의사를 밝히고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방북을 요청하는 등 과거와 다른 적극적인 對유엔 인권외교 행보를 보이고 있음. 북한의 이러한 변화는 북한인권 상황의 ICC 회부 및 책임자 제재 등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기존의 소극적 대응의 한계를 인식하고 적극적 입장 개진 및 유엔과의 관계개선을 통한 상황 타개의 필요성에 따른 것으로 분석됨. 본고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의 보고서 발표 이후 북한의 對유엔 인권외교의 변화 동향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평가를 토대로 북한의 실질적 인권개선을 위한 대북인권정책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함. |
Ⅰ. 현황
지난 2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의 보고서 발표 이후 국제사회의 북한인권 압력이 가중되는 가운데 11월 유엔총회 차원의 북한인권결의안이 상정될 예정임
❍ 2013년 3월 유엔 인권이사회 결의로 구성된 북한인권조사위원회는 지난 2월 1년간의 활동내용을 밝히는 보고서를 발표함
- 북한인권조사위원회의 보고서[1]는 ‘북한에서 반(反)인도적 범죄(crimes against humanity)에 해당하는 인권침해가 광범위하게 자행되고 있다’면서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를 통한 책임자 제재 및 국제공동체의 보호책임(R2P: Responsibility to Protect) 원칙 적용 등을 권고함
- 북한인권조사위원회는 보고서에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이름을 거명하지는 않았으나, 보고서 발표에 앞서 김정은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김위원장 본인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게 될 수 있음을 밝힌 바 있음
❍ 북한인권조사위원회 보고서의 권고를 토대로 유엔총회는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할 예정이며, 지난 29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인권 상황을 ICC에 회부하는 내용을 담은 유엔총회의 북한인권결의안 초안을 공개함
- 2012년 3월 이후 유엔 인권이사회 및 총회에서는 북한인권 결의가 표결없이 컨센서스로 채택되고 있으며, 이는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심각한 우려를 방증하는 것임
[1] "Report of the commission of inquiry on human rights in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UN Doc. A/HRC/25/63 (7 February 2014) |
Ⅱ. 최근 북한의 대응: 선택적 협조를 통한 공세적 인권외교
북한은 기본적으로 북한인권결의안 채택 등 국제사회의 인권 압박에 반발하면서도 최근 유엔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은 자제하고 있음
❍ 그동안 북한은 유엔이 서방국가들의 이해를 반영하여 '선택성'과 '이중기준'으로 활동함으로써 '객관성'과 '공정성'이 상실되었다고 비판해 옴[2]
- 최근 북한은 국제사회의 인권문제 제기가 국가주권의 침해라는 입장을 견지하는 가운데 ‘미국이 유엔 인권이사회를 조종해 반공화국 인권소동을 확대하고 있다’[3]고 비판함
❍ 북한은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에 반대하면서도 인권을 주제로 유엔과 대화하고 협조할 의사가 있음을 피력함
- 지난 9월 북한 외무상으로는 15년만에 유엔총회에 참석한 리수용 외무상은 총회연설을 통해 유엔 업무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북한을 적대시하지 않는 나라들과 인권대화와 협력을 해나갈 용의가 있다’고 언급함
- 북한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과거와 달리 유엔을 비난하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은 점, 반기문 사무총장에게 김정은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한 점 등은 북한이 유엔 외교를 중시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됨
아울러 북한은 유엔의 인권규약을 선택적으로 이행하는 등 유엔에 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인권문제에서 공세적인 외교를 펼침
❍ 제2차 보편적 정례검토(UPR: Universal Periodic Review) 참여
- 모든 유엔 회원국이 4년마다 한번씩 정기적으로 인권의무에 관한 이행상황을 검토하는 보편적 정례검토에 대해[4] 북한은 유엔 회원국들이 동일하게 평가받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인식함
- 지난 5월 진행된 제2차 보편적정례검토[5]에서 북한은 제기된 268개 권고안 중 93개에 대해 거부의사를 밝혔으며, 반면에 어린이와 여성, 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인권보호를 위한 113개 권고안을 수용함
❍ 유엔 아동권리협약 선택의정서에 서명
- 유엔 인권이사회는 북한인권 상황에 대한 2차 보편적정례검토(UPR) 당시 아동권리협약 선택의정서를 비준할 것을 권고하였으며, 북한이 지난 9월 이를 수용한 것임
❍ 사실상 최초의 인권보고서인 ‘조선인권연구협회 보고서’를 발표하고 북한인권 관련 설명회 개최
- 북한은 인권에 관한 내용을 총망라한 ‘조선인권연구협회 보고서’를 통해 북한에는 인권문제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도 ‘국제인권협약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밝힘
- 또한 자국의 인권상황에 대한 결의안 초안을 작성하고 유엔 회원국 대표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개최하는 한편, 유엔본부에서 열린 북한인권토론회에 참석하여 북한인권에 대한 비판내용을 경청하며 답변하는 등 전 과정에 적극 참여하기도 함
❍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방북’을 요청하고 북한인권 현장실사 가능성 제기
- 북한은 최근 마르주키 다루스만 북한인권특별보고관과 회담을 갖고 북한방문을 요청하였으며, 이에 앞서 북한의 장일훈 차석대사는 유엔차원의 북한인권 현장실사 가능성을 제기함
- 지난 10년동안 유엔은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북한 방문 및 현장조사를 수차례 요청하였으나 북한의 거부로 무산된 바, 북한의 이러한 태도변화에 대해 다루스만 유엔 북한 인권특별보고관은 ‘북한이 국제사태에 적극 나서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평가함
[2] 『조선중앙통신』‘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 대변인 담화’, 2005년 4월 30일
[3] 『노동신문』2014년 10월 28일
[4] 보편적정례검토(UPR)는 인권침해 문제를 다루는데 있어 논란이 되었던 선별성, 이중기준, 정치화 논란을 불식시키고 국가별 정기보고서 심의절차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새롭게 도입된 것이며 북한은 2009년 12월 1차 보편적정례검토에 참여함
[5] 북한에 대한 2차 UPR 보고서는 북한이 장애인인권협약에 조인하고 영아 사망률을 줄인 것 등은 긍정적 진전이라고 평가한 반면 정치범수용소 폐쇄 및 정치범 석방, 표현의 자유 허용 등은 미해결된 주요사항이라고 지적함.『연합뉴스』2014년 5월 6일
Ⅲ. 평가 및 시사점
최근 북한이 對유엔 인권외교에서 적극적 행보를 보이는 것은 북한인권 상황의 ICC 회부 등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공세적 대응으로 전환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됨
❍ 과거에도 북한이 국제인권협약 가입과 관련 보고서 제출 등 유엔에 선택적으로 협조하는 태도를 보인 바 있으나, 기본적으로 유엔의 요구를 ‘거부 또는 무시’하는 전략 가운데 부분적으로 협력하는 ‘수세적 대응’의 측면이 강했음
- 그러나 최근 국제사회의 인권압력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북한은 기존의 수세적 대응의 한계를 인식하고 자신들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임
- 즉 북한은 그동안 유엔 등 인권레짐이 외교적 압력과 창피를 주는 것 이외에 ‘체제안보에 직접적인 제재를 가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소극적으로 대응해왔으나, 최근 최고지도자의 책임과 처벌 등이 공론화되는 국면에서 상황 타개를 위한 공세적 대응이 필요해진 것임
- 북한은 현재 논의중인 유엔총회의 북한인권결의안에서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 문안을 삭제하기 위해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방북을 요청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음
❍ 아울러 북한이 대외정책에서 추진 중인 ‘외교 다변화’에 인권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바, 국제사회의 비판과 고립을 희석시키기 위해 유엔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음
- 북한의 적극적 인권외교는 국제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한 목적을 지니며, 북핵문제를 둘러싸고 미국, 한국 등과의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임
최근 김정은체제가 보이고 있는 對유엔 인권외교의 변화를 국제사회가 인권 의제로 북한과 실질적인 협조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로 활용해야 함
❍ 물론 유엔에 대한 북한의 협조적 태도가 단순히 ‘전술적 목적’에 기인한 것으로 평가되기도 하며 이러한 태도 변화와 국제인권규범의 국내적 이행은 별개의 문제일 수 있음
- 그러나 자체 인권보고서 발간,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북한방문 요청 등 과거와 다른 북한의 태도 변화가 갖는 함의를 과소평가하는 대신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함
❍ 리세와 시킹크(Risse and Sikkink) 등은 인권탄압 국가가 외부 압력을 모면하기 위해 단지 전술적으로 취한 양보 행위의 반복과정을 통해 해당국가의 ‘인권규범의 내재화(internalization)’가 진행되는 효과가 발휘될 수 있다고 주장함[6]
- 비록 현 단계에서는 분명한 효과가 드러나지 않지만 유엔의 인권압력에 대해 북한의 적극적 대응태도는 북한인권 상황에 변화의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임
한편, 유엔총회의 북한인권결의안이 공론화를 넘어 ICC 회부를 통한 책임자 처벌 등 실질적인 조치를 이행하는 문제는 실현가능성이 크지 않음
❍ 북한은 ICC 설립근거인 ‘로마협약’의 당사국이 아니므로 ICC 회부는 ‘유엔 안보리 차원의 결의’ 를 요하는 사항인 바, 상임이사국으로서 거부권을 가진 중국이 이에 대해 부정적이기 때문임
- 중국은 지난 23일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 “인권문제를 ICC에 회부하는 것은 한 국가의 인권상황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음
[6] Risse S. Ropp and K. Sikkink, The Power of Human Rights: International Norms and Democratic Change, United
Kingdom: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99 참조
Ⅳ. 대응방안
❍ 유엔 등 국제사회 차원의 북한인권 개선 노력에 적극 협조
- 최근 북한이 보이는 유엔에 대한 협조적 태도에 주목하여 이를 지속적으로 추동해나가는 방안
- 북한이 가입한 국제인권협약의 이행 등 유엔 인권특별절차와의 협력을 촉구하고, 국제노동기구(ILO) 가입, 고문방지협약 등 미가입 인권규약의 가입을 촉구
- 보편적정례검토 등에서 북한이 수용 의사를 표명한 사항들의 국내적 이행을 요구하고, 국제인권규약을 반영한 법률 개정을 위한 ‘기술협력(technical cooperation)’ 등 지원
❍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고 다양한 영역에서 남북간 대화채널을 유지하는 가운데 인권문제 접근
- 윤병세 외교부장관이 유엔총회에서 북한과의 인권대화를 제의하였으나, 남북간 상호 신뢰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양자관계에서 인권을 주 의제로 한 인권대화는 실현가능성이 높지 않음
- ‘헬싱키 프로세스(Helsinki Process)’가 주는 시사점은 인적 접촉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상호 신뢰를 조성한 후에 인권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임
❍ 북한이 호응하는 분야를 우선으로 한 ‘주제별 접근’
- 국제사회의 인권개선 요구에 북한이 비교적 긍정적으로 호응하고 있는 아동, 여성 및 보건 분야를 중심으로 인권 개선을 유도하고, 유엔의 주제별 특별보고관의 역할을 적극 활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