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9. 6. 00:49ㆍ이런저런 이야기/책 속에 길이 있다
덴마크를 폐허서 다시 일으킨 ‘삶의 교육’
덴마크의 재도약은 제국주의적 확장이 아니라 독자적인 농민혁명에 의해 이뤄졌다. 개혁 성향 농민들은 영리보다는 인격적 결합에 기초한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지역 공동체를 만들었다. 그 결과 덴마크는 복지와 인권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그 배후에는 덴마크만의 독특한 국민교육운동 ‘폴케호이스콜레’가 자리잡고 있다.
폴케호이스콜레는 19세기 덴마크 사상가 그룬트비(1783~1872)의 교육 철학에 따라 기존 공립학교 및 대학의 대안적 교육기관으로 1865년에 최초로 설립된 학교다. 이후 덴마크 전역에 100여개가 생겼다.
‘폴케호이스콜레’는 번역하기에 까다로운 말이다. 굳이 직역하면 ‘국민학교’쯤으로 번역할 수 있지만, 그 속뜻은 동아시아 문명권에서 ‘국민’이라는 말이 갖는 어감과는 판이하다.
폴케호이스콜레는 ‘삶을 위한 교육’을 지향하는 그룬트비의 사상을 좇아 학생들의 자발성과 구성원들 간의 수평적 관계를 중요시한다. 입학하는 학생들의 연령으로 보면 대학 교육 과정에 해당하지만 일반 대학과는 달리 학문 연구나 전문 기술 습득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학생들은 스스로 배우고 싶은 분야를 찾아서 자유롭게 공부한다.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한 울타리 안에서 공동체 기숙 생활을 하는 폴케호이스콜레는 정부의 지원은 받지만 간섭은 받지 않는다. 시험과 학점이 없고 졸업생들에게 자격증을 수여하지도 않는다. 폴케호이스콜레는 “지식이나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자각, 삶의 의미”를 가르치는 학교다.
저자는 공생과 평등의 정신을 강조하는 폴케호이스콜레가 주도한 대안문화가 덴마크 사회에서 하나의 전통으로 자리잡으면서 덴마크 사회의 개혁이 가능했다고 평가한다.
책은 일본에서 지역 공동체를 만드는 활동을 하고 있는 저자가 1990년대에 덴마크를 방문한 경험을 토대로 쓴 것이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덴마크에도 글로벌리즘이나 신자유주의의 바람이 불어닥쳐 폴케호이스콜레의 정신은 크게 쇠퇴했다.
저자는 그러나 “덴마크 사회가 큰 사회문제에 직면하게 되면, 민중이 모여 의논하는 장인 폴케호이스콜레는 다시 사회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장소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삶을 위한 학교 줄거리>
맹목적 경제성장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에 육박한다고 하는 한국. 오늘날 우리는 행복한가. 우리의 내면이 불안하고 공허하다면, 그래서 대안적 미래를 꿈꾼다면 폴케호이스콜레와 덴마크의 실천의 역사를 지금 새롭게 배워야 한다. 한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곳이 학교이기 때문이다.
교사와 학생 그리고 주민이 자아를 성숙시키고 서로 배우는, 교육과 삶의 장(場)인 ‘폴케호이스콜레’. 덴마크에서 태어난 이 자유학교(free school)의 실제 내용과 역사, 하나의 사회운동으로서 이 학교가 덴마크사회에 끼친 영향을 살펴봄으로써 문화적·생태적·경제적 위기 ― 지금 인류가 직면한 총체적 곤경을 타개할 가능성을 엿본다.
<삶을 위한 학교 목차>
한국어판에 부쳐 4
초판 서문 | 오베 코스고르 6
책머리에 8
제1부 삶을 위한 학교 ―덴마크 ‘폴케호이스콜레’와 그룬트비
제1장 트빈스쿨―풍차발전과 ‘여행하는 폴케호이스콜레’ 15
제2장 폴케호이스콜레의 생활 29
제3장 폴케호이스콜레의 조직과 내용 37
제4장 폴케오프뤼스닝―덴마크의 교육과 사회 57
[보론1] 폴케센터 | 하시즈메 겐로 72
제5장 그룬트비의 생애와 사상 78
제6장 폴케호이스콜레와 크리스텐 콜 106
제7장 폴케호이스콜레운동의 확산―덴마크 농민혁명 117
[보론2] 세계 최초로 풍차발전을 실용화한 인물, 포울 라 코우르 | 하시즈메 겐로 133
제8장 폴케호이스콜레와 세계 140
[보론3] 미트라니케탄―인도의 폴케호이스콜레 156
제9장 폴케호이스콜레와 일본 160
종 장 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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