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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게릴라. 사진 순천시 제공 |
시내 자투리땅에 꽃가꾸는 시민들
순천 전역에 ‘한평정원’ 70곳 목표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작전을 수행하고 있어요.”
2013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가 열리는 전남 순천시 시민 엄숙희(48·조례동)씨는 지난 2월 도시를 꽃으로 수놓는 임무를 지닌 ‘그린 게릴라’로 변신했다. 지난해 순천시민대학을 다니며 그린 게릴라의 공동체정신을 듣고 기꺼이 동참하기로 했다. 그린 게릴라는 꽃피는 순천을 만들려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엄씨는 40여일 동안 조례·연향·매곡동 등에 팬지·금잔화·마거리트·피튜니아 등 화사한 봄꽃들을 심었다. “이 도시에 살아서 정말 행복해요. 꽃으로 뒤덮인 순천을 상상만 해도 가슴이 콩닥거려요. 신나고 멋지지 않나요?” 엄씨는 이 봄꽃들이 피었다 지면, 봉숭아·분꽃·맨드라미 같은 여름꽃을 심으려 다시 호미를 쥘 참이다.
그린 게릴라는 박람회 개막 40일 전에 동천수변공원에서 36개팀 172명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회원들은 시민대학과 주민강좌를 통해 원예기술을 익힌 뒤 ‘한평(3.3㎡) 공원’ 만들기와 정원문화 알리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주마다 이틀은 4~8명씩 팀을 짜 쓰레기가 나뒹굴던 자투리 공간들에 정성껏 꽃을 심었다. 정원을 만들기 어려운 비좁은 공간엔 쓸모없는 가구·변기·그릇 따위를 재활용한 꽃상자를 놓았다. 1973년 미국 뉴욕시의 슬럼가에 정원과 벽화를 조성하면서 태동한 그린 게릴라는 ‘당신의 도시, 땅을 파세요’(It’s Your City, Dig It)라는 행동수칙을 갖고 있다.
순천 문화의거리에서 활동하는 김정진(62·행동)씨는 마을의 변화에 자부심을 내보였다. “곳곳에서 꽃들이 앞다퉈 피니까 이 집 저 집이 관심을 보여요. 누가 시키지 않아도 꽃상자에 물을 뿌리고 풀도 뽑아줘요. 전에는 없던 풍경이죠. 꽃들이 사람을 변화시킨 겁니다.” 이 마을에선 예술가집단과 고미술업자 등 24명이 가게와 식당 안팎을 멋스럽게 단장해왔다. 최근엔 시민다리 위에 폐함지박 30여개로 꽃상자를 만들었다.
그린 게릴라는 박람회 개막까지 한평 정원 53곳을 꾸미고 폐막까지 7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회원은 24개동 60개팀 400여명으로 늘어나, 올해 참여가 연인원 3만20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박람회 뒤에도 시내 전역을 한평 정원으로 빼곡하게 채우고 이곳에서 얻은 꽃씨들을 나누는 녹색 공동체 운동을 어어갈 계획이다.
옛 도심에 사는 유양현(61·중앙동)씨는 “팬지와 튤립이 피는 정원에 쓰레기를 버릴 사람은 없다. 이웃끼리 뜻만 맞으면 돈이 없어도 시간을 내서 아름다운 마을을 만들 수 있다는 교훈을 배웠다”고 말했다.
순천시 시민소통과 손선미씨는 “짧은 기간 모집했는데도 무려 200여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놀랐다. 선정된 이들이 열정적으로 활동한 덕분에 도시가 몰라보게 환해졌다”고 말했다.
순천/안관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