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경제가 성장하면 우리는 정말로 행복해질까'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히말라야 산자락에 위치한 부탄은 인구가 70만 명 남짓하고, 1인당 국민소득은 2천 달러에 불과하다.
부탄은 국민의 행복이 화두가 될 때마다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나라이기도 하다. 나라별 행복지수 조사에서 늘 1위를 차지하고, 국민 100명 중 97명이 "지금 행복하다"고 대답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국민소득이 부탄의 10배인 한국은 어떤 모습인가. 생활고를 비관한 자살이 잇따르고, 골목마다 폐지 모으는 노인이 눈에 띈다. 또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사정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하소연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신간 '경제가 성장하면 우리는 정말 행복해질까'는 성장에 반비례한 행복을 설명하는 책이다. 책은 경제성장을 통해 삶이 나아지라는 믿음은 환상이라며, 경제가 성장할수록 빈곤층은 증가하고, 실업·폭력·범죄·가정해체 등의 문제는 악화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저자 데이비드 C. 코튼 박사는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와 하버드 국제개발연구소 소장을 역임하고 20년 가까이 저소득국가의 빈곤 퇴치 운동에 힘써왔다. 그는 자신이 직접 목격한 전 세계의 사례를 통해 이런 주장에 힘을 싣는다.
이 모든 현상의 뿌리에는 경제 세계화(economic globalization)가 자리잡고 있다. 정부는 경제성장으로 비롯된 사회와 환경의 해체에 대응할 능력을 잃었다. 결국 단기 이득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과 금융 기관에 권력이 넘어가고, 금권 정치와 자유시장 이데올로기가 전 세계를 지배하게 된다.
이런 구조 아래서는 빈곤층은 늘 패배할 수밖에 없고, 운 좋은 소수 엘리트만 주머니를 늘리게 된다.
책은 경제 성장률 측정 방식의 오류, 경제 성장이 불러오는 사회·경제적 재앙 등을 깊이 있게 살펴본다. 또 돈에 좌지우지되는 정치 세계와 세계은행, 세계무역기구 등 금융기관의 횡포도 다룬다.
저자는 기업을 정치로부터 분리하고 세계적인 협동 시스템 안에서 지역 공동체에 힘을 불어넣는 '지역화된 경제'(localized ecoonomies)를 창조해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또 시민들이 문화적·생물적 다양성을 장려하는 사회를 재창조하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간의 행복한 삶은 사람과 지구, 문화와 공동체의 유대를 오로지 현재의 시장 가치로만 판단하는 약탈적 금융 시스템이 요구하는 경제 성장 같은 것으로는 확보될 수 없다.(중략) 만일 우리가 돈보다 삶을 중시하는 사회를 원한다면 그에 따라 우리의 제도를 다시 창조해야만 한다."(201쪽)
김경숙 옮김. 사이. 448쪽. 1만8천9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