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포럼

2014. 1. 19. 02:04경제/다보스포럼 (세계경제포럼)

다보스포럼
기사입력 2014.01.15 17:31:19 | 최종수정 2014.01.15 17:3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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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문호 토마스 만이 쓴 `마(魔)의 산` 주인공 한스 카스트로프는 사촌을 문병하기 위해 스위스에 있는 한 요양원으로 떠난다. 그는 자신도 환자라는 사실을 알게 돼 7년간 폐쇄된 산속 마을에서 죽음과 마주하며 살게 되는데, 그곳이 바로 다보스다. 19세기 결핵환자 요양원이 밀집해 있던 이곳은 지금 1월 말이면 전 세계 파워엘리트들이 몰려드는 경제도시로 변모했다. 1971년 비영리재단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을 창설한 클라우스 슈밥이 1981년부터 매년 다보스에서 행사를 열면서부터다.

취리히에서 기차를 타고 가다가 빨간색 협궤열차를 갈아타고 2시간 이상 가야 하는 `험로`지만 세계 정ㆍ재계 거물들은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다. 작년 참가자는 2600명에 달했다. 다보스포럼이 유명해진 것은 1986년 전쟁 직전 상황까지 갔던 그리스와 터키 정상이 이곳에서 만나 화해하면서부터다. 1994년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평화협상 물꼬를 트기도 했다.

다보스포럼은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를 지지해 미국 자본주의 찬양 일색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매년 날카로운 화두를 던지며 영향력 있는 `살롱` 기능을 해왔다. 2012년에는 `자본주의가 고장났다`고 선언하며 통렬한 반성을 했고, 작년에는 경제가 최악 상황을 벗어났다는 안도감 속에 `불굴의 역동성`을 주제로 성장에 대한 긍정적 목소리를 냈다.

흥행에도 불구하고 높은 참가비나 바가지 상혼은 도마에 오르고 있다. 회원은 연회비 5만 스위스프랑과 참가비 2만5000스위스프랑 등 약 9000만원을 내야 한다. 호텔 숙박료는 평소에 비해 3~4배로 치솟고, 음식값도 비싸다. 슈밥 회장이 최근 다보스 주민들이 불친절하다고 비판하며 연차총회 장소 이전 가능성을 시사하기에 이르렀다. 장소를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나선 나라들이 줄을 섰으니 다보스가 긴장해야 할 것 같다. 그렇게 되면 다보스포럼이란 애칭도 사라지게 된다.


`세계의 재편`이란 주제로 22일부터 열리는 올해 행사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참가한다. 각국 정상과 만나고 글로벌 CEO들에게 한국IR도 실시한다. 다보스에서 돌아오는 박 대통령 머릿속에 더 큰 비전이 담기기를 기대한다.

[심윤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