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부채 100兆 시대나라 살림까지 흔든다

2013. 6. 1. 09:24시민, 그리고 마을/지방 시대, 지방 자치, 주민자치

 

입력 : 2013.06.01 03:09

[지방부채 100兆 시대나라 살림까지 흔든다] [2]

387곳 이대로면 4년후 100조

전국의 지방공기업 부채가 지난 2008년 이후 매년 평균 6조원씩 늘고 있는 것으로 31일 본지 취재 결과 확인됐다. 작년에는 4조5000억원가량이 늘었다. 이런 추세라면 2017년에는 지방공기업 부채가 100조원을 돌파, 지방정부 재정 파탄의 주범이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선일보가 전국 광역·기초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지방공기업 387개의 2012년 경영 실적을 전수(全數) 조사한 결과 이들의 총 부채는 72조3113억원이었다. 2008년 이후 25조원이 늘어난 것이다.

전국 387개 지방공기업은 2012년 1조4268억원의 당기순손실(적자)을 기록했다. 214곳(56.6%)은 영업이익이 마이너스였다. 절반 이상이 사업을 통해 돈 벌 능력을 상실한 셈이다. 지방공기업들은 경제성이 떨어지는 시(市)의 역점 사업에 동원되면서 만성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특별취재팀 명단

 

 

지방공기업 CEO 79%가 '낙하산'… 市 요구대로 사업 추진

  • 특별취재팀
  • 입력 : 2013.06.01 03:08 | 수정 : 2013.06.01 03:43

    [지방부채 100兆 시대나라 살림까지 흔든다] [2]

    [적자 키우는 지방공기업 CEO]
    단체장이 사실상 人事 전권… 선거에 도움 준 사람이나 말 잘 들을 사람이 뽑혀
    CEO 연임하는 경우 거의없어… 경영성과 높이려는 노력 안해

    부산광역시가 출자한 산하 지방공기업 6곳 중 5곳은 최고경영자(CEO)가 부산시 공무원 출신이다. 올 3월 지방공단 스포원(옛 경륜공단)의 신임 CEO에 시 국장 출신인 K씨가 임명됐다. 이에 앞서 부산교통공사와 도시공사, 시설공단, 환경공단도 부산시의 전직 본부장·국장들이 CEO 자리를 꿰찼다. 지난 10년간 부산 지방공기업의 CEO를 지냈거나 재임 중인 26명의 인사 중 23명(88%)이 부산시 공무원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市)의 지침에 충실할 수밖에 없는 퇴직 공무원들이 부산시 공기업 CEO 자리를 사실상 '싹쓸이'한 것이다.

    ◇지방공기업 CEO 79%가 지자체 낙하산

    퇴직 공무원들이 지자체 산하 공기업의 CEO로 줄줄이 내려오는 현상은 다른 시·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대구·인천·광주·대전은 각각 전체 4곳 중 3곳, 울산은 2곳 모두에서 공무원 출신이 CEO 자리에 앉았다. 서울에서도 전체 5곳 중 3곳의 CEO를 서울시 간부 출신이 맡고 있다.

    /그래픽=송윤혜 기자. 부채 5000억원 이상 지방공기업 수, 지방공기업 CEO의 출신 경력
    조선일보가 지자체 지분 출자 지방공기업 138개 중 CEO가 공석인 곳을 제외한 135곳의 CEO 주요 경력을 전수(全數)조사한 결과, 92명(68%)이 퇴직 공무원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의원과 정당 간부 등 정치인 출신(14명)까지 포함하면 '정·관계 낙하산' 성향이 짙은 인사의 비율이 79%에 이른다. 반면 민간 기업인 출신은 15명(11%)에 그쳤다.

    한 국책 연구소 관계자는 "지방공기업 CEO 10명 중 8명이 공무원, 정치인 등 '낙하산' 인사로 채워지는 이유는 단체장이 CEO 임명에 사실상 전권을 휘두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방공기업 CEO는 추천위원회가 복수로 추천한 후보 중 단체장이 임명토록 돼 있다. 추천위는 단체장이 지명하는 위원 2명, 공기업 이사회 지명 2명, 지방의회 지명 3명 등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공기업 이사회는 최대 주주인 지자체 장의 눈치를 보기 때문에 후보 추천에 단체장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전문 경영 능력을 갖춘 사람보다는 '단체장 선거에 도움을 준 사람'이나 '단체장의 말을 잘 들을 사람'들이 주로 지방공기업 CEO로 뽑히게 되는 것이다.

    
	부채 5000억원 이상 지방공기업 수, 지방공기업 CEO의 출신 경력
    ◇수익성 없는 지자체 사업 거절 못해

    문제는 단체장의 입김으로 내려앉은 낙하산 CEO가 수익성이 떨어지는 지자체 요구 사업을 거절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예스맨(yes man)' 역할에 그치기 십상이다. 또 지자체가 자본금을 50~100% 출자해 세운 지방공기업은 부실이 생길 경우 지자체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독립 경영을 하기 어렵다는 측면도 있다.

    지방공기업 전체 부채(72조원)의 60%는 도시개발공사의 빚이다. 원래는 지자체가 했어야 할 택지·산업단지 조성 등 개발 사업을 대신 떠맡은 탓이다. 공기업 CEO가 수익성 없는 사업을 사전에 걸러냈다면 생기지 않았을 빚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백흥기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퇴직 공무원들이 차례대로 한 번씩 하고 나가는 자리이니 경영 성과를 높이기 위한 노력도 잘 안 한다"고 했다. 최근 10년간 지자체 산하 지방공기업 CEO 중 연임한 비율은 5%가 안 된다. 그만큼 경영진의 전문성도 떨어진다는 얘기다.

     

    빚 1兆 넘는 지방公기업 9곳… 4년새 부채 20兆 늘어

  •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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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3.06.01 03:08

    [지방부채 100兆 시대나라 살림까지 흔든다] [2]

    -지방공기업 387곳 부채 규모
    SH공사 18조원으로 최대… 도시철도 운영 교통·철도公 7곳 부채 규모 6조원 넘어서

    전국 광역·기초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공기업들의 부채 규모와 적자 규모가 동시에 늘어나고 있다. 빚을 줄이기는커녕 앞으로 빚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경쟁력을 잃은 공기업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지방 재정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채 1조 클럽' 9곳으로 늘어

    조선일보가 전국 지자체들이 운영하는 지방공기업 387곳의 2012년 말 부채 규모를 조사한 결과 9개 기업의 부채가 1조원을 넘었다. 이 같은 '부채 1조 클럽'은 2008년 7곳에서 2곳이 늘어난 것이다. '1조 클럽'의 부채 총액도 27조9555억원(2008년)에서 47조5769억원(2012년)으로 20조원 가까이 늘었다.

    
	부채 규모 큰 지방공기업
    부채 5000억원 이상 지방공기업은 2008년 20곳에서 2012년 24곳으로 늘었다. 부채 1000억원 이상 공기업도 53곳에서 61곳으로 늘었다. 공기업 규모에 상관없이 부채 규모가 전반적으로 커지고 있는 것이다.

    1조원 안팎의 대규모 부채를 짊어진 공기업들은 주로 시·도의 아파트·산업단지 개발 사업을 하는 도시개발공사들이다. 이들은 2006년부터 산업단지와 임대주택 등 개발로 큰 빚을 진 뒤 원금에 이자가 더해지면서 부채가 급증하고 있다. SH공사는 부채가 18조원을 넘었고, 경기도시공사(8조4000여억원), 인천도시공사(7조9000여억원), 부산도시공사(2조4000여억원), 강원도개발공사(1조2000여억원) 순이었다.

    도시철도를 운영하는 전국 7곳의 교통·철도공사도 만성 적자로 인해 부채 규모가 6조원을 넘어섰다. 서울메트로·서울도시철도공사가 합계 4조원 넘는 부채를 갖고 있었다. 부산교통공사(8832억원)와 대구도시철도공사(4621억원) 등도 부채 규모가 계속 늘고 있다.

    시·도의 상수도·하수도 본부와 시설관리공단의 부채도 5조원을 넘었다.

    시·군·구의 기초자치단체들도 앞다퉈 공사 설립에 나서면서 지방 부채를 키우고 있다. 시·군 단위 개발·유통사업을 하는 공기업이 2008년 26개에서 2012년 35개로 늘었고, 이들의 부채 규모도 5년 전 1조원에서 작년 2조6000억원으로 늘었다.

    전체 절반이 적자 기업

    지방공기업들은 갈수록 경영 실적이 떨어지면서 스스로 빚을 갚을 능력을 상실하고 있다. 올해 공기업 387곳의 총 적자는 1조4000억원에 달했다. 영업 적자를 내는 공기업 수는 2007년 172곳에서 2012년 215곳으로 늘었고, 당기순이익 적자 기업도 5년 전 140곳에서 작년 184곳으로 늘었다.

    지방 재정 전문가들은 "일반 기업들과 경쟁했더라면 수년 전에 퇴출됐을 '좀비 공기업'이 적지 않다"며 "기관장에게 좀 더 엄격한 평가 기준을 적용하고 경쟁 체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방부채 100兆 시대, 나라 살림까지 흔든다] [2] 지자체 개발公社들 부채율 300%대… 분양률 1.5% 사업도

  •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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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3.06.01 03:08 | 수정 : 2013.06.01 03:37

    [묻지마식 대형 개발 사업]
    택지·공단 수요도 파악 않고 장밋빛 청사진으로 공사 착수
    세금으로 운영비 지원받으며 직원들에게 성과급 잔치까지

    
	16개 광역자치단체 도시개발공사의 총부채규모 그래프
    지방자치단체 산하의 도시공사 등 공기업들이 산업단지와 주택단지 등 대형 개발 사업으로 골병이 들고 있다. 막대한 빚을 내 사업을 추진했지만 이자도 못 갚아 만성 적자와 부채에 허덕이는 곳이 수두룩하다. 세종시를 제외한 16개 광역자치단체 산하 개발공사의 총부채 규모는 2007년 20조2044억원에서 작년 5년 만에 43조5254억원으로 배나 늘었다. 부채비율이 300%를 넘는 곳도 SH공사와 경기도시공사, 인천도시공사, 강원도개발공사, 전북개발공사 등 5곳이었다.

    ◇'묻지마' 개발 사업에 빚더미

    경기 화성시가 지난 2008년 설립한 화성도시공사는 전곡해양산업단지와 조암 공동주택사업 등이 잇따라 부진에 빠지면서 빚더미에 올랐다.

    2010년 경기도시공사와 공동으로 5370억원을 투자해 서신면 전곡리 일대 162만㎡에 조성 중인 전곡해양산업단지는 지금까지 세 차례 분양을 실시했지만 분양률이 9.9%에 그치고 있다. '서해안 시대 해양산업 중심 도시'라는 멋진 청사진을 내걸었지만 내년 10월 준공 때까지 추가 분양이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또 총 1500억원을 투자해 작년 말 완공한 635가구 규모의 조암 공동주택사업도 분양률이 50%에도 못 미친다.

    이로 인해 화성도시공사의 부채는 작년 말 2221억원으로 자본 대비 부채비율이 333%에 이르고 있다. 호황을 기대하고 대형 개발 사업을 시작했지만 사업성 과대평가와 부동산 경기 침체로 투자비 대부분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화성도시공사는 162만㎡ 규모 전곡해양산업단지〈사진〉의 분양률이 9.9%에 그치는 등 사업 부진으로 2200억원이 넘는 부채를 지고 있다
    화성도시공사는 162만㎡ 규모 전곡해양산업단지〈사진〉의 분양률이 9.9%에 그치는 등 사업 부진으로 2200억원이 넘는 부채를 지고 있다. /이덕훈 기자
    경기도시공사도 개발공사 실패로 빚에 시달리고 있다. 경기도시공사가 현재 진행 중인 개발 사업은 광교신도시 등 택지 분야 7개(3155만㎡), 고덕국제화단지 등 산업단지 7개(818만㎡), 남양주 진건지구 등 6개 주택지구 등 모두 25건에 달한다.

    그러나 이들 사업 중 미분양 물량이 2조7503억원에 이른다. 평균 분양률은 50%대에 불과하고 택지지구는 79%가 미분양이다. 택지·공단 수요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사업을 벌인 탓이다. 경기도시공사는 작년 말 기준으로 8조4356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다. 지난 2008년에 비해 60%가 늘어났다. 부채비율도 321%에 이른다.

    ◇대출 상환 몰려 알짜 자산 매각

    불어나는 적자를 견디지 못해 토지 등 알짜 자산을 매각하는 지방공기업들도 생겨나고 있다. 대구도시공사는 지난 2009년부터 총 1076가구 규모의 죽곡 청아람 푸르지오 아파트 단지를 분양했다. 그러나 84㎡의 소규모 평형만 분양이 되고, 117·118㎡의 중규모 평형은 분양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잇단 주택사업 실패로 공사 부채는 작년 말 5859억원으로 급증했다. 한국정책금융공사에서 빌린 2745억원의 만기가 도래하자 공사 측은 보유 토지를 매각해 1468억원을 급하게 막았지만 1277억원은 미해결 상태다.

    ◇파산 위기에 성과급 잔치

    인천도시공사는 택지·산업단지 개발뿐 아니라 호텔 건설과 교육사업 등 회사 설립 목적에서 벗어난 각종 사업에 투자했다가 잇따라 실패했다. 2011년 10월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분양한 1063가구 아파트는 계약률이 불과 1.5%(16가구)에 그쳤다. 이로 인해 작년 말 빚이 5년 전의 3.6배인 7조9271억원으로 급증, 파산 위기에 몰려 있다. 부채비율은 356%에 달한다. 인천시로부터 해마다 400억원씩의 운영자금을 지원받고 있다.

    공사 측은 2010년 27개 사업 중 6개를 포기하고, 회사가 지분 참여한 14개 특수목적회사(SPC) 중 7개를 정리키로 했다. 당시 경영진도 "과도하게 사업을 추진했다"고 했다.

    그러나 공사 측은 2008년과 2009년 직원들에게 1인당 평균 381만원, 334만원씩의 성과급을 준 데 이어 2010년에도 연봉 기준 월급여액의 100~200%씩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묻지마식' 사업 추진으로 돈을 날리고 주민 세금으로 운영자금까지 지원받으면서 직원들에겐 성과급 잔치를 벌인 것이다.

    정책자금 받아 이자 놀이… 돼지털 가공 사업까지 손 대

  •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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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3.06.01 03:08

    지방공기업들 방만한 경영
    전국에 컨벤션센터 포화인데 짓고 또 짓고… 결국 만성 적자

    지방공기업의 부실은 산업·주택단지 등 개발 사업뿐 아니라 비(非)건설 분야에서도 심각하다. 상당수 컨벤션센터가 만성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지자체 지원을 받고 있고, 저리의 정책자금을 받아 사실상 이자 수익만 따먹는 공기업도 많다.

    ◇정책자금으로 이자 놀이…부채비율 1만2000%도

    지방의 농업 유통회사인 의령군토요애유통, 고창황토배기유통, 완도전복, 합천유통 등은 금융업종이 아닌데도 이자 수익이 당기순이익만큼이나 큰 기형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회사 예금 자산(연리 3%)을 담보로 정부의 저리(1%) 정책자금을 대출받아 2%포인트가량의 이자 수익을 챙기고 있기 때문이다. 정책자금으로 사실상 이자 놀이를 하는 꼴이다.

    
	경남 창원시 대원동의 창원컨벤션센터는 2005년부터 작년까지 총 75억원의 적자가 났다. 지역의 컨벤션센터들은 대부분 지자체의 보조 없이는 이익을 내기 힘든 구조다
    경남 창원시 대원동의 창원컨벤션센터는 2005년부터 작년까지 총 75억원의 적자가 났다. 지역의 컨벤션센터들은 대부분 지자체의 보조 없이는 이익을 내기 힘든 구조다. /남강호 기자

    의령군토요애유통은 2010~2012년 이 같은 방식으로 매년 3억6000만~4억9600만원의 이자 수익을 거뒀다. 실제로는 만성 적자지만 이자 수익 덕에 매년 4600만~2억9500만원의 순이익을 냈다. 완도전복은 작년 당기순이익(2억6000만원)의 75%(1억9600만원)가 이자 수익이었다.

    일부 농업 유통회사들은 정부 지원 없이는 존립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다. 화순농특산물유통회사는 2011년 부채비율이 1만2013%에 달했다. 영업 부진에 대규모 적자가 나면서 3년 만에 자본을 거의 다 까먹었다.

    충남개발공사가 37억여원을 들여 민간과 공동 설립한 '아미팜'은 설립 3년도 안 돼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도축 부산물인 돼지털(豚毛)을 활용해 농작물 재배용 식물영양제를 생산했지만 농가의 외면을 받아 13억여원의 적자가 났다.

    ◇만성 적자인데 컨벤션센터 우후죽순

    지방의 컨벤션센터들은 만성적인 영업 적자 상태다. 경기 고양 킨텍스는 2011년 80억여원, 부산 벡스코는 28억여원, 광주 김대중 컨벤션센터는 27억여원, 대전마케팅공사는 72억여원, 제주국제컨벤션센터는 39억여원의 영업 손실이 났다. 2005년 개관한 창원의 세코는 작년까지 총 75억원의 적자가 났다. 이들 컨벤션센터 대부분은 지자체로부터 매년 수십억원씩의 보조금을 받지 않으면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거나 이익을 내기가 힘든 구조다.

    벡스코는 2009년 건물 등 자산 재평가를 하면서 510억원의 적자가 났다. 벡스코 측은 "감정평가에 따른 장부상 적자이지 실제 적자는 아니다"고 했지만 국회 예산정책처는 "컨벤션 사업의 수익 가치가 그만큼 없다는 의미"라고 했다. 제주국제컨벤션센터도 2007년 이후 매년 9억~20억원의 지자체 보조금을 받고 있지만 23억~48억원씩의 적자가 나고 있다.

    그런데도 지자체들은 단체장의 '업적 쌓기' 성격이 짙은 컨벤션센터 건설을 잇달아 추진하고 있다. 울산시는 1375억여원을 들여 연면적 3만3969㎡ 규모의 전시 컨벤션센터 건립 계획을 세운 상태이고, 경남 김해시도 컨벤션 시설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단체장들, 편법 활용… 치적은 쌓고 빚은 떠넘기고

  •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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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3.06.01 03:08

    공기업·民資 방식 '빚 숨기기'

    전국 244개 지자체의 '숨겨진 빚'(공기업 부채와 민자 사업 부담·99조원)이 공개된 직접 부채(27조원)의 3.5배가 넘는 것은 지방공기업에 대한 '떠넘기기식 사업'의 결과다.

    단체장들은 자신의 임기 중 치적을 내세우기 위해 도로·교량·박물관·문화원 등 SOC(사회 기반 시설) 사업을 추진한다. 하지만 이를 지자체가 직접 추진하면 예산 압박이 심해지고 부채도 늘어나 정치적 부담이 커진다. 이때 활용되는 편법이 지방공기업과 민자(民資)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지자체의 결정에 따라 주택·산업단지, 리조트·전시관 등 개발 사업을 떠안은 지방공기업은 금융기관에서 융자를 받아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 수익성이 불투명한 사업을 빚내서 하는 것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분양이 안 되면 손실은 해당 공기업이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구조다.

    민자 사업으로 추진하면 단체장은 돈 한푼 안 들이고 번듯한 SOC를 세운 뒤 "내 임기 중에 만든 것"이라며 생색까지 낼 수 있다. 이 비용은 지자체가 20년에 걸쳐 임대료·운영비 명목으로 갚아야 한다. 임기를 마친 단체장은 떠나면 그뿐이다.

    이 같은 지방공기업 부채와 민자 사업 부담은 '뒷문으로 진 빚(back-door financing)'이라고도 불린다. 앞에서 보면 멀쩡하지만 뒤로 빚이 쌓인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