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적 시민사회와 시민운동. 박형준. 의암. 2001 현재 우리과 3학년 강의 교재로 쓰는 책으로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이론인 성찰성의 사회학을 바탕으로 앤써니 기든스, 울리히 벡, 피에르 부르디외, 스콧 래쉬 등의 학자들의 이론과 박형준 교수님 자신의 이론을 가지고 시민운동과 시민사회론에 대한 다양한 논문들을 모아놓은 책. 학부생들에게는 다소 난해한 면이 있지만 성찰성의 사회학에 대한 다른 다양한 책과 여러 사회학 서적들을 찾아가면서 읽는다면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은 책이다. 무엇보다 시민사회론의 기초적인 부분부터 체계적으로 이론들을 살펴보고 있으며 한국사회에서의 실제상황들을 포괄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고 그에대한 대안을 제시해주고있다. 여기서는 '1부 1장 시민사회론의 이론적 역사적 지위' 부분을 요약, 정리해보겠다. 먼저 이 정리는 나의 자의적인 해석이며, 충분한 이해를 위해서는 각 학자들에 대한 부가적인 공부가 더 필요하다는 것을 주의하기 바란다. 우선 시민 사회론을 전통적 개념과 근대적 개념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전통적 개념을 살펴보자. 최초의 시민사회론은 고대 그리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시민사회라는 개념은 가지고 있었으나 국가와 시민사회를 동일시 했다. 이는 고대 그리스의 사회상을 반영한 것인데, 그리스의 도시 국가 폴리스, 특히 아테네에서는 직접 민주정치가 행해졌는데, 도시국가라는 작은 단위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또한 시민의 범주에 노예나 여성, 외국인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직접 정치에 참가하는 계층이 바로 시민이었다. 따라서 정치를 담당하는 국가와 시민사회는 같은 개념이었다. 이후 로마시대와 중세시대에도 시민사회라는 개념은 존재했으나 역시 국가와 시민사회를 동일시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으므로 논의에서 생략한다. 다만 칸트의 견해를 간략하게 살펴보자 칸트는 시민을 보편윤리에 입각하여 스스로 결정을 내릴수 있는 자율적 행위의 주체로 인식했다. 다만 보편윤리에 어긋나는 부분에 있어서 정당성을 갖는 법치국가가 규제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는 정치사회에서 시민사회가 다소나마 자율성을 가질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으며 국가와 시민사회의 분리가 미약하게 진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근대적 개념으로 넘어와서 18세기 계몽 사상가들은 조금 다른 시각에서 시민사회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조금씩 국가와 시민사회를 분리해서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다. 많은 학자들의 다양한 이론들이 있지만 여기서는 홉스와 로크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자. 근대의 역사는 다르게 해석하면 시민사회에서 국가가 분리되어온 역사라고 볼수 있다. 로크와 홉스의 이론은 이를 설명하고 있다. 로크의 이론은 자유주의 국가론의 효시로서, 국가를 '필요악'으로 보고 있다. 말하자면 인간의 본성에 근거한 자연사회에서 인위적으로 창조된 시민사회가 형성되고, 이러한 시민사회의 혼란을 규제하기 위해서 국가가 존재한다고 보는 것인데 이때 로크는 시장의 자율성을 중요시했으며 국가의 역할은 최소화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홉스의 이론은 로크와는 상반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홉스는 시민사회를 '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이라고 보았으며, 따라서 이러한 투쟁의 와중에 생기는 혼란을 극복하기 위한 국가의 권력을 중요시 했다. 쉽게 말하면 국가의 강력한 힘으로 시민사회의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근대의 이론들은 시민사회와 국가를 분리하기 시작하였지만 아직까지 전통적 시민사회론의 국가와 시민사회의 동일시를 벗어나지 못했다. 홉스에게 '안보국가'와 시민사회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것으로 시민사회는 국가의 규범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로크의 시민사회 역시 정치세계의 중심적인 근본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렇다면 왜 이들은 전통적인 시민사회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는가. 그 답은 시민사회 개념의 역사적 제약성에서 찾을 수 있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시민이라는 개념은 사회구성원 전체를 포함하는 것이 아니었다. 지배적 위치를 갖는 부르주아적 시민만을 전통적 특권층과 함께 시민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식했다. 이렇게 협소하게 정의된 시민사회는 기능적으로 매우 쉽게 정치사회와 융합될수 있었다. 이에 비해 헤겔의 개념은 정치적 영역과 분리된 사회영역을 제시했다. 헤겔에게 시민사회는 국가와 구별되지만 욕망과 노동을 바탕으로 성립되고 국가의 기능적 작용 속에 줄기차게 스스로를 재생산하는 사적 개인들간의 관계조직이다. 이때 두가지 중요한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데 하나는 욕망의 체계가 시민사회를 지배하려는 경향이다. 또 다른 하나는 이 욕망의 체계를 규제하고 조직하여 거기에 규범과 질서를 부여하는 계기들의 작용이다. 시민사회내에는 규범적 질서와 공론을 형성하는 공공영역이 존재하는데, 헤겔은 이 공공영역의 욕망의 체계에 대한 제어력에 주목했다. 따라서 직업단체와 경찰행정 등의 계기들의 작용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계기들의 작용만으로는 욕망의 체계를 제어하기에 충분치 못했다. 오히려 그것에 의해 장악될 위험을 내포하고 있었다. 헤겔의 가장 주요한 이론은 바로 절대정신이다. 헤겔은 절대정신의 반영을 국가로만 국한시켰다. 따라서 절대적으로 이성적인 국가만이 모든 시민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것은 오로지 보편성만을 지향하는 근대국가가 시민사회를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루소의 자코뱅주의가 갖는 위험, 공포정치의 가능성을 우회하여 다원적인 매개조직과 체계를 바탕으로 한 윤리적 공동체를 지향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헤겔의 개념에는 민주주의론이 결여되어있다. 민주주의 대신 다원적인 매개조직 및 신분과 직업대표의 복합적인 제도를 제시했고 이를 보편이익으로 총괄하는 국가의 기능에 큰 기대를 걸었다. 공포정치에 대한 역사적 인식이 헤겔과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토크빌은 민주주의의 불가피성과 그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국가와 시민사회의 분리를 보다 공고히 하면서 권력, 법, 지식의 통일성을 해체하는 수단으로 다원적 절차와 제도를 강조했다. 특히 그는 여론과 합의의 중요성을 무엇보다 강조했다. 그리고 과학자, 예술가들의 결사체, 각종 직업적 결사체, 종교조직, 학교조직, 지방자치조직, 가족, 특수 이익에 의해 조직된 집단 등이 국가의 전제를 방어하는 방파제이자, 정치적 민주주의의 시민적 뿌리임을 강조했다. 이제 마르크스의 시민사회론을 알아보자. 마르크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적 불평등의 해소였다. 그는 유토피아적인 시민사회를 꿈꾸었는데, 이것은 국가가 없어지고 자유로운 개인들이 경제적 불평등이 없이 사는 사회이다. 한마디로 마르크스는 인간을 너무 선한 존재로 보았다고 볼 수 있다. 어쨌건 그는 그러한 이상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지금 부르주아지에 의한 정치적, 경제적 지배를 계급투쟁을 통해서 무너뜨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모든 것을 경제적 논리에 의해서만 설명했고, 국가를 비롯한 시민사회까지도 모두 부르주아지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로만 해석했다. 따라서 마르크스는 시민사회라는 개념자체를 분해시켜 버린 것이다. 마르크스에 대한 비판은 경제 일원론적인 사고에서 부터 시작된다. 시민사회는 생산의 영역이나 시장 및 교환의 영역으로 환원될수 없는 영역들까지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했던 것이다. 또한 자본주의 사회의 상부구조들 모두를 부르주아지의 이익에 봉사하는 것으로 파악한 것도 비판의 대상이다. 마르크스주의자들 중에서 유일하게 시민사회론을 받아들인 그람시의 이론을 살펴보자. 그람시의 주요 이론은 헤게모니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헤게모니는 이론적으로 따지자면 정말 어려운 개념이지만 아주 쉽게 이해하자면 암묵적인 동의 또는 지지를 갖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가부장제하의 가정에서는 아버지가 그 가족의 헤게모니를 갖는다. 어머니와 아이들은 자신도 모르게 아버지의 의견에 암묵적인 동의를 하게 되는 것이다. 설령 그것이 힘에 의해서건, 아니면 어떤 다른 방법에 의해서건 한 집단 또는 사회 또는 국가의 구성원들로부터 자신도 모르게 따라올수 밖에 없도록 만든다면 그것은 헤게모니를 쥐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람시는 합의의 조직화 라는 개념을 통해 시민사회를 헤게모니의 장으로 파악하고 힘의 요인보다 헤게모니의 계기를 훨씬 강조했다. 그는 비경제적 영역이면서 비국가적인 영역이 지배를 위한 사회적 통합의 기능에서나 사회적 변혁의 주체형성의 기능에서나 매우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을 밝혀내었다. 그러나 그의 이론은 여전히 계급본질주의에 갇혀있으며, 또한 시민사회 개념을 계급혁명으로 가는 과도기의 한 과정으로만 상정했고, 혁명이 이루어지면 폐기처분되어야 하는 것으로 여겼다는 한계점이 있다. 하버마스의 이론은 신공공영역이론이다. 개인들이 개방적인 토의에 참여하기 위해 모이는 공공영역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공공영역은 의사소통의 장으로서 공공선을 실현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하버마스의 공공영역이론은 정치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상당부분 문화적인 영역에 한정되고 말았다. 또한 하버마스에게 있어서 가장 큰 과제는 '이상적 대화상황'과 '현실적 대화상황'의 커다란 괴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과 정치의사 형성의 제도를 통한 하버마스의 다원적 민주주의 기획은 생활세계의 식민화를 견제할 수 있는 자기 한정적 개념으로서 시민사회 개념을 재구성 할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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